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e supporters are hammocked RAW novel - Chapter 59
59화 4주 차 공략전 (1)
고현우는 보고서 작성과 내가 추가로 내준 숙제로 바빠졌다.
주말 동안은 머리가 많이 고생할 것이다.
한편 나는 마법공학 공방에서 더 시간을 보냈다.
하는 일은 지난 며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제4공방에서 밑 준비를 하고, 가끔 마법공학 동아리 선배들이 가져오는 실패작을 분해해 준다.
제1공방에 자리가 나면 잽싸게 들어가서 아이템을 만든다.
다만 이번에는 들어가는 재료의 수준이 훨씬 높았다.
[마력기관] [부유석 추출물] [웨더 칩]여기에 다른 선배들이 의뢰 보상으로 내준 고급 재료들까지 모조리 제작에 활용했다.
그렇게 쳇바퀴 같은 며칠이 흐르고…….
주말 아침.
새벽이 막 끝나고, 창밖에서는 서서히 동이 터 올 무렵.
나는 손에 든 공구를 내려놓았다.
‘끝났다.’
가늘고 길쭉한 심 형태의 부품.
며칠간 이것만 붙잡고 씨름하다가 드디어 완성한 것이다.
부품에 마나를 불어 넣자, 미약한 상승기류가 발생하며 작업대 곳곳에 흩어져 있던 잡다한 것들이 붕 떠올랐다.
몇 센티미터가량 떠올랐을 때 마나를 끊으니 다시 우수수 떨어져 내린다.
“……!”
때마침 짧은 휴식을 취하던 선배들이 그 광경을 보고 눈을 휘둥그레 떴다.
나에게 부담이 되리라 생각했는지 우르르 몰려들지는 않고, 봉재석과 일전에 봤던 여선배 하나만 나에게 다가온다.
두 사람 모두 얼굴에 탐구욕이 가득했다.
“무슨 재료를 그렇게 열심히 긁어모으나 했더니……. 또 신기한 걸 만들었네.”
“잠깐만 봐도 돼?”
“예, 선배님.”
내가 승낙하자 두 선배가 부품에 고개를 가까이 들이밀고 이모저모 살폈다.
번갈아서 감탄사를 흘린다.
“이런 구조구만…….”
“부유석 추출물이 왜 필요한가 했는데, 다 쓰임새가 있었네…….”
“와, 이거 봐 봐. 기가 막힌다, 기가 막혀.”
이 부품의 원리는 크게 세 단계로 나뉜다.
[마력기관]을 통해 마나를 공급하면, [웨더 칩]이 일정 범위 내에 기후 변화를 일으키며, [부유석 추출물]이 그 기후의 종류를 결정한다.봉재석이 부품을 나에게 건네며 물었다.
“생김새가 무기에 들어가는 건가 본데, 스태프? 셉터?”
“비슷합니다.”
“본체는 구했고?”
현재로서는 부품에 불과하기에 무언가에 장착해야만 아이템 구실을 한다.
인벤토리에서 1미터 남짓한 길이의 철봉을 꺼냈다.
“아쉬운 대로 이걸 쓰려 합니다.”
용살학원에서 무상으로 제공하는 F등급 철봉을 살짝 뜯어고친 것이다.
부품을 끼워 넣자 무리 없이 하나가 되었다.
[부유의 철봉(E)]▷‘레비테이트 존(F)’ 상시 발동
레비테이트 존. 부유 구역.
상승 기류를 일으켜 범위 내의 모든 것을 떠오르게 만드는 바람 마법이다.
사물이든 몬스터든 각자 무게가 다르고 마법 저항력도 다르니 떠오르는 정도에는 차이가 있지만, 그렇게 조금이라도 부유하는 것들은 모두 물리력의 영향을 받기 쉬워진다.
즉, 범위 내에서는 [윈드포스]에 더 취약해진다는 말이다.
다만 이 [부유의 철봉]의 랭크는 고작 E.
상시 발동하는 [레비테이트 존]도 F급에 불과하다.
위력이 미미하고 범위도 좁다. 비유하자면 단칸방 정도일까.
‘철봉을 썼으니까.’
마법공학 아이템은 부품뿐만 아니라 본체를 이루는 금속의 재질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
임시방편이기는 하나 철봉을 썼으니 잘해야 E등급이 한계.
더 좋은 금속을 써서 더 뛰어난 본체를 만들면 당연히 랭크도 성능도 상승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 ‘좋은 금속’은 어디에서 구하는가.
‘내려가야지.’
던전동 지하로.
철봉을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내가 떠날 때가 됐다는 사실을 직감했는지, 봉재석이 나를 바라보며 조금은 아쉬운 투로 말했다.
“이제 당분간 안 오겠네.”
그가 그렇게 확신하는 이유는, 내가 [부유의 철봉] 완성에 정확히 맞춰서 모아 둔 재료를 다 소진했기 때문이다.
뭘 더 만들 생각이었다면 조금은 남겼을 테니까.
사실이었기에 나는 부인하지 않았다.
“예, 그간 신세 많이 졌습니다.”
여선배가 슬쩍 대화에 끼어들었지만,
“신세 많이 졌으면 우리 동아리 가입븝븝!”
“신세는 무슨. 또 만들고 싶은 거 생기면 언제고 찾아와라.”
봉재석이 도중에 주둥이를 막아 버렸다.
내 마음이 떠난 게 보이니 차라리 쿨하게 보내 주기로 마음먹은 듯했다.
나는 정중하게 꾸벅 고개를 숙이고 제1공방을 나섰다.
– 아니, 왜 그냥 보내?
– 아서라, 쟤가 입부를 하겠냐. 어디 묶여 있을 그릇이 아니야.
– 그건 끝까지 모르는 거지!
– 그냥 포기해라.
공방 안쪽에서 가벼운 말다툼이 이어졌다.
* * *
남은 주말은 트레이닝 센터에서 [윈드포스]와 [코어]를 수련하며 보냈다.
월요일.
학생 식당이 아침부터 북적거렸다.
서예인과 나는 인파 속에 끼어서 아침 식사를 하기보다 밖으로 나가는 걸 택했다.
한 손에는 커피, 반대쪽 손에는 반으로 접은 와플을 들고.
교정 한켠의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와플을 먹으면서 오가는 사람들을 관찰하자니 사복 차림의 비율이 부쩍 늘어났다.
멘토링을 위해 초빙된 졸업생들.
이번 주 들어 학생 식당이 북적거리기 시작하는 건 저들의 영향이 크다.
멘토링은 학기 둘째 달인 5주 차, 즉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번 한주는 저들이 학사 측으로부터 기본적인 지침과 멘토링의 골자 등을 전달받는 기간이다.
이것과 관련해서 서예인에게 해 둘 말이 있었다.
“공지사항. 김호의 마력탄 특강은 임시 휴강입니다.”
“……?”
서예인이 와플을 한입 베어 물려다 말고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다 볼에 크림이 조금 묻었는데, 내 말에 정신이 팔려 알아채지 못한 것 같다.
회색빛 눈동자가 나를 빤히 응시하며 ‘왜 휴강이지?’ 이유를 묻는다.
나는 차분한 어조로 설명했다.
“어차피 새 스킬은 다음 주 멘토링 때 익히니까 지금은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아. 이 일주일은 내실을 다지는 게 낫겠다.”
효율적으로 성장하려면 무턱대고 스킬의 종류만 늘릴 게 아니라, 보유한 스킬의 숙련도와 랭크를 올려 주는 시간도 필요하다.
누구든 반드시 거쳐 가야 하는 과정이고, 내가 보기에는 이번 주가 아주 적절하다.
알아서 잘 수련하라고 말하려다가, 서예인은 약간의 방향성이나 목표를 제시해 주면 더 능률이 오른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마력탄]이랑 [사출], 둘 다 C랭크를 목표로 해 보자. 멘토 아저씨를 놀래켜 주는 거지. 아닛! 1학년이 이런 마력탄을? 하고.”
아직 멘토가 졸업생일지 3학년일지는 모를 일이라 ‘아저씨’라는 단어에는 다소 어폐가 있지만, 아무튼 요점은 열심히 수련해서 멘토를 놀라게 해 준다는 거다.
서예인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응, 해 볼게.”
기억하기로 마력탄이 D, 사출이 E니까, 일주일 만에 동시 C랭크는 사실 무리한 감이 있었다.
그럼에도 일부러 목표를 높게 잡은 이유는, 그래야 열심히 수련할 것 같아서.
또 서예인의 압도적인 재능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기대감 때문이었다.
“야, 근데 너 볼에 크림 묻었다.”
“?”
“아니, 거기 말고. 반대쪽.”
“??”
“조금 옆에.”
“???”
* * *
공략전 수업.
서청용 선생님이 칠판에 단어 두 개를 적었다.
[자원] [시간]“지난 공략전은 너희들의 가장 소중한 자원, 시간을 최대한 절약하는 방향으로 진행했지.”
타임 어택.
던전에서 얼마나 적은 시간으로 목표를 달성하느냐가 핵심이었다.
“여기서 손 한번 들어 보자. 사실 그 늪지대 중반쯤에 특이한 게 있었거든. 혹시 기억나는 사람?”
“……?”
3반 학생들이 어리둥절해서 서로를 바라보았다.
하나같이 얼굴에 이렇게 쓰여 있다.
– 그런 게 있었다고?
규칙이 규칙이라 다들 최대한 빨리 던전을 주파하는 데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던 데다가, 등 뒤에서는 참수자 고블린이 식칼을 들고 쫓아왔었다.
그런 급박한 상황에서 대체 누가 여유를 부리며 주변 환경을 찬찬히 훑어보겠는가.
사람이 무슨 고인물 플레이어도 아니고…….
물론 나는 이럴 때 혼자 번쩍 손을 들어 올리는 관심종자는 아니었다.
한참이나 아무도 나서지 않자, 서청용이 빙긋 웃더니 칠판에 정답을 띄워 올렸다.
고블린 늪지대 중반부, 나무 밑동 부분에 기하학적인 문양이 음각되어 있었다.
“주의 깊게 봐도 눈에 안 띄지. 급박한 상황이면 더 지나치기 쉬워. 그래도 항상 이런 사소해 보이는 것들을 캐치하도록 신경을 써야 한단다. 왜일까?”
이 질문에는 제일 앞줄의 여학생이 대답했다.
“정말 사소한지는 확인해 봐야 아는 거니까요.”
“바로 그거야.”
그 사소해 보이는 것이 사실 던전의 핵심 요소라면?
가령 그것이 일대의 함정들을 가동하는 장치라면?
추가로 몬스터를 소환하는 장치라면?
숨겨진 방으로 통하는 입구라면?
무심코 지나쳐서 좋을 게 없다.
“자, 그래서 이번 주 공략전 주제는—”
MAP:[무작위]
RULE:[소탕][2인 던전][랜덤 매칭]
“—바로 소탕입니다.”
소탕.
던전 내부를 얼마나 깨끗하게 청소하는가.
가령 몬스터 100마리가 존재한다면 그중 몇 마리까지 발견하고 처치하는가.
물론 100마리가 던전 입장과 동시에 우르르 몰려올 가능성은 전무하고, 곳곳에 숨어 있을 것이다.
던전 구석구석을 주의 깊게 살피고 다녀야 고득점을 얻을 수 있다.
서청용이 손가락을 하나 꼽았다.
“중요한 거 하나. 이번에는 시간제한이 없단다. 서두르지 않고 꼼꼼히 보기만 하면 누구든 최고점! 어때?”
학생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대인전에 치이고, 타임 어택에 치이고, 강적에 치이고, 2대2에 치이던 차에, 이런 쉬어 가는 공략전이라니.
서청용이 빙긋 웃으며 두 번째 손가락을 접었다.
“중요한 거 둘. 지형은 랜덤이야. 정글이 나올 수도 있고, 유적지가 나올 수도 있고, 동굴이 나올 수도 있고……. 사람마다 다른 던전에서 공략전을 치르는 거지.”
제일 앞줄의 학생이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선생님, 그러면 연습 모드랑 실전 모드도 지형이 달라요?”
“다르지.”
“그럼 연습 모드 해 봤자 아무 소용 없는 거 아니에요?”
“정말 아무 소용이 없다고 생각하니?”
“……아.”
질문을 한 학생이 무언가 깨닫곤 손을 내렸다.
매번 다른 던전에 들어가더라도 경험은 계속 쌓인다.
관찰력 역시 단련할수록 늘어난다.
그렇게 향상된 관찰력은 결국 실전에도, 나아가서 학기 중 다른 공략전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너무 점수에만 목매지 말고, 경험 삼아 여러 번 연습 모드를 해 보렴. 컨닝할 생각인 친구들도 이번에는 포인트를 아끼자.”
몇몇 학생들이 뜨끔해서 서청용의 시선을 피했다.
어차피 무작위 던전이라 남의 리플레이를 보고 따라 하는 꼼수는 안 통한다.
서청용이 시간을 확인하고 수업을 마무리 지었다.
“보내 주기 전에, 이번 주에는 숙제가 있습니다.”
서청용이 저주받을 단어를 입에 담자, 학생들의 얼굴이 순식간에 배신감으로 물들었다.
믿었던 당신마저 숙제를 내줄 줄이야…….
미안하다며 멋쩍은 웃음을 흘리는 서청용이었다.
“각자 리플레이를 보면서 지도를 그려 오면 돼. 몬스터 위치 표시하는 거 잊지 말고. 기한은 다음 주 월요일까지. 그럼 수업 끝! 다음 시간에 보자!”
오늘은 고현우 서예인과 따로 움직이기로 했다.
어차피 팀원도 무작위로 정해지고,
저 둘은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하니 연습 모드부터 시작해야겠지.
반면 나는 경험이 넘치도록 쌓인 놈이라 연습 모드를 해 봤자 시간 낭비다.
초장부터 실전으로 간다.
곧장 던전동 상층으로 향했다.
단말기에 학생증을 찍고, 팀원이 나타나길 기다리면서 잠시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쓸 만한 친구가 걸리면 좋겠는데…….’
이번 주 퀘스트를 확인해 보면,
[서브 퀘스트:4주 차 공략전]▷목표:공략전 던전 클리어
▷기한:~일요일 자정
▷보상:완성도에 따라 차등 지급 (??/100%)
내가 있는 이상 파트너로 누가 걸리든 완성도 100%는 따 놓은 당상이다.
솔직히 말해 하나부터 열까지 나 혼자서 다 해도 상관없다.
그렇다면 여기서 ‘쓸 만한 친구’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바로 [복사]로 가져올 만한 스킬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마법공학 공방에서 해야 할 일은 일단락 지었기에 [마법공학] 스킬은 당분간 안 쓴다.
그 자리를 전투 계열 스킬로 덮어씌울 생각이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근처에 순간이동 포탈이 입을 열었다.
안으로 걸어 들어가자 공기가 순식간에 상쾌해졌다.
지면의 높낮이가 일정하지 못한 걸로 보아 산간 지대로 추측된다.
그리고 내 파트너는…….
‘또 너니?’
빨간 머리와 불타는 루비.
그리고 나를 보자마자 얼굴에 핏기가 사라져 버린.
홍연화였다.
서포터가 다 해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