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e supporters are hammocked RAW novel - Chapter 485
485화 11~12주 차 중간고사 (12)
난이도가 올랐으니 생존하려면 준비를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
나는 처음 목표대로 송천혜에게 제안했다.
“카드나 바꿀까?”
“들어 보고 정해도 되죠?”
“당연하지. 우린 [방출], [꿰뚫는 창], [생츄어리] 필요해.”
“[이탈]은요?”
“이제 안 쓸걸.”
원래는 중간고사 내내 안 쓸 생각이었다.
방금 전에는 순전히 용익병한테 엿을 먹이려고 기지를 발휘했을 뿐.
물론 우리야 서브 퀘스트가 걸려 있으니 그런 거고, 학생들 대부분은 생존이 주된 목표다.
[이탈]은 확정적으로 전투를 피하게 해 준다는 점에서 굉장히 유용하다.송천혜가 고개를 끄덕였다.
“안 쓰시면 저희가 받아 가겠습니다.”
“[야영지]는?”
“그것도 부족했는데…… 별로 안 부족하게 됐어요.”
송천혜가 씁쓸한 미소를 흘렸다.
아마 원정대원 수가 많이 줄었겠지.
말 나온 김에 생존자 계수기를 확인해 보았다.
▷현재 생존자:87명
중앙 광장에 들어설 때까지만 해도 120명 정도였는데, 그새 사분지 일 가량이 당해 버렸다.
저녁쯤엔 더 떨어지지 않을까.
원하는 대로 이탈은 전부, 야영지는 몇 장만 전투 계열 카드로 교환했다.
합성해 주면서 수수료를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럼 우린 간다. 수고들 하고.”
볼일도 다 봤으니 한소미가 합류하기 전에 빠지는 게 상책.
바보기는 해도 은근히 예리한 구석이 있다.
그리고 저들끼리 겪은 일들을 조합하다 보면 용익병을 쓰러뜨린 4인조가 우리라는 걸 눈치챌지도 모른다.
해서 인사를 건네고 막 걸음을 옮기려는데 송천혜가 물었다.
“정말 같이 안 가실 건가요?”
“응. 제안은 고마운데 이번에는 따로 움직이려고.”
지금으로서는 아무리 발버둥 쳐 봤자 패배한다는 결과는 바꿀 수 없다.
때문에 그 부분은 일찌감치 내려놓고, 소수의 인원이 최대한 이득을 취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송천혜가 또 물었다.
“다음이 언제예요?”
“아마 내년 아닐까?”
[크래프트 헤이븐>은 2, 3학년 중간/기말고사에 다시 등장할 예정이다.1년이란 시간을 거치면서 모두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되게 강해졌을 터.
적어도 무력하게 당해 주지만은 않을 것이다.
나는 씩 웃으며 덧붙였다.
“그때는 아주 많은 게 달라질 거야.”
* * *
우리는 다시 오크 군단을 괴롭히는 데에 집중했다.
함정을 설치한 다음 박격포로 투사와 용아병들을 꾀어 내서 쓰러뜨린다.
그 짓을 오후 내내 반복한 결과,
[용체병 처치]▷용린병:25
▷용아병:78
▷용익병:1
▷포탈:1
고인물 기준에서도 만족스러운 달성도였다.
하늘을 보니 슬슬 저녁이 가까워져 온다.
해서 나는 파티원들에게 말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쉽시다.”
고현우와 홍연화가 긴장을 풀며 옅게 웃었다.
연이은 전투로 피로가 꽤 쌓인 모양이다.
그런데 제일 좋아해야 할 서예인이 의외로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
“…….”
방금 전부터 한쪽에 시선을 고정한 상태.
시선을 따라가 보니, 먼 곳에 깨알같이 작은 형체가 지붕을 타고 이동하는 중이다.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그것이 더욱 또렷하게 보였다.
반인반룡에 상앗빛을 띠었다는 점은 용아병과 비슷하다.
그러나 한층 덩치가 크고, 몸에 뾰족뾰족한 구석이 전혀 없이 부드럽게 굴곡져 있다.
또다른 차이점은 한 손에 제 키만 한 장궁을 들었다는 것.
‘용조병.’
4일 차에나 하나둘 보이는 놈이 벌써 투입된 것이다.
랭크는 B+정도.
그나마 좋은 소식이라면 동 랭크 대비 무력은 비교적 떨어진다는 점이다.
만들어진 지 얼마 안 된 놈이라 보유한 스킬/특성/장비의 수가 많지 않고, 그마저도 대부분이 공격에 치중되어 있다.
나쁜 소식이라면 여전히 랭크 격차는 무시할 수 없다는 것.
‘저래 봬도 3학년 하위권은 되지.’
홍연화가 물었다.
“잡을 수…… 있을까?”
“가능은 한데, 일단 건드리지 말자.”
3학년은 [픽스 존]에 [슬롯] 규칙이 있을 때나 싸워 볼 만했지, 온전한 스펙으로 일대일을 하면 필패.
이대일로도 승률이 썩 높지 않다.
즉, 저놈 하나를 잡으려면 모두가 합공을 가해야 한다는 말이다.
“하필이면 원거리인 것도 문제고.”
용린, 용아와 달리, 용조병은 제각기 다른 클래스를 지녔으며 다른 무기를 사용한다.
근접 계열이었다면 끌어들여서 싸웠을 테지만, 저놈은 원거리라 우리 쪽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런데 저기 뭐가 더 있을지는 모르는 거거든.”
오크들이나 용아병만 대기하고 있어도 까다로워지고, 용조병이 추가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럼 역으로 당하는 거고.
더욱이 우리는 컨디션이 많이 떨어져서 휴식이 필요한 상태.
여러모로 지금은 피하는 게 낫다.
—라고 생각하는 그때, 내 머리 위에 마나가 모여들며 큼지막한 나팔이 생겨났다.
– 빰빠라밤빰빰—!!
그리고 동네방네 우리의 존재를 알렸다.
나는 헛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어쩐지 잠잠하더라.”
그놈의 핸디캡이 또 터진 것이다.
그것도 최악의 타이밍에.
서예인이 나를 돌아보았다.
“들켰어.”
과연 용조병이 이쪽을 포착한 듯, 한참이나 떨어진 거리에서도 적개심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이렇게 된 이상 싸우는 수밖에 없겠지.
바로 치고 들어가는 건 앞서 언급했듯 너무 위험하다.
놈이 이쪽을 추격하면서 현재 위치를 벗어나도록 유도해야 한다.
해서 나는 놈의 반대 방향으로 일행들을 이끌었다.
‘정 안 되면 [이탈] 쓰고.’
파밍을 하면서 4장은 다시 확보한 상태.
다만 그렇게 이동한 장소가 지금보다 안전하리란 보장은 없다.
운보다는 실력으로 헤쳐 나가는 게 나은 선택이겠지.
그런데 그 때,
– 끼리리릭—!
어디서 많이 들어 본 파공성이 귓가를 울렸다.
차현주가 용조병에게 사격을 가하고 있었다.
‘뭐든지 일단 물어뜯고 보는구만.’
그야말로 광견병 걸린 치와와 그 자체.
호승심이 강한 것은 나쁘지 않다.
그 덕에 유망주급까지 오른 걸 테고.
‘그래도 조금만 더 침착했으면 좋았을걸.’
– 끼리리릭!
쏟아지는 화살들 사이에서도 용조병은 느긋한 움직임으로 장궁을 들었다.
다음 순간 무언가 반짝하고 빛나는가 싶더니,
– 퍼어엉!
차현주의 상반신이 그대로 터져 나갔다.
여태까지 끈질기게 살아남았지만 결국 임자를 만나고 만 것이다.
또다시 빛이 번쩍이고,
– 퍼엉!
차현주 패거리로 보이는 남학생이 저격에 꿰뚫렸다.
강희찬을 비롯해 남은 이들이 사방으로 몸을 날렸고, 도주하는 그들을 용조병이 하나씩 사냥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우리한테서는 관심을 끊은 상태.
홍연화가 혼잣말처럼 말했다.
“……쟤도 가끔은 도움이 되네.”
물론 언제든 생각을 바꾸고 추격해 올 가능성이 있었기에, 우리는 더욱 발걸음을 재촉했다.
“얼른 뜹시다.”
* * *
자리를 벗어난 뒤에는 휴식을 취할 장소를 물색했다.
그렇게 복덩이 레이더가 지목한 곳은 텅 빈 민가.
전날 머물렀던 침구점과 비교하면 아쉬운 구석이 많았지만, 하룻밤을 보내기에는 나쁘지 않았다.
[‘야영지(4인)’을 사용합니다.]넓은 범위에 은폐 효과가 부여되고, 우리는 그 가운데에 모여 앉아서 저녁 식사 시간을 가졌다.
그러면서 오늘 얻은 카드들을 점검해 본다.
[아이템 카드]▷드래곤 나침반
▷기만의 손수건 *4
▷카드 합성기
▷생존자 계수기
▷야영지(4인) *1
▷야영지(1인) *3 New!
▷방출(A) *3 New!
▷방출(B) *1 New!
▷이탈(1인) *5 New!
▷꿰뚫는 창(A) *5 New!
▷꿰뚫는 창(C) *1 New!
▷생츄어리(S) *1
▷생츄어리(A) *2 New!
[꿰뚫는 창]은 S랭크로 합칠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당초의 목표였던 용익병은 이미 잡은 상태고, 야장룡은 카드만으로는 쓰러뜨릴 수 없기 때문이다.
나름 S랭크라, 꿰뚫는 창 한두 번 꽂아 넣어 봤자 치명상은 못 입힌다.
무의미하게 낭비할 바에는 A랭크 다섯 장으로 용조병을 잡는 게 낫겠지.
같은 이유로 [방출]과 [생츄어리]도 최대 A랭크로 유지할 생각이다.
– 둥……. 둥…….
이미 어둠이 내려앉았음에도 바깥에서는 여전히 오크들의 나팔 소리와 북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아마 밤낮을 가리지 않고 도시를 배회하며 탐색 마법을 연사하겠지.
[야영지] 또는 그에 준하는 은신 스킬이 없다면 모조리 잡힌다는 말이다.위험 요소는 그것 말고도 더 있었다.
나는 일행들에게 당부했다.
“또 이동해야 할 수도 있어.”
“왜지.”
서예인이 침낭에 몸을 집어넣다 말고 물었다.
“브레스가 어디 떨어질지 모르거든.”
전날 하수인과의 거래를 통해 [브레스 알림]을 구매해 두기는 했다.
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위치를 공유해 주는 것일 뿐, 브레스가 우리를 피해 가는 건 아니다.
고현우가 물었다.
“이 근방이 아니기를 바래야겠구려.”
“그렇지, 걸리면 바로 옮겨야 하니까. 야영지도 딴 데 다시 깔아야 되고.”
서예인의 얼굴은 무표정하면서도 불만이 가득했다.
“화가 난다.”
“제대로 쉬지도 못하게 하지?”
“응.”
“나중에 혼내 줘야겠지? 야장룡.”
“기억해 둔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서예인은 김호베개에 몸을 기대자마자 숙면에 빠져들었다.
반면 다른 이들은 쉽사리 잠을 이루지 못하고 창밖을 주시하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도시의 전경 일부분이 붉은빛으로 뒤덮였다.
고현우가 눈을 빛냈다.
“저게 알림이라는 것인가 보오.”
“그렇지.”
우리처럼 알림을 구매한 생존자가 저 안에 있다면 지금쯤 죽어라 달리고 있을 거다.
범위를 벗어나야 살 수 있으니까.
그렇게 약 5분여가 지났을 때, 한 줄기 광선이 그곳을 향했다.
– 콰아아앙-!
거대한 폭발과 함께 예고된 장소가 흔적도 없이 지워졌다.
또 도시 일부분이 붉은빛으로 뒤덮인다.
그리고 또 5분여가 흐른 뒤 브레스가 날아든다.
– 콰아아앙-!
주기적으로 울리는 굉음에 서예인이 부스스 실눈을 뜬 채 불평했다.
“그만 깨워…….”
“야장룡이 그랬어요.”
“기억해 둔다…….”
야장룡은 이후에도 두 번이나 더 브레스를 발사했고, 서예인은 그때마다 잠깐잠깐 깨어나며 놈을 향한 반감을 키워나갔다.
다행히도 이 근방은 범위에 포함되지 않았다.
오늘치 브레스는 여기까지였는지 오크들이 활동을 재개했으나, 나팔 소리와 북소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잦아들었다.
– 딸랑……. 딸랑…….
그리고 그 자리를 나지막한 종소리가 대신했다.
거래가 이루어지는 이때만큼은 오크도 용체병도 자리를 비워준 것이다.
홍연화는 두건을 쓴 형체를 응시하다가 흘긋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나갈거야?”
“아니. 살 거 없어.”
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목록은 어젯밤과 같다.
1. 보호의 부적(12시간)
2. 보호의 부적(8시간)
3. 하수인의 인장
4. 브레스 알림
그나마 살 만한 게 브레스 알림이었는데, 내일이 끝인 마당에 밤까지 걱정할 필요가 있나 싶다.
보호의 부적이나 하수인은 고려할 가치조차 없고.
물론 이건 모든 정황을 파악한 우리 기준.
다른 이들은 생각이 다를 수도 있다.
나는 생존자 계수기를 확인했다.
▷현재 생존자:51명
과연 저 중에 몇 명이 거래에 응하게 될까.
서포터가 다 해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