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in Another 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134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134화
#2차 각성
쿠르릉!
단 일 검.
칼라반이 한 번 휘두른 검에 굳건히 버티던 흑강석이 깔끔하게 잘려나갔다.
그러자 칼라반의 눈앞으로 여러 메시지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띠링!
[2차 각성 퀘스트 ― 두 번째 관문을 완료하였습니다.] [보상으로 대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내공이 증진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칼라반을 지켜보고 있던 이슈하르트가 아수라를 바라보았다.
“고맙군.”
“무엇이 말인가?”
“그대가 내게 알려준 것 말이다.”
“그대의 부탁에 알려주긴 했네만… 그다지 추천하고 싶진 않은 방법이네. 육체의 진원지기를 불태우는 것은 곧 자신의 생명을 불태우는 것. 그러니 마지막까지 아껴둬야 할 최후의 수단임을 명심하게.”
“상관없다. 이미 나는 끝자락에 다다랐으니까.”
“그게 무슨 말인가?”
선뜻 알 수 없는 말에 아수라가 그를 돌아보며 물었다.
점차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기 시작한 이슈하르트가 씁쓸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다 죽어가는 몸이라는 말이다. 오랜 시간 동안 바말의 봉인을 유지하며 내 몸 또한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 이미 나는 살아 있지만 살아 있는 몸이 아니다.”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구려. 헌데… 그대를 그렇게 만들 정도의 실력자를…….”
아수라의 시선이 슬쩍 칼라반에게로 향했다.
“무엇을 우려하는지 잘 안다. 하지만 나를 이렇게 만든 것은 바말이 아니니 충분할 거다.”
“그럼 그자는……?”
“날 이 지경까지 몰아붙인 녀석이 온전히 살아 있을 것 같은가? 당연히 놈은 내 손에 죽은 지 오래다.”
“흠? 그렇구려.”
그때 칼라반이 이들의 곁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슈하르트는 이미 그의 귀가 남들보다 훨씬 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칼라반도 들으며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을 더해주었다.
“본래 그곳에 있던 자는 마족 아리오크의 아들 제블레드였다. 제블레드는 인간과 마족 사이에서 태어난 탓에 불안정한 자였지. 그 불안정함을 채워준 것이 바로 마검 포르티나다. 아리오크는 이것을 자신의 아들인 제블레드에게 쥐여 준 것이다.”
“그럼 마검 포르티나라는 것은 무엇입니까?”
듣고 있던 칼라반이 이슈하르트를 향해 물었다.
아수라도 은근히 궁금해 하는 눈치였다.
“아리오크는 복수를 대신해주며 계약자를 잡아먹는 마족이었는데 한 가지 악취미가 있었다. 바로 자신의 검에 복수당하는 실력자들을 봉인해두는 거다. 그렇게 탄생하게 된 것이 마검 포르티나. 포르티나는 신비하게도 만나는 주인에 따라 각기 다른 봉인되어 있는 인격체를 소환해낸다. 마검의 주인으로 인정받으면 그 힘을 빌릴 수 있는 것이고.”
“그것 참 기이한 일이로군. 검에 사람을 봉인한다니… 그것도 그대가 숱하게 말한 마법의 일종인가?”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어쨌건 아리오크의 아들을 죽이는 데엔 성공했으나, 당시 나는 치명적인 부상을 입었고… 녀석을 받들던 바말이 마검 포르티나를 잡게 되면서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지.”
“어이없는 일이라면……?”
“포르티나가 바말을 자신의 주인으로 인정한 것이다. 덕분에 놈은 포르티나에 봉인되었던 네크로맨서의 힘을 빌릴 수 있게 되었고, 모종의 거래를 한 것인지 스스로 언데드가 되어 왕으로 군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 일이…….”
이슈하르트의 말을 들으며 칼라반도 얼굴을 굳혔다.
과거 네크로맨서와 싸워본 경험이 있었기에 그 또한 네크로맨서가 얼마나 강한 힘을 지녔는지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에겐 어둠의 정령들이 있었으니 크게 문제될 것은 없었다.
그때 이슈하르트가 칼라반의 곁에 섰다.
“나는 그곳에서 너를 지켜보며 전장에 함께하겠다.”
“하지만 이슈하르트님은…….”
“모든 것이 한계였다. 게다가 어차피 봉인을 풀게 되는 순간 나는 서서히 죽음에게 잡아먹힐 거다. 아무 것도 않고 죽음을 기다릴 바엔 마지막까지 전장에서 죽겠다.”
“그렇습니까…….”
“아수라에게 진원지기라는 것을 사용하기 시작하면 한순간이지만 육체적 한계를 이겨내고 움직일 수 있다 들었다. 그걸 사용할 생각이다.”
“애초에 그럴 생각으로 내게 계속 물어왔던 것이구려. 쯧. 그대가 이곳에 들어올 수 있을 때부터 온전한 상태는 아닐 것으로 짐작했소만… 진원지기까지 사용해야 할 상태였던가.”
“내 상태는 내가 제일 잘 안다. 어차피 살 수 없는 몸. 오히려 그대 덕분에 나의 마지막을 원하는 대로 장식할 수 있다는 것에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이슈하르트가 아수라를 향해 고개를 숙여보였다.
그가 예를 차리자 아수라 또한 이슈하르트를 향해 예를 차려보였다.
“별말을. 모쪼록 마지막까지 여기 제자를 잘 부탁드리겠소. 아무래도 본좌는 여기까지인 듯하니!”
아수라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각성 퀘스트가 완료되면서 서서히 수련의 공간이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칼라반의 눈앞에도 지난번과 같은 메시지가 떠오르고 있었다.
[2차 각성 퀘스트 ― 두 번째 관문을 완료하셨기 때문에 수련의 공간에서 벗어납니다.]아수라는 무너지는 공간 속에서 칼라반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피식 웃어보였다.
“스승의 마음이 이런 것인가 보오. 마지막까지 제자에게 어떤 말이라도 전해주고 싶은 마음 말이오. 허나 긴 말 않겠소. 그저 나와 여기 있는 이슈하르트가 전했던 가르침을 잘 기억해주시오. 그리고 설사 몸이 무너진다 해도 마음은 무너져선 안 될 것이오. 그럼 이제 그대의 길ㅇ…….”
말을 이어가던 아수라의 몸이 서서히 흩날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홀연히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이어 칼라반이 딛고 서 있던 공간도 점차 변화하기 시작했다.
서서히 어둠이 찾아오고 습기 찬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잠시간의 아찔한 현기증도 찾아왔다.
칼라반은 서서히 호흡을 고르며 두 눈을 떴다.
후우웅―.
그의 두 눈에서 안광이 폭사되며 전신에선 끓어 넘치는 기운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축하합니다! 검강의 경지를 깨우치며 상급 무인으로 승격하셨습니다.] [축하합니다! 모든 조건이 달성되어 중급 어둠 정령술사에서 상급 어둠 정령술사로 진급에 성공했습니다.] [어둠의 상급 정령 모두 소환이 가능합니다.] [이름 : 칼라반전투력 : 804700 LV : 200
직업 : 아수라 ― 상급 무인 (패시브 직업 : 상급 어둠의 정령술사)
근력 : 300 민첩 : 253
지력 : 298 행운 : 179
미분배 스탯 : 0pt.
보유스킬 ― 수라윤회심공/수라마공 4성/금강지체(중급)/만독지체/경공술(중급)/심마안/여명의 검술/천리지청술/기감/궁신탄영
칭호 : 정령들의 축복을 받은 자/던전 슬레이어/어둠의 사냥꾼]
상태창을 살펴본 칼라반의 시선에 가장 먼저 비약적으로 상승한 전투력이 들어왔다.
이어 다른 것들을 살펴보려 했으나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신이 돌아왔나 보군.”
이슈하르트의 목소리였다.
쩌저적! 쩌적!
쿠르릉――!
그가 몸을 움직이기 시작하자 요란한 소리가 울렸다.
이어 한 차례 퍼진 마력의 파장이 그들을 스쳐지나갔다.
마력의 파장이 사라지고 벽면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 속에 감춰져 있던 커다란 통로가 모습을 드러내자 곧 싸늘한 공기가 그들을 엄습해 왔다.
후우웅―
통로를 타고 진한 죽음의 냄새가 흘러나왔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
이슈하르트의 시선이 통로 안쪽을 향했다.
이곳까지 느껴지는 불결한 기운들은 이슈하르트뿐만 아니라 칼라반도 느끼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몸을 일으킨 칼라반이 이슈하르트의 근처에 섰다.
칼라반도 꽤나 키가 큰 편이었건만 이슈하르트의 어깨까지밖에 오지 못했다.
이슈하르트는 갑옷에 묻은 먼지들을 손으로 쓸어내리며 검을 붙잡았다.
그런 이슈하르트의 앞을 칼라반이 가로 막아섰다.
“제가 맡겠습니다.”
“…….”
칼라반은 통로 안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서 느껴지는 기운들이 점차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럼 어디 우리 제자의 솜씨 좀 봐볼까.”
이슈하르트는 나서려던 것을 멈추고 칼라반의 뒤로 물러섰다.
“키에에!”
“캬악!”
자신들을 가둬두었던 봉인이 풀렸음을 눈치챈 몬스터들이 하나둘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칼라반은 망설임 없이 단숨에 마물들 틈으로 뛰어들었다.
[스킬 여명의 검술을 발동합니다.]콰라랑!
콰릉―!
칼라반의 검이 움직일 때마다 검기가 번뜩였다.
파도처럼 밀어닥치는 강렬한 힘에 몬스터들이 우후죽순으로 쓰러지기 시작했다.
“제법이군. 특히나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들이 마음에 들어.”
좀처럼 칭찬하지 않던 이슈하르트도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순식간에 몬스터들을 정리해낸 칼라반이 안쪽으로 들어섰다.
이어 이슈하르트까지 안쪽으로 발을 들이자 거짓말처럼 밖으로 향하는 통로가 닫혀버리고 말았다.
[바말의 던전에 입장하셨습니다.] [어둠 친화력이 높은 공간입니다.] [심연의 기운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기존의 어둠 친화력 수치를 초월합니다.] [내공의 양이 일정 기준을 상회하고 있습니다.] [던전 슬레이어 칭호가 발동되었습니다.]메시지가 나타남과 동시에 칼라반과 이슈하르트에게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었다.
“이.슈.하.르.트.으!!”
커다란 괴성에 칼라반과 이슈하르트의 시선이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향했다.
돌로 만든 의자에 한쪽 다리를 걸치고 앉은 언데드가 붉은 눈동자로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자가 바로 바말이다.”
이슈하르트도 바말을 마주 응시했다.
이글거리는 바말의 두 눈이 이슈하르트에 머무르고 있었다.
“네놈을 죽일 날만 고대하고 있었다.”
“애쓰지 마라. 너 정도로는 무리니까.”
“크흐흐 다 죽어가는 몸뚱이 주제에 말은 잘하는구나. 내 눈은 속일 수 없다.”
“여전히 멍청한 놈이군. 굳이 네 눈이 아니더라도 지금의 날 보면 죽어가고 있다는 것쯤은 알 수 있을 거다.”
바말이 와락 인상을 구겼다.
칼라반은 새삼스럽다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아수라와 오래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그의 말투에도 아수라의 말투가 녹아들어 있었다.
“크아아! 가만두지 않겠다!”
파앙!
바말이 이슈하르트를 향해 단숨에 몸을 날렸다.
그 앞을 가로막은 것은 칼라반이었다.
카앙―!
칼라반의 검과 바말의 검이 충돌했다.
바말은 그제야 칼라반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뭐냐 네놈은.”
“…….”
“귀찮게 굴지 말고 꺼져라!”
스륵.
기이잉――!
바말이 들고 있던 포르티나가 기이한 공명음을 울리자 대지를 뚫고 수많은 언데드와 구울들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한 손에 투구를 들고 있는 듀라한과 암흑 기사 데스나이트도 모습을 드러내었다.
자신의 힘을 보고도 상대가 차분한 모습을 보이자 바말은 두 눈에 이채를 띠었다.
“이 힘을 보고도 놀랍지 않는 거냐?”
“글쎄… 그럼 내가 더 놀라운 것을 보여주도록 하지.”
칼라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발밑에서 어둠이 퍼져나갔다.
이어 카피오와 루디오, 두루스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뭐… 뭐냐 이것들은…….”
생전 처음 보는 장면에 바말이 너무 놀라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 순간 어둠 속에서 나타난 아페티의 아가리가 단숨에 구울들과 언데드들을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칼라반의 두 눈에 새로운 메시지가 나타났다.
[상급 어둠의 정령 ― 잉걸의 불꽃 하그라트를 소환합니다.]화륵―!
어둠속에서 피어난 불꽃이 순식간에 주위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칠흑빛 화마는 삽시간에 주위를 불태워 버렸다.
그리고 그 중심에 인간의 형상을 한 하그라트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