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in Another 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121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121화
#뜻밖의 만남
반사적으로 이를 피한 레기온이 우선 안쪽의 상황을 살폈다.
갑옷을 입은 몇몇 사람들이 한창 서로 치고받으며 싸우고 있는 중이었다.
“조용히 식사할 자리는 못 되는 것 같군요. 다른 곳으로 가시겠습니까?”
“용병들인가보군.”
어느새 안쪽으로 들어선 칼라반이 싸우고 있는 무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운량도 조용히 따라들어와 내부를 살피고 있었다.
“으하하! 형씨 제법 눈썰미가 있구먼! 형씨 말대로 저기 싸우고 있는 녀석들은 모두 용병들이야. 푸른 연어 용병단이랑 톡시 용병단이라고 둘 다 이 근처에선 나름 유명한 용병단인데, 보다시피 서로 그다지 친한 편은 아니지.”
한쪽 벽면에서 럼주를 들이켜고 있던 털보 사내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는 뭉뚝한 손가락으로 한쪽에 비어 있는 자리를 가리켰다.
“여기가 음식도 잘하고 술맛도 아주 끝내주는 맛집이야. 어차피 저놈들도 금방 싸움을 멈출 테니 그냥 저쪽에 앉아서 식사해. 다른 곳 가봤자 자리 없을지도 모르고.”
털보 사내의 말에 레기온이 칼라반을 돌아보았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냥 여기서 먹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레기온이 앞장서서 안내했다.
칼라반 일행이 음식을 시키고 기다리는 동안에도 푸른 연어 용병단이랑 톡시 용병단은 계속해서 몸싸움을 하고 있었다.
몇몇 사람들은 얼굴이 붉게 물들어 있는 것을 보아 술기운이 잔뜩 오른 것 같았다.
“그런데… 형씨들도 용병인가?”
조금 전 먼저 말을 걸어왔던 털보 사내가 칼라반 일행에게 관심을 보이며 먼저 다가왔다.
그는 자기 테이블에 놓아두었던 럼주 한통을 칼라반 일행에게 선물하듯 놓아주었다.
“우리는 용병이 아니다.”
“그래? 난 또. 이번 레비카얀에서 내건 대규모 의뢰 때문에 온 용병인 줄 알았구만.”
“대규모 의뢰?”
“음? 모르고 있었나? 이번에 레비카얀의 영주인 힌드로케 백작이 내건 임무인데. 이게 보상이 생각보다 짭짤하거든. 생각 있으면 한번 참여해 보는 게 어때? 의뢰도 어렵지 않고. 꼭 용병이 아니더라도 참여할 수는 있을 걸?”
사내는 말을 하면서도 레기온이 허리춤에 차고 있는 검을 흘깃 바라보았다.
그의 말을 듣고 있던 유운량이 입을 열었다.
“의뢰 내용이 무엇입니까?”
“사실 의뢰 내용은 별것 아니야. 여기로 이주해 온 오크 부족들을 토벌하는 거다.”
“진짜 별것 아닌 내용이로군. 그런데 오크들을 토벌하는 것쯤이라면 성주의 사병으로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나?”
레기온의 물음에 털보 사내가 멍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들고 있던 술잔을 벌컬벌컥 마시며 말을 이었다.
“글쎄… 몇몇 오크 부족들이 합쳐진 거라 수가 꽤 된다고 했던 것 같은데? 그래서 혹시 몰라 힌드로케 백작 측에서도 용병들을 모으기 시작한 모양이고. 듣자하니 하이오크들의 숫자도 상당한 모양이야.”
“하이오크?”
“하이오크에 대해서 모르나? 가끔 등장하는 오크들의 진화종인데 일반 오크들과 다르게 훨씬 강한 힘을 보유하고 있다. 근데 사실 중요한 건 이게 아니야.”
“중요한 것이 그게 아니라니 그럼 뭐 다른 것이 있다는 말인가?”
“설마 이 많은 용병들이 고작 오크들이나 때려잡으려고 모였을라고?”
“그럼 다른 이유가 있나 보군.”
“물론! 자자, 모여 봐.”
털보 사내가 칼라반 일행을 좀더 가까이 끌어당겼다.
그는 혹시나 누가 들을세라 주변의 눈치를 살폈다.
어차피 주점은 푸른 연어 용병단과 톡시 용병단의 몸싸움으로 잔뜩 어수선한 분위기였기에 이들의 대화에 주목하는 이는 없었다.
털보 사내는 일부러 목소리를 내리 깔며 말했다.
“이번 오크 토벌 임무에 참여하는 힌드로케 백작의 군대에 그 유명한 솔 기사단의 인원들이 있다는 소문이야.”
“……!?”
털보 사내의 말에 레기온이 두 눈을 부릅떴다.
반면 유운량은 애써 덤덤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두 사람은 순간 칼라반의 눈치를 살폈다.
정작 칼라반은 아무런 표정 변화도 보이질 않고 있었다.
이들의 반응에 털보 사내가 인상을 찌푸렸다.
“뭐야? 설마 솔 기사단을 모르는 것은 아니겠지? 그런 거라면 얘기의 맥이 빠지는데…….”
“아니 알고 있다.”
“그렇지!? 그래 제국 사람이라면 그들을 모를 리가 없지! 어때? 검을 차고 있는 것을 보아하니 그대들도 검을 좀 익힌 것 같은데 제법 흥미가 생기는 얘기 아니야? 전장의 악마들이라 불렸던 그 사람들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라고!”
털보 사내는 만족스럽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에 칼라반도 입을 열었다.
“제법 흥미가 생기는 얘기긴 하군. 하지만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곧바로 결정을 내릴 순 없으니까.”
“그렇긴 하겠지. 만약에 함께 하려거든 내게 말해도 좋다. 나도 제법 괜찮은 용병단에 속해 있으니 자네들 정도는 충분히 끼워줄 수 있어.”
“그런데… 저들은 언제까지 싸우게 둘 생각이지? 계속 이렇게 놔뒀다간 가게에 피해가 이만저만 아니겠는 걸.”
“아아 그건…….”
털보 사내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누군가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아무렇지 않게 술을 시키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용병들의 몸이 그녀에게 부딪히기 시작했다.
“아이씨! 뭐야!?”
“방해되니까 저리 꺼져라.”
“지금 바쁜 것 안 보이냐? 한쪽으로 찌그러져 있든지!”
그녀와 몸을 부딪친 용병들이 한마디씩 거들었다.
그러자 조용히 술을 시키고 있던 여인도 그들을 돌아보았다.
“시끄러워서 밥을 먹을 수가 없네.”
파앙!
쾅!
그녀가 내지른 주먹을 맞고 용병 한 명이 단번에 고꾸라지고 말았다.
곁에 있던 동료들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그녀의 거친 손속이 이어졌다.
팡! 파방!!
“커헉!”
“큭……!”
거친 신음소리를 뱉어낸 용병들이 이렇다 할 반격도 펼쳐보지 못하고 바닥을 뒹굴었다.
이쯤 되니 푸른 연어 용병단과 톡시 용병단도 다툼을 멈추고 여인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넌 뭐냐?”
“뭔데 껴들어?”
그들이 여인를 노려보며 살기를 발산했다.
그때 두건을 걸친 주점의 주인이 술을 내려놓으며 앞으로 나섰다.
“여기는 내 손님이다. 너희들이 다짜고짜 다투는 바람에 손님들도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야. 그러니 이쯤하고 돌아가. 더 이상의 행패는 나도 용납 못해.”
그녀가 엄포를 놓자 두 용병단 모두 함부로 나서지 못하고 입맛만 다셨다.
이 주점 안에서 그녀의 말은 절대적이었기에 잔뜩 흥분해 있던 용병단 인원들도 한 수 접어주는 눈치였다.
“운 좋은 줄 알아라.”
“듀들리아가 아니었다면 오늘 먼저 죽었을 건 너다.”
“쯧…….”
두 용병단 사람들은 한마디씩 해대면서도 얌전히 자리를 피해주었다.
이에 털보 사내도 이만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레기온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의외네. 한바탕 더 난리칠 줄 알았더니 고분고분 말을 따라주는군.”
“지금은 이렇게 주점을 운영하고 있지만, 저래 보여도 한때는 골드 등급의 용병단에서 활동할 정도로 실력 있는 용병이었다. 이건 그녀에 대한 존중이야. 저 젊은 여자도 운이 좋구만!”
털보 사내는 푸른 연어 용병단원과 톡시 용병단원들을 각각 제압해 낸 사내를 잠시 바라보았다.
그러다 이내 흥이 식었다는 듯 몸을 돌렸다.
“가자!”
그의 외침에 일단의 무리가 몸을 일으켰다.
모두 푸른 연어의 문장을 갖고 있는 용병들이었다.
“어쨌거나 생각 있으면 우리한테 찾아오라고. 내가 바로 푸른 연여 용병단의 대장 클라움이니까.”
털보 사내는 이 말을 남기며 이만 주점을 나섰다.
푸른 연어 용병단도 그를 따라 밖으로 나섰다.
이들을 지켜보던 톡시 용병단도 흥이 깨졌다는 얼굴로 자리를 뜨고 있었다.
“저 사람들 운이 좋았군요.”
“그러게. 설마 여기에서 마주칠 줄은 몰랐는데…….”
운량과 레기온이 말을 주고받는 동안 용병들을 때려 눕혔던 여인이 그들에게 다가왔다.
그녀의 시선은 칼라반을 향해 있었다.
“여기서 뭐하고 있어?”
“그러는 너야말로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지?”
“나는 당연히 볼일이 있으니까 여기로 왔지!”
자연스럽게 이들과 함께 앉은 이는 다름 아닌 헤이나였다.
여기서 그녀를 다시 볼 줄은 몰랐던 터라 운량과 레기온은 조금 놀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보니까 너무 반갑잖아! 역시! 내가 걱정돼서 여기까지 쫓아 온 거야!?”
“아니 그건 아니ㄷ…….”
칼라반이 미처 대꾸하기도 전에 몇몇 사람들이 이곳으로 다가왔다.
그들은 칼라반 일행을 경계하면서도 헤이나에게 넌지시 물었다.
“헤이나. 아는 사람들이냐?”
“당연하지. 소개할게. 여기는 내 남자…가 될 공민이고 공민의 동료들이야.”
그녀는 운량과 레기온은 동료라는 이름으로 간단히 소개해 버렸다.
올백 머리를 하고 있던 사내는 다른 것보다 칼라반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이렇게 기생오라비 같이 생긴 녀석이 너의 뭐? 믿기 어려운데?”
“닥쳐 마르카.”
“어머 그럼 헤이나 언니의 남자친구분인 거예요? 와… 이 언니는 남자한테 관심 없는 척하더니 언제…….”
“헤이나가 아는 사람을 만나다니… 처음 있는 일이로군.”
곁에 있던 이들이 신기하다는 얼굴로 칼라반 일행을 바라보고 있었다.
인상을 찌푸리고 있던 올백 머리 사내, 마르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반갑다. 나는 마르카라고 한다.”
“공민이다.”
“말이 짧…군?”
“먼저 짧은 것은 네가 아니었나?”
칼라반과 마르카의 시선이 서로 마주쳤다.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마르카와 다르게 칼라반은 덤덤한 얼굴로 식사를 이어갔다.
“헤이나 언니가 아는 사람들이면 저 사람들도 용병인 거예요?”
“음? 아니. 용병은 아니야.”
“용병패라면 하나 가지고 있다.”
“뭐? 너 용병패도 있었어?”
칼라반의 말에 헤이나가 의외라는 얼굴로 물었다.
그러자 칼라반의 시선이 유운량에게로 향했다.
“아…….”
유운량은 그때서야 생각난 듯 멋쩍은 미소로 칼라반의 시선을 피했다.
그러고 보니 칼라반에게 용병등록을 하도록 만든 이가 다름 아닌 자신이었던 것이다.
“봐봐 어떤 용병패를 가지고 있는데?”
헤이나의 물음에 칼라반이 품속을 뒤졌다.
사실은 품속을 뒤지는 척하며 인벤토리 안의 용병패를 꺼내고 있었다.
그가 용병패를 꺼내 헤이나에게 보여주자 근처에 서 있던 용병들이 가장 먼저 반응을 보였다.
“아… 그 패는 아이언 등급 아니에요?”
“뭐야… 겨우 아이언이야?”
“이봐. 그렇게 말하는 건 실례라고.”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는 법이지! 아이언 등급이라고 부끄러워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난!!”
마르카 뒤에 서 있던 용병들이 한 마디씩 해대었다.
그들의 말들을 뒤로하고 마르카가 칼라반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쪽도 용병이라면 어차피 이번 의뢰를 하러 온 것 같은데. 우리랑 함께하는 건 어때?”
“오 좋아요! 헤이나 언니의 친구분들이라면 우린 언제든 환영!”
“그래그래. 아이언 등급이면 어때. 누구나 처음은 있는 법이니까.”
이들의 반응에 헤이나도 칼라반 쪽을 바라보았다.
그녀도 내심 기대하는 눈치였다.
잠깐 생각에 잠겼던 칼라반이 이내 입을 열었다.
“좋다. 함께하지.”
칼라반의 답에 헤이나가 가장 먼저 웃음을 보였다.
유운량과 레기온도 칼라반의 생각을 눈치챘기에 조용히 그의 말을 따랐다.
아무래도 조금 전 털보 사내가 했던 말이 칼라반의 머리에 남아 있는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