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e supporters are hammocked RAW novel - Chapter 507
507화 13주 차 합공 대인전 (3)
나는 제한 시간 4분이 끝나기 전에 담대한까지 날려 버리고, 유유히 밖으로 걸어 나왔다.
[서브 퀘스트:13주 차 대인전](진행 중….)▷목표1:체력 90% 이상으로 승리(1/2회)
▷목표2:적 처치(4/2명)
‘생각보다 할 만했네.’
곽지철 팀이 들고 온 작전이 나한테 유리하게 작용했다.
가장 큰 패착은 대단위 마법.
내 회피 능력을 의식해서, 반드시 맞히겠다는 심산으로 그랬던 것 같다.
문제는 근접 클래스인 백준석과 담대한의 실력이 나를 묶어 두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점.
그 결과 전열과 후열이 분리되고, 대단위 마법 시전까지 방해 받으며 작전이 어그러진 것이다.
‘차라리 처음부터 다 같이 들어오는 게 나았을걸.’
그럼 나도 훨씬 더 고전했을 거다.
물론 잡지는 못했겠지만, 적어도 전멸까지는 안 갔을 테지.
다음 경기에 들어가기 전에 나는 쿨타임을 돌리기로 했다.
[문어발]+[공멸안]에, 곽지철과 이슬비를 잡을 때는 [증폭]까지 쓴 상태.해서 한동안 오가는 학생들을 구경하거나,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시간을 때우다가 매칭을 잡았다.
‘이번에도 쉽게 쉽게 갔으면 좋겠는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병철이급으로 두 명만 넣어 주면 안 될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스코어보드에 나 포함 다섯 명의 이름이 떠올랐다.
[김 호 1,048점]vs
[신병철 503점] [왕 필 790점] [홍연화 863점] [한소미 1,088점]‘진짜 병철이네.’
그런데 팀원으로 0.8 유망주급 하나에 유망주급 둘이 붙었다.
소원이 이루어지기는 했는데 원숭이 손이군.
‘내 운이 다 그렇지.’
나는 투덜거리면서 순간이동 마법진에 올라섰다.
시가지의 모습이 펼쳐지고 맞은편에 신병철 팀 사인조가 속속들이 입장한다.
나를 보며 머쓱한 웃음을 흘리는 신병철.
얼굴만 봐도 ‘헤헤, 살살 좀 부탁드립니다 행님~’하는 목소리가 재생되는 것 같다.
그 옆에는 왕춘삼이 칼자루를 매만지며 서 있었는데,
‘쟤는 왜 또 왕필이야?’
가명 여러 개로 로테이션이라도 돌리나?
1학년이 다 끝나 가는 지금까지 실력을 숨기는 이유가 뭘까 궁금하기는 하다.
나중에 기회 되면 물어보든 해야지.
그 옆에는 울상을 지은 홍연화.
점수 좀 올린다 싶으면 나랑 매칭이 잡히니 의욕이 뚝뚝 떨어질 만도 하다.
미안하지만 나도 패고 싶어서 패는 게 아니다.
한소미는 언제나 그렇듯 해맑은 태도로 재잘거리다가,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붕붕 손을 흔들었다.
마침 잘 됐다 싶어서 메시지를 보냈다.
[김 호:님님] [한소미:넹넹!] [김 호:비공개 가능?] [한소미:비공개? 왱?] [김 호:해 주면 재밌는 거 보여 드림]한소미는 솔깃한 기색이 돼서 팀원들에게 내 말을 전달했다.
그러자 저들끼리 쑥덕쑥덕 의견 교환을 하더니 답장이 돌아왔다.
[한소미:승인되었습니당!] [김 호:아이고 고맙읍니다] [한소미:재밌는 거 기대!] [김 호:당연히 보여 드려야지요 허허]누구한테 재밌는 건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말이야.
곧 신병철 팀은 짧은 작전 회의를 마친 뒤, 각자의 위치에 자리를 잡았다.
[3] [2] [1] [Start!] [김 호 100%]vs
[신병철 100%] [왕 필 100%] [홍연화 100%] [한소미 100%] [남은 시간 03:58]경기가 막을 열자마자, 네 사람은 한데 뭉쳐서 나를 향해 접근해 오기 시작했다.
그러는 가운데 지팡이로 이쪽을 가리키는 홍연화.
마법진이 하나 둘 그려지며 불기둥이 피어오른다.
– 콰아아아—!
캐스팅 속도가 워낙 정교하고 빨라서 이 정도는 움직이면서도 쓸 수 있는 것이다.
나는 불기둥이 히드라로 변하기 전에 윈드포스와 나선폭발로 후려쳤다.
– 퍼펑!
홍연화는 계속해서 파이어 필라를 시전하며 나를 견제했다.
거기에 대응하는 동시에 나는 스태프로 맞은편을 가리켰고, 두꺼운 얼음벽이 솟아올랐다.
– 쿠쿵!
시야를 가리고 진로를 방해하여 시간을 벌기 위함.
처음 몇 번은 얼음벽을 돌아서 이동하는 신병철 일행이었으나, 이내 홍연화가 다른 해결책을 떠올린 듯했다.
– 펑!
불덩이가 작렬하자 견고하던 얼음벽이 사르르 녹아서 물웅덩이로 변한다.
‘저렇게 될 것 같더라.’
[아쿠아플레임]을 갖고 있으니 B랭크 아이스 월로는 못 막겠지.‘B랭크로는.’
[‘증폭’을 사용합니다.] [‘아이스 월’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B→S)] [지속 시간 00:29:59] [재사용 대기시간 00:29:59]왜 아까운 증폭을 아이스 월 따위에 쓰냐고?
이 스킬이 내 전략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또다시 벽을 세우자 홍연화가 기다렸다는 듯 불덩이를 날렸다.
– 퍼펑!
그러나 녹는 속도는 이전보다 확연히 더뎠다.
아무리 상성 우위를 가졌어도 랭크 차이를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하는 것이다.
– 퍼펑!
몇 번의 시도 후 왕춘삼이 말했다.
“돌아서 가는 게 낫겠군.”
“……응. 시간을 너무 뺏기네.”
내가 얼음 벽을 세울 때마다 이리저리 돌아서 접근해 오는 신병철 팀.
그러다가 서로가 또렷하게 보일 정도로 거리가 좁혀졌을 때 내가 말했다.
“자, 그럼 보여 드리겠습니다. 김호가 사라지는 마술!”
바로 앞에 아이스 월을 시전한 뒤, 두꺼운 얼음이 솟아오름과 동시에 블링크.
다음 순간 내가 나타난 곳은 멀찍이 세워 둔 얼음벽 뒤였다.
한소미와 신병철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잉? 어디 갔어?”
“뭐야, 진짜 마술이네.”
왕춘삼도 살수로서 쌓은 경험을 살려, 추측한 바를 입에 담았다.
“은신을 한 것 같지는 않군. 유령무영으로 벗어난 것 같은데, 아마 멀리 못 갔을 거다.”
“흩어져서 수색하자고?”
“선택의 여지가 없지 않나. 숨바꼭질만 하다가 끝날 판이니.”
그 말대로 나는 ‘필살 김호 무한 도망치기 전법’을 쓰는 중이었다.
‘이건 안 싸우는 게 낫지.’
한소미와 홍연화는 물론이고 왕춘삼도 쉽지 않은 상대.
경기를 비공개로 돌린 지금은 제 실력을 전부 발휘할 거다.
그나마 만만한 게 신병철인데, 나머지 셋의 합공을 흘리면서 잡는 건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무리했다가 체력 90%가 깨지면 오히려 손해지.’
그보다는 안정적으로 승기를 굳히는 게 나은 판단.
따라서 필살 김호 무한 도망치기 전법으로 가는 거다.
나는 아이스 월에 등을 기댄 채 시간을 확인했다.
[남은 시간 02:46]‘C랭크 블링크의 쿨타임은 2분.’
물론 여기서 더 줄일 방법이 있다.
[‘시간 분담’을 사용합니다.] [분담 비율:20%] [재사용 대기시간 감소 15%] [재사용 대기 시간 01:16]이러면 앞으로 두어 번은 더 쓰겠지.
– 콰아아아—!
신병철 팀이 수색에 들어간 한편, 홍연화는 빠르게 화염 마법을 연계하기 시작했다.
전투가 벌어질 것을 대비해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 두려는 것이다.
겸사겸사 아이스 월도 녹이고.
– 퍼퍼펑!
히드라들이 불덩이를 토해 내고, 불길로 장내를 뒤덮으며 얼음벽을 하나 둘 철거했다.
그러다 보니 시원하던 등이 뜨끈뜨끈했다.
내가 숨어 있던 아이스 월이 스르르 녹아 내리며 투명해지고 있었다.
[남은 시간 02:02]“저기닷!”
곧바로 나를 발견하고 외치는 한소미.
경공법으로 날듯이 거리를 좁혀 온다.
홍연화 역시 지팡이로 이쪽을 가리켰고, 여기저기서 불기둥이 치솟으며 히드라를 만들어 냈다.
– 쐐쐐쐐쐐—!
– 퍼퍼퍼펑!
사방에서 몰아치는 검기와 불덩이들.
사이사이에 젓가락도 끼어 있다.
그것들을 피해서 열심히 보법을 밟고 있으니, 어디선가 은밀한 기척이 접근해 오는 게 느껴졌다.
– 쐐애액—!
왕춘삼이 기회를 엿보다가 찔러 들어오는 것이다.
그러나 합공에 휩쓸리기 직전,
‘쿨타임 돌았네.’
나는 블링크를 시전했다.
시야가 홱 바뀌더니 눈을 동그랗게 뜬 홍연화의 모습이 보인다.
“???”
반응할 틈도 없이, 나는 홍연화의 팔을 붙잡은 채 반대편으로 유령무영을 시전했다.
너 납치된 거야.
빙긋 웃으며 입을 연다.
“홍연화.”
“어, 어……?”
“불 꺼. 더워.”
– 휘이잉—!
한없이 자상한 말투와는 대조적으로, 내 손에는 바람이 사납게 휘몰아치며 압축되고 있었다.
“…….”
홍연화의 눈동자가 또르르 굴러 제 팀원들을 향했다.
이쪽으로 죽어라 달려오곤 있지만 제때 자신을 구해 주진 못할 터.
체념하곤 지팡이를 휘젓자, 히드라들이 역소환되고 일대를 가득 뒤덮었던 불길이 사그라들었다.
나는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잘했다.”
“그러면…….”
“살살 던질게.”
“아니—”
– 펑!
“아아아—”
홍연화가 포물선을 그리며 멀어져 갔다.
그 모습을 일별하며 나는 나머지 팀원들을 향해 몸을 돌렸다.
까마귀 나무를 휘젓자 얼음벽들이 불쑥불쑥 솟아오른다.
– 쿠쿠쿵!
날렵하게 벽들을 뛰어넘으며 짓쳐들어오는 한소미.
검을 휘두르면서 외친다.
“재밌는 거 어딨어!”
“보여 줬잖아요, 김호가 사라지는 마술.”
“……그렇네?”
“솔직히 신기했지?”
“신기해!”
“아무한테나 보여 주는 게 아니거든.”
비공개 대인전이라 특별히 꺼낸 거다.
왕춘삼이 일검을 찌르며 말했다.
“우리가 비밀을 지키리란 계산도 있었겠지.”
“다들 입이 무거우니까.”
“저자는 괜찮은 건가?”
그가 말하는 ‘저자’란 지금도 열심히 젓가락을 투척 중이신 찻집 사장님.
시선이 집중되자 신병철이 너스레를 떨었다.
“아유, 믿어 주셔. 우리 VVIP 고객님이신데, 함부로 나불대고 다니면 내가 손해야, 내가.”
“그런가. 하기야 도둑들은 손익에 민감한 면이 있으니.”
일리가 있다며 수긍하는 왕춘삼이었다.
나는 바람 마법과 먹구름, 그리고 가끔은 이화접목을 쓰며 세 사람의 합공을 흘려 냈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경기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남은 시간 00:26]또 쿨타임이 돌았기에 나는 마지막으로 블링크를 시전했다.
칼날 두 개와 젓가락들이 허공을 가른다.
“……!”
“……!
곧이어 내가 나타난 곳은 조금 떨어져 있던 건물 지붕 위.
합공을 가하던 세 사람도, 겨우 돌아온 홍연화도 허무하게 나를 쳐다볼 뿐이었다.
‘블링크…… 배워야겠지?’
서포터가 다 해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