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e supporters are hammocked RAW novel - Chapter 61
61화 4주 차 공략전 (3)
자신 있게 나섰지만 보스급 트롤 두 마리가 그리 녹록한 상대는 아니었다.
최소한의 계획은 세워 두고 들이받아야 한다.
지금 같은 2 대 2, 사실상 2 대 1 구도에서는 원거리에서 야금야금 깎아 먹는 방식이 가장 안전할 것이다.
다만 저놈들의 저항력과 재생력을 고려했을 때 그 방식은 하루 종일 걸릴 가능성이 크다.
단기간에 대미지를 누적시켜 쓰러뜨려야 하는데, 그것을 가능하게 하려면.
‘근접전.’
일반적인 마법사는 감히 떠올릴 수 없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나름 올라운더형 캐스터를 지향하는바.
미숙하나마 근접전 스킬도 배워 둔 게 있었다.
완드에 박힌 루비가 번쩍 붉은빛을 발하고.
[오버히트]홍연화의 온몸에서 옅은 불꽃이 이글거리며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완드를 들어 트롤 한 놈을 척 가리키는 것이 개전 신호가 되었다.
“크아아아!”
트롤 두 마리가 그녀를 노리고 돌진해 왔다.
홍연화는 똑바로 마주 걸으며 완드를 들지 않은 손에 빠르게 주문을 조립했다.
– 부웅!
휘둘러 오는 곤봉을 슬쩍 몸을 기울여 피하고, 곧장 물러나 마구잡이로 허공을 찍어 대는 쌍도끼의 범위에서 벗어난다.
마법사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민첩한 움직임.
화염 계열 육체 강화 스킬, [오버히트]의 효과였다.
회피를 하면서도 계속 일정 거리를 유지한다.
근접 공격이 닿을락 말락 한, 그러나 마법을 던지면 곧바로 직격할 만한 거리를.
곧 홍연화의 손에 사람 머리통만 한 화염구가 들렸고,
[플레임 오브]– 펑!
트롤의 상반신이 불길에 휩싸였다.
놈은 뜨겁지도 않은지 아랑곳하지 않고 둔기를 휘둘렀다.
그것을 피해 조금 거리를 벌리고 살펴보니, 아직 잔불이 타오르는 상반신에 옅은 화상 자국이 남았다.
동시에 도끼를 든 놈의 육체에도 똑같은 화상 자국이 새겨졌다.
홍연화가 인상을 구겼다.
‘라이프링크? 진짜 던전 꼬라지 하곤…….’
[라이프링크]. 생명 공유 마법.한쪽이 피해를 받으면 연결된 두 개체가 그 피해를 나눠 받는다.
100의 피해를 받으면 50씩.
안 그래도 마법 저항력 때문에 대미지가 90, 80으로 깎여서 들어가는데, 그것마저 절반으로 나뉘는 셈.
이렇게 나눠 받은 피해는 트롤 특유의 높은 재생력으로 금세 회복해 버린다.
‘그렇게 만점 주기가 싫었나?’
마지막 두 마리에 저런 치사한 짓을 해 놓다니.
누가 이 인공 던전을 설계했는지는 몰라도, 정말 마음씨가 옹졸하고, 치사빤쓰하고, 말미잘—
– 부웅!
또다시 곤봉이 날아왔기에 홍연화의 생각은 거기서 끊겼다.
훌쩍 물러나며 두 번째 플레임 오브를 시전한다.
‘아직 할 만해.’
방금 대미지가 영 시원치 않았던 이유는 트롤들에게 걸린 [라이프링크] 탓도 있었지만, 화염구의 크기가 작아서이기도 했다.
시전 시간을 줄이기 위해 작게 만든 것은 좋았지만 위력도 함께 줄어든 것이다.
그럼 이번에는 크게 만들면 되지.
– 퍼엉!
한층 커다란 폭발이 곤봉 트롤의 상반신을 집어삼켰다.
대미지가 얼마나 들어갔는지 확인하고자 한다면, 한창 불타는 중인 곤봉 트롤 대신 쌍도끼 쪽을 보면 된다.
피해를 공유하니까.
화상 자국이 빠르게 번져 나가는 걸 보니 이번에는 유의미한 피해를 준 것 같다.
“크아아아!”
그럼에도 놈들은 고통을 느끼지 않는 건지, 아니면 고통을 고스란히 분노로 바꿔 싸우는 건지, 온몸이 불타는 와중에도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불붙은 몽둥이가 휘둘러졌다.
그것을 피하는 찰나, 희끄무레한 무언가가 파공성을 그리며 빠르게 가까워져 왔다
– 휘리리릭!
“!”
확인보다는 당장 피하는 게 급선무였다.
홍연화가 급히 몸을 옆으로 기울이자 머리카락 몇 가닥이 잘려져 흩날렸다.
쌍도끼 트롤이 도끼를 하나밖에 안 든 것을 보고서야 방금 지나간 것이 손도끼였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크아아아!”
도끼 트롤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펄쩍 뛰어 하나 남은 도끼를 내려찍었다.
그에 보조를 맞추듯 몽둥이 트롤이 자세를 낮추며 바닥을 쓸었다.
상반신과 하반신을 동시에 노리는 연계 공격.
몬스터답지 않게 합이 잘 맞았다.
홍연화가 정신을 바짝 집중했다.
바닥을 가볍게 걷어차 허공으로 떠오르자 발아래에 몽둥이가 스쳐 가고,
착지하는 즉시 또 바닥을 걷어차 도끼질의 범위를 벗어난다.
그리고 그사이에 완성한 플레임 오브를 집어 던진다.
– 퍼엉!
계속해서 누적되는 피해.
또 아무렇지 않게 연계 공격을 이어 가는 트롤들.
“!?”
홍연화는 위화감을 느끼고 순간적으로 멈칫했다.
그리고 짧은 찰나 냉정한 눈으로 위화감의 정체를 파악했다.
‘패턴을 반대로 바꿨어.’
몽둥이가 상반신으로 휘둘러지고, 도끼가 하체를 노린 것이다.
방금 전과 똑같이 대응했다면 뛰어올랐다가 몽둥이에 얻어맞아 크게 낭패를 볼 뻔했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 휘리리릭!
등 뒤에서 파공성이 가까워져 온다.
‘이게 무슨?’
황급히 몸을 옆으로 날리자 손도끼가 그 자리를 스쳐 지나가 도끼 트롤의 손에 척 잡힌다.
부메랑처럼 먼 거리를 한 바퀴 선회하고 돌아온 것이다.
[회수] 계열 마법이 걸린 투척 무기.홍연화는 어이가 없어졌다.
‘저건 반칙 아니야?’
무슨 인공 던전 보스가 [라이프링크]에 마법 아이템까지 들고 있어?
이건 정도가 지나치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오히려 오기가 생긴 홍연화였다.
‘누가 이기나 보자.’
“크아아!”
짧은 시간 소강상태에 놓였던 전투는 쌍도끼 트롤이 도끼 하나를 투척하며 재개되었다.
연계 공격 자체는 계속 똑같은 방식이었다.
한 놈이 위쪽, 다른 놈이 아래.
다만 몽둥이가 불규칙적으로 위쪽을 노렸다 아래를 노렸다 하는 게 몹시 헷갈렸다.
그걸로도 모자라 중간중간 앞뒤로 날아드는 손도끼까지 피하려니, 홍연화의 손발이 급격히 어지러워졌다.
좀처럼 마법을 끼워 넣을 틈이 나지 않는 상황.
이렇게 놔두면 기껏 쌓아 놓은 대미지마저 회복해 버린다.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제일 거슬리는 건 부메랑같이 날아다니는 손도끼지만, 그걸 무력화하기는 어려워 보이고.
‘……몽둥이.’
그렇다면 저 몽둥이부터 파괴하고 보자.
홍연화가 일순간 정신을 집중하여 스킬을 사용하자, 한쪽 손이 손목까지 빨갛게 달구어졌다.
휘둘러지는 몽둥이를 피하고, 회수되는 순간을 노려 강하게 움켜쥐었다.
[피닉스 그립]– 콰드드득!
몽둥이의 중간 부분이 으스러지면서 장작으로 화했다.
트롤은 반 토막 난 몽둥이를 집어 던지더니 아예 두 주먹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뿐만 아니라,
– 휘리리릭!
뒤쪽에서 손도끼가 날아오는 소리가 들린다.
홍연화가 피할 준비를 하는데,
– 휘리릭!
앞쪽에서도 희끄무레한 것이 빠르게 가까워져 온다.
도끼 트롤을 확인해 보니 완전 빈손이다.
홍연화는 새삼 간단한 이치를 깨달았다.
‘아, 그렇네.’
손도끼 하나를 던질 수 있으면 두 개도 동시에 던질 수 있는 거지.
이건 못 피하겠는데…….
짧은 찰나 온갖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맞으면 바로 리타이어인가?
머리에 손도끼가 꽂히는 건 어떤 느낌일까?
곧 알게 되겠지.
홍연화가 몸을 움츠리고 눈을 질끈 감은 순간,
– 텅! 텅—!
머리 근처에서 생소한 충돌음이 울렸다.
천천히 눈을 떠 보니 언제 왔는지 김호가 앞에 서 있고, 자신에게 날아들던 손도끼는 저만치 튕겨 난 상태.
“……!”
홍연화의 머릿속이 더 뒤죽박죽 뒤엉켰다.
그중 두어 개를 꼽자면 ‘여태 뭐 하다 이제 도와주나?’와 ‘그래도 도와주긴 하는구나!’ 정도.
“크아아아!”
트롤이 저돌적으로 두 주먹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김호는 피할 생각도 하지 않고 제자리에서 놈을 맞이했다.
그러다 한 걸음 내디디며 놈의 어깨 어림에 손을 얹었고,
– 텅—!
우람한 몸뚱이가 휘청거리며 몇 걸음이나 뒤로 물러났다.
김호가 곁눈으로 시선을 보내자 홍연화는 저도 모르게 자세를 꼿꼿하게 세웠다.
김호의 입이 열렸다.
“포대(砲臺)를 서라.”
“포, 포대? 무슨 마법?”
“파이어 필라.”
일정 구역 내에 불기둥을 피워올리는 마법.
김호와의 배치 고사에서도 승부수로 꺼냈었는데, 그러고도 1%의 체력조차 못 깎은 아픈 기억이 있었다.
위력 하나는 압도적인 대신 단점 역시 명확한 마법이다.
적이 범위를 벗어나면 무용지물이라는 것.
해서 이 마법을 쓴다면 가장 먼저 ‘어떻게 적들을 묶어 둘 것인가?’ 하는 질문이 나와야 한다.
하지만 홍연화는 어쩐지 그 질문이 쓸데없이 느껴졌다.
해서 군말 없이 자리를 잡고 주문을 영창했다.
지면에 복잡한 문자들이 새겨지며 둥그런 원 모양 마법진이 완성되어 갔다.
심상치 않음을 직감했는지 트롤들이 마법진의 범위에서 벗어나려고 했으나,
– 터엉—!
김호가 그 주변을 겉돌며 놈들을 가로막고 안으로 밀쳐 넣었다.
손동작은 툭툭 가볍게 건드리는 것 같은데, 닿을 때마다 속절없이 밀려나기 바쁘다.
“크아아아!”
도끼 트롤이 손도끼를 집어 던졌다.
그러나 김호가 철봉 비슷한 것으로 툭 건드리자 괴이한 충돌음이 울리고 바닥에 꽂혔다.
주인에게 되돌아가려는 듯 부르르 떨리는 것을 그의 발이 지그시 밟는다.
– 휘리리릭!
뒤이어 두 번째 손도끼가 날아왔다.
김호는 가볍게 손을 뻗어 그것을 잡아채고 도로 집어 던졌다.
무서운 속도로 되돌아가 주인의 어깨에 콱 틀어박히는 손도끼.
“??? ?????”
그 광경을 보고 홍연화의 눈이 부릅떠졌다.
하마터면 잘 시전하던 마법이 취소될 뻔했으나, 필사적으로 정신을 집중해 그것만은 막았다.
‘그, 그냥, 생각하지 말자…….’
홍연화는 일단 방금 본 것을 머리에서 지우기로 했다.
지금은 맡은 역할을 완수하는 것이 중요하니까.
파이어 필라부터 다 만들고 보는 걸로.
눈앞의 사내가 트롤 두 마리를 어린애 갖고 놀 듯하며 원 안에 붙잡아 놓다 보니, 마법진이 선명한 붉은 빛을 발하며 완성되었음을 알렸다.
김호는 마지막까지 날뛰는 트롤을 뻥 걷어차서 안쪽으로 밀어 넣고, 가볍게 뒤로 도약했다.
다음 순간 불기둥이 맹렬하게 피어오르며 놈들을 삼켜 버렸다.
– 콰아아아아!
두 사람이 잠시 불구경을 하고 있자니 결과가 나왔다.
[남은 몬스터 수:0] [완성도:100% = 800점]+[클리어 보너스:200점]
—————
[총 점수:1,000점] * 0.8배율= 800 pt
이번 주 공략전에서 얻을 수 있는 최고 점수였다.
이제 서로 갈 길을 가면 되지만,
“그, 저기.”
“…….”
홍연화는 아직 용건이 남았다.
김호를 마주 보며 한참이나 우물쭈물하다가 입을 연다.
“저, 그으……. 리플레이 좀 비공개로 해 주면 안되……냐?”
이번 공략전은 평소의 그녀답지 않게 여러모로 허둥지둥거리는 모습을 많이 보였다.
김호 앞이라 많이 당황한 탓이다.
토굴에 기어 들어간 것이 대표적인 예시였다.
김호는 ‘확인해 보라’고 했었는데, 문득 다시 생각해 보니 굳이 기어 들어갈 필요까지는 없었다.
그냥 안쪽에 화염 마법을 쏟아부으면 되는 일이었다.
그것 말고도 그녀가 밤에 이불을 걷어차게 만들 흑역사들이 가득했으니…….
사람들이 봐서 하등 이로울 게 없는 리플레이였다.
문제는 김호가 포인트를 포기할 만한 메리트가 딱히 없다는 점이다.
균형을 맞추려면 뭐라도 주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어, 홍연화가 인벤토리에서 루비 한 알을 꺼냈다.
“대신 이거…….”
“필요 없어.”
김호가 고개를 저었다.
이런 콩알만 한 루비 갖고는 턱도 없다는 뜻인가?
홍연화가 재빨리 인벤토리에서 다른 루비를 꺼내서 건넸다.
이전 것보다 몇 배는 더 큰 놈으로.
“…….”
김호가 그것을 받아 들어 말없이 내려다보았다.
한동안 침묵만 돌아오자 홍연화가 연신 그의 눈치를 살폈다.
‘이걸로도 안 되나? 하씨, 더 없는데.’
방금 건넨 루비가 지금 그녀가 보유한 아이템 중에는 최고로 값진 것이었다.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김호가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지. 수고 많았다.”
그리고 그대로 던전 밖으로 걸어 나갔다.
홍연화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눈을 깜박거렸다.
마지막 말은 잘못 들은 건가 싶었다.
“……수고 많았다고?”
……칭찬받았어?
서포터가 다 해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