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in Another 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130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130화
#2차 각성
“어쨌거나 오래 살고 볼 일이로군. 내가 제국의 대기사장을 가르치는 날이 올 줄이야… 우선 다시 한 번 내 앞에서 검술을 펼쳐보게.”
이슈하르트의 말에 칼라반이 검에 손을 가져갔다.
그가 검을 출수하는 동안 이슈하르트가 말을 이었다.
“보다시피 지금의 나는 움직일 수가 없는 몸이다. 그러니 말로 설명하더라도 이해해주길 바란다.”
“괜찮습니다. 말씀만 해주셔도 제겐 많은 도움입니다.”
“그럼 시간이 얼마 없으니 시작하지.”
이슈하르트의 말에 칼라반이 검술을 펼치기 시작했다.
[스킬 여명의 검술을 시전합니다.]그가 구분 동작으로 그림에서 보았던 동작들을 천천히 펼쳐 보였다.
두 손으로 검을 들어올리며 수직으로 내리치려는 때 이슈하르트가 입을 열었다.
“두 팔에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가 있다. 그때는 어깨에 힘을 빼고 내딛는 오른발에 힘을 실어라.”
이슈하르트의 조언에 칼라반이 곧바로 따라보았다.
그는 어깨에 슬쩍 힘을 빼면서 앞으로 내딛는 오른발엔 체중을 실었다.
후우웅―!!
그러자 이전과는 다른 소리가 들렸다.
“어떻게…….”
“나의 검술이 공격을 중요시하며 일격, 일격에 강한 힘을 낸다는 것은 잘 꿰뚫어 보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동작들에 힘을 싣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힘을 주지 않고 검의 흐름에 실려 있는 힘을 이용하는 것이 더욱 강한 위력을 발휘하는 법이다.”
그의 설명에 칼라반도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동안 강한 일격을 내리쳐야 한다는 생각으로 계속해서 온몸에 힘을 주고 있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칼라반은 계속해서 검술의 동작들을 펼쳐보였다.
그때마다 이슈하르트는 말로써 칼라반의 잘못된 점을 바로잡아주었다.
그러나 아무리 칼라반의 이해가 빠른 편이라곤 하나 이렇게 하나하나 바로잡아주는 것에도 한계가 있었다.
무엇보다 몇 동작 가르치지도 못했는데 상당한 시간이 흘러버렸다.
“이렇게만 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리겠군.”
“제가 좀 더 노력해보겠습니다.”
“아니… 그대의 문제가 아니다. 한 번이라도 나의 검을 직접 보여줄 수만 있다면 곧바로 어떤 느낌인지 알아차릴 수 있을 텐데…….”
아쉬움 가득한 목소리였지만 하는 수 없었다.
그렇다고 당장 이슈하르트 본인이 직접 움직일 수도 없는 노릇이었으니 최선의 방법은 결국 이것밖엔 없었다.
칼라반도 그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이슈하르트의 가르침은 하나도 빠짐없이 받아들이려 노력했다.
이슈하르트도 칼라반이 보이는 열정에 내심 흐뭇해하면서도 검술을 가르칠 때면 누구보다 엄격한 모습을 했다.
덕분에 칼라반은 무서울 정도의 집중력으로 이슈하르트의 가르침을 빠른 속도로 흡수해내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의 강행군 훈련이 이어졌다.
연속해서 검술을 펼치던 칼라반의 눈앞에 갑자기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띠링!
[마령환의 흡수율이 100%에 도달했습니다.] [내공이 증진되었습니다.] [거듭된 검술 훈련으로 여명의 검술 숙련도가 높아졌습니다.] [축하합니다! 전투력 60만을 달성하여 2차 각성 퀘스트가 발동되었습니다.]칼라반은 다른 메시지들은 그러려니 했으나 마지막 메시지에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았다.
그런 칼라반의 변화를 눈치챈 이슈하르트가 먼저 물었다.
“갑자기 왜 그러는 거지?”
“하필 이런 때에… 죄송합니다 이슈하르트님. 잠시만 훈련을 멈추어야 할 것 같습니다.”
“하긴 그동안 무리해서 훈련을 이어오긴 했어. 그러고 보니 충분한 휴식도 제대로 취하지 못했던 것 같군.”
“훈련이라면 더 할 수 있습니다만…….”
칼라반은 아래에 떠오른 메시지를 빠르게 읽어 내렸다.
[2차 각성 퀘스트의 영향으로 1시간 뒤 수련의 공간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미리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 운기조식(명상)을 실행해주시기 바랍니다.(운기조식을 실행할 시 곧바로 수련의 공간으로 입장하실 수 있습니다.)]1차 각성 퀘스트 때와 똑같은 안내 메시지였다.
결국 그는 하던 것을 멈추고 주변을 살폈다.
이곳을 돌아다니던 몬스터들은 이미 정리해둔지 오래였다.
그러나 혹시 모르니 다음 수를 준비해두기로 했다.
[최하급 어둠의 정령 ― 어둠을 뿌리는 존재 둠(까망이)을 소환했습니다.] [하급 어둠의 정령 ― 어둠잡이 카피오를 소환합니다.] [중급 어둠의 정령 ― 잔혹극의 광대 루디오를 소환합니다.] [중급 어둠의 정령 ― 빛을 등진 골렘 두루스를 소환합니다.] [상급 어둠의 정령 ― 통곡의 포식자 아페티를 소환합니다.]어둠의 정령들이 칼라반의 곁으로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런 광경을 처음 본 이슈하르트가 두 눈을 빛냈다.
“그렇군. 어둠의 정령들은 저런 모습들을 하고 있었나.”
그동안 이곳에서도 어둠 속에서만 있는 바람에 온전한 모습을 본 적은 없었다.
이렇게 어둠의 정령들의 온전한 모습을 보게 되니 이슈하르트로서도 신기한 마음이었다.
한때는 전장을 공포로 몰아넣었다던 어둠의 정령들이 눈앞에 있다 생각하니 오랜만에 몸이 근질거리기도 했다.
반면 칼라반은 어둠의 정령들을 주변에 세우고 그 자리에서 가부좌를 틀었다.
그런데 이어 나타난 메시지들에 그의 두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운기행공을 시작하여 수련의 공간에 입장하게 됩니다.] [플레이어 칼라반님은 영혼의 공간에 머무르고 계십니다. 이곳이 곧 수련의 공간으로 변하게 될 것입니다.]순간적으로 메시지에 나타난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없었으나, 곧 깨달을 수 있었다.
[5…4…3…2…1…0…!]시간이 끝나고 그가 바라보고 있는 공간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한 번 경험해보았던 현상이지만 쉽게 적응할 수 없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어딘가에 빨려들어 간다는 느낌보다 주변의 공간이 변화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칼라반은 밀려오는 현기증에 잠시 눈을 감았다.
그가 다시 눈을 떴을 땐 익숙한 공간이 시야에 들어왔다.
[수련의 공간에 입장했습니다.] [2차 각성 퀘스트 : 강(强)의 발현(發現)두 번째 관문 ― 흑강석을 베어 내기. 검기만으로는 흑강석을 베어낼 수 없을 것입니다. 많은 무인들이 흑강석을 베어내기 위해 검을 휘둘렀으나 그 높은 벽에 고개를 떨구어야 했습니다. 검기보다 더욱 강한 유형의 기운이어야만 흑강석을 성공적으로 베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엔 흑강석을 베어내야 하는 것인가.”
쿠르릉――!!
칼라반의 말이 끝나자마자 지축이 요란하게 울리며 바닥에서 칠흑빛 벽이 솟구쳐 오르기 시작했다.
“다시 보니 반갑군.”
1차 각성 퀘스트 때보다 훨씬 크긴 했지만 어쨌거나 한때는 저기에 상처라도 내보기 위해 미친 듯이 검을 휘두른 적이 있었다.
“크하하!! 내 말했지 않소. 인연이 닿으면 다시 만나게 된다는 것을!”
“아, 이 목소린…….”
반가운 목소리에 칼라반이 곧바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아수라가 뒷짐을 진 채 서 있었다.
그의 모습에 칼라반이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혹시 이렇게 될 줄 아셨던 겁니까.”
“후후. 검기상인의 경지는 상승 무공의 초입, 그동안 수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면 꽤나 많은 성장을 이룩했을 터! 그러니 이제 슬슬 다음 경지로 넘어가야 하지 않겠소? 제자의 앞길에 마지막 가르침을 주기 위한 나의 안배요.”
“그랬군요.”
“그리고 그대의 표정을 보아하니 다음 경지도 짐작하고 있는 듯하오만.”
“이제 검강이겠지요.”
“하하하! 바로 그렇소. 검강을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비로소 초절정 고수의 반열에 들었다 말 할 수 있을 것이오. 물론! 검강을 터득하는 것은 검기를 터득하는 것에 감히 비할 바가 안 될 정도로 어려운 일이오. 많은 이들이 초절정의 반열에 들고자 하나 실패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지.”
“그렇지 않아도 근래 들어 어딘가 큰 벽에 부딪힌 기분이었습니다. 수련을 빠트리지 않고 성장을 거듭하고 있건만, 벽에 가로막혀 제자리걸음을 하는 느낌입니다.”
칼라반의 말에 아수라가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는 이미 칼라반이 얼마나 많은 성장을 이루었는지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내 그의 시선은 칼라반의 너머로 향했다.
“헌데 이번엔 다른 손님을 데려왔구려.”
아수라의 말에 칼라반이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가 이곳으로 어떻게 다른 손님을 데려온단 말인가!?
칼라반은 아수라가 하는 말의 영문을 몰라 그의 시선이 향한 곳으로 고개를 돌려보았다.
“아…….”
그곳엔 새하얀 갑옷을 전신에 걸치고 중무장을 하고 있는 사내의 모습이 보였다.
선이 굵은 그의 얼굴은 놀랍게도 눈에 익은 얼굴이었다.
“설마… 이슈하르트님?”
“이게 대체…….”
칼라반을 따라 수련의 공간으로 진입하게 된 이슈하르트가 자신의 몸 곳곳을 살펴보았다.
놀랍게도 지금 그의 모습은 젊은 시절의 모습 그대로였다.
전신에 넘쳐나는 힘을 느끼며 이슈하르트도 얼떨떨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누군지 물어봐도 되겠소?”
“아수라 스승님 이후로… 모시게 된 스승입니다.”
“음?! 본좌를 두고도 다른 스승을 두었단 말이오!?”
“예. 아… 그게…….”
“크하하하!!”
아수라가 크게 대소하며 칼라반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그가 갑자기 웃기 시작하니 이슈하르트도 아수라 쪽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농담이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나의 스승이 될 수 있거늘!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소.”
아수라의 말에 칼라반은 괜히 한시름 놓게 되었다.
이슈하르트와 아수라의 시선이 자연스레 마주치게 되었다.
두 사람은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제법 검을 익힌 듯하구려.”
“제법이라… 그대는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실력을 지니고 있는가?”
“크흐흐 본좌가 아니면 그런 말을 또 누가 할 수 있단 말이오?”
아수라가 자신의 턱을 매만지며 고개를 치켜들었다.
사뭇 오만해보일 수 있는 태도였으나, 아수라에겐 그만한 자신감과 실력이 있었다.
팔짱을 끼고 있는 아수라를 두고 이슈하르트가 칼라반을 바라보았다.
“혹시 일전에 펼쳐보였던 그 검술이 저자의 것인가?”
“예. 그렇습니다만…….”
“훗. 제법 괜찮긴 했지만 그런 정도의 검술을 쓰는 자가 이런 오만한 태도를 보인단 말인가.”
“뭐라!? 제법 괜찮다? 지금 본좌의 수라파천검을 두고 그런 말을 하는 것인가?”
“이름도 별로로군.”
“하!? 그러는 그대의 검술은 과연 대단하다 자신 할 수 있는가?”
“물론. 나의 검술은 감히 말하건데 누구도 막을 수 없다.”
“크하하하 재밌구려! 헌데 그런 말을 하려거든 몸에 걸치고 있는 그 거추장스러운 쇳덩어리부터 벗어던져두어야 하는 것 아니오? 겁쟁이인 양 몸에 철갑옷을 두르고 있는 자가 할 말은 아닌 듯싶소만.”
아수라와 이슈하르트 사이에 묘한 신경전이 오가기 시작했다.
후우웅―!!
슈우우웅――!!
아수라와 이슈하르트가 서서히 그 강대한 기운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들의 사이에서 오직 칼라반만 어찌할 바를 몰라 머리를 긁적이고 있었다.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라 그는 둘 사이에서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할지 몰랐다.
사실 칼라반이었기에 이런 분위기 속에서 멀쩡히 있었던 것이지, 다른 평범한 이였더라면 두 사람의 기싸움에 밀려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들었을지도 몰랐다.
“크흐흐 이럴 땐 역시.”
“마음이 통했나 보군.”
아수라가 팔을 뻗자 검 한 자루가 그의 손아귀에 날아들었다.
이슈하르트는 자신의 허리춤에 있던 검을 뽑아들었다.
두 사람은 동시에 칼라반을 바라보았다.
“이 참에 잘 봐두시오. 지금부터 본좌의 수라파천검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보여주겠소.”
“그렇지 않아도 직접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없어 아쉬웠는데 잘 되었군. 지금부터 마누스식 검술이 어떤 것인지 그 진정한 모습을 보여주겠다.”
칼라반이 미처 말릴 새도 없이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보며 섰다.
후우우웅――!!
슈와아아―!!!
이어 두 사람이 본격적으로 살기를 드러내기 시작하자 주변 대기가 크게 요동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