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e supporters are hammocked RAW novel - Chapter 484
484화 11~12주 차 중간고사 (11)
치명상을 입었다는 것을 증명하듯, 용익병은 더 날아오르지 못하고 천천히 착지했다.
그리고 나를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
“제 불찰입니다. 이런 한 수를 숨기고 계셨으리라곤 생각지 못했군요.”
“보이는 게 다가 아니거든.”
“주인님께서 거듭 언급하시는 게 의아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그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이내 놈의 가슴팍에 뚫린 구멍을 주변의 살점이 꾸물거리며 메우기 시작했다.
모든 전력을 회복에 집중하는 것이다.
다시 비행이 가능해지면 즉시 전장을 이탈할 터.
‘그전에 마무리해야지.’
나는 용익병에게 빠르게 접근했다.
그러자 전장의 모든 용아병들이 눈앞의 적들을 무시하고, 오직 나만을 향해 우르르 몰려들었다.
고기 방패로써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기 위함이다.
시야가 온통 용아병들로 가득한 상태.
가장 가까이 있는 놈 몇몇이 칼날 같은 팔을 휘둘러 왔으나, 나는 살짝살짝 몸을 기울여 피했다.
그리고 뒤로 물러나면서 씨익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이래 주면 오히려 고맙거든.’
역시 사냥은 모름지기 몰이사냥이 제맛 아니겠는가.
[‘문어발’을 사용합니다.] [‘증폭’을 사용합니다.] [‘나선 폭발’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B+→S+)] [‘현음옥마지’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B+→S+)] [‘인페르노 피스트’의 등급이 상승합니다.(B+→S+)] [재사용 대기시간 04:29:59]나는 스태프를 전방에 뻗으면서 반대쪽 주먹을 그러쥐었다.
– 회오오오—!
맹렬한 회오리바람이 놈들을 한곳에 끌어모았다.
그리고 단단히 압축된 공기가 폭발함과 동시에 화염 폭풍이 그 자리를 휩쓸었다.
– 콰아아앙—!
흙먼지와 연기로 시야가 잠시 가려졌으나, 결과는 다른 방법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용체병 처치]▷용린병:25
▷용아병:66
▷포탈:1
용아병들 수십 마리가 서브 퀘스트의 양분으로 화한 상태.
그 뒤의 용익병 역시 타격을 입은 듯했다.
나선폭발은 적의 방어를 일정량 무시하는 효과를 갖고 있다.
여기에 놈이 보유한 A+랭크 [원소 저항]을 뚫기 위해, [벤데타]와 [증폭]으로 금지 스킬들을 S+까지 끌어 올렸다.
덕분에 가슴팍의 구멍이 아물기는커녕 더 넓어져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부족하다.
‘한 번 더 간다.’
나는 놈을 향해 깃털걸음을 밟으며 접근했다.
이대로는 회복하는 것보다 피해가 더 크겠다고 판단했는지, 용익병이 나를 향해 손을 휘저었다.
물론 이쯤은 예상했기에 진작 측면으로 회피한 상태.
막대한 압력이 스쳐 지나간다.
그와 동시에 나는 검지를 앞으로 세웠고, 한 줄기 냉기가 쏘아져 나간다.
[현음빙백옥마탄지] [연쇄 폭발]– 퍼펑!
폭발이 두 번 연이어 일어나며 용익병이 하얀 서리를 뒤집어썼다.
동시에 출력되는 알림 메시지.
[‘고통 지연’이 발동됩니다.] [‘레트로커버리’가 발동됩니다.] [재사용 대기시간 2일 23:59:58]벤데타와 연이은 금지 스킬의 페널티가 한 번에 가해지고, 한 번에 말끔히 회복된다.
또 쓰려면 나도 피해를 감수해야 하지만, 그럴 필요까진 없을 것 같다.
– 쩌저적,
이미 충분히 피해를 입힌 데다 냉기가 빠르게 몸을 침식하는 중이다.
쓰러지는 건 시간 문제.
용익병도 그 사실을 자각했는지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생환은 불가능해 보이는군요. 지금부터는 방침을 바꾸겠습니다.”
방침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건지는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놈의 온몸에서 기세가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기 때문이다.
회복을 포기하고 다시 전투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다.
‘어차피 죽을 거 나라도 데려가겠다 이거지.’
이후 야장룡의 유희에 장애물이 되리라 판단했을 테니까.
용익병이 난폭하게 허공에 팔을 휘저었다.
나는 즉시 유령무영을 시전하며 뒤로 물러났고,
– 콰아아앙—!
막대한 압력이 방금 전까지 서 있던 곳과 그 주변까지 짓이겨 버렸다.
놈이 다가오며 말했다.
“제가 쓰러질 때까지 살아남는다면 여러분의 승리입니다.”
“그래? 얘들아, 모여.”
그러자 지켜보던 파티원들이 내 주위에 자리를 잡았다.
용익병의 눈에 의아한 기색이 떠올랐다.
“이해하기 어려운 선택입니다. 제 공격을 보셨을 텐데요. 산개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살아남으면 이기는 거라며?”
산개고 뭐고, 굳이 힘들게 버틸 필요가 있을까?
언제부터인가 내 손에는 카드 한 장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이탈(4인)’을 사용합니다.]– 파앗—
빛무리가 우리 넷을 감싸안았다.
용익병이 다급히 손을 뻗어 왔으나,
“잠깐.”
“그럼 수고하고.”
– 파아앗—!
놈이 또 뭐라 말하기도 전에 눈앞이 하얗게 물들었다.
다음 순간, 우리는 한참 떨어진 장소로 이동한 상태였다.
‘카드 못 챙긴 게 살짝 아쉽네.’
용아병들이 B랭크 아이템들을 한 무더기로 떨어뜨린 데다, 용익병도 쓰러지면서 A랭크를 드랍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이라 미처 회수하지 못했다.
물론 아쉽기는 해도 후회는 없었다.
작은 것에 집착하다 보면 더 큰 것을 잃게 마련.
A+랭크의 마지막 발악을 버티려면 [생츄어리(S)]는 써야 했을 터.
그럼 카드들을 얻어 봤자 썩 이득이 크지 않았을 거다.
생츄어리의 지속 시간이 다하기 전에 놈이 쓰러진다는 보장도 없었고.
가장 중요한 건 용익병에게 빅엿을 먹였다는 점이다.
– 쿠쿠쿵—!
역시나 먼 곳에서 연신 폭발음이 들려 온다.
마지막까지도 감정을 보이지 않았는데, 내심 화는 났나 보다.
남은 이들에게 분풀이를 하는 걸 보면 말이다.
어찌 보면 폭탄을 떠넘기고 도망친 셈이지만 미안한 마음은 들지 않았다.
‘자업자득이지.’
용익병과 치고받는 데 도움을 주지도 않았고, 자리를 피하지도 않았다면 분풀이에 휘말린 게 내 탓은 아니라고 본다.
그래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참가자가 있다면 카드 하나는 두둑이 챙기겠지.
생각을 정리하고 나는 주변을 살폈다.
[이탈]의 (1) 효과는 전장을 벗어나 (2) 무작위 아군과 합류하는 것.무작위 아군이란 물론 다른 학생을 의미한다.
과연 조금 떨어진 곳에 선도부 금조한과 송천혜, 그리고 원정대원으로 보이는 학생 몇이 서 있었다.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이쪽을 쳐다보고, 몇몇은 슬며시 병장기에 손을 올린다.
‘아직 손수건을 쓰고 있으니까.’
아이템 카드를 쓴 걸 보고 우리가 학생이라는 점은 파악했을 테지만, 모두 [기만의 손수건]으로 위장하고 있어서 정확히 누구인지는 모를 거다.
혹여 카드를 노리는 약탈자거나 야장룡과 거래한 하수인일지도 모르니 경계할 수밖에.
물론 오해는 대화로 충분히 풀 수 있다.
‘만난 김에 카드도 교환하면 좋고.’
해서 막 말문을 열려는데, 송천혜의 시선이 정확히 나한테 꽂혔다.
더욱 유심히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경계심 가득하던 표정이 한결 풀어진다.
그리고 제 일행한테 말한다.
“잠시만 여기 계세요. 이야기 좀 하다 오겠습니다.”
가까이 다가오며 친근하게 말을 건네는 송천혜.
“누군가 했더니 그쪽이었네요.”
“그쪽?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단순히 떠보는 걸 수도 있었기에 일단은 시치미를 뗐다.
그러자 송천혜가 또 말했다.
“발뺌하셔봤자 소용없습니다. 김호, 맞잖아요.”
“…….”
나는 일행들과 시선을 주고받았다.
“이렇게 된 거 그냥 풀자.”
모두 손수건을 해제하고 원래 모습을 되찾았다.
동시에 나는 가볍게 투덜거렸다.
“이거 진짜 불량품이네. 어떻게 만나는 사람마다 다 들켜?”
“흥, 제 눈은 못 속이거든요.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에서 다 티가 난다고요.”
내 정체를 간파해서인지 의기양양한 미소를 짓는 송천혜.
반면 파티원들의 표정은 다소 묘했는데, 방금 그녀가 한 말이 마음에 걸리는 눈치였다.
고현우가 대표로 질문을 던졌다.
“송 소저가 그걸 어찌 아시오?”
“그건…….”
그제야 송천혜는 말실수를 했다는 걸 깨달은 듯했다.
빠르게 머리를 굴리며 수습하려 든다.
“그거야…… 많이 봤으니까 알죠.”
“김 형을 많이 지켜봤다는 말이오?”
“리플레이를 많이 봤다는 뜻입니다. 오해하지 말아 줬으면 좋겠네요.”
“그렇군. 알겠소.”
고현우는 아직 궁금증이 잔뜩 남은 눈치였으나, 일단 수긍하는 척 고개를 끄덕였다.
하기야 송천혜랑 접점이 있기는 해도 몰아붙일 정도로 친하지는 않으니까.
내가 바톤을 넘겨받아 대신 물었다.
“얼마나 봤길래? 수정구가 닳을 때까지 봤니?”
“아니,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사소한 행동만 봐도 안다며. 그게 한두 번 봐서 될 리가 없는데.”
“…….”
“솔직히 많이 봤잖아.”
“……그렇기는 한데요, 어디까지나 분석이 목표였거든요?”
나는 그 변명을 한 귀로 흘리며 서예인한테 고자질했다.
“쟤가 자꾸 봐요.”
그러자 서예인이 나를 등 뒤로 숨기곤 말했다.
“그만 봐.”
“분석이 목표였다니까요?”
“그만 분석해.”
“…….”
송천혜가 팔짱을 꼈다.
심기가 불편하다는 걸 드러내듯 몸에서 전류가 파직거린다.
“리플레이를 그만 보라고요? 무슨 권리로?”
“내 집사.”
“납득이 안 되는데요. 계속하겠다면?”
“무력시위.”
불멸 냄비를 슬며시 그러쥐는 서예인.
둘이 서로를 마주 보며 대치했다.
물론 진심으로 반감을 갖고 싸우려는 건 아니다.
어쩌다 보니 상황극에 어울리게 된 모양새에 가깝지.
해서 나는 말리지 않고 송천혜와 서예인을 지켜보았다.
고현우 역시 흥미진진하게 눈을 빛내는 중인데, 팝콘을 쥐여 주면 아주 잘 먹을 것 같다.
홍연화는 둘을 번갈아 보며 이걸 끼어들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한다.
그러나 상황극은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귀청이 떨어질 듯 거대한 포효가 도시에 울려 퍼졌다.
– 크오오오오—!
하늘을 뒤덮은 붉은 배리어가 마구 요동친다.
송천혜가 불안한 눈으로 그것을 올려다보았다.
“대체 이게……?”
“화나셨나 본데.”
“야장룡이요? 무슨 일이 있었길래?”
‘아끼는 부하 하나가 갔거든.’
막 서브 퀘스트가 갱신된 참이다.
[용체병 처치]▷용린병:25
▷용아병:66
▷용익병:1
▷포탈:1
현음옥마지의 지속 피해가 결국에는 용익병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다.
당연히 야장룡에게도 이 사실이 전달되었을 테고.
‘아무래도 날개는 아깝겠지.’
비늘이나 이빨 따위는 얼마든지 다시 자라니 용체병들도 얼마든지 다시 만들 수 있다.
반면 날개는 한 짝뿐인데다, A+라 제작하는 수고도 상당했을 거다.
그런 수족 같은 존재를 유희에서 잃으리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갑작스러운 만큼 분노 역시 클 거다.
‘이제 재미는 살짝 접어 두겠지.’
유희 자체에 들인 공도 상당하니 아예 엎어 버리지는 않을 거다.
그래도 보다 적극적으로 도시를 파괴하려 들리라는 점은 분명하다.
난이도 역시 더욱 가파르게 상승할 터.
1학년 실력으로는 4일 정도가 최대겠거니 예상했지만, 지금은 그보다도 더 줄었다고 보면 된다.
‘3일이 최대.’
나는 포효가 들려 온 도시 저편을 응시하며 생각했다.
내일 모든 것이 끝난다.
서포터가 다 해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