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in Another 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132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132화
#수련의 공간 속 폐관 수련
“훌륭하군.”
“그대도 마찬가지오.”
오랫동안 대결을 이어가던 아수라와 이슈하르트가 마침내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들의 주변은 이미 천재지변이 일어나기라도 한 것처럼 황폐화가 되어 있었다.
그 와중에 우뚝 서 있는 흑강석은 칼라반으로 하여금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다.
아수라와 이슈하르트라면 간단히 저 흑강석을 부술 수 있었다.
그러나 저렇게 온전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도중에 아수라가 이슈하르트에게 건넨 말 때문이었다.
칼라반이 강해지기 위해서 아수라가 저 흑강석은 온전해야 한다는 말을 하니, 그 치열한 대결 와중에도 흑강석에게는 아무런 상처가 없도록 한 것이다.
“두 분 다 대단하십니다.”
칼라반은 진심으로 감탄하며 말했다.
말로만 듣던 아수라의 검법이 이렇게 뛰어난 줄 몰랐고, 혼자 연구하던 여명의 검술이 이렇게나 위력적인 검술인지도 몰랐다.
이슈하르트는 말없이 칼라반을 바라보았고, 아수라는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러다 이슈하르트가 먼저 말문을 꺼냈다.
“나는 진심으로 그대가 부럽다.”
“예……?”
“많이 경험해 본 것은 아니나… 저 사내의 검술은 본래 이곳의 검술과는 궤를 달리한다. 추측컨대 동방의 검술과 닮아 있는 것 같군.”
“후후 그대의 검법은 이쪽의 도법과 많이 닮아 있는데. 아무래도 거기는 이쪽에 비해 다양한 검법이 발달되지 못했나 보구려.”
아수라는 이 와중에 은근한 부심을 드러내며 고개를 치켜들었다.
유치해보이긴 했지만 그에게 악의가 전혀 없음을 파악한 이슈하르트가 피식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렇다 할 수 있겠군. 솔직히 말해 당신의 검술은 상대하기가 까다로울 정도로 매서웠으니까. 이곳에서 보지 못했던 종류의 것이었다. 거기다 아직 드러내지 않은 힘도 상당할 테지.”
“그것은 그대 또한 마찬가지 아니오? 그 만년한철처럼 단단하고 위력적인 검술은 나조차도 한 번씩 간담을 서늘케 하더구려. 아마 그대가 숨기고 있는 실력을 모두 드러내었다면 더 재밌는 대결이 되었을 텐데 아쉽긴 하오.”
아수라는 진심으로 아쉬운 얼굴빛이었다.
본래 강한 자와 검을 섞는 것을 인생의 낙으로 살아가던 무인이다 보니 모처럼의 흥겨움에 잔뜩 취했었던 것이다.
이는 이슈하르트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 또한 그동안 강한 검사들과 겨루며 힘을 키워온 호승심 강한 검사였다.
그랬기에 아수라와 진심으로 즐기며 비무를 치를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모든 힘을 드러내며 싸운다면 이곳 공간이 일그러질 수 있으니.”
“역시나 눈치채고 있었구려.”
어쨌거나 한바탕 대결을 치르고 난 뒤 둘은 서로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슈하르트의 시선이 다시금 칼라반에게로 향했다.
“결국 그러니 그대가 부럽다는 얘기다. 그대는 우리 둘이 가진 서로 다른 검술들의 장점들만 배워갈 수도 있을 테니. 합쳐지면 단언컨대 엄청난 검술이 탄생할지도 모르겠어.”
“그것은 동감하는 바요. 본래 한 가지의 무에 극의를 이루기까지 엄청난 고행을 겪어야 하지만… 우리들이 곁에 있다는 것에서부터 균형은 무너진 것이지. 이미 한 가지의 정점에 다다른 무인이 둘이나 있으니 누구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을 터! 거기다 그동안 지켜봐 온 바로 여기 제자의 안목과 습득력도 상당하오. 이는 숱한 전쟁을 겪어왔기 때문일 테지. 하지만 무엇보다.”
아수라는 칼라반에게 슬며시 다가갔다.
그는 칼라반의 등에 손바닥을 가져갔다.
그리곤 역시나 하는 얼굴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우리들의 무공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는 엄청난 그릇을 가지고 있소. 본디 사람은 자신의 그릇보다 더 큰 욕심을 부린다면 흘러넘치게 마련인데… 여기 제자의 그릇은 그 끝을 헤아리기 힘들 정도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니 솔직히 흥분되면서도 두렵구려! 그대와 내가 제대로 가르치기만 한다면… 훗날 얼마나 대단한 무인이 탄생할까!”
“그러니 부럽다 하지 않을 수 있겠나. 이토록 훌륭한 스승들을 두었는데… 천혜의 운이로군.”
이슈하르트의 말에 칼라반이 실소를 짓고 말았다.
그는 이제야 이슈하르트가 하는 말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이것 참… 제 칭찬인 줄 알았더니 이제 보니 스승님들 본인 칭찬이었군요.”
칼라반의 말에 아수라와 이슈하르트가 동시에 멋쩍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슈하르트는 괜한 헛기침을 해대었다.
그러나 그들은 칼라반의 말에 딱히 부정하진 않았다.
이는 칼라반도 마찬가지였다.
아수라와 이슈하르트 둘 모두 그가 생각해도 엄청난 존재들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존재들을 한자리에서 모시고 있는 자신 또한 엄청난 축복을 받은 자라 할 수 있었다.
“자아… 그럼 이제부턴 수련을 시작해야겠구려.”
“그러고 보니 시간이 없는데…….”
“아, 그것은 걱정 마시구려. 이곳의 시간은 바깥과 다르게 흘러가니 말이오.”
“다르게 흘러간다……?”
“그렇소. 이곳은 정신체의 공간. 현실과는 다른 시간의 흐름을 가지고 있소.”
“그 말은…….”
“이곳에서의 한 달이 바깥에서는 단 며칠의 시간으로 변모할 수도 있다는 말이오.”
“그럴 수가…….”
아수라의 말에 이슈하르트도 적잖이 놀란 듯 보였다.
게다가 칼라반도 부정하지 않는 것을 보니 아수라의 말이 마냥 허무맹랑한 얘기는 아닌 듯싶었다.
“그럼…….”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는 얘기지. 물론 얼마나 일찍 끝나느냐는 칼라반의 노력 여하에 따라 달려 있지만…….”
아수라의 시선이 자연스레 칼라반에게로 향했다.
칼라반은 자신 있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미리 말해두겠지만 이번에는 좀 더 많은 것들을 가르쳐 줄 테니 각오해두도록 하시오.”
“많은 것들을 가르쳐주신다는 말씀엔 감사한 마음입니다만… 각오하라는 말씀은 선뜻 이해가 어렵습니다.”
“흐흐 그것은 지금부터 차차 알게 될 것이오.”
아수라는 말없이 흑강석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두 사람은 그저 우두커니 아수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선 본격적인 수련에 앞서 그대가 먼저 익혀야 할 것이 있소.”
“먼저 익혀야 할 것이라니 그게 무엇입니까?”
“잘 봐두도록 하시오.”
아수라는 단단한 흑강석 앞에 섰다.
그는 한쪽 팔을 들어올리며 가볍게 숨을 골랐다.
그리곤 천천히 손을 내지르며 손바닥으로 흑강석을 때렸다.
탁.
경쾌했지만 생각보다 작은 소리였다.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행동에 칼라반은 물론 이슈하르트도 눈매를 좁히며 의문을 드러내었다.
그러다 이슈하르트가 먼저 아수라의 수법을 눈치챘다.
“설마…….”
“호오, 바로 눈치챈 것이오? 그대들이 있는 서방엔 이러한 것이 없어 낯설 텐데.”
이슈하르트의 반응에 칼라반도 문득 떠오른 것이 있었다.
그는 곧바로 경공을 펼쳐 흑강석 벽의 뒤편으로 향했다.
그리고 나서야 아수라가 조금 전 무엇을 했는지 제대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아수라가 때린 흑강석 벽은 멀쩡한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그 뒤편은 완전히 박살이 나 있었다.
“이것이 바로 내가중수법(內家重手法)이라 불리는 것이오.”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호오… 역시로군! 과연 그렇다면 애써 설명할 필요가 없겠구려.”
“겉은 멀쩡한데 안쪽에서부터 파괴하는 무공…….”
“그렇소. 기의 흐름과 성질에 대해 높은 이해를 갖고 본신의 내공을 잘 어루만질 수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수법이오.”
“그렇군요. 헌데 이건…….”
“조금 전 저 사내를 상대하며 떠올렸소. 그대가 있는 곳이라면 필시 이런 쇠갑옷을 차고 있는 무인들이 많을 테지. 마치 우리 군부의 장병들과 장군들처럼 말이오. 그럴 때 사용할 수 있는 무공이오.”
“아…….”
아수라의 설명에 칼라반은 물론 이슈하르트가 고개를 주억거리며 수긍했다.
확실히 이런 방법이라면 제아무리 단단한 갑옷을 입고 있다 해도 내부에서부터 충격이 가해지니 별다른 방법이 없을 듯싶었다.
“하지만 이곳에는 갑옷에 마법을 걸어놓는 자들도 있다. 그런 자들에게 이런 방법은 통하지 않을지 모른다. 때로 갑옷술과 방패술을 익힌 기사들도 있으니 그들에게라면 더더욱.”
“후후 그대의 세계에서 내가 직접 행해본 것은 아니나 감히 자신할 수 있소. 내가중수법에 정통한다면 필경 그들에게도 통할 것이오.”
이슈하르트의 의문에 아수라가 자신하며 말했다.
어쨌거나 그의 수법이 워낙 특이했던 터라 이슈하르트도 은근 관심을 갖는 듯했다.
“그럼 나도 한 가지 가르쳐줘야겠군.”
질 수 없다는 듯 이슈하르트가 검을 들고 나섰다.
그가 무엇을 할지 몰라 칼라반과 아수라는 그저 잠자코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대신했다.
휘우웅!
이슈하르트의 마나홀에서 빠져나온 마나가 그의 전신을 감싸 안기 시작했다.
“우리들에게는 마력이 있다.”
“마력이라… 생소한 이름이로군. 내공 같은 것인가?”
아수라는 그쯤으로 여겼다.
자신이 사용하는 내공과 언뜻 다른 듯 보였지만 결국 본질은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마력을 이용해 정제된 된 오러 블레이드를 만들어낸다면!”
후우우웅――!!
이슈하르트의 검에서 강렬한 기운이 빗발치기 시작했다.
이어 빛무리는 곧 선명한 검의 형태를 만들어내었다.
화르륵!
곧 불이 붙는 것처럼 오러 블레이드가 타오르기 시작했다.
“호오… 화경의 경지인가.”
이를 지켜보며 아수라가 자신의 턱을 매만졌다.
언뜻 보기에 투박해 보일 수 있으나 지금 저 한 수에 얼마나 많은 정수가 들어가 있는지 쉽게 가늠할 수 없었다.
그만큼 이슈하라트의 혼신이 녹아들어 있는 검이라 할 수 있었다.
후우웅!
이어 환한 빛무리가 이슈하르트의 전신을 휘감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의 전신이 좀 더 거대해지며 광활한 기운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피잉―!
이슈하르트의 두 눈에서 안광이 폭사되고 이어진 일검이 대지를 가르듯 뻗어 나갔다.
콰라랑!!
모든 것을 갈라 버릴 듯한 엄청난 일격에 칼라반은 물론 아수라도 감탄을 내뱉었다.
만약 저 일격을 앞에 두고 있었다면…….
상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할 정도였다.
“이 정도지.”
이슈하르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러자 아수라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입을 열었다.
“이보게. 분명 대단한 일격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이네만… 그것을 당장 여기 제자에게 가르쳐줄 수 있겠소?”
“그, 그건…….”
“허허 이 친구 이제 보니 누군가를 가르쳐 본 경험은 제대로 없는 듯하군?”
“…! 그보다 내가 언제 그대의 친구가 되었지?”
“훗. 사해가 동도라 하질 않는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아수라의 말에 이슈하르트가 고개를 흔들었다.
하기야 그에게 이런 말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종류의 것이었다.
보다 못한 칼라반이 슬쩍 나섰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습니다. 온 세상의 인간이 곧 한 형제고 친구라는 뜻입니다.”
“아… 그런 건가. 참… 이해할 수 없는 말이군.”
이슈하르트의 말에 칼라반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가 살아온 세상과 아수라가 살아온 세상은 달랐으니 말이다.
그래도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이슈하르트와 아수라가 은근히 잘 맞는다는 점이었다.
특히나 이 둘이 잘 맞을 때는.
“뭐하고 있는가? 수련을 게을리 할 시간이 없소!”
“그렇다. 지금 한가하게 그리 서 있을 때냐? 지금쯤이면 그대의 위치가 얼마나 아래인지 알았을 테지. 적어도 우리를 올려다보기라도 하려면 서둘러 강해져야 할 거다. 그래야 바말에게도 죽지 않을 수 있어.”
그렇게 수련이 시작되었다.
1차 각성 퀘스트 때는 아수라 한 명이 다그쳤다면, 이제는 두 사람으로 늘어나 버린 것이다.
결국 칼라반은 아수라의 무공과 이슈하르트의 마누스식 검술을 동시에 터득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내공의 강을 응집하는 검강을 만들어내기 위해 오랫동안 무던한 노력을 가했다.
하나에 몰입하면 무섭도록 전진하는 칼라반이었기에 이슈하르트와 아수라도 그에게 많은 것들을 가르치면서도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습득 속도가 타의 추종을 불허했기 때문이다.
이는 칼라반에게 있는 시스템 오로라 덕분도 있었지만, 칼라반 자체의 엄청난 집중력 덕택도 있었다.
그렇게 칼라반은 폐관 수련을 하듯 수련의 공간에서 상당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