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e supporters are hammocked RAW novel - Chapter 67
67화 심층부 (1)
검술 동아리.
4대 세력 중 무림연맹의 대들보 역할을 하는 동아리다.
가입 조건은 오직 하나, 검을 주 무기로 사용할 것.
검은 만병지왕이라는 말이 있듯, 검을 쓰는 생도의 수는 다른 무기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덧붙여 검을 쓰기만 한다면 무림연맹 외 세력에 속해 있더라도 차별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그렇게 검사들이 한 곳에 모여 형성한 것은 용살학원 내에서 1, 2위를 다투는 초거대 세력.
그나마 백마법 동아리가 그에 견줄 만하고, 아래 동아리들과는 체급 차이가 엄청나다.
전면전에 들어간다면 도둑 동아리 같은 중견급 동아리는 순식간에 압사당할 테니, 당규영이라도 아예 눈치를 안 볼 수는 없다.
물론 동아리 부장급 정도면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무마할 수단 몇 개쯤은 갖고 있다.
아마 당규영의 걱정은 대부분 나를 향한 것이리라.
“너도 알 만큼 알겠지만, 검술 동아리한테 찍히는 건 에메랄드한테 찍히는 거랑은 차원이 달라. 그래도 할 거야?”
“예, 합니다.”
그럼에도 내가 1초도 망설이지 않고 없이 답하자 당규영이 당황했다.
아무리 그래도 이쯤 되면 물러나겠지 싶었나 보다.
“……한다고? 진짜로?”
“진짜로요.”
조금 공교롭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지금 이 시점에 정확히 검술 동아리와 내 목표가 겹칠 줄은 몰랐으니까.
하지만 그뿐이다.
어차피 언젠가는 무림연맹 쪽과도 거래를 하든, 충돌을 하든, 접점이 생길 예정이었다.
그 시기가 조금 앞당겨지는 것 외에는 대수로울 게 없다.
“뒷감당은 제가 다 합니다. 진행해 주세요.”
“…….”
당규영은 복잡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이내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에휴, 그래. 우리 200번 넘게 졸업하신 후배님한테 또 무슨 방법이 있으시겠지. 그럼 진행하는 걸로 하고, 언제 내려갈 건데?”
“시간 꽤 잡아먹는 던전이니까 금요일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응, 내가 보기에도 금요일이 괜찮겠다. 누구누구 가? 저번에 본 잘생긴 애랑 회색 머리 예쁜 애?”
아마 고현우와 서예인 얘기인 것 같다.
에메랄드 마탑과의 결투에 참관하며 서로 가볍게 안면 정도만 터놓은 상태다.
“잘생긴 친구만 같이 가요.”
“월요일에도 걔랑 D급 갔었지? 병철이 길잡이로 세우고. 심층부는 거기에 두 명이 더 붙을 거야. 나랑 얘.”
당규영이 자신과 태블릿 여학생을 차례대로 가리켰다.
신병철이 흠칫 놀라서 반문했다.
“누님이 직접 가신다고요?”
“이왕 할 거 확실하게 하는 게 좋지. 대신 인건비 더 받고. 어때?”
그러면서 당규영이 내 의향을 물었다.
나야 동아리 부장쯤 되는 실력자가 커버해 준다면 인건비가 더 나온다 해도 감사할 따름이었다.
“저도 확실한 게 좋습니다.”
“좋아.”
당규영은 그림자를 써서 동행하는 인원들의 기척을 없애 줄 테고, 물리적인 장치들은 신병철이 해결할 것이다.
그리고 수정구 같은 마법공학 장치를 무력화하는 건 당연히 태블릿 여학생의 몫.
한편 태블릿 여학생은 피곤에 찌든 표정으로 한쪽에서 조용히 대화를 듣고 있었다.
손만 쉴 새 없이 태블릿을 두들기면서.
당규영이 나와 태블릿녀를 번갈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
얘네 왜 이리 어색하지? 싶은 표정이다.
그러다가 무언가 떠올렸는지 눈썹이 반짝 치켜 올라갔다.
‘어색한 게 아니라 초면이거든요.’
임시 보관소 침입 때 보기는 했지만, 그때는 복면을 쓰고 있었으니까.
지금도 혼자 태블릿을 들고 다녀서 알아봤지, 아니었으면 감도 못 잡았을 거다.
당규영이 그 점을 뒤늦게 눈치채고 소개했다.
“아, 얘는 채다빈이다.”
넥타이핀을 보니 2학년이었다.
채다빈이 눈짓으로 나를 가리키며 물었다.
“의뢰니까 같이 내려가는 건 상관없는데, 얘 1학년이잖아요. 얘가 B급을 깬다구요?”
“그게……. 이거 그냥 설명하려니까 복잡하네. 야, 나 ‘그거’ 말해도 되냐?”
당규영이 질문에 답하기에 앞서 나에게 허락을 구했다.
나는 ‘그거’가 무슨 뜻인지 캐치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보아하니 채다빈이 여기저기 떠벌리고 다닐 성격 같지는 않았고, 만에 하나 떠벌리더라도 수습할 자신이 있었다.
당규영이 나를 소개했다.
“얘가 인페르노 피스트야.”
“!!”
채다빈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 나를 봤다.
설마 곽승재를 쓰러뜨린 실력자가 1학년이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나 보다.
“그게 너였어?”
“예, 그게 접니다.”
“그러면……. B급이 가능할 수도 있…… 나? 가능해요?”
자기 수준에서는 확신이 안 가는지 당규영에게 묻는다.
그러나 당규영 역시 확신이 안 가는 건 마찬가지인가 보다.
애매한 표정으로 나를 본다.
“글쎄, 그건 나도 모르겠는데. 김호야, 솔직히 말해 봐. 너 나보다 쎄?”
“당연히 아니죠. 제가 어떻게 3학년을 이겨요.”
“그럼 어쩌려고? B급은 내가 들어가도 엄청 고생하는데.”
“길게 설명할 것 없이, 이거 보시죠.”
당규영에게 서류 하나를 건넸다.
[흑사방] 공략본.빠른 이해를 위해 고현우에게 준 것에서 내용을 많이 간추렸다.
첫 장부터 당규영의 눈이 이채를 머금었다.
슥슥 넘길 때마다 입가에서 연신 헛웃음이 흘러나온다.
“이야……. 이런 건 또 어디서 구해 왔대?”
궁금해진 신병철과 채다빈이 뒤쪽에 서서 어깨너머로 공략본을 훔쳐봤다.
점점 세 사람의 눈초리가 심상치 않게 변해선, 나를 흘끔거리며 수군대기 시작했다.
– 그러니까 요약하면, 들어가서 알맹이만 쏙 빼먹고 나온다? 이거 완전…….
– 완전 도둑놈 마인드네요.
– 도둑놈이 따로 없네.
– 내가 말했지. 쟤는 딱 우리 동아리에 걸맞는 인재상이라니까?
– 지금 보니까 조금 야비해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 저는 처음부터 알았거든요. 동족의 기운이 느껴졌달까?
어쩐지 다시 영입 제안이 들어올 타이밍 같아서, 당규영이 입을 열기 직전에 선수를 쳤다.
“어때요, 가능할 것 같아요?”
“……! 하여간 눈치 하나는 귀신같아선. 그래, 네 공략대로면 싸울 일이 적기는 하겠다.”
이어서 당규영이 공략본의 한 부분을 짚었다.
“그런데 이 부분 보니까, 기관진식 해체해 줄 사람이 하나 필요하겠더라.”
“안 그래도 그것까지 부탁드리려 했습니다.”
“멀리 갈 필요 있나, 여기 계시는데.”
모두의 시선이 신병철에게 집중되었다.
신병철이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저요? 들어가라고요? B급 던전에요?”
“너 저번에 그랬잖아. 이 몸한테 걸리면 기관진식 그딴 거 애들 장난이지! 하고.”
“아니, 그러기는 했는데요, B급은 좀 아니죠. 사람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데.”
“네가 위험할 게 뭐 있어? 공략 봤으면서. 그리고 여차할 땐 긴급 탈출 쓴다잖아.”
“잘못되면 어떡해요? 그럼 그냥 훅 가는 건데!”
“잘못 안 되게 잘해야지!”
한동안 당규영과 신병철의 티격태격이 이어졌다.
항상 동아리 부장의 권위에 눌려 찍소리도 못하던 신병철이었으나, 이번만큼은 신변의 위협을 느껴서인지 쉽게 물러서지 않고 맞선다.
당규영도 던전 내에 위험 요소가 존재한다는 점을 고려하여, 강압적으로 나가기보다 가급적이면 설득을 하려고 하는 편이었다.
그 균형이 매우 절묘해서 이대로 놔두면 하루 종일 갈 것 같았다.
하는 수 없이 도중에 내가 대화를 끊었다.
“보수 얘기를 해 볼까요. 듣고 나면 생각이 달라질지도 몰라.”
“아, 난 안 해. 보수로 뭘 주든 절대 안 해. 진짜 안 해. 때려죽여도 안 해. 그냥 안 해.”
신병철이 온몸으로 B급 던전에 들어가기 싫음을 표현했다.
“그래? 후회할 텐데.”
“차라리 후회하고 말지. 나는 가늘고 길게 살고 싶은 사람이야. 미안한데 진짜 다른 선배님 알아보는 게—”
“유령무영(幽靈無影).”
“……!”
“……!”
도둑 동아리 세 사람의 얼굴이 동시에 굳어졌다.
[유령무영]은 은밀함을 중요시하는 직업군이라면 절대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히든 피스다.살수인 장삼과 왕필마저 덥석 물었고, 눈앞의 도둑들도 마찬가지다.
당규영이 물었다.
“그거 실존하는 거였어? 도시 전설 같은 건 줄 알았는데.”
“실존합니다.”
찾는 방법도 알고 있다.
다소 시간은 걸려도 이번 학기 내로는 찾겠지.
그리고 그 히든 피스를 눈앞의 세 명과 공유하는 것.
그게 내가 내걸은 보수였다.
“물론 심층부 한 번에 유령무영이면 제가 손해니까 몇 번 더 부탁을 드릴 거고요.”
“그건 당연한 거고. 다빈이는?”
“…….”
채다빈은 생각 중인지 미간을 좁힌 채 대답하지 않았다.
갑작스레 엄청난 히든 피스가 보수로 걸리니 믿기 힘든가 보다.
당규영에게 재차 확인을 구한다.
“얘 믿어도 되는 거 맞아요?”
“적어도 없는 말 지어내는 성격은 아니야.”
“……그럼 놓칠 수 없죠. 저는 이 의뢰 받을게요.”
“나도. 병철이가 빠졌으니까 그 자리만 새로 구하면 되겠다. 기관진식 잘 뚫는 애가 누가 있더라.”
당규영과 채다빈은 벌써부터 신병철을 인선에서 제외한 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신병철이 순식간에 태세를 180도 전환하고 대화에 끼어들었다.
“에헤이, 잠깐 타임, 타임. 빠지긴 누가 빠진다고 그래요? 기관진식은 이 신병철을 빼먹으면 이야기가 성립이 안 된다니까?”
“목숨이 왔다 갔다 해서 안 간다며?”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공략 잘 보고 따라가면 괜찮을 것 같거든요. 그치?”
신병철이 내 동의를 구했다.
나는 방금 들었던 신병철의 말을 되돌려 주었다.
“가늘고 길게 살고 싶다지 않았니?”
“내가? 언제? 모름지기 사나이라면 짧고 굵게 가야 하는 법이지. 암.”
시치미를 뚝 떼는 신병철.
얼굴 거죽이 어찌나 두꺼운지 야만족이 창을 던져도 안 박힐 것 같았다.
나로서는 나쁠 게 없었다.
신병철의 함정 해체 능력만큼은 2, 3학년에 버금간다는 것을 확인했다.
한배를 타겠다면 환영한다.
대신 기본은 해 줘야겠지.
나는 빙긋 웃으며 서류 한 뭉치를 더 꺼내 들었다.
“이거, 금요일까지 다 외워.”
[흑사방] 공략본.당규영이 들고 있는 요약본이 아니라, 고현우에게 외우게 한 것과 같은 원본이다.
신병철이 서류의 두께를 확인하곤 숨이 턱 막히는 표정을 지었다.
“그, 양이 좀 많은데, 이틀 만에 다 외우기는 조금 빡세지 않을까?”
직접 던전에 입장하는 입장에서는 숙지할 것이 훨씬 많으니 두꺼워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는 타협의 여지가 없었다.
심층부 던전 공략을 대충 외우는 것도, 시간을 더 주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러니 다른 걸 포기해야겠지? 심부름센터 일을 덜 받든가, 잠을 줄이든가.”
“…….”
“싫으면 안 하는 방법도 있는데.”
그러자 신병철이 더없이 공손한 태도로 공략본을 받아 들었다.
“싫을 리가요. 이리 주십쇼. 아주 그냥 머릿속에 싹 다 입력해 놓을라니까.”
“나중에 시험 본다. 틀리면 안 데려가.”
“걱정하지 마셔. 다 외운다니까 그러네?”
당장 시작하려는지 신병철이 서류를 갖고 부실 구석으로 향했다.
작게 하는 혼잣말이 들려왔다.
“내가 살면서 공부를 하는 날이 다 오네…….”
서포터가 다 해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