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in Another 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116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116화
#만다라 스네이크
새롭게 궁신탄영을 익힌 칼라반은 기뻐할 새도 없이 4관문에 도달했다.
그는 이번에도 잠시나마 운기행공을 펼친 뒤에야 4관문 안으로 들어섰다.
그런 칼라반을 가장 먼저 맞이한 것은 시스템 메시지였다.
띠링!
[상태 이상을 감지했습니다.] [스킬 만독지체가 몸속으로 흘러들어오는 독을 해독합니다.] [스킬 만독지체가 몸속으로 흘러들어오는 독을 해독합니다.]…….
보랏빛 안개가 눈에 들어왔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니 곳곳에 녹빛 연기까지 스며들어 있었다.
그는 혹시 몰라 옷을 찢어 코와 입을 가렸다.
이것으로 독을 완전히 막을 수 있진 않겠지만 아주 조금이나마 독을 덜 흡수하게 되는 효과가 있을 거라 여겼다.
[상태 이상이 감지되었습니다.]다시 나타난 메시지와 함께 피부에서 쓰라린 통증이 느껴졌다.
2관문 3관문에서 생긴 상처들에도 독이 스며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건 정말 장난 아니군… 평범한 사람이 들어왔다면 조금도 버티질 못하겠어.”
말 그대로 독무(毒霧)가 가득한 공간이었다.
칼라반도 만독지체 스킬이 아니었다면 이곳 공간 자체가 커다란 위험이었을지 몰랐다.
“정말 사람이 통과할 수 있게 만든 시험이긴 한 건가?”
이쯤 되니 어나니머스의 무서움보다는 시험 자체가 말도 안 된다는 생각밖엔 들지 않았다.
미로와 함정, 어두운 밀실 속 피에 굶주린 그로울링, 늪지대와 암살자들, 거기다 이젠 독무가 가득한 공간까지.
어느 것 하나 쉬운 관문이 없었지만 하나같이 통과하기에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했다.
“그나마 긍정적인 측면이라면… 덕분에(?) 만독지체 스킬의 숙련도까지도 올릴 수 있겠어.”
그렇지 않아도 일부러 독까지 섭취해가며 만독지체 스킬의 숙련도를 올려야 하나 고민하던 차였다.
그런데 이렇게 뜻하지 않게 만독지체 스킬의 숙련도를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접하게 되자 이상하게도 긍정적인 기운이 솟아나고 있었다.
스킬의 숙련도를 높이는 훈련이라 생각하니 저도 모르게 숨을 한껏 들이마시고 있었다.
아마 다른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었다면 드디어 정신이 나간 것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을지도 몰랐다.
칼라반은 과감히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독향이 짙어지면서 주변 시야도 점점 뿌옇게 변하고 있었다.
스스스…….
스으―
그때 그의 귓가에 듣기 거북한 소리가 들려왔다.
붉은색과 검은색이 어우러진 화려한 문양의 뱀들이 시선에 들어왔다.
[만드라 스네이크 던전에 진입했습니다.]“여기도 던전이었나……?”
이제 보니 그의 주변은 어느새 꿈틀거리는 뱀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이 정도는 칼라반에게 큰 위협거리가 되지 못했다.
그는 검을 출수해 수직으로 세웠다.
이를 위협적인 자세로 인식했는지 뱀들이 칼라반을 향해 독니를 드러내었다.
뚝뚝 떨어지는 녀석들의 투명한 독액이 바닥을 적셨다.
“이곳에서 지체할 시간이 없다.”
그의 검 끝으로 검기가 흘러나왔다.
칼라반은 뱀들의 중앙에서서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휘리링―!! 슈가각!!
스걱! 스걱!!
칼라반의 검이 지나갈 때마다 뱀들의 시체가 늘어났다.
슈아아!!
잔뜩 독이 오른 뱀들이 칼라반을 향해 아가리를 짓쳐들었으나 여지없이 날아든 검기에 머리가 잘려나가고 말았다.
칼라반은 계속해서 검술을 이어가면서도 뱀들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집중했다.
그로울링보다 몸체가 훨씬 작은 탓에 좀 더 집중력 있게 검사를 운용해야 했다.
그렇게 몇 십 마리의 뱀들을 베다 보니 빠르게 올라가는 경험치 창이 보였다.
“이번에도 제법 쏠쏠하군.”
만독지체 스킬의 숙련도를 올리면서도 경험치까지 쌓여가는 중 칼라반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 있었다.
녀석은 다른 뱀들과는 조금 다른 생김새를 갖고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머리 중앙 부분에 있는 뿔이었다.
“뿔?”
[보스 몬스터 만드라 스네이크를 발견했습니다.] [만드라 스네이크는 중원의 혈각사(頁角蛇)와 닮아 있습니다. 만드라 스네이크는 포이즌 스네이크들 중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영물입니다. 인간이 머물기 힘들 정도로 독기가 강한 지역에서 간혹 모습을 드러냅니다. 만드라 스네이크의 뿔은 강한 독을 갖고 있는 대신 독기를 다룰 줄 아는 이가 사용한다면 최고의 약재로 쓰일 수 있습니다.]“만드라 스네이크라…….”
만드라 스네이크는 작은 몸집을 하고 있었으나 유독 붉고 아름다운 비닐을 지니고 있었다.
녀석은 매서운 시선으로 칼라반을 주시했다.
칼라반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자 금방이라도 공격을 가할 것처럼 고개를 치켜들었다.
“보스 몬스터니 방심하지 않겠다.”
아직 죽이지 못한 뱀들의 숫자도 많았지만 만드라 스네이크는 그중에서도 유독 강렬한 존재감을 내뿜고 있었다.
비단 녀석의 뿔 때문만은 아니었다.
슈와아―!!
과연 영물답게 드러내는 기세가 남달랐다.
녀석은 연신 혓바닥을 내밀면서도 선뜻 칼라반을 향해 달려들지 않았다.
오히려 뿔을 내세우며 천천히 칼라반의 빈틈을 노렸다.
“영물은 영물이라 이건가. 다른 뱀들과 다르군.”
무작정 덤벼들던 다른 녀석들과 다르게 만드라 스네이크는 신중했다.
칼라반이 다른 뱀들을 베는 동안 녀석은 녹색깔의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틈을 찾았다.
그리고 마침내 칼라반이 그에게서 등을 돌리는 듯하자 번개처럼 빠르게 몸을 날렸다.
“기다렸다.”
녀석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칼라반도 빠르게 몸을 회전시켰다.
사실 다른 뱀들을 죽이면서도 온 신경은 만드라 스네이크에게로 가 있었다.
그의 검 끝이 만드라 스네이크에게 향했다.
만드라 스네이크는 예상치 못한 빠른 움직임으로 칼라반의 검을 피해내었다.
“호오?”
이어 뿔을 이용한 반격까지 가해오자 칼라반도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이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만드라 스네이크는 계속해서 위협적인 공격을 가해왔다.
작은 몸집인데다 움직임까지 빨라 생각보다 까다로운 상대였다.
이번엔 그가 만드라 스네이크를 공격하기 위해 발을 내딛자 주변에 있던 뱀들이 그를 막기라도 하듯 달려들기 시작했다.
쉭!
쉬릭!!
몇몇 뱀들은 독니의 독을 칼라반에게 내뿜기도 했다.
“흡!?”
예상치 못한 공격에 반사적으로 독물을 검으로 쳐냈던 칼라반은 이내 후회하고 말았다.
사방으로 퍼진 독물이 그의 옷과 피부에 묻어버린 것이다.
[상태 이상을 감지했습니다. 강한 독성이 피부를 잠식하고 있습니다.] [스킬 만독지체가 발동됩니다.] [만독지체 스킬의 한계가 다가오고 있습니다.]마지막의 메시지가 가장 최악이었다.
금강지체 스킬이 최대한으로 받아낼 수 있는 데미지가 있었던 것처럼 만독지체 스킬도 해독해낼 수 있는 독의 양이 있었다.
그런데 벌써부터 그 한계가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하긴 무리도 아니지… 이런 독연이 가득한 곳에서 독사들과 싸우고 있으니…….”
독에 환장하는 자들이 아닌 이상, 아니 독에 환장하는 자들이라도 이곳만큼은 꺼려할 것 같았다.
어쨌거나 시간이 촉박해졌음을 확인한 칼라반의 손도 덩달아 다급해지려 했다.
그러나 이내 차분함을 되찾은 그가 한 차례 호흡을 고르며 검을 들어올렸다.
슈오오오―!!!
칼라반의 눈빛이 변하며 그의 전신에서 내기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빠르게 끝내주마.”
검사는 이제 막 익힌 기술이었지만 지금 당장 펼치는데 무리는 없었다.
검 끝에서 흘러나온 환한 검기가 점차 얇은 선처럼 변해갔다.
순식간에 검사를 만들어낸 칼라반의 눈빛이 번뜩였다.
“반월참!”
[스킬 반월참을 발동했습니다.]순식간에 몸을 낮춘 칼라반이 검으로 수평을 그리며 몸을 회전시켰다.
그러자 일자로 뻗어나간 검사가 주변 일대를 횡으로 휩쓸어버렸다.
칼라반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회전력을 이용해 곧바로 다음 공격을 이어갔다.
[스킬 연환칠검을 펼칩니다.]얇게 퍼져나간 검사가 일곱 개의 방향으로 폭사되어졌다.
슈아―!!
슈와악!!
뱀들의 거친 소리가 여기저기 터져 나왔다.
동강난 몸뚱이와 함께 뱀들의 핏물이 허공으로 솟구쳐 올랐다.
칼라반이 연속해서 펼쳐낸 무공은 한순간이었지만 검풍으로 독무마저 날려버릴 정도였다.
이후 연속해서 검술을 펼치다 보니 어느새 그를 에워싸고 있던 뱀들이 죽고 뿔 달린 만드라 스네이크만이 칼라반을 응시하고 있었다.
녀석은 더 이상 피할 수 없음을 알았는지 칼라반을 향해 정면 승부를 걸어왔다.
만드라 스네이크의 머리가 빠르게 칼라반의 하단을 노리고 들었다.
“흡……!”
헛바람을 집어삼킨 칼라반이 신속히 발을 내빼었다.
만드라 스네이크의 움직임이 섬전과도 같아 조금이라도 늦게 반응했다면 꼼짝없이 녀석의 독니가 칼라반의 발목에 박혀버릴 뻔했다.
“끝이다!”
검을 역수로 고쳐 쥔 칼라반이 그대로 검을 내리 꽂았다.
공격을 실패했음을 깨달은 만드라 스네이크가 곧바로 머리를 들어 아가리를 벌렸으나 곧 검기를 머금은 날카로운 검날이 녀석의 머리를 꿰뚫어버리고 말았다.
캬악……!
거친 쇳소리를 낸 만드라 스네이크가 몸을 꿈틀거리며 괴로워했다.
칼라반은 두 손으로 검을 꽉 말아 쥐었다.
“빨리 끝내주마.”
그가 검으로 선을 긋자 그대로 만드라 스네이크의 머리가 잘려나가고 말았다.
[보스 몬스터 만드라 스네이크를 처리했습니다.] [만드라 스네이크의 내단을 획득했습니다.] [만드라 스네이크의 뿔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대량의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여러 메시지창이 떠오르는 동안 칼라반은 만드라 스네이크의 머리에 다가갔다.
그리곤 검을 이용해 녀석의 뿔을 잘라내었다.
[만드라 스네이크(혈각사)의 뿔.오크조차 한순간에 즉사시킬 수 있을 정도로 치명적인 독을 품은 만드라 스네이크의 뿔입니다. 만드라 스네이크의 주식은 포이즌 스네이크입니다. 때문에 만드라 스네이크의 독은 다른 독을 중화시키는 성질이 있습니다. 뿔 안의 강한 독기를 모두 제거해내는 것은 어렵지만 독을 다룰 줄 안다면 훌륭한 약재로 사용할 수 있을 것 입니다.]
“독을 중화시킨다라… 쓰임에 따라서는 독약이 될 수 있고 반대로 해독제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인 건가?”
칼라반은 일단 만드라 스네이크의 뿔을 챙겨두었다.
자신은 독에 대해 잘 모르니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감이 잡히질 않았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쓸모가 있을지 모르는 일이었다.
그의 다른 손에는 만드라 스네이크의 내단이 들려 있었다.
보랏빛이 감도는 내단의 모습에 그는 절로 인상을 찌푸리고 말았다.
“왠지 내단에도 강한 독성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로군…….”
[만드라 스네이크(혈각사)의 내단은 독공을 익힌 자가 아니면 함부로 섭취할 수 없습니다.]시스템 오로라가 곧바로 칼라반의 궁금증에 답해주었다.
덕분에 칼라반도 빠르게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
일단 내단의 섭취는 다음으로 미루기로 했다.
“우선 이곳부터 벗어나야겠어.”
가득한 독무 때문에 만독지체 스킬의 한계가 언제 찾아올지 몰랐다.
벌써부터 온몸에 저릿한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한 것을 보니 만독지체 스킬에 해독되지 못한 독들이 작용하기 시작한 것만 같았다.
그는 빠르게 이곳에서 벗어나기 위해 경공술을 펼치며 통로로 향했다.
석문을 열고 통로 안쪽으로 들어서자 마침내 제대로 숨을 고를 수 있었다.
동시에 마치 조그마한 날붙이가 혈관을 타고 흐르는 것과 같은 통증이 느껴졌다.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정말 큰일이 날 뻔했겠어.”
그나마 다행이라면 이곳에서는 어나니머스의 습격이 없었다는 점이었다.
만약 3관문 때처럼 몸을 숨긴 어쌔신들이 이곳에서도 공격을 가해왔더라면… 상상만 해도 벌써부터 등골이 오싹할 정도였다.
“하기야… 어쌔신들도 저곳에서 버텨내는 것은 무리겠지.”
당장 만독지체 스킬까지 익히고 있던 자신만 해도 몸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칼라반은 하는 수 없이 그 자리에서 다시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마치 이런 상황을 여러 번 겪어보기라도 한 것처럼 그는 자연스럽게 무엇을 해야 할지 떠올리고 있었다.
수라윤회심공을 운기하며 단전의 기운을 천천히 끌어올렸다.
칼라반의 내공이 혈맥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수라에게 배운 대로 내공의 흐름을 이끌어가니, 혈맥을 타고 흐르는 내공이 몸속에 쌓인 독기들을 천천히 밀어내기 시작했다.
많은 독이 쌓인 것 때문인지 몸 밖으로 독소가 배출되는 동시에 뿌연 연기가 흘러나왔다.
그렇게 한참동안 몸에 남아 있는 독소를 빼낸 칼라반은 잠시간의 휴식 후 마침내 5관문으로 들어서는 문 앞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