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e supporters are hammocked RAW novel - Chapter 488
488화 11~12주 차 중간고사 (15)
– 콰콰콰콰—!
옹조병은 오래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
아무리 3학년급 무력을 가졌어도 유망주급 넷한테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으면 답이 없는 법이다.
애초에 맷집이 그렇게 튼튼하지도 않았고.
곧이어 서브 퀘스트가 갱신되었다.
[용체병 처치]▷용린병:25
▷용아병:78
▷용조병:2
▷용익병:1
▷하수인:3
▷포탈:1
용조병 두 기를 큰 피해 없이 쓰러뜨렸으나, 마냥 낙관적인 상황만은 아니었다.
[푹신푹신]과 [유령무영], [불릿 타임] 등 쿨타임 스킬들 대부분이 묶인 상태.강력한 스킬을 연계한 탓에 마나 소모량도 상당했다.
서예인은 [단절 공간]을 유지해야 했으니 더 많았을 테고.
‘정비를 좀 해야지.’
다음 전투 전에 쿨타임도 돌리고, 마나도 조금이나마 회복하는 게 이상적이다.
다만 여기는 정비를 하기에 썩 좋은 장소가 아니다.
[방출]로 날려 보낸 용조병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고 있을 터.소음을 듣고 오크들이 합류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따라서 나는 일행들에게 말했다.
“일단 이동합시다.”
빠르게 걸음을 옮기는 와중 고현우가 물었다.
“모용 형 쪽은 잘 해결되었을지 걱정되는구려.”
“어떻게 잡기는 했을걸.”
사격 자체는 멎은 걸 보면 말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피해가 얼마나 컸을지는 알 수 없다.
어쨌든 살아남았다면 나중에라도 보게 되겠지.
우리는 전투가 벌어진 장소에서 제법 떨어진 곳, 그리고 주술사들의 탐지 마법이 미치지 않는 곳을 찾아 자리를 잡았다.
내친 김에 [야영지]까지 펼친다.
탐지 마법이 강화된 만큼 8시간 내내 숨지는 못하겠지만, 잠깐 정도는 괜찮을 거라 본다.
“이 틈에 쉬어 둬. 오늘 마지막 휴식이라고 생각하고. 가볍게 소주천 정도는 해도 된다.”
“그렇게 하리다.”
냉큼 가부좌를 틀고 연공에 들어가는 고현우.
서예인은 이쪽으로 두 팔을 뻗어 온다.
“업어 줘.”
“업혀서 뭐 하게?”
“휴식.”
“눕는 게 더 편하지 않을까요?”
“업어 줘.”
쉽사리 이해할 수 없었지만 원하는 대로 해 주기로 했다.
조금 전 용조병 전투의 최고 공로자이기도 하니까.
몸을 낮추고 등을 내보이자, 서예인이 내 목에 팔을 두르고 어깨에 턱을 올렸다.
서서히 눈꺼풀이 아래로 내려앉는다.
“……어부바 편함.”
“진짜 나무늘보가 따로 없네.”
“김호나무.”
해석하면 ‘내가 나무늘보면 너는 나무야’라는 뜻.
괜히 심술이 돋아서 몸을 좌우로 격하게 흔들었다.
“어어, 흔들린다 김호나무. 태풍인가? 태풍인가 봐!”
그에 슬며시 냄비를 꺼내 내 머리에 얹는 서예인.
“흔들리지 않는다.”
“넵.”
장난은 1절에서 끊을 때가 가장 아름다운 법.
나는 새근새근 잠에 빠진 서예인을 놔두고 정비에 들어갔다.
‘카드를 좀 정리해야지.’
오크들과 용조병들을 쓰러뜨리며 드랍된 것들.
사공욱 패거리도 민폐를 잔뜩 끼치기는 했지만 거하게 한 뭉치 떨궜다.
도움을 줬다는 이유로 모용준이 전부 우리한테 양보했고.
합성할 수 있는 카드들은 합성하고, 개중에서 앞으로 쓸 수 있는 것만 추려 본다.
[아이템 카드]▷드래곤 나침반
▷카드 합성기
▷생존자 계수기
▷방출(A) *6 New!
▷방출(B) *1 New!
▷꿰뚫는 창(A) *6 New!
▷꿰뚫는 창(B) *2 New!
▷생츄어리(S) *1
▷생츄어리(A) *5 New!
▷생츄어리(C) *1 New!
‘이 중에서도 유효한 건 A랭크 이상.’
가령 용조병은 B+랭크라, B랭크 [방출]에는 아무 영향도 받지 않는다.
[꿰뚫는 창]과 [생츄어리]도 마찬가지.사실상 각 6장씩, 총 18장 들고 있는 셈이다.
‘쓰기 시작하면 순식간이겠지.’
조금 전 짧은 전투만 해도 A랭크가 2장이나 빠졌으니까.
그렇게 얻은 건 B랭크 2장.
단순 계산으로 6장을 써서 2장을 얻은 셈이니 꽤 큰 손해다.
아쉽지만 계속 이런 식일 테고.
‘있는 걸로 최대한 잡아 보는 수밖에.’
* * *
1시간 남짓한 휴식 시간을 갖고.
고현우가 소주천을 마쳤을 때쯤 우리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야영지를 벗어나, 여태까지 하던 대로 건물 지붕 위에 올라선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당연하게도 오크들.
분명 이 근방은 탐색 마법으로 한 번 훑고 지나갔었는데, 순찰을 돌 듯 오면서 또 훑는 중이다.
우리처럼 나중에 숨는 생존자들마저 찾아내려는 것이다.
나는 놈들과 멀어지기 위해 반대 방향으로 일행을 이끌었다.
훌쩍 지붕을 타 넘으며 옆 건물로, 또 옆 건물로 넘어간다.
오크들을 주시하는 동시에 [드래곤 나침반]도 틈틈이 확인한다.
이대로 신중하게 움직일 생각이었으나, 세상일이란 계획대로 풀리지 않는 법.
마나의 나팔이 생겨나선 요란하게 울려 댔다.
– 빰빠라밤—!!
‘슬슬 나올 때도 됐지.’
이제는 익숙해져서 놀랍지도 않다.
오크들의 시선이 일제히 이쪽으로 쏠렸다.
– 취익! 나팔?
– 저기다! 지붕!
– 잡아라!
거기다 드래곤 나침반이 바쁘게 두 방향을 왔다 갔다 한다.
용조병 두 기가 앞서거니 뒷서거니 접근해 오고 있다는 뜻.
나는 빠르게 판단을 내렸다.
“오크부터 정리한다.”
“알겠소.”
수적으로도 전력으로도 열세지만 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때, 먼 곳에서 빛줄기 두 개가 날아들더니 옆 건물 지붕에 내려꽂혔다.
– 파팟!
한소미, 그리고 기사단 유망주 이성현.
전투를 치르다가 날아왔는지 온몸에 잔상처가 가득하다.
이성현은 전신을 까만 갑주로 두른 상태였는데, 이쪽을 발견하곤 투구 덮개를 들어 올렸다.
“역시 살아 있었나.”
“아직까지는. 그쪽은 좀 어떻냐.”
“보다시피.”
씁쓸한 표정을 짓는 이성현.
오크 챔피언이야 어찌어찌 쓰러뜨렸겠지만 용조병까지 상대하는 건 무리였겠지.
결국 송천혜 원정대가 사실상 와해되고, 최후의 수단으로 [이탈]을 쓴 것이다.
‘최후의 수단 치고는 단점이 크지만.’
결정적인 단점 하나는 어디로 날아갈지 종잡을 수 없다는 것.
당장 이쪽에 합류한 인원이 둘밖에 안 되고, 나머지는 도시 곳곳으로 뿔뿔이 흩어졌을 터였다.
또 하나 단점은 이펙트가 워낙 화려한 탓에 곧바로 위치가 특정된다는 것이다.
[이탈]을 사용한 주체는 물론 합류한 대상까지도.여태까지 잘 숨어서 도망다니던 파티들 입장에서는 날벼락이 따로 없다.
물론 내 경우에는 핸디캡이 터지는 게 먼저였지만, 두 사람이 그 사실을 알 리가 없었다.
해서 나는 해맑게 인사하려는 한소미에게 얼굴을 굳혀 보였다.
“이봐요, 한소미 씨.”
“넹?”
“저거 보이십니까?”
– 취익! 인간 둘이 늘었다!
– 다 죽여 버려라!
맹렬하게 돌진해 오는 오크들.
한소미가 머쓱하게 히히 웃었다.
“들켰넹!”
“어쩔 수 없는 건 이해하는데, 솔직히 우리 입장에서는 많이 곤란하거든.”
“미안합니당!”
“사과는 됐고, 이따 카드나 좀 주십쇼.”
“응!”
금단의 비술, 양심 팔아서 카드 얻기다.
세계 평화를 위해서라면 가끔은 이런 짓도 해야 하는 법.
나는 빠르게 합리화를 마친 뒤 전투에 들어갔다.
전투 양상은 장무극-왕춘삼 때와 거의 비슷했다.
서예인과 홍연화가 주술사들과 포격전을 벌이고, 나머지가 챔피언들과 맞서 싸운다.
오히려 전력상으로는 그때보다 지금이 더 우세했다.
선도부에 유망주급인데다, 둘 다 정면 승부에 최적화된 클래스니까.
한 가지 문제라면,
‘눈치가 너무 보이네.’
인페르노 피스트나 현음옥마지를 쓰자니 한소미가 시퍼렇게 눈을 뜨고 있다.
손수건을 착용하면 그것대로 중앙 광장에서 있었던 일이 들통날 테고.
‘아쉬운 대로 바람 마법 위주로 써야지.’
[나선폭발]회오리바람이 일며 오크 주술사들을 한 곳으로 끌어당겼고, 그대로 폭발했다.
– 퍼엉!
와해된 놈들을 홍연화와 서예인이 빠르게 정리한다.
그리고 다른 파티원들을 지원한다.
금세 마지막 챔피언까지 쓰러뜨렸으나, 긴장을 늦추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는 한소미마저도 진지한 태도로 검을 그러쥔 상태.
무언가가 엄청난 속도로 접근해 오고 있다는 걸 눈치챘기 때문이다.
다음 순간 장내에 용조병 두 마리가 내려앉았다.
거대 망치를 든 놈 하나, 장검을 든 놈 하나.
또 단절 공간—변덕쟁이 함정 연계를 쓸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너무 남발했다간 서예인의 마나가 먼저 바닥나 버릴 터.
전력을 유지하는 편이 나을 듯하다.
따라서 나는 일행들에게 지시했다.
“망치는 내가 맡는다. 장검 붙잡고 있어.”
“괜찮겠나?”
이성현이 물었다.
2:4 분배도 아니고 1:5가 말이 되는 소리인가 싶겠지.
나는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당연히 내 실력으론 안 되지. 카드 쓸 거야.”
“음, 그렇다면. 조심해라.”
어느 정도 수긍하며 넘어가는 이성현.
큼지막한 타워 실드를 앞세운 채 최전열에 자리를 잡는다.
망치 용조병은 내 뜻대로 움직일 생각이 없는지, 파티원들을 향해 짓쳐 들려 했다.
그 앞을 내가 가로막았다.
“일대일 하자니까.”
– 부웅!
비키라는 듯 휘둘러져 오는 망치.
B+랭크답게 속도가 엄청나지만, 망치인 만큼 태생적으로 다른 무기보다 느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타이밍 잡기가 더 쉽거든.’
[이화접목]까마귀 나무와 망치가 찰싹 달라붙었다.
그대로 옆으로 내던지면서 놈과 시선을 마주한다.
[‘증폭’을 사용합니다.] [‘공멸안’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C→A)] [‘문어발’을 사용합니다.] [대상에게 ‘빙결(A)’ 상태이상이 부여됩니다.] [대상에게 ‘풍화(A)’ 상태이상이…….] [대상에게 ‘빙결(A)’…….] [재사용 대기시간:01:39:58]쿨타임이 제법 길지만 이 정도는 중첩시켜야 먹힌다.
지금처럼 일대일을 벌이는 일이 많지 않기도 할 테고.
– 쩌저적,
놈의 몸 곳곳에 얼음이 돋아나고, 바람이 뱀처럼 휘감았다.
거기다 회오리바람으로 묶기까지 하니 옴짝달싹조차 못 한다.
[‘꿰뚫는 창(A)’을 시전합니다.]– 퍼엉—!
가슴팍에 커다란 구멍이 생긴 채로 허물어지는 용조병.
놈을 일별하며 일행을 향해 몸을 돌렸다.
일행들은 지시한 대로 나름 손발을 맞춰 가며 차륜전을 벌이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내가 끼어들지 않아도 충분히 저들끼리 잡을 수 있을 듯하다.
그런데 그때, 드래곤 나침반이 이리저리 요동치고 회전했다.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기척 몇 개가 무서운 속도로 가까워져 온다.
– 쐐애애액—!
“피해라!”
다급히 외치자 모두 전투를 잠시 중단하며 용조병과 거리를 벌렸다.
그러나 용조병은 이 상황을 예측했다는 듯, 고현우에게 집요하게 따라붙으며 장검을 내리그었다.
– 서걱,
섬뜩한 소리가 나고 한소미가 외쳤다.
“고현우! 팔이!”
그의 왼팔이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서포터가 다 해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