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in Another 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104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104화
#죄수 탈환 (1)
불침번을 서고 있던 병사 두 명은 갑자기 나타난 붉은 빛에 고개를 돌렸다.
그들은 다른 이들이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기면서도 빛이 있던 쪽으로 빠르게 다가왔다.
그곳엔 이곳으로 들어오기 전 모두에게 비웃음을 샀던 젊은 부관이 홀로 서 있었다.
“아직 안 주무시는군요.”
“…….”
먼저 말을 걸었지만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이에 두 사람은 아직도 젊은 부관이 자신들에게 꽁해 있는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지금은 그의 기분을 풀어주는 것보다 자신들이 봤던 빛이 무엇이었는지 확인하는 것이 먼저였다.
“죄송하지만 혹시 이쪽에서 빛이 나는 것을 보지 못하셨습니까? 저희가 생각했을 때 딱 부관님이 서 계신 쪽에서 빛이 났던 것 같은데…….”
“봤다.”
“예? 부관님께서도 보셨습니까? 그럼 그 빛이 무엇인지도 알고 계시는 겁니까?”
“알고 있다.”
“무엇이었습니까? 별게 아니었다면 부관님께 방해되지 않도록 저희들은 이만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혹시나 저희가 봤던 것이 몬스터들에 의해 일어난 빛이었다면…….”
휘링―!
촤락!!
날카로운 검날이 빠르게 지나가며 말을 하던 병사의 목을 베어버렸다.
“흡……!”
바로 옆에 있었는데도 동료 병사는 작금의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 것인지 곧바로 파악해내지 못했다.
그리고 그런 사내의 아둔함이 곧 목숨을 잃게 만들었다. 이어서 지나간 검이 똑같이 그의 목을 단칼에 베어버린 것이다.
목젖이 있는 부위에 일자로 된 검상이 생기고 목소리는 나오질 않았다.
“그 빛은 내가 보낸 신호다.”
부관은 죽어가는 그들을 차갑게 내려다보며 서서히 걸음을 옮겼다.
두 사람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부관의 행동과 말 때문에 놀란 눈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몸을 웅크리며 바닥에 쓰러지면서도 안간 힘을 다해 소리치려 했다.
그러나 그것은 의지만 가득할 뿐 입 밖으로는 아무런 소리도 새어나오질 않았다.
“정말 아무도 대비하지 않는 것인가? 제국의 군사들이 이렇게까지 무능해진 줄은 몰랐군…….”
미리 이곳에 잠입해 부관 행세를 하던 레기온이 이만 투구를 벗었다.
그는 제국군들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세상 편한 자세들로 퍼질러 자고 있는 그들의 얼굴은 세상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들이었다.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나태한 모습들. 이를 보며 레기온은 저도 모르게 낮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그때 외곽에서 대기 하고 있던 가니카스 일행이 순식간에 제국군이 있는 곳으로 밀려오기 시작했다.
“놈들을 죽여라!”
“호송차를 탈환해!”
그들은 죄수호송단이 야영하고 있는 둔덕으로 올라서자마자 고성을 치기 시작했다.
덕분에 세상모르고 잠들어 있던 제국군들도 하나둘 잠에서 깨어나 버렸다.
그러나 이미 그들이 있는 곳으로 바짝 다가선 가니카스 일행이 자고 있는 기사들과 병사들을 향해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적습이다!!”
“모두 일어나!!! 적이 습격해왔다!”
빠르게 정신을 차린 기사들이 허겁지겁 병장기를 챙겼다.
그나마 갑옷을 입고 잠을 청한 이들은 곁에 두었던 무기만 짚으면 되었지만, 답답하다는 이유로 갑옷까지 벗어던진 이들은 맨몸에 병장기만 들고 있는 수준이었다.
그들이 전열을 가다듬을 수 있는 틈을 주지 않기 위해 가니카스 일행은 더욱 빠르게 제국군을 몰아붙였다.
가니카스 일행의 대부분은 검투사 출신.
덕분에 개인 기량들이 뛰어나 혼자서도 달려오는 병사 두세 명쯤은 가볍게 상대해내고 있었다.
생각보다 훨씬 잘 싸우는 그들의 모습에 레기온도 의외라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내 그의 눈매가 날카롭게 변했다.
“확실히 개개인의 기량은 뛰어난 것 같지만… 집단 전투에는 별로 능숙하지 못하군. 하긴. 격투장에서 각자가 살아남아야 했던 검투사들이었으니 어쩔 수 없나…….”
초반 기습을 가했을 때만해도 가니카스 일행은 파죽지세로 제국군을 밀어붙이고 있었다.
밤중인데다 기습까지 받은 탓에 제국군의 대응이 훨씬 늦어진 것도 이들에겐 이점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서서히 기사들과 병사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하나의 대열을 이루기 시작했다.
문제는 제국군이 대열을 이루기 시작하자 가니카스 일행의 속도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었다.
“아직 전투가 제대로 벌어지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이러면 곤란하지.”
하는 수 없이 레기온이 검을 들고 전장 안으로 들어서려 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다른 누군가가 가니카스와 제국군의 사이로 뛰어들었다.
“음? 카…칼라반님……?”
그의 모습을 확인한 레기온이 까무러칠 듯 놀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칼라반이 전장의 한 가운데로 뛰어들다니……!
거기다 그의 곁에는 단 한 마리의 어둠의 정령도 보이질 않았다.
“아니… 정령들의 도움도 없이 어쩌자고 저 안으로 뛰어든 겁니까……!”
레기온도 어둠의 정령술사인 칼라반이 어떤 약점을 지니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그는 누구보다 빠르게 몸을 날리려 했다.
그러나 그 순간 펼쳐진 모습은 그를 당황케 하기에 충분했다.
“뭐야…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레기온은 칼라반이 일반 성인 수준의 움직임을 보일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의 무서움은 어둠의 정령들이지 술사인 칼라반은 평범한 인간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 움직이고 있는 이는 그가 알고 있던 칼라반의 모습과는 너무 달랐다.
겨우 일반적인 성인 남자 수준의 움직임을 보여야 할 칼라반이 척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칼라반은 능수능란한 모습으로 검을 다루고 있었다.
’10년 사이에 검이라도 익히신 건가…? 아니지… 내가 알기로 칼라반님은 검을 익힐 수도 없는 몸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동안 내가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인가? 그게 아니라면 그동안 어떤 기연이라도 얻으신 건가……?’
뭐가 어찌되었건 레기온조차 눈앞의 광경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황급히 칼라반의 곁으로 가려던 것을 멈추었다. 제국군을 상대하는 칼라반의 얼굴에 여유가 보였던 것이다.
“그동안 무슨 일을 겪으셨던 겁니까. 정말이지… 예전부터 지금까지도 당신이란 사람을 보고 있으면 놀랍고 대단하다는 생각밖엔 들지 않는 군요…….”
레기온은 칼라반을 도와주려는 것을 포기했다. 오히려 자신이 나서는 것이 칼라반에게 방해가 될 것 같아서였다.
그리고 이런 레기온의 생각은 어느 정도 들어맞았다.
칼라반은 제국군을 상대하면서도 자신의 힘을 시험해보고 있었다.
그는 아직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여명의 검술부터 시작했다.
투박하지만 거칠고 단순하지만 무겁다. 그것이 여명의 검술에 대한 느낌이었다.
칼라반은 그때 익혔던 여명의 검술을 총 다섯 개의 식으로 나뉘었다.
그 중 1식을 먼저 펼쳐보았다.
후웅―!
쩌정!!! 콰지직!!
검을 휘두를 때마다 제국군 병사들의 갑옷이 아무렇게나 찌그러지고 있었다.
“벤다는 느낌보다는 찍어 누르는 느낌이야…….”
베는 것보다 앞에 있는 것을 부수는 느낌. 참(斬)보다 파(破)가 어울리는 형식이었다.
그의 검에 당한 병사들은 다른 것보다 입고 있는 갑옷들이 부셔져 괴로워하고 있었다.
갑옷이 찌그러지며 신체가 기이하게 꺾인 이도 있었다.
“으아……!”
“끄으으…….”
고통의 신음을 흘리는 병사들이 바닥을 뒹굴었다.
곁에 있던 병사들은 갑옷마저 부셔버리는 칼라반의 무지막지한 힘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이야! 이제 보니 엄청나게 화끈하신 분이었구만!!”
가니카스는 그런 칼라반을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생긴 것은 아라카인이나 자신에 비하면 훨씬 곱상하게 생겼는데 전투 스타일은 터무니없었던 것이다.
“그나저나 갑옷을 저렇게 만들 수가 있는 건가? 어디 나도 한 번 해볼까!?”
가니카스는 힘차게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그의 검은 기사의 검에 막히고 말았다.
“아…! 이러면 시도를 못 해보잖아!? 반항하지 말고 순순히 당해줘 봐라!!”
가니카스는 다시 박도를 치켜들었다.
그의 연이은 공격에 기사도 최선을 다해 수비했다.
간간히 반격을 가하고 싶었으나 가니카스는 검투사들 중에서도 상위의 실력을 지녔던 인물.
그런 것을 쉽게 허락할 리 없었다.
“도와드리겠습니다!”
“어서……!”
기사의 곁으로 동료들이 모여들었다.
그들은 곧바로 가니카스를 향해 협공을 가했다.
“아으…! 이건 좀 귀찮은 것 같은데!”
가니카스는 박도를 당겨 날아드는 검부터 막아내었다.
가니카스 뿐만 아니라 그의 수하들도 기사들과 병사들의 합공에 서서히 기세를 잃어가기 시작했다.
“건방진 놈들! 감히 제국 영토 내에서 제국군을 습격해!!”
잔뜩 분노한 로지카가 기사들과 병사들을 통솔했다.
그는 숙련된 지휘관답게 습격을 당했음에도 당황하거나 긴장하지 않았다.
오히려 겁도 없이 이곳을 공격해 온 습격자들에게 이를 갈고 있었다.
그가 나서서 기사들과 병사들을 지휘하자 제국군은 완전한 본모습을 되찾으려 하고 있었다.
“부관들!”
그의 외침에 근처에 있던 부관들이 달려왔다.
이곳으로 데려온 부관은 총 5명. 그런데 한 명이 보이질 않았다.
“한 명은 어디에 있는가!? 설마 저런 어중이떠중이 같은 놈들에게 당했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니겠지?”
“아닙니다.”
부관 한 명이 심각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의 표정을 보지 못한 로지카가 더욱 신경질적으로 외쳤다.
“그럼 이런 상황 속에서 잠이나 처자고 있다는 얘기냐!?”
“그게 아니라… 저희가 빠르게 파악해봤습니다만… 아무래도 이번 습격의 공모자가 바로 남은 한 명의 부관 같습니다.”
“아니, 대체 어떤 놈이……!!!”
“마지막으로 합류한 자인데… 아까 전 초입에서 습격에 관한 얘기를 했던 부관입니다.”
“하!?”
부관의 대답에 로지카는 기가 찬 표정을 지었다.
대체 일을 어떻게 처리했으면 습격자들과 한 패인 자가 죄수호송단의 부관으로 올 수 있다는 말인가!
“제대로 된 확인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는 말인가!? 썩어빠진 놈들…! 돌아가면 이와 관련된 놈들은 모두 잡아다 심문하고 말테다!”
로지카뿐만 아니라 다른 부관들도 분노로 부르르 떨고 있었다.
“이런 제기랄! 이제 보니 그 놈은 우리를 우롱하고 있었구나!! 초입에서 대놓고 습격이 있을 거라 예고한 거나 다름없었어!”
“저희는 그런 줄도 모르고 이렇다 할 대비조차 안하고 있었으니…….”
“아니, 우리가 대비했다 한들 어차피 똑같았을 거다. 오히려 놈들은 우리들의 대비책을 미리 알고 습격할 수 있었을 테지. 다른 것보다 그 놈의 손에서 놀아난 기분이라 상당히 기분이 잡치는구나. 하지만 놈도 이건 예상 못했을 거다.”
로지카의 시선이 정면을 향했다.
기사들과 병사들의 대열이 점차 완성되어가고 있었다.
숱하게 훈련을 받아왔던 이들이기 때문에 대열이 갖춰지기 시작한다면 저런 오합지졸들로는 어쩌지 못할 터였다.
“보니까 놈들은 개인 실력은 제법 괜찮으나 집단전에는 능숙하지 못하다. 아무런 질서 없이 따로 놀고 있는 것이 그 예지. 이것은 곧 놈들의 숨통을 조이게 될 거다. 대열이 갖춰진 제국군은 본래 개인의 힘보다 몇 배는 더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로지카는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기대에 부응하듯 점차 습격자들이 밀려나는 모습들을 보이고 있었다.
“어리석은 놈들. 그래봤자 1000명 남짓의 숫자인 것 같은데… 공모자까지 심어두는 잔재주까진 가상했다만 너희들은 이미 숫자에서부터 밀리고 있다.”
로지카는 저 겁 없는 무리들을 벌하기 위해 부관들에게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