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in Another 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10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010화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10화
“아… 그렇다면……!”
칼라반은 예전의 기억을 되새기며 최상급 전령인 카이사르를 불러내려 했다.
띠링!
[최상급 정령을 불러내기에 당신의 마력이 턱없이 부족합니다.]“으…으음……?”
그는 눈앞에 나타난 메시지 창에 자신의 두 눈을 의심했다.
“마나가 부족…하다고……?”
문득 든 의아함에 칼라반은 이번에 다른 어둠의 정령을 소환해 보았다.
[상급 정령을 불러내기에 당신의 마력이 지나치게 부족합니다.] [중급 정령을 불러내기에 당신의 마력이 너무도 부족합니다.] [하급 정령을 불러내기에 당신의 마력이 부족합니다.]“아…….”
연달아 등장하는 메시지 창에 그는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결국 불러낼 수 있는 것은 최하급 정령인 둠뿐.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라는 얘기였다.
“이럴 수가…….”
당황한 것도 잠시 그는 뒤늦게 이상한 점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뭐야… 그러고 보니까 어째서 이 메시지가 계속 뜨는 거야!?”
생각해보니 이곳에서 게임 안내 메시지 창이 뜨는 것을 너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시스템 동기화 진행률100%.] [일부 시스템이 제한되어 지식인 모드 및 관리자 모드를 실행합니다.]뒤이어 나타난 메시지에 칼라반이 두 눈을 끔뻑거렸다.
“지식인 모드랑… 관리자 모드…? 이게 뭐지……?”
[지식인 모드는 플레이어의 물음에 답해주고 플레이어와 함께 성장하는 시스템 모드입니다. 시스템은 플레이어의 주변을 항상 탐색 및 연구합니다. 관리자 모드는 플레이어의 상태 이상 혹은 성장 정도를 체크 및 편의성 자동화를 진행하는데 도움을 줍니다.]마치 칼라반의 물음에 답이라도 해주는 것처럼 메시지가 떠올랐다.
“뭐야… 그럼 여기도 게임 속이라는 건가…? 혹시 죽으면 다시 리셋 된다거나…….”
[죽음은 생물의 생명이 없어지는 현상을 뜻하며 영원한 안식을 말합니다. 칼라반 님이라고 해서 예외는 없습니다.]단호한 메시지에 오히려 칼라반이 당황하고 말았다.
“그럼… 여기는 게임 속 세상이 아니란 말인가…? 이거 또 죽어서 확인해 볼 수도 없고…….”
[삶이란 무엇인가를 규명하지 않고는 죽음에 대한 완전한 해답은 있을 수 없다는 말이 있지만 한 가지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칼라반 님의 사망은 즉, 모든 기능이 완전히 정지되어 원형대로 회복될 수 없는 상태가 됨을 뜻합니다.]두번의 단호한 메시지에 칼라반도 확실하게 현실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 말은 곧 지금 여기가 현실은 맞다는 말이로군… 그럼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상황이지? 어째서 게임 시스템이 계속 작동되는 거야?”
[알 수 없는 힘의 영향으로 시스템이 플레이어 내부에 귀속되어 있는 상태입니다.]“그런…….”
잠시 생각에 잠겼던 칼라반은 빠르게 결론을 내려버렸다.
그는 곁을 지키고 있는 까망이(둠)를 바라보았다.
까망이는 마치 자신의 존재로 이곳이 지구가 아닌 유시리아스 대륙임을 밝히려는 것 같아보였다.
“그래. 일단 돌아온 건 맞는 것 같으니까. 그게 제일 중요한 것 아니겠나.”
까망이들은 칼라반의 곁에서 떨어지기 싫은 것인지 자꾸만 그의 주변을 맴돌았다.
“가만… 정말 게임 시스템까지 나와 함께 건너온 것이라면…….”
그는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그… 너를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는데…….”
[시스템 이름을 설정해주십시오.]“흠… 시리로 할까……?”
“아니다… 그건 좀 그렇고… 오로라라고 하자! 내게는 환상속의 존재 같으니까…….”
[오로라로 설정하시겠습니까?]“그래!”
[시스템 이름이 오로라로 설정되었습니다.]“오로라. 지금 바로 내 상태 창을 보여줘.”
띠링!
[이름 : 칼라반LV : 1
직업 : 모험가(패시브 직업 : 최하급 어둠의 정령술사)
근력 : 10
민첩 : 10
지력 : 10
행운 : 10
스킬 없음.
보유 칭호 : 정령들의 축복을 받은 자.]
차분히 상태 창을 읽어보던 칼라반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역시… 다시 레벨1로 돌아온 건가. 그러면 뭐야… 모든 것이 리셋 되었다는 얘기인가?”
사실 억울할 것은 없었다.
어차피 이곳으로 넘어오기 전 그의 레벨은 30밖에 되지 않았었고, 이렇다 할 직업으로 전직한 것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아쉬운 점이라면 게임 시스템 때문인지 전처럼 어둠의 정령들을 마음껏 부리지 못하는 제한이 걸려버렸다는 것이다.
“아니지… 그때는 어둠의 정령왕인 아포칼립스와 직접 계약을 이루었으니까… 그나저나 이 녀석은 내가 돌아온 걸 아는지 모르겠군. 정령계에서 뭔가 다른 걸 하고 있는 건가…….”
그러다 문득 그의 시선이 직업란에 꽂혔다.
“패시브 직업…? 그러면 직업을 두개를 가질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런 건가 오로라?”
[그렇습니다. 플레이어 칼라반은 이세계의 축복 덕분에 두 가지의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유니크 특성을 지녔습니다.]“호오…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
이 말은 즉 어둠의 정령술사로서의 힘뿐만 아니라 다른 힘도 가질 수 있다는 얘기였다.
“아니 잠시만… 그런데 이곳에선 전직이라는 것이 불가능하질 않나……?”
환희가 실망으로 자리 잡으려는 순간 이곳으로 오기 전 마지막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 그곳에서 얻은 무공서!!”
레클레이가 있던 던전 자체가 전직 퀘스트의 종점이었음을 깨달은 것이다.
“인벤토리 창!”
정령의 길로 들어서기 전 아수라와 레클레이가 준 물건들이 모두 인벤토리 창에 귀속되는 것을 확인했었다.
캐릭터가 리셋 되면서 인벤토리 창마저 초기화되진 않았길 기도하는 수밖에 없었다.
휘링―!
인벤토리 창이 눈앞에 펼쳐졌다.
“있다…….”
그는 첫 번째 칸에 자리 잡은 붉은 책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그리곤 손을 뻗어 책을 꺼내어 보았다.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은 붉은 표지에 귀신 형상의 얼굴이 양각되어져 있었다.
알 수 없는 고대문자들이 금빛으로 수놓아져 특히나 눈에 띄었다.
“화려하기 그지없군…….”
우우웅―
그때 책에서 기이한 공명음이 울리며 자줏빛 아지랑이가 흘러나왔다.
[책에서 신묘한 기운이 느껴지고 있습니다.]칼라반은 그 기운에 이끌려 저도 모르게 책장을 펼치고 말았다.
띠링!
[수라파천공(修羅破天空).무림 세계의 전설로 알려진 무인 아수라의 절학(絶學)이 담긴 무공서입니다. 숱한 세월 동안 유실되어져 온 것으로 알려졌으나, 사실 아수라의 무공은 일인전승으로 단 한 명의 무인에게만 전승되는 무공입니다. 그의 제자가 되고 싶어 하는 무인들이 숱하게 아수라를 찾아왔으나, 아수라는 그들 모두를 내치며 자신의 진정한 후계자를 찾아 세상을 떠돌았습니다. 이 책에는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길을 걸어온 아수라의 모든 정수가 담겨져 있는 만큼 강력한 무공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책을 펼치는 순간 당신은 그를 따라 수라도(修羅道)를 걷게 될 것입니다.]
책에 대한 설명이 나타남과 동시에 다른 메시지가 떠올랐다.
띠리링!!
[당신은 무인 아수라가 일생에 걸쳐 완성시킨 수라파천공을 펼쳤습니다. 그의 뜻을 이어 무림인 ‘아수라(Legend)’로 전직하시겠습니까?]직업 이름부터가 아수라였다.
다른 것보다 칼라반의 마음을 더욱 흥분시켰던 것은 ‘아수라’라는 이름 옆에 붙은 레전드(Legend)라는 표시였다.
그 말은 라스트 로열 내에서도 최고를 다투는 직업이라는 얘기였다.
“어쩌면… 이것은 레클레이가 내게 주는 마지막 선물인지도 모르겠군…….”
레클레이가 아니었다면 직업 아수라는 이미 다른 유저들에게 넘어갔을지도 몰랐다.
어쨌거나 미지의 동굴 난이도 상향(?)에는 레클레이가 큰 역할을 차지했으니 말이다.
더 망설일 것도, 생각할 것도 없었다.
“그토록 선망하던 무림인… 그 무림인을… 정말 이렇게나마 될 수 있다는 말인가……?”
소설 속 단신의 힘으로 경천동지(驚天動地)할만한 힘을 이끌어내는 자들이 바로 무림인이었다.
그리고 이 수라파천공을 익히면 자신 또한 그런 무림인이 될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했다.
어쩌면 그 기적 같은 일을 이 게임 시스템이 이루어 줄지도 몰랐다.
“거기다 이 힘이라면…….”
칼라반을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그를 어둠의 정령술사로만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이 힘을 익히고 나면 그들에게도 크나큰 변수가 될 수 있었다.
거기다 신분을 드러내지 않고 감추기에도 적당했다.
어둠의 정령술사는 자신이 유일무이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 앞에서 함부로 어둠의 정령을 불러냈다간 정체가 탄로 날 위험성이 너무 높았다.
“그런 점에서도 굉장히 도움이 되는군. 아직 내가 세상에 어떻게 알려져 있는지 모르니 좀 더 죽은 사람으로 두는 것도 나쁘진 않겠어.”
세간의 이목을 끌면 활동하기도 불편할 뿐더러 아크로이어 황자의 눈에 띨 것이 분명했다.
처음엔 의심으로 끝나더라도 의심이 확신이 되어버리는 순간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농후했다.
칼라반은 다시 시스템에 눈을 돌렸다.
이전의 삶과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바로 이 게임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속단은 금물이다. 게임 시스템에만 의지할 수도 없는 노릇이야… 게다가 게임 시스템의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도 모르고 말이야…….”
사실 칼라반의 마음 한 편에는 시스템에 대한 불신도 자리해 있었다.
어디까지나 이곳은 게임 속 세계가 아닌 현실 세계였으니 말이다.
“이것에만 의존하게 되는 것은 늘 경계 해야겠군…….”
편리한 기능은 이용할 수 있다면 이용하겠지만, 모든 것을 신용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시스템은 계속해서 일부 기능들이 제한됨을 재차 경고해 왔었다.
칼라반은 이 점을 결코 가벼이 여기지 않았다.
띠리링!
[선택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전직하지 않으시면 10분 후 수라파천공은 자동 소멸되게 됩니다.]경고 메시지가 한번 더 뜨고 나서야 칼라반이 호흡을 크게 들이마시며 외쳤다.
“나는 아수라로 전직하겠다!!!”
띠링!
[축하합니다! 직업 ‘아수라’로 전직이 완료되었습니다. 수라파천공에 등록되어 있는 무공들이 모두 칼라반 님의 몸속으로 내재화 됩니다. 뿐만 아니라 일인전승인 수라파천공의 전승자가 나타났기 때문에 무공서는 소멸되어집니다.]휘리링―!
안내 메시지가 끝나자마자 칼라반이 들고 있던 책은 가루가 되어 사라지고 말았다.
칼라반이 다시 상태 창을 열어보니 이제는 직업 옆에 아수라라는 이름이 떡하니 박혀 있었다.
“이로써 무림인이 된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