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e supporters are hammocked RAW novel - Chapter 81
81화 5주 차 멘토링, 대인전 (4)
“멘토링은 어쩌다 하시게 됐어요?”
“프흫흫, 놀랬냐? 놀랬지?”
당규영이 즐거운 웃음을 흘렸다.
“멘토 하면 징계 빼 준다잖아. 생각해 보니까 이게 더 나을 거 같더라.”
“얼마나 빼 줬는데요?”
“전부 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 빼 주면 할 만하지.
임시 보관소에 침입하고 금지 아이템들도 잔뜩 해 먹었으니 모르긴 몰라도 꽤 많이 받았을 텐데, 그걸 다 제해 준다면 멘토링의 귀찮음도 충분히 감수할 가치가 있다.
그래도 설마하니 전면 탕감일 줄은 몰랐는데.
선도부장 오세훈은 내 생각보다 더 화끈하게 타협하는 스타일인가 보다.
“얘기는 나중에 마저 해. 밖에 애들 기다리잖아.”
홍연화만 경기장 밖으로 내보냈으니, 내가 당규영과 단둘이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밖에서 기다리는 세 명이 의아하게 생각할 가능성이 커진다.
빨리 끝내고 나가는 게 상책이다.
다만 시작하기 전에 한 가지만 더 제안하기로 했다.
“리플레이를 꺼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여태까지 나를 지켜봤던 당규영이라면 내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를 리가 없었다.
리플레이를 꺼 준다면, 공식적인 자리에서 보일 수 없는 실력을 내보이겠다는 뜻.
당규영은 구미가 당기면서도 조금 고민되는 눈치였다.
“솔직히 궁금하기는 한데……. 내가 지금 멘토란 말이야? 리플레이는 꼬박꼬박 올려야 되거든.”
대인전뿐이라면 몰라도 멘토링이 함께 진행 중이다.
학사 측에서 학생들의 진척도를 파악하길 원하는 까닭에, 모든 리플레이를 기록하고 제출하는 것이 권장된다.
반드시까지는 아니지만, 당규영의 멘토링 성과에 반영되니 최대한 맞춰 주는 게 좋다.
해서 나는 다시 제안했다.
“그럼 이번만 비공식으로 하고, 공식전은 리플레이 돌아갈 때 한 번 더 치르죠. 다른 애랑 같이.”
“그럴까?”
[서브 퀘스트:5주 차 대인전]▷목표:스티커 떼기(-/3개)
▷기한:~일요일 자정
▷보상:달성 시기에 따라 차등 지급
서브 퀘스트의 목표는 ‘스티커를 떼는 것.’
퀘스트 보상만 받고 나면 대인전 자체는 느긋하게 해도 상관없다.
당규영 입장에서도 손해 볼 게 없는 제안이었다.
결과적으로 학사 측에 제출할 리플레이는 확보가 된다는 소리였으니까.
리플레이 수정구를 회수한 다음, 나에게 손가락을 까딱거린다.
“와 봐, 그럼.”
뭘 보게 될까 기대감에 부푼 눈빛이었다.
하지만 그 기대와는 달리, 이번에 내가 보여 줄 건 많지 않다.
속전속결로 끝낼 생각이니까.
[‘증폭’을 사용합니다.] [‘오버히트’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D->B)] [인페르노 피스트]를 시전하고,주먹에서 불타오르는 화염을 [오버히트]로 흡수했다.
오버히트는 흡수하는 화염 스킬이 강력할수록, 또는 오버히트 자체의 랭크가 높을수록 효과가 극대화된다.
인페르노 피스트에 B급 오버히트까지 썼으니 그 결과는.
– 화르르륵,
곧 내부에서 막대한 힘이 끓어오르며 마구 날뛰기 시작했다.
당장 내 그릇, 육체의 수준에 비해 과한 힘이라 컨트롤이 조금 어려울 것 같다.
‘그러니 더욱 속전속결로 끝내야지.’
자세를 잡은 뒤 땅을 강하게 걷어찼다.
– 팟!
한 호흡 만에 당규영의 모습이 성큼 가까워졌다.
또다시 땅을 걷어차자 코앞에 다가왔다.
당규영은 조금은 대비를 하고 있었으나 이런 상황까지는 예상치 못한 듯 눈을 치켜떴다.
“어, 어?”
– 찌익!
내 신형이 순식간에 당규영을 스쳐 지나가며 무언가 뜯어지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어느새 내 손에는 스티커 한 장이 붙어 있었다.
당규영이 스티커를 보고, 시선을 내려 제 허리 쪽을 확인했다.
휑하게 빈 옆구리.
‘이래서 랭크를 올려야 하는 거지.’
현재 당규영은 팔찌를 착용해서 모든 스킬과 특성이 C급으로 제한된 상태다.
반면 내가 당규영에게서 복사한 도둑걸음의 랭크는 B인데다, 서예인이 준 신발의 보너스를 받아 B+.
이것만 해도 속도 차이가 엄청난데, 오버히트로 육체 능력까지 잔뜩 끌어올렸다.
오버히트가 D급이었을 때도 흑사방주와 술래잡기를 하면서 털끝 하나 안 다쳤으니, B급은 말할 필요도 없을 터.
나는 바로 자세를 다잡았다.
“다음 가겠습니다.”
“야, 야, 잠깐. 잠깐 기다려 봐.”
“승부에 잠깐이 어딨어요.”
– 팟!
다시 공간을 압축하여 짓쳐 든다.
당규영이 다급하게 뒷걸음치며 허공에 손을 긋자, 아래에서 여러 개의 그림자 손발이 솟아올라 나를 저지하려 했다.
나는 손 위에 마나를 그러모은 뒤, 덮쳐 오는 그림자 손발을 강하게 후려쳤다.
– 펑!
그림자가 흩어지며 당규영에게도 제법 충격이 전달된 듯했다.
아주 잠깐이나마 몸이 경직될 만한 충격이.
그 짧은 틈에 나는 빠르게 그림자를 우회해서 당규영의 측면으로 돌아 들어갔다.
“…….”
3학년이 되도록 쌓은 경험치가 어디 가는 것은 아니라, 당규영도 빠르게 평정심을 되찾아 가고 있었다.
스티커를 향해 뻗는 손을 옆으로 밀쳐 내면서 되려 붙잡으려 한다.
그러나 내가 뻗는 척만 하고 손을 회수했기에 당규영은 허공만 움켜쥐었다.
내가 다시 손을 뻗고, 당규영이 응수한다.
한 걸음조차 안 되는 짧은 거리를 사이에 두고 서로의 손이 마구 부딪히고 얽힌다.
그러다가 내가 돌연 훌쩍 뒤로 물러나서,
– 쿵!
방금 내가 서 있던 자리에 그림자 망치가 꽂히는 것을 보고, 다시 땅을 강하게 걷어차 돌진했다.
– 팟!
당규영이 즉시 반응했지만, 몸이 따라와 주지 않는지 방어가 아주 조금 늦었다.
– 찌익!
그리고 그 작은 차이를 이용해 두 번째 스티커를 떼는 데 성공했다.
거리를 벌리고 스티커들을 내 몸에 척척 붙이니, 당규영이 헛웃음을 흘렸다.
“와, 벌써 두 개나 뜯어 갔어. 근데 김호야, 준비할 시간은 좀 주지.”
“드릴수록 제가 불리해지거든요.”
“뭐, 그렇기는 해.”
스티커 두 개를 손쉽게 뗄 수 있었던 주된 이유는 내 속도가 팔찌를 낀 당규영보다 월등히 빨랐기 때문이지만, 한편으로는 허를 찌르고 나서 계속 몰아쳤다는 점도 꽤 컸다.
그러나 마지막 세 번째는 그리 쉽지 않을 듯하다.
당규영이 부드럽게 손을 젓자, 발밑의 그림자가 파도처럼 위아래로 출렁거리며 범위를 넓혀 가기 시작했다.
스킬의 성능을 C급의 최대치까지 잔뜩 끌어올린다는 의미였다.
“내가 앞에 애들 때문에 너무 긴장을 놨나 봐. 생각해 보면 흑사방에서도 손만 다치고 나왔는데. 마지막이라도 맞게 대우해 줘야지.”
계속 범위를 넓혀 가던 그림자가 이내 정사각형 모양의 텃밭을 만들었다.
[음영화원(陰影花園)]꽃 대신 그림자로 이루어진 팔다리가 불쑥불쑥 솟아 있고, 그 위로는 나비 세 마리가 정찰하듯 날아다닌다.
스펙이 C급으로 제한된 상태에서도 영역 마법에 나비 세 마리까지.
당규영의 저력이 엿보이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주 미련한 짓이기도 했다.
저렇게 온갖 마법을 잔뜩 펼쳐 놓으면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마력이 실시간으로 쭉쭉 빠져나간다.
거기다 [음영화원]은 굉장히 수비적인 마법이라, 영역을 침범하지만 않으면 당규영 역시 나에게 피해를 입히지 못한다.
멀찍이서 지켜보면 제풀에 지쳐 주문을 거두어들이게 되어 있다.
하지만 과연 당규영이 이 사실을 모를까?
자기가 마법을 시전한 당사자인데.
나와 시선을 마주하며 빙긋 웃는다.
“뭐 해, 안 들어오고.”
두 눈이 기대감으로 빛나고 있었다.
‘설마 내가 이렇게까지 했는데 멀뚱멀뚱 서 있지는 않겠지?’ 하는 눈치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이럴 때 멀리서 기다리는 스타일이었다.
기왕이면 기다리는 동안 약간의 트래쉬 토크까지 곁들이면서.
그것이 상대를 가장 열 받게 만드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상대가 당규영이다 보니, 장기적인 인간관계 유지를 위해 그 방법은 피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원하는 대로 해 줘야겠지.’
당당하게 제 발로 음영화원에 걸어 들어간다.
척척 걸음을 옮겨 경계선을 밟자, 그림자 손발들이 일제히 사방에서 덮쳐들었다.
꽉 움켜쥔 그림자 주먹들이 휘둘러지고, 발들이 걷어차거나 다리를 걸려 하며, 손들이 나를 움켜쥐려 한다.
나는 주먹들을 피해 이리저리 몸을 기울이고 비틀고, 발들을 타 넘거나 폴짝폴짝 뛰고, 움켜쥐려는 손들은 마나를 모아 마주 후려쳤다.
– 펑!
잠시 그림자가 흩어지며 공간이 생기자 잽싸게 조금 전진한다.
뒤따라 사방에서 몰려드는 그림자 손발들.
열 사람, 스무 사람을 동시에 상대하는 느낌이다.
어느 곳을 보든 새까만 그림자가 득실거려서 기가 질릴 지경이다.
그러나 나는 이런 것에 기가 질리기에는 너무 닳고 닳은 고인물이었다.
게다가 마냥 불리하기만 한 것도 아니었다.
한 손이 열 손을 이길 수 없는 법이라고는 하나, 스킬의 랭크 차이는 여전히 내 쪽이 우위였다.
한 손으로 열 손의 힘을 낼 수 있다면 충분히 해 볼 만한 것이다.
침착하게 피하고, 따돌리고, 뿌리치면서 야금야금 전진한다.
몇 번 반복하다가 화원 중심의 당규영과 거리를 재 보니,
‘이제 뛰어도 되겠는데.’
크게 한 번만 뛰면 닿을 정도까지 가까워졌다.
발에 힘을 주어 땅을 강하게 걷어찼다.
– 팟!
당규영은 예상했다는 듯 입가에 회심의 미소를 그렸다.
어느새 화원 곳곳을 날아다니던 그림자 나비 세 마리를 모두 자기 앞으로 불러 모은 상태였다.
나비들이 일제히 폭발하며 온갖 날붙이들이 비 오듯 우수수 쏟아졌다.
‘안 되네. 취소.’
– 팟!
재차 땅을 걷어차 이전 위치로 돌아왔다.
쉴 틈을 주지 않고 몰려드는 그림자 손발을 피하고 후려치며 생각했다.
‘이젠 진짜 뛰어도 되겠는데.’
나비 세 마리를 다 썼으니까, 보충되려면 약간의 시간이 남았다.
– 팟!
또 당규영 바로 앞으로 뛰어들었다.
당규영은 자기 영역 안을 제 안방처럼 드나드는 내 모습을 보고 기가 막힌 듯했다.
C급에서 선보일 수 있는 최선의 수를 꺼냈어도 랭크 차이는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랭크에서 우위를 점하는 게 나라면 더욱.
그러나 투지를 잃지 않고 주먹을 내질러 왔다.
나는 옆으로 비켜서며 스쳐 가는 주먹을 더 옆으로 밀어냈다.
그러면서 스티커로 손을 뻗었으나 그 손을 당규영이 붙잡으려 하고, 그 손을 탁 쳐 내면 또 그 손을 막는 등 허공에서 빠르게 공방이 오갔다.
한곳에 오래 머물며 공방을 나눌수록 내가 불리했다.
당규영에게는 두손 두발 말고도 거들어 줄 손이 무수히 많았으니까.
등 뒤에서 짓쳐 드는 그림자들을 피해 또다시 자리를 바꿨다.
– 팟!
바닥에 발자국 하나가 깊이 찍히고.
다음 순간 나는 당규영의 반대쪽 측면에서 나타났다.
먼저 그림자 손들을 강하게 후려쳐서 치워 둔 다음, 스티커를 떼려는 것처럼 앞으로 손을 쭉 뻗었다.
“……?”
순간 당규영의 얼굴에 의문스러운 기색이 스쳤는데, 내가 손을 뻗도록 놔둬도 아직 자신과는 제법 거리가 남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음 찰나,
– 펑!
등 뒤에서 압축된 공기가 폭발하며 당규영의 신형을 한순간 내 쪽으로 확 밀쳤다.
처음 음영화원에 발을 들일 때부터 은밀하게 조금씩 준비해 왔던 윈드포스였다.
“!!”
당규영의 눈이 놀람으로 치켜 떠졌다.
다급하게 자세를 수습하려 했으나 그전에 내가 한 발짝 더 다가서며 가슴께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 스티커 끄트머리가 손가락에 걸리는 순간 붙잡고 힘껏 잡아 뜯었다.
– 찌익—투둑.
“?”
나는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워 올렸다.
스티커 뜯어지는 소리는 알겠는데 투둑은 무슨 소리지.
이상한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투둑 하는 소리와 동시에 손톱만 한 크기의 무언가가 내 얼굴을 노리고 쏘아져 나왔다.
이건 또 뭐지. 당가의 암기인가.
고개를 홱 옆으로 기울여 피한 다음 멀찍이 물러났다.
그리고 당규영을 보니,
“…….”
상당히, 많이 언짢은 듯 안면이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두 뺨이 약간 붉어 보이기도 한다.
스티커 다 뗀 것 말고 다른 이유가 있나?
내가 뭘 놓쳤나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니, 당규영이 한 손으로 셔츠 칼라를 여민 채 움켜쥐고 있다.
마치 놓으면 큰일이라도 벌어질 것처럼.
나는 그제야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챘다.
‘아, 단추.’
가슴께에 붙은 스티커를 너무 세게 잡아 뜯은 탓에 교복 셔츠 단추가 뜯어진 것이다.
당가의 암기라고 생각하고 피했던 것이 그 단추였고…….
‘너무 열심히 했나?’
나는 잠시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런 내 귓가에 당규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평소보다 높낮이가 낮고 싸늘한 어조로.
나는 곧바로 허리를 굽혔다.
“미안합니다.”
서포터가 다 해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