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in Another 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125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125화
#월명
“뭐라고…!? 이게 얼굴 좀 예쁘다고 봐주니까……!”
마르카가 발끈해서 나서려 했으나 이미 헤이나는 등을 돌린 뒤였다.
그러나 분에 이기지 못했는지 마르카는 씩씩거리며 애꿎은 땅만 차대었다.
한편 전장에서 고군분투하던 병사들과 용병들의 방어선도 점차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그때부턴 다시 오크들의 학살이 시작되었다.
그나마 멀쩡히 서 있는 군사들과 용병들이 분전했지만 상황을 반전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크윽… 여기까지인가……!”
클라움이 이를 악물며 오크들을 노려보았다.
놈들은 마치 이 상황을 즐기듯 비릿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래도 칼라반 군단에서 살아남았다는 말은 거짓말이 아닌가보네. 같은 병사들인데도 불구하고 수준이 달라.”
“그러게. 일반 병사 출신이었다는데 저런 정도의 실력이면 그동안 들려왔던 소문이 아예 과장된 것만은 아닐지도 모르겠어.”
푸른 연어 용병단원들이 아직도 최전방에서 수많은 오크들을 상대하고 있는 병사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때 그들의 곁으로 누군가 스쳐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음!?”
“자… 잠시만……!”
눈앞의 오크들을 상대하던 용병들도 이곳을 스쳐지나가는 무리를 보고 있었다.
그들 중 선두에 선 사내를 먼저 알아본 클라움이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너는…! 그때 그…….”
“푸른 연어 용병단이라고 했습니까?”
“그렇다만…….”
“좋은 용병단이로군요. 한 사람이라도 더 살려내기 위해 용감히 뛰어드는 모습은 잘 봤습니다.”
칼라반이 검을 출수하며 앞으로 나섰다.
그의 곁에는 레기온과 유운량, 헤이나가 함께 있었다.
칼라반은 검을 들고 나서기 전 클라움을 다시 한 번 돌아보았다.
“그 마음은 높이 사겠습니다. 하지만 감정에 치우친 섣부른 판단은 때로 모든 동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뭐……?”
“오늘 같은 기적적인 일이 또다시 일어날 거란 보장은 없으니까.”
“그게 무슨 말인지 알아듣게 말을 해야…….”
콰랑!
칼라반이 휘두른 검에서 선명한 검기가 뿜어져나갔다.
검기는 칼라반의 앞을 막아선 오크 두 마리를 단숨에 두 동강 내버렸다.
그의 일격에 지켜보던 용병들 모두가 놀란 눈을 하고 말았다.
그저 평범하게 보이던 칼라반이 이 정도의 실력을 지니고 있을 거라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것이다.
“이… 이럴 수가… 분명 아이언 등급의 용병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어떻게… 이 정도의 마나 소드라면 이… 이미 골드 등급 이상의 실력이 아닌가……!?”
클라움은 너무 놀라 말까지 더듬고 말았다.
그러나 놀라움의 연속은 계속되었다.
검을 쥔 레기온이 먼저 오크들 사이로 뛰어들었다.
빠르게 휘둘러지는 마나 소드가 오크들의 살갗을 두부 베어내듯 썰어내고 있었다.
오크들이 레기온을 죽이기 위해 달려들었으나 레기온은 그들의 공격을 유유히 피해내며 순식간에 십 수 마리의 오크들을 연달아 베어버렸다.
“멋있는 척은 혼자 다하네.”
오크군 사이를 종횡무진 누비고 다니는 레기온을 보며 헤이나가 깍지를 끼며 몸을 풀었다.
“취륵!”
“취르륵!”
헤이나를 발견한 오크 한 마리가 빠르게 접근해왔다.
녀석은 큼지막한 몽둥이를 하늘 높이 들어올렸다.
휘릭―!
퉁!
힘차게 몽둥이를 휘두른 오크는 자신의 일격에 눈앞에 있던 인간 여자가 피를 흘리며 쓰러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이어진 상황에 녀석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았다.
“넌 뭘 먹고 자랐길래 이렇게 힘이 약해빠졌니?”
오크의 일격을 한 손으로 가볍게 막아낸 헤이나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어보였다.
모르는 이가 봤다면 그저 아름다운 미소로 보일 법하겠지만, 눈앞에 있는 오크에겐 전신이 오싹할 정도로 소름 돋는 미소였다.
한 차례 호흡을 내뱉은 헤이나가 한걸음 앞으로 발을 내밀었다.
이어 뻗어나간 그녀의 다른 한 손이 오크의 복부를 강하게 때렸다.
파앙!!
“쿠웨에……!”
오크를 쓰러트리는 데엔 단 일격이면 충분했다.
그녀의 일격에 당한 오크는 거친 비명소리와 함께 바닥을 뒹굴었다.
동료가 당하는 것을 본 오크들이 너도나도 헤이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어서 와. 나도 간만에 몸 좀 풀어봐야겠어.”
파쾅!
파앙! 쿵!
헤이나의 주먹이 오크의 안면부를 강타하고, 발이 오크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여기저기 날아드는 무기들은 그녀의 옷깃조차 제대로 스치지 못하고 있었다.
반면 그녀가 내지르는 일격들은 시원한 타격음을 터트리며 오크들을 차례로 쓰러트리고 있었다.
“대… 대단해…….”
“뭐야… 저런 게 가능한 거야?”
“미쳤군 미쳤어…….”
뒤에서 지켜보던 용병들은 헤이나와 레기온의 활약에 혀를 내두르고 말았다.
단지 두 사람이 합류했을 뿐인데 수십 마리의 오크들이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오크들은 이렇다 할 기세를 펼쳐보지도 못하고 두 사람 앞에서 허수아비 쓰러지듯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다.
“저 두 사람도 대단한데… 저자는 더 미쳤구만…….”
“그러게. 전혀 안 그럴 것처럼 생겨선… 두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하겠어.”
“하이오크들을 저렇게 압도해버리다니… 대체 누구지?”
병사들과 용병들의 시선이 향하는 곳엔 칼라반이 있었다.
그는 일반 오크도 아닌 하이오크들의 사이에서 홀로 싸우고 있었다.
그의 검이 춤을 추듯 움직일 때면 하이오크들의 피가 여기저기 허공에 솟구쳤다.
분노한 하이오크들의 공격이 칼라반을 향해 날아들었지만 어나니머스 어쌔신들의 날카로운 공격에 비하면 한참 모자를 지경이었다.
마치 산책을 하듯 하이오크들의 사이를 유유히 거니는 칼라반을 보며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대체 어디서 저런 자들이 나온 거지……?”
“이 정도 실력의 용병이면 플레티넘 등급 정도 되는 것 아닐까?”
“그래 골드 용병이랑 플레티넘 등급의 용병이랑은 엄청난 실력 차가 존재한다며?”
용병들은 작금의 상황도 잊은 채 넋을 잃고 세 사람의 무위에 시선을 빼앗겼다.
이는 비힐즈 용병단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예상치 못한 실력을 드러내는 세 사람의 모습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특히나 두 눈을 부릅뜬 마르카의 표정은 가관이라 할 수 있었다.
“저… 저놈 뭐… 뭐야? 하이오크들을 상대로 저럴 수가 있다고……?”
“우리 단장 큰일 났네. 지금껏 저런 사람한테 그렇게 빈정댔으니.”
“헤이나 언니도 장난 아니네요. 그동안 저 정도 실력을 감추고 있었다니…….”
“나는 솔직히 헤이나가 더 무섭다… 오크들을 완전 곤죽으로 만들어버리고 있잖아…….”
감탄은 여기저기서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가 검을 번쩍 치켜들며 소리쳤다.
“다들 이럴 때가 아닙니다! 저분들을 도와서 오크들을 물리쳐야죠!”
“맞습니다! 저분들이 저렇게 힘내주실 때 힘을 합쳐서 작은 보탬이라도 되어야 합니다!”
칼라반 일행 덕분에 순식간에 전장의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검을 들 수 있는 사람들은 앞으로 나서며 오크들과 하이오크들을 공격했다.
반면 오크들은 갑자기 기세등등하게 밀려오는 인간들에 당황하고 말았다.
“취륵!”
“취에에!”
전황의 흐름이 안 좋게 흘러감을 눈치챈 하이오크 전사들이 앞장섰다.
몇몇 하이오크들이 오크 병력들을 이끌고 전선을 이탈했다.
그들은 한데 뭉쳐 있는 부상당한 인간들을 공격하기 위해 신속히 움직였다.
“놈들을 막아! 이쪽을 노린다!”
“부상당한 사람들을 보호해줘요!”
“마법사들도 안쪽으로!”
간간히 보이는 마법사들은 용병들이 만들어낸 인간 울타리 안쪽으로 피신했다.
그들은 이미 몇 차례 마법을 쏟아낸 덕분에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저희가 좀 더 도움이 되어드려야 했는데…….”
“아닙니다. 이미 많은 도움이 되셨습니다! 마법 덕분에 오크들도 함부로 덤벼오지 못했으니까요.”
“그나저나 저렇게 많은 오크들이 몰려오는데…….”
그들은 자신들을 향해 달려오는 오크들을 보며 얼굴을 굳혔다.
당장 이곳에 있는 병력들만으로는 저들을 모두 막아내기엔 역부족인 것 같았다.
그렇다고 다른 곳에 도움을 요청하기에도 역력치 않은 상황이었다.
그 순간 그들의 앞으로 나서는 사내가 있었다.
“아… 당신은…….”
“이… 이봐요! 뒤로 물러서세요! 오크들은 저희가 최대한 막아볼 테니 일단 뒤로 물러나요!”
병사들과 용병들이 운량을 말리려 했지만 운량은 파초선을 부드럽게 흔들며 앞으로 나섰다.
그는 우르르 몰려오는 오크들과 홀로 마주하고 섰다.
“제가 나설 일은 없을 것 같았는데… 이렇게 나설 자리가 마련되고 말았군요.”
운량이 파초선을 한껏 들어올렸다.
그가 파초선을 크게 휘두르자, 파초선에서부터 순식간에 강렬한 바람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휘우우웅――!!
거센 바람은 그대로 오크들에게로 뻗어나갔다.
오크들은 갑자기 불어 닥치는 돌풍에 손으로 얼굴을 가로막았다.
그들은 이 바람을 일으킨 이가 운량임을 확인하고 가장 최우선적으로 운량을 죽이고자 했다.
그러나 워낙 강한 바람이 계속해서 불어 닥치는 통에 육중한 오크의 몸조차 허공에 붕 떠버리고 말았다.
털썩! 털썩!
결국 돌풍을 이겨내지 못한 오크들이 바닥을 뒹굴었다.
“취에에!”
“취륵!”
녀석들은 자신들조차 날려버리는 엄청난 강풍에 결국 뒤로 물러나버리고 말았다.
알 수 없는 공포심에 사로잡혀 버린 탓에 그들은 본능적으로 운량에게서 벗어나 버렸다.
“음? 생각보다 싱겁군요.”
파초선을 한 번 더 부쳐볼까 했던 운량은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그가 파초선을 접으며 돌아서자 용병들은 물론 휴식을 취하고 있던 마법사들까지 그를 우러러보고 있었다.
“방금… 어떻게 하신 건가요……?”
“마나를 배열하는 것도 못 봤어요. 아니 그 이전에 그런 물건으로 마법을 펼칠 수 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도 없는데…….”
“혹시 어느 마탑에 속하신 마법사님이신지 여쭈어도 될까요?”
마법사들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질문에 박차를 가하려는 때 누군가 무언가를 깨달은 듯 손뼉을 쳤다.
덕분에 깜짝 놀란 동료 한 명이 인상을 찌푸리며 그를 째려보았다.
“갑자기 왜 그래?”
“생각났어!”
“생각나다니 뭐가? 집에 마누라 몰래 꽁쳐 놓은 돈이라도 생각난 거야?”
“아니아니… 저 사람들… 정체가 뭔지 떠올랐다는 거야.”
“음? 누군데?”
“이번에 비힐즈 용병단에서 데려온 사람들이라 그렇지 않아도 원래는 뭐하는 사람들인지 정확히 몰랐는데… 짐작 가는 곳이라도 있는 건가?”
“혹시 메이저 용병단 소속인가?”
갑자기 사내를 향해 여러 질문세례들이 퍼부어졌다.
사내는 유운량부터 시작해 칼라반까지 찬찬히 살펴보았다.
그리곤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한 것 같은데…….”
“뭔데 그래? 뜸들이지 말고 빨리 말 좀 해봐! 사람 답답하게!”
“자네도 기억할 거야. 그 얼마 전에 아라곤 지역에서 활약했다던 기사단 말이야.”
“음……?”
“월명 기사단을 말하는 건가? 산악민족들의 침공을 막고 홀연히 사라졌다는?”
“그래…! 잘 살펴보라고. 그때 들려온 소문이랑 상당히 비슷하지 않아? 검을 쓰는 검사 두 명과 맨몸으로 산악 민족들을 상대했던 여인. 거기다 강풍을 일으키는 마법사까지.”
“그러네…? 듣고 보니 정말 그렇잖아!?”
“허… 그럼 지금 우리와 함께 하고 있는 분들이 바로 그 월명 기사단이란 말이야!?”
사내의 말을 들은 모두가 놀란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월명 기사단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갑자기 모습을 감춘 신비주의 기사단이었다.
그런 월명 기사단이 자신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
“흉악한 산악 민족들로부터 아라곤을 지켜준 월명 기사단이 이곳에 있었다니…….”
칼라반 일행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이미 전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