All the supporters are hammocked RAW novel - Chapter 479
479화 11~12주 차 중간고사 (6)
“크허헝!”
“삐이익-!”
챔이가 용린병을 할퀴며 스쳐 지나가고, 뒤따라 뛰어든 범이가 앞발로 놈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용린병은 목이 꺾인 채로 바닥에 널브러졌다.
에메랄드 마탑과 대자연 동아리 부원들도 연계 마법을 발현했다.
지면 곳곳이 들썩거리더니 굵은 나무 뿌리들이 튀어오르며 몬스터들의 발목을 붙잡는다.
빠져나오려고 발버둥 치는 놈들을 향해 건물 잔해들이 탄환처럼 날아든다.
곽지철이 날려 보낸 것들이다.
‘못 본 사이 많이들 늘었네.’
그간 놀지는 않았는지 전체적으로 실력이 올랐다.
합을 맞추는 것도 자연스럽고.
그런 생각을 하며 스태프를 뻗자, 또다시 회오리바람이 몰아쳤다.
– 퍼엉!
나선폭발을 서너 번 더 쓸 즈음 장내가 정리되었다.
알아서 우리 몫의 카드들을 물고 오는 범이.
공교롭게도 3장 모두 [꿰뚫는 창]이다.
“이거 필요했는데. 고맙다.”
“그르릉.”
턱을 긁어 주자 녀석은 오토바이 소리를 내며 이마를 비벼 댔다.
챔이도 자연스레 내 어깨에 내려앉아서 깃털을 고른다.
박나리는 배신감과 난처함을 동시에 느끼는 듯했다.
“아, 그게, 미안해. 애들이…….”
“미안할 것까지야. 다친 사람 없지?”
“응, 고마워. 도와줘서…….”
나는 범이를 턱부터 이마까지 골고루 긁어 주면서 질문을 건넸다.
“송천혜 쪽이랑 움직이는 걸로 아는데, 딴 애들은 어쩌고?”
“지금은…… 카드 모으러 다니고 있어.”
그들 또한 깨달았을 것이다.
단순 실력만으로 헤쳐 나갈 수 있는 중간고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극초반부터 버거운 적들이 나오는데 중후반은 어떻겠는가.
생존률을 조금이라도 더 올리려면 카드를 확보해 둘 필요가 있었다.
따라서 인원을 나누고, 몬스터들이 활보하는 거리로 나온 것이다.
그러다가 길을 잘못 들어서 포위된 걸 테고.
어느 정도 상황 파악이 끝났기에, 나는 박나리에게 물었다.
“지금 제일 필요한 게 [야영지]지?”
“응…….”
휴식에 최소한의 안정성을 보장해 주는 아이템.
생존을 위해서 인원수만큼, 가능하면 조금 넉넉하게 모아 둘 필요가 있다.
송천혜 원정대는 머릿수가 많으니 야영지도 많이 필요할 터.
따라서 나는 제안을 던졌다.
“몇 개 바꿀까?”
“그, 그래도 돼?”
뜻밖이었는지 박나리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는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여분이 좀 있거든.”
사실은 좀 있는 게 아니라 많이 남는다.
[아이템 카드]▷야영지(1인) *17
‘어차피 4일 차가 마지노선.’
1학년 실력으로는 아무리 아이템을 적재적소에 활용해도 그쯤이 한계일 거다.
우리 파티 입장에서는 네 명이서 3일 밤을 지낼 분량인 12장만 들고 있으면 그만.
그 외에는 쓸모가 없으니 죄다 교환해도 상관없다.
“야영지는 5장 남네. [이탈]도 6장 있는데, 필요하면 바꿔 줄게.”
“……!”
우리 입장에서 [이탈]은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
도망 다닐수록 서브 퀘스트에는 악영향이니까.
[방출]도 용도는 비슷하지만, 상대를 날려 버린다는 차이가 있기에 전략적으로 활용이 가능하다.더 구하지는 않더라도 들고는 있는 게 낫다.
따라서 내가 협상 테이블에 올린 건 [야영지]와 [이탈].
다음은 박나리가 균형을 맞출 차례다.
“어떤 거…… 필요해?”
“[꿰뚫는 창]이랑 [생츄어리].”
랭크를 올리려면 온 도시에 있는 걸 박박 긁어모아야 한다.
박나리는 흘긋 자신의 파티원들을 쳐다보며 동의를 구했다.
당연히 저들로서도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이내 박나리의 인벤토리에서 아이템 카드 한 뭉치가 나왔다.
“우리는…… 이렇게 있어.”
▷꿰뚫는 창(C)*5
▷생츄어리(C)*8
나는 카드를 세어 보고 말했다.
“13장이네. 우리는 11장인데.”
“응…….”
“보너스 가능?”
“그, 그게…….”
“우리쪽은 생존 카드잖아. 한 장 더 얹어 주라.”
박나리는 우물쭈물하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로 11장을 12장으로 교환하게 된 셈이었으나, 나는 아직도 배가 고팠다.
해서 제안을 덧붙였다.
해서 제안을 덧붙였다.
“한 장 더 주면 카드들 합쳐 줄게.”
“합친……다고?”
“합성기가 있거든.”
나는 카드 합성기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했다.
1인을 N인으로 합치면 효율이 증가한다고.
“그리고 [이탈]은 묶음으로 쓰는 게 낫지. 각자 하나씩 쓰면 뿔뿔이 흩어질 가능성이 높거든.”
“아…… 맞아.”
“이런 유용한 서비스에 겨우 생츄어리 한 장? 완전 이득이다.”
“그, 그렇지……?”
박나리는 결국 내 설득에 넘어가고 말았다.
카드를 합성해 주는 김에 우리도 정비 시간을 갖는다.
▷야영지(1인)*12
→야영지(4인)*3
▷방출(C)*5
→방출(B)*2, (C)*1
▷꿰뚫는 창(A)*2, (C)*8
→꿰뚫는 창(A)*2, (B)*4
→꿰뚫는 창(A)*3, (B)*1
▷생츄어리(A)*1, (B)*2, (C)*8
→생츄어리(A)*1, (B)*6
→생츄어리(A)*3
[아이템 카드]▷드래곤 나침반
▷기만의 손수건 *2
▷카드 합성기
▷야영지(4인) *3
▷방출(B) *2
▷방출(C) *1
▷꿰뚫는 창(A) *3
▷꿰뚫는 창(B) *1
▷생츄어리(A) *3
양측 모두에게 만족스런 거래를 마치고.
슬슬 각자 갈 길을 나설 때가 됐다.
나는 미래를 위해 밑밥을 뿌려 두기로 했다.
“다른 애들도 바꿀 거랑 합성할 거 있으면 가져오라 그래. 수수료 조금만 받을게.”
“응, 그럴게.”
“행운을 빈다, 친구.”
“너, 너도!”
떠나는 박나리에게 손을 흔들어 주다가, 문득 시선이 느껴져서 고개를 돌렸다.
서예인이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난봉꾼.”
“쟤는 그냥 친구야.”
대수롭지 않게 답하자 서예인이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나는?”
“친구지.”
그다음으로 홍연화를 가리킨다.
“……?”
“걔도 친구지.”
“……난봉꾼.”
회색빛 눈동자가 나를 추궁하듯 쳐다본다.
마치 ‘나도 친구고, 얘도 친구고, 쟤도 친구네?’ 하고 말하는 듯하다.
변명을 하기에는 내가 생각해도 신뢰도가 바닥이라, 그냥 안 하기로 했다.
그런데 서예인이 이번에는 고현우를 가리켰다.
“……친구?”
“맞는데, 거기까지다.”
나는 정색을 하면서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 * *
우리는 드래곤 나침반을 따라 도시 곳곳을 돌아다녔고, 몬스터들과 용체병들을 만나는 족족 때려잡았다.
가는 길에 눈에 띄는 아이템 카드들도 꼼꼼하게 회수한다.
그렇게 하늘이 붉게 물들 때까지 파밍을 이어 간 결과,
[용체병 처치]▷용린병:25
▷포탈:1
▷드래곤 나침반
▷기만의 손수건 *3 New!
▷카드 합성기
▷야영지(4인) *3
▷야영지(1인) *6 New!
▷방출(B) *2
▷방출(C) *8 New!
▷이탈(1인) *2 New!
▷꿰뚫는 창(A) *4 New!
▷생츄어리(A) *3
▷생츄어리(C) *3 New!
손수건이 무려 3장이 되었다.
야영지 역시 거래로 소모한 걸 보충하고도 남았고, 나머지 생존과 전투 카드들도 골고루 획득했다.
이제 [꿰뚫는 창]은 S랭크까지 6장, [생츄어리]는 9장 남았다.
내일도 이 페이스가 유지된다면 여유롭게 완성하겠지.
여기까지 하고, 우리는 더 어두워지기 전에 휴식처를 찾기로 했다.
서예인 뒤에 서서 두 어깨를 붙잡는다.
“복덩이 레이더 가동.”
“위잉—”
“편하게 쉴 곳을 탐색하십시오.”
“탐색 중…….”
“찾았습니까?”
“위이잉—”
서예인은 무작정 어딘가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따라가 보니 그곳은 바로 침구점.
“레이더 성능 좋은 거 봐. 어떻게 처음 찾은 게 이거냐.”
“칭찬.”
“정말 훌륭하십니다.”
“장려상.”
“그건 안 돼. 일단 들어갑시다.”
나는 서예인이 뭐라 말하기 전에 잽싸게 가게 안으로 발을 들였다.
당연한 말이지만 주인이나 점원은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가 뒤지고 갔는지 이불과 담요가 여기저기 어질러진 상태.
고현우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하룻밤을 보내기에는 더없이 좋은 곳이오.”
“좋은 걸 넘어서 호사지.”
살아남기 급급한 상황에서 이불에 담요라니.
우리는 인벤토리에 챙겨 온 음식으로 간단하게 저녁 식사를 해결했다.
그리고 하늘이 어두워졌을 무렵, 가게 한 곳을 깨끗이 정리했다.
“여기 야영지를 펼칠 겁니다.”
[야영지(4인)] [야영지(4인)]▷4인 규모의 공간을 생성합니다.
▷4인 규모의 공간을 생성합니다.
▷지속 시간:8시간
▷야영지는 탐지되지 않습니다.
1인 4장을 합성하면서 효율이 증가하기는 했지만, 공간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그 밖으로 나가면 은폐 효과를 못 받고.
“그러니까 이불도 여기다 깔아야 돼.”
“확인.”
서예인은 제집처럼 가게를 누비면서 이불과 담요를 가져오더니, 야영지 한가운데에 차곡차곡 쌓기 시작했다.
이불·담요 타워의 높이가 금세 허리까지 올라오고, 조금 더 있으니 서예인의 키만 해졌다.
나는 넌지시 물음을 건넸다.
“이렇게 높이 쌓을 필요가 있을까요?”
“있어요.”
“왜죠?”
“푹신푹신.”
해석하자면 높이 쌓을수록 푹신푹신하다는 뜻.
서예인은 답변과 함께 이불·담요 타워 중간쯤으로 몸을 집어넣곤 더욱 깊숙이 파고들었다.
그리고 안쪽에서 꾸물거리며 자세를 잡는가 싶더니 이쪽으로 고개만 쏙 빼냈다.
그걸 보고 내가 말했다.
“편해 보이시네요.”
“매우 편함.”
“김호베개 없어도 잘 자겠다.”
“……?”
심상치 않은 낌새를 감지한 서예인.
나는 홍연화의 손목을 가볍게 잡으며 말했다.
“오늘은 우리 둘이 자야겠네.”
“우, 우리…… 둘이……?”
홍연화는 어딘지 모르게 설레는 표정이 되었다.
그 모습을 보고 서예인의 동공이 확장되었다.
“배신자…….”
그리고 꿈지럭거리며 이불·담요 타워 밖으로 몸을 빼려고 했으나, 나는 고현우 톤으로 말하면서 서예인을 도로 밀어 넣었다.
“허허, 서 소저. 기껏 자리를 잡아 놓고 나와서 무엇한단 말이오? 거기서 편히 쉬시구려.”
“안 돼……!”
* * *
약간의 실랑이 끝에, 서예인은 이불·담요 타워가 아닌 김호베개를 선택했다.
두뚬하게 깔아놓고 잔 것은 여전했지만 말이다.
여러모로 고생했고 내일도 고생할 터라 푹 쉬게 해 주고 싶었지만, 아직 사건 하나가 더 남았다.
따라서 나는 잠깐 눈을 붙였다가 예정된 시간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현우는 야영지 한구석에서 마나 연공을 하는 중이었는데, 인기척을 느꼈는지 적당히 마무리 짓고 나를 쳐다보았다.
“김 형.”
“잠깐 나가자. 놓치기 아까운 구경거리가 있거든.”
“구경거리라, 두 소저도 깨우는 게 좋겠소?”
“일단 놔둬.”
어차피 안 깨워도 저절로 깨게 될 거다.
나는 고현우와 함께 침구점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대략적으로 방향을 가늠한 뒤, 손을 들어 먼 저편을 가리켰다.
“아마 저쯤일 거다.”
“…….”
고현우는 더 캐묻지 않고 차분히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디선가 하얀 실선 같은 것이 그어지며 내가 가리킨 곳에 닿았다.
새하얀 광채가 순간적으로 온 도시를 환하게 밝혔다.
다음 순간 귀청이 찢어질 듯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 콰아아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