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in Another 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148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148화
#두 명의 주인
콰르릉―!
콰랑! 쾅!
칼라반과 루시엔의 치열한 공방전이 이어질 때마다 거친 굉음이 쏟아져 나왔다.
비슷한 듯 다른 검술을 구사하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이클립스 인원들도 뜨겁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그들에게 이 대결은 묘한 흥분감을 가져다주고 있었다.
자신만의 스타일로 발전시켜온 루시엔의 마누스식 검술과 원류 그대로의 마누스식 검술을 구사하는 칼라반.
저마다 이 두 사람의 승패를 응원하기 시작했다.
루시엔이 먼저 검술을 펼치면 칼라반도 마누스식 검술로 똑같이 응수했으며, 반대로 칼라반이 먼저 들어갈 때면 루시엔 또한 자신만의 검술로 받아내었다.
대결이 길어질수록 두 사람은 어느덧 승리를 쟁취하기 위함보단 서로의 검술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칼라반은 마누스식 검술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승화해낸 루시엔에 내심 감탄하고 있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며 검술을 연마해왔는지 그녀의 일격 한 번 한 번에 느껴지고 있었던 탓이다.
마찬가지로 루시엔 또한 칼라반의 검술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시무시한 공격을 아무렇지도 않게 이어가는 그의 검술 속에서 계속 이슈하르트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다.
무엇보다 자신이 그동안 고민해온 마누스식 검술과 다른, 본래의 것을 경험해 볼 수 있어 더없이 새롭게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콰랑!!
한 차례 거센 격돌이 있은 후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서로와의 거리를 벌렸다.
“스승님께 들었다. 이곳을 떠나기 전 그대를 위해 본인의 검술이 적힌 책을 남겨두셨다고.”
“맞아. 덕분에 나는 그동안 그 책에 적힌 검술을 마스터하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고.”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군. 인정한다. 너는 너만의 마누스식 검술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뭐… 뭐야. 네가 그런 말 한다고 내가 기뻐할 줄 알아!?”
그러나 말과는 다르게 루시엔의 귀가 빨개지고 있었다.
그녀는 마치 이슈하르트에게 칭찬을 받은 것만 같은 착각에 괜히 시선을 돌렸다.
반면 칼라반은 진심으로 루시엔의 검술에 감탄하고 있었다.
그녀의 검술은 이슈하르트의 것과 다르게 날카로우면서도 사방을 옥죄듯 덤벼들었다.
아수라나 이슈하르트의 검술과는 또 다른 검이었다.
“그보다 너. 어째서 계속 그런 식으로 검술을 펼치고 있는 거지?”
“무슨 뜻인지 모르겠군.”
“나를 이기기 위함보다… 마치 보여주려는 식으로 검술을 펼치고 있잖아?”
“애초에 이 자리는 나의 말을 증명해내는 자리가 아니었나?”
“그건 그렇지만…….”
칼라반의 말에 루시엔도 할 말이 없어지고 말았다.
그렇지만 대결 중에서도 가장 강하게 받는 느낌이 있었다.
이것이 못내 찜찜했는지 루시엔이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계속 대결을 이어갈수록 뭔가 이상한 느낌이야. 너는 마치 나를 가르치려는 것처럼…….”
“내가 가르치고 있는 것이 아니야. 서로 배우고 있는 것뿐이다.”
“좋아. 그럼 어디 한번 끝까지 해보자고!”
“환영하는 바다.”
루시엔과 칼라반은 그렇게 한바탕 어우러지며 서로의 검술을 펼쳤다.
치열한 공방전이 절정에 다다를 무렵 먼저 승부수를 띄운 것은 루시엔 쪽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한 수를 펼치기 위해 모든 마나를 끌어올렸다.
전신에 흘러나오던 아지랑이가 그녀의 검에 집중되었다.
검신을 덮은 오러 블레이드가 한층 더 강렬한 광채를 뿜어대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칼라반도 검을 세게 말아 쥐었다.
단전에서부터 시작된 내기가 용솟음치며 검으로 흘러들어갔다.
기이잉―!
파도처럼 밀려들어오는 광활한 내공에 검신이 비명을 지르듯 울려대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동시에 도약하며 서로를 향해 뛰어들었다.
비호처럼 빠른 속도로 날아간 두 개의 검이 허공에 맞닿았다.
콰라랑!!
콰릉―!!
강한 두 기운이 부딪히며 굉음이 터지고, 동시에 흙먼지가 일었다.
순식간에 시야를 집어삼킨 흙먼지에 지켜보던 이들도 화들짝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승부의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곧바로 알아볼 순 없었기에 발을 동동 구르며 흙먼지가 걷히길 기다렸다.
이윽고 흙먼지 사이에서 우뚝 서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서로를 향해 마주보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에 이유 모를 전율이 일기 시작했다.
조금 전 강렬한 일합 때문이었을까 여기저기서 거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승부는 결정 났나.”
지켜보고 있던 하데르도 자신의 턱을 매만지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대장급 인사들도 이 대결의 승패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쩌저적.
차라랑―!
부서진 검의 파편들이 바닥에 떨어졌다.
강한 기운을 못내 이겨내지 못한 것이다.
루시엔의 검뿐만 아니라 칼라반의 검도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훌륭한 승부였다.”
칼라반은 형태의 반 정도만 남은 검을 거두며 말했다.
반면 루시엔은 입술을 질끈 깨물고 말았다.
주륵.
그녀의 입가에서 핏물이 흘러내렸다.
이를 본 몇몇 사람들이 황급히 연무장 위로 발을 올렸다.
“아가씨!”
“루시엔님!”
그들은 부리나케 달려가 루시엔의 안위를 살폈다.
그러나 그녀는 두 손으로 그들의 부축을 거부했다.
“저는 됐어요. 꼴사나운 모습을 보이고 싶진 않으니 그러지들 말아요.”
“아… 하지만…….”
“우선은 몸부터 살피심이.”
그들의 걱정에도 루시엔의 시선은 여전히 칼라반을 쫓았다.
조금 전 일격으로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현재의 자신은 칼라반을 결코 이겨낼 수 없었다.
검을 부딪칠 때 그의 광활한 기운이 자신의 전신을 덮쳐오는 것만 같았다.
오러 블레이드를 이용해 최대한 그의 일격을 받아내려 해봤지만 불가능이었다.
그 무섭도록 강렬하고 거대한 기운에 점차 집어삼켜져버리고만 것이다.
그리고 그 힘이 마침내 자신마저 집어삼키려는 때 칼라반이 기운을 거두어버렸다.
입에서 피가 흘러나온 이유도 무리하게 그의 힘을 받아내려 한 결과였다.
억지로 기운을 끌어올리려 하다 보니 내부가 다친 경우였다.
그 외엔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다.
게다가 자신의 공격은 칼라반에게 전혀 닿질 못한 것 같았다.
완벽한 패배.
이는 오랜 기간 동안 잊고 지냈던 경험이기도 했다.
“완전히 패배해버렸어…….”
“너무 낙심하실 것 없습니다. 아가씨는 최선을 다하셨습니다. 다만… 저 사내가 좀 더 강했을 뿐입니다.”
“솔직하게 말해 아가씨의 나이에 이 정도 실력을 갖고 있다는 것은 엄청난 일입니다. 그동안 아가씨께서 얼마나 고된 노력을 해왔는지도 여기 있는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라를로스의 말대로 너무 상심하지 마십시오. 저 사내는 분명 지나치게 강합니다.”
“게다가 인정하긴 싫지만 저 분은 정말로 이슈하르트님의 검술을 익힌 것 같습니다. 그 분의 진정한 후계자가…….”
“검술로는 그럴지 모르나 루시엔님은 이슈하르트님의 핏줄이시다. 진정한 후계자라면 루시엔님도 밀리지 않아.”
“하지만 이 대결로 돌아선 자들 또한 있을 거다. 몇몇은 강한 힘을 동경해 이슈하르트님을 따르기 시작한 사람들이니…….”
“우리 델리오른 왕국의 유지를 잇는 사람들은 이미 루시엔님을 따르고 있다. 왕국 사람들이 아닌 다른 이들에게 그것을 강요할 수는 없지. 그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헤르번도가 자신도 모르게 아쉬움을 드러내며 말했다.
그동안 루시엔도 피나는 노력을 해왔지만 그야말로 어쩔 수 없는 일.
상대는 그들도 인정할 수밖에 없을 만큼 강했다.
게다가 이슈하르트의 검술을 똑같이 재현해 내기까지 했다.
이슈하르트의 가장 가까이서 살펴온 하데르와 자르칸이 인정했으니 이는 의심할 여지도 없는 일이었다.
“저는 결국… 아버님의 검술을 뛰어넘지 못했어요.”
“아니. 너는 훌륭한 검술을 펼쳤다.”
루시엔이 물기 어린 목소리로 말하는데 칼라반이 이를 받으며 말했다.
어느새 그는 루시엔의 가까이로 다가와 있었다.
닿지 않았던 것 같았던 그녀의 검술은 칼라반의 양팔을 헤집어놓았다.
핏물이 뚝뚝 떨어지는 그의 팔이 그것을 증명해내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 그대를 상대하면서 나 또한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스승님의 검술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토록 발전시켰다는 것에 나뿐만 아니라 스승님도 놀라셨을 거다. 아마 이 모습을 직접 보셨더라면 더없이 기뻐하셨을 거다.”
“아버님께서…….”
“스승님께선 내게 그대의 검술을 봐 달라 부탁하셨지만,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대는 이미 그대만의 길을 걷고 있다. 원한다면 그대가 그 길을 걸어감에 있어 조금의 도움은 줄 수 있을 것 같군.”
“너… 그래서 조금 전부터…….”
“그래. 듣기로 너는 스승님의 검술을 제대로 견식하지 못했다 들었다. 그러니 이번 기회에 스승님의 검술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스승님의 딸이자 첫 번째 제자인 그대에게.”
“첫 번째 제자……?”
“그렇다. 스승님께서 분명히 말씀하셨다. 자신의 첫 번째 제자는 루시엔 너라고.”
루시엔은 다른 것보다 마지막 단어가 제일 귓가에 맴돌았다.
마음속으로 전혀 인정받지 못한 것이 아닐까 늘 품어왔던 불안감이 어느 정도 해소되는 기분이었다.
그녀는 칼라반의 앞으로 마주 다가갔다.
그리곤 그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정말 고맙다. 너와의 대련을 통해 오히려 내가 후련해진 기분이야. 태어나서 처음이네, 이런 기분 좋은 패배는.”
“그런가.”
칼라반도 그녀의 손을 마주잡아주었다.
그녀는 칼라반의 앞에서 미련 없는 미소를 보이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첫 번째 제자면 네가 내 사제가 되는 건가?”
“그렇게 되겠군.”
“그래… 그렇단 말이지. 어쨌거나 네겐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네.”
이런 두 사람의 모습에 이클립스 인원들도 저마다의 환호를 보내고 있었다.
강렬했던 대결의 끝으로 모두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칼라반과 다른 이들은 자리를 옮겼다.
그들이 제일 궁금해 하는 것을 들려주기 위함이었다.
루시엔뿐만 아니라 이클립스의 다른 대장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그들은 아직까지도 칼라반의 존재를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다만 이전까지와 다르게 의심의 눈초리는 한풀 꺾인 느낌이었다.
그가 보여준 이슈하르트의 검술이 진짜이다 보니 의심의 덩굴이 한 자락 걷혀진 것이다.
“자, 그럼 이제 들려줘. 나의 아버지와는 어떻게 만났고 어떻게 아버지의 검술을 배울 수 있었는지를…….”
루시엔의 말에 칼라반이 한 차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다.
그의 말을 듣는 동안 이 자리에 있는 모두의 표정은 시시각각 변했다.
인간이 얼굴로 펼칠 수 있는 마법이 있다면 바로 이 장면들이 아닐까 싶었다.
칼라반은 이슈하르트와 관련된 최대한 많은 것들을 얘기해주려 노력했다.
쿵!
그의 얘기를 듣던 가르시아가 주먹으로 탁자를 내리쳤다.
잔뜩 분노한 그의 얼굴은 이미 붉게 물들어 있었다.
“이런 제기랄! 그럼 결국 하르스마이어가 우리 대장님을 그곳으로 이끌었다는 말 아닙니까!?”
“그 풋내기 같은 블레이드 놈이… 우리 대장님을 함정에 빠트렸다는 얘기네.”
“그나저나 믿을 수가 없군. 도저히 선뜻 믿기 어려운 얘기야.”
“그러게요… 하지만 저 분은 틀림없이 이슈하르트님의 마누스식 검술을 익히고 계시니.”
그들이 혼란에 빠져 있을 때 칼라반이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스승인 이슈하르트가 자신과 이별하기 전 맡긴 물건이었다.
“그리고 스승님께선 돌아가시기 직전 이 물건을 네게 전해달라고 하셨다.”
칼라반이 꺼낸 것은 귀걸이였다.
그 귀걸이를 본 순간 여기저기서 탄식이 쏟아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