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e supporters are hammocked RAW novel - Chapter 482
482화 11~12주 차 중간고사 (9)
우리는 혼란에 빠진 오크들을 잠시 지켜보았다.
– 취익!? 어디냐!
– 저긴가?
– 아무것도 없다!
차현주의 위치는 저격을 하는 즉시 특정했던 놈들이지만, 우리가 어디 있는지는 좀처럼 감을 못 잡는 듯하다.
화살의 궤적은 직선에 가까운 반면, 박격포는 하늘 높이 올라갔다가 뚝 떨어지는 식이니까.
우리 입장에서는 아이템 카드를 캐야 하니 발각되는 게 오히려 이득이었지만, 그렇다고 크게 아쉬울 것도 없었다.
“한 방 더 쏘지 뭐.”
“재밌다.”
서예인은 다른 오크 부대를 겨냥하여 박격포를 발사했다.
– 콰아앙—!
또다시 폭발이 주술사와 주변의 투사들을 집어삼킨다.
이번에는 눈썰미가 좋은 놈이 있었는지, 아니면 때마침 이쪽을 보고 있었는지, 놈들이 곧바로 우리를 포착했다.
– 취췻, 저기! 저기다!
– 쥐새끼 같은 인간들!
성난 콧김을 뿜으며 달려오는 오크 투사들.
제법 멀던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든다.
그에 서예인은 박격포를 잠시 집어넣고 돌격소총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재미없다.”
– 투두두두두!
홍연화도 불덩이들을 뭉쳐서 내던진다.
오크 투사들 몇 마리가 오는 도중 쓰러졌으나, 나머지는 우리가 자리를 잡은 건물 아래까지 접근했다.
그러나 그곳에는 이미 죽음의 함정이 도사리고 있었다.
A랭크로 증폭한 변덕쟁이 함정이.
“취익?”
투사 한 놈이 이상한 낌새를 감지한 듯 발밑을 쳐다보았으나, 그때는 이미 한참 늦은 상태였다.
일대가 구덩이로 변해서 쑥 꺼진다.
아래에 득실거리던 독사들이 희생양들을 인정사정없이 물어뜯는다.
서예인의 눈이 다시 초롱초롱해졌다.
“재밌다.”
다른 오크 투사들이 기겁하며 멈춰 섰다.
“취, 취익! 함정!”
“밟지 마라!”
“췻! 돌아서 가면 된다!”
그러나 돌아서 가기에는 그 옆에도, 그 옆에도 함정이 가득하다.
또 한 놈이 변덕쟁이 함정을 밟자 발밑에서 무언가 무서운 기세로 튀어나왔다.
– 띠요옹,
그것은 바로 스프링이 달린 광대 머리.
상대방을 깜짝 놀라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서예인을 향했다.
“…….”
“…….”
“재미없다.”
하기야 괜히 스킬 명칭에 ‘변덕쟁이’가 붙은 게 아니지.
종종 꽝이 걸리기도 하는 법이다.
다음 오크 투사가 밟은 함정의 효과는 또 달랐다.
– 철퍽,
기름이 홍수처럼 퍼져 나온다.
오크 투사들은 미끄러져서 엎어지고, 바닥을 구르고, 난리도 아니었다.
그걸 보고 서예인이 또 말했다.
“재밌다.”
홍연화는 신기한 눈으로 아래를 내려다보다가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놈들은 기름 범벅이고, 기름에는 불이 아주 잘 붙는다는 사실을.
그러곤 미리 새겨 둔 마법진을 스태프로 가리킨다.
– 화르르르륵!
건물 아래가 눈 깜짝할 사이에 불바다가 되었다.
오크 투사들은 C랭크 몬스터답지 않게 허무한 최후를 맞이했다.
불길이 잦아들고, 나는 일행들과 아래로 내려가서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아이템 카드들을 회수했다.
“자리 옮기자.”
그리고 적당한 3, 4층 건물 옥상이나 지붕에 자리를 잡고 똑같은 짓을 반복했다.
함정들을 설치해 두고, 박격포로 주술사를 처치하는 동시에 투사들을 유인한다.
제법 재미를 쏠쏠하게 보고 카드도 다수 챙긴 상태.
그때였다.
드래곤 나침반이 핑글 회전하며 남서쪽을 가리켰다.
그쪽을 쳐다보니 희끄무레한 형체 두 개가 건물들을 훌쩍훌쩍 뛰어넘으며 접근해 오고 있었다.
‘저런 똑똑한 녀석들을 보았나.’
아래에 함정이 잔뜩 깔려 있으면 지붕으로 접근하면 그만.
의도한 것은 아닐 테지만 말이다.
나침반이 반응하는 것으로 보아 정체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슬슬 나올 때가 되기는 했지. 준비해.”
– 투두두두두!
마력탄이 빗발쳤으나, 놈들은 빠르게 이동하는 와중에도 그것들을 대부분 회피하거나 쳐냈다.
이내 한 놈이 크게 훌쩍 도약하더니 온몸으로 우리가 있는 곳을 내려찍어 왔다.
그에 나는 먹구름을 마주 날리며 시동어를 입에 담았다.
“푹신푹신.”
– 펑!
순식간에 불어난 먹구름에 놈의 공격이 허무하게 튕겨 나갔고, 그 틈을 노려 모두가 공격을 집중했다.
검기와 불덩이, 마력탄들이 쏟아진다.
– 서거걱—
– 화르륵,
놈은 얻어맞다 못해 훌쩍 도약해서 옆 건물 지붕에 착지했다.
뒤따라오던 놈도 마찬가지.
그제야 놈들의 생김새를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도마뱀 대가리가 달린 사람 형체.
온몸이 상앗빛에 파충류의 이빨처럼 뾰족뾰족하다.
두 팔이 있어야 할 곳에는 날카로운 칼날이 자리하고 있다.
‘용아병.’
야장룡의 이빨을 써서 만들어진 존재.
랭크는 B다.
– 퍼서석,
내려찍기에 실패한 놈의 갑옷이 부서지며 비늘들이 후두둑 떨어져 내렸다.
용린병의 육체를 이루고 있던 그 비늘들이다.
쓸모가 없어졌기에 가차 없이 분해해서 갑옷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어쨌든 한 놈은 벗겼어.’
생김새처럼 공격에 모든 성능이 집중된 놈이라, 갑옷이 부서진 지금은 방어력이 없다시피 할 터.
따라서 나는 홍연화에게 지시했다.
“저거부터 잡고 나머지 정리한다.”
“응, 알았어.”
홍연화는 고개를 끄덕이곤 즉시 마법 영창에 들어갔다.
이내 용아병 두 놈이 살짝 몸을 웅크리나 싶더니, 화살처럼 앞으로 쏘아져 왔다.
나와 고현우가 한 놈씩 맡는다.
– 쐐쐐쐐—!
용아병은 코앞까지 바짝 접근해선 칼날 같은 두 팔을 번갈아 휘둘렀다.
날카롭고 서늘한 것이 간발의 차로 내 머리나 어깨 등을 스친다.
나는 회피를 하며 물러나는 척하다가, 돌연 한 걸음 내디디며 까마귀 나무를 내밀었다.
[이화접목]그리고 공격을 흘려내자마자 검지로 놈을 가리켰다.
– 퍼펑!
폭발과 함께 용아병의 온몸이 냉기로 뒤덮인다.
아랑곳하지 않고 연속 공격을 이어가는 놈이었으나, 실시간으로 움직임이 둔해지는 게 눈에 보였다.
그사이 홍연화는 화염을 압축하며 길쭉하게 빚어낸 상태.
다음 순간 투창이 그녀의 손을 떠나 용아병에게 쇄도했고,
– 퍼엉!
그대로 가슴팍을 불태우며 뚫고 나왔다.
허물어지는 놈을 일별하고, 우리는 즉시 다음 용아병으로 목표를 바꿨다.
– 챙! 챙! 챙! 챙!
놈은 쉴 새 없이 연속 공격을 가하고 있었다.
고현우는 막는 데에 급급해서 다른 걸 할 여력이 없는 듯하다.
스치기만 해도 치명상이니까.
‘그럼 치명상을 안 입게 하면 그만이지.’
나와 홍연화가 방어 마법을 연달아 시전했다.
[실피드 아머] [역류막] [작열 갑옷]– 휘이잉—
– 화르륵,
부드러운 바람과 불길이 고현우의 몸을 감싸 안았다.
동시에 내가 지시했다.
“들어가. 지금.”
“……!”
고현우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칼날에 검을 휘감은 채 용아병을 향해 돌진했다.
[급류]– 서걱,
둘의 신형이 교차하고.
고현우의 가슴팍 대신 배리어들과 아머가 갈라졌다.
용아병도 갑옷이 길게 베인 상태.
그러나 연계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놈에게 총구를 겨눈 서예인.
총구 앞에는 바람이 모여들며 압축되고 있었다.
[파괴돌풍]– 투두두두—!
마력탄들이 압축된 바람을 타고 쇄도했다.
그리고 갑옷과 용아병의 상반신을 동시에 꿰뚫으며 벌집을 만들어 버렸다.
[용체병 처치]▷용린병:25
▷용아병:2
▷포탈:1
고현우는 어두운 낯빛으로 검을 회수했다.
“벌써 한계가 찾아올 줄은 몰랐소.”
“B랭크잖아. 나름 장비빨도 있고.”
B랭크의 성능 대부분을 공격에 몰아넣은 몬스터.
여기다가 용린병으로 갑옷까지 만들어 입혔다.
아무리 유망주급이라도 피해 없이 이기기는 힘들다.
나는 일행들을 쳐다보며 말했다.
“어지간해서는 연계로 잡는다고 생각해 둬.”
“알겠소.”
물론 까다로운 만큼 보상도 쏠쏠했다.
[꿰뚫는 창(B)]몬스터의 등급에 맞춰 아이템도 B로 떨어진다.
카드 합성기를 생각하면 C랭크가 두 장씩 떨어지는 셈.
그리고 또 다른 용아병이 드랍한 것은,
[생존자 계수기]▷살아남은 참가자의 수를 표기합니다.
아이템 카드들은 어디까지나 중간고사를 위한 장치.
또한 ‘참가자’라는 단어가 붙어 있는 걸로 보아, 크래프트 헤이븐의 주민들을 제외하고 학생 수만을 표시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내심 궁금했는지 모두가 계수기를 쳐다보았다.
▷현재 생존자:131명
홍연화가 눈을 깜박였다.
“생각보다…… 적네……?”
“어제도 쉬운 건 아니었으니까.”
용린병만 해도 1학년 하위권과 비슷한 무력을 지녔다.
일대일로 못 이기는 이들도 제법 있었을 테고, 이길 수는 있는데 운이 없거나 판단을 잘못해서 물량 공세에 쓰러지기도 했을 거다.
당연히 오늘은 더 심할 테고.
▷현재 생존자:128명
▷현재 생존자:126명
과연 그 짧은 사이 3명이 줄고, 또 2명이 줄었다.
파티원들이 표정을 굳히는 가운데 내가 말했다.
“계속 움직입시다. 정오까지 최대한 아이템을 모아야 돼.”
2일 차 정오에는 제법 큼직한 사건이 일어날 예정이니까.
* * *
우리는 계속 장소를 옮기며 박격포(재밌다)를 날렸고, 오크 투사들과 용아병들을 꾀어내서 처치했다.
그렇게 해가 중천에 뜰 무렵이 되자,
[용체병 처치]▷용린병:25
▷용아병:9
▷포탈:1
서브 퀘스트에 제법 진전이 있었다.
아이템도 든든하게 파밍한 상태.
[아이템 카드]▷드래곤 나침반
▷기만의 손수건 *4 New!
▷카드 합성기
▷생존자 계수기
▷야영지(4인) *3
▷야영지(1인) *10 New!
▷방출(A) *1 New!
▷방출(B) *4 New!
▷이탈(1인) *6 New!
▷꿰뚫는 창(S) *1 New!
▷꿰뚫는 창(A) *1 New!
▷생츄어리(S) *1 New!
▷생츄어리(B) *2 New!
손수건을 4장이나 모아서 파티 전체가 외형을 바꿀 수 있게 되었다.
전투 카드도 대망의 S랭크를 한 장씩 확보했고.
거기다 유사시를 대비해 [방출]까지 여러 장 들고 있으니, 최소한의 준비는 마친 셈이다.
곧 정오라, 우리는 예정대로 ‘큼직한 사건’이 일어날 곳으로 향했다.
그 장소는 다름 아닌 중앙 광장.
첫날 야장룡이 배리어를 펼쳤던 그곳이다.
도시 외곽부는 휑함 그 자체였으나, 중심부에 가까워질수록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반 시민은 단 하나도 찾아볼 수 없고, 전부 실력깨나 있어 보이는 용병들이다.
모두가 같은 방향, 중앙 광장을 향해 걸어가는 중이다.
고현우가 그들을 관찰하며 말했다.
“간밤에 브레스라는 것이 두 번이나 떨어졌는데도 아직 남은 이들이 제법 되는구려.”
“다 모여 있지는 않았겠지.”
기존 집단들과 불화가 있었거나, 조심성 있는 성격이거나, 모종의 이유로 다른 곳에서 밤을 보내야 했거나.
그렇게 흩어져 있던 용병들은 자던 도중 브레스에 쓸려 나가는 불상사를 피할 수 있었다.
이후에도 같은 방식으로 행동할 생각이었겠지만, 정오까지 오크 군대와 게릴라전을 벌이면서 깨달았을 것이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소규모로는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따라서 그들 역시 한데 뭉치려는 것이다.
그리고 뭉친 다음에는,
“제대로 한판 붙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