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in Another 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156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156화
#히리엘 공주 일행
“러메르프티스에 어서 오십시오. 얘기는 이곳으로 오면서 전해 들었습니다. 대화를 나누기에 이곳은 그다지 좋은 장소가 아닌 것 같으니 함께 자리를 옮기실까요?”
“그러지.”
칼라반은 순순히 루안의 안내에 응했다.
그가 따라나서자 곁에 있던 레기온과 요쿠스도 함께 발걸음을 옮겼다.
“쳇.”
야인드는 혀를 차며 루안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입고 있는 옷 때문인지 굴곡진 그녀의 몸매가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저 여인이 소문의 그 러메르프티스 주인이라고 하자 괜히 신기하게 보이기도 했다.
어쨌건 러메르프티스의 주인이 직접 나선 이상 자신들도 이만 물러서야 했다.
“뭐하는 놈인지는 몰라도 운 좋네.”
야인드와 케스트라 기사단이 돌아섰다.
그러자 히리엘 공주 일행도 더는 나서지 않고 자리로 돌아가 주었다.
한편 루안을 따라 5층으로 올라온 칼라반은 남아 있던 일행과 합류했다.
루안은 그들 모두를 데리고 5층과 6층 사이의 방으로 들어섰다.
다른 장소와는 동떨어져 있는데다 사방이 막혀 있어 비밀스럽게 활용하기 좋은 공간이었다.
그녀는 안쪽에 들어서자마자 다시 한 번 칼라반을 향해 예의를 차렸다.
“다시 한 번 소개드리겠습니다. 저는 이곳의 주인이자, 체르피히님의 종 루안이라고 합니다.
“공민이다.”
“공민 블레이드 후보님께서 이곳을 방문해주시어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조금 전과 같은 괜한 불편함이 없도록 우선 이곳으로 자리를 모셨습니다. 또한 이곳 러메르프티스에 머무시는 동안 필요한 것이 있다면 언제든 저나 여기 알타인에게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공민 블레이드 후보님 일행이 이곳에 머무시는 동안 어떠한 불편함도 없게끔 하라는 체르피히님의 명령도 있었으니까요.”
“고맙군.”
“별말씀을요. 새로 온 일행 분들이 계시니 식사를 더 내어오겠습니다.”
루안이 레기온과 요쿠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녀는 칼라반의 답이 있기도 전에 이미 주변에 대기하고 있는 직원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나저나 조금 전 일은 그렇게 넘어가도 괜찮은 건가?”
“조금 전 일이라면… 4층에서의 마찰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만약 나의 수하들이 폐를 끼친 거라면 미안하게 되었군.”
“아니에요. 이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답니다. 그러니 블레이드 후보님께선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알겠다. 하지만 혹시라도 다른 무슨 일이 생긴다면 꼭 알려줬으면 좋겠군. 이렇게 좋은 대접을 받은 것에 대한 보답이라도 할 생각이니.”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그녀는 다른 것들을 준비해오겠다는 말과 함께 잠시 자리를 피해주었다.
그동안 요쿠스는 칼라반의 곁에서 떨어지질 않았다.
그는 칼라반의 이곳저곳을 살펴보며 연신 신기하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상하다. 대장. 젊어졌다.”
“그럴 만한 일이 있었다.”
“상관없다. 우리 대장. 살아 있다.”
“요쿠스. 다른 녀석들은 어떻게 되었지?”
“몰라. 다들 흩어졌다. 비밀이다.”
“어디로 가는지는 비밀로 하고 각자 흩어졌다는 얘기인가요.”
유운량의 말에 요쿠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요쿠스를 보며 하데르가 한쪽 인상을 찌푸렸다.
“대체 그자는 누구입니까?”
“오래 전부터 나를 따르던 녀석이다.”
“흐음… 그렇군요.”
하데르는 더 이상 묻진 않았다.
다만 그는 요쿠스보다 레기온 쪽을 더 신경 쓰고 있었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이 제법이었던 것이다.
이는 다른 대장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레기온의 존재를 신경 쓰고 있었다.
레기온 또한 이클립스의 대장들을 살피고 있었다.
덕분에 칼라반은 잠시 동안 레기온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이클립스에 대한 설명을 이어가야 했다.
거기에 운량이 더해 각자의 소개를 마쳐주었다.
“제국의 기사라니…….”
“주군께서 스승으로 모신 분의 수하들이라… 신기한 인연이로군요.”
그들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오갔다.
칼라반도 이를 알고 있었지만 굳이 말리거나 하진 않았다.
그때 바깥쪽을 바라보던 레기온이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딜 가는 겁니까?”
“좀 전의 그들이 다시 돌아온 모양이로군요.”
“하아… 끈질긴 놈들이었네.”
“재미. 없다.”
요쿠스도 레기온이 바라보는 곳을 함께 바라보았다.
좀 전에 마주쳤던 케스트라 기사단 앞으로 턱수염을 멋스럽게 기른 중년인이 걷고 있었다.
그들은 곧장 4층으로 향했다.
러메르프티스의 사람들이 그들을 말리고자 했으나 케스트라 기사단의 단장 자라키오 백작은 막무가내였다.
“어디에 계신다고?”
“저쪽에서 식사를 하고 계셨습니다.”
“멍청한 놈들! 이런 일이 있었으면 나한테 제일 먼저 알렸어야 할 것 아닌가!?”
“죄송합니다. 저희도 몰랐던지라…….”
“어쨌거나 우리가 먼저 알았으니 다행이다! 가비롱 백작이 먼저 왔으면 화병이 났을 거다.”
자라키오 백작은 한쪽으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그곳엔 때마침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서려던 히리엘 일행이 있었다.
“무슨 일이시죠?”
“안녕하십니까! 저는 자리키오 백작이라고 합니다.”
“그런데요?”
“일전에 제 수하들의 무례는 용서해주십시오.”
“그 일이라면 괜찮아요. 크게 문제삼을 만한 일도 아니었으니까요.”
“그것 참 다행이로군요! 역시 히리엘 공주님이십니다. 마음이 넓으셔요!”
자리키오 백작이 목소리를 높이자 히리엘 공주가 인상을 찌푸렸다.
주변엔 아직 여러 사람들이 자리해 있었는데 그들의 시선이 점점 이곳으로 집중되기 시작했던 탓이다.
“다름 아니라 제가 공주님 일행을 모시기 위해 이곳까지 찾아왔습니다.”
“저희를요?”
“예! 바로 그렇습니다.”
“아뇨 괜찮습니다. 저희는…….”
“호의를 거절하지 말아주십시오. 저희가 직접 카르마제님께 모셔드리겠습니다.”
“카르마제… 그 사람이 보내서 온 분들인가요?”
“바로 그렇습니다. 저희야말로 카르마제님이 믿고 신뢰하는 케ㅅ…….”
“죄송하지만 거절하겠어요. 그러니 이만 돌아가 주셨으면 좋겠군요.”
“아?”
“못 들으셨나요?”
“아… 아닙니다. 그것은 아닙니다만…….”
자리키오 백작이 잠시 자신의 턱을 매만졌다.
자신이 예상했던 반응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럼 저희는 이만.”
“아아니 잠시만 잠시만!!”
히리엘 일행이 그들을 지나치려하자 자리키오 백작이 다시 앞을 막았다.
그러자 이번엔 히리엘의 곁에 있던 초로인이 인상을 찌푸렸다.
“공주님의 말씀을 못 들었는가!?”
“아니아니 들었지 들었어. 그런데 말이야… 갑자기 든 의심인데 정말 히리엘 공주가 맞긴 한 건가?”
“뭣이?”
“한낱 술집 주인이 히리엘 공주라고 칭한 것을 덥석 믿을 수가 있어야지. 그렇지 않아도 요즘 히리엘 공주 측에서 만들어낸 가짜들이 많잖아? 그러니 괜찮다면 그 얼굴을 좀 보여주시겠습니까?”
자리키오 백작이 돌연 태도를 바꾸며 눈을 뱁새처럼 떴다.
그는 연신 혀를 날름거리며 마침내 본심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카르마제 왕이 눈독 들인다는 작은 왕국의 공주.
히리엘 공주가 있는 코치나 왕국은 그야말로 약소국가 중에 하나였다.
거기다 위치 또한 강대국들 사이에 끼어 있어 기지개조차 함부로 펼 수 없는 왕국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코치나 왕국이 오랫동안 존속해올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왕가의 핏줄들 덕분이었다.
수려한 외모를 자랑하는 코치나 왕가의 사람들은 대부분 외교적인 이유로 혼인을 강행 당했다.
그것엔 왕자든 공주든 예외란 없었다.
코치나 왕국의 국왕 히츨라에겐 다섯 명의 자식들이 있었는데 첫째 왕자를 제외하곤 모두 그런 식으로 왕국의 존속을 위해 정략결혼을 했다.
그런 히츨라 국왕이 제일 아꼈던 이가 바로 히리엘 공주였다.
워낙 아름다운 외모로 유명했던 히리엘 공주는 이미 라카이 왕국의 막내 왕자와 혼인을 맺은 상태였다.
그러나 막내 왕자가 병으로 죽게 되면서 장례식을 치르다 카르마제 왕과 만나게 된 일이 화근이 되어버리고만 것이다.
그곳에서 히리엘 공주에게 첫눈에 반해버린 카르마제 왕은 곧바로 그녀에게 관심을 표하기 시작했다.
남편을 떠나보낸 뒤로 상심이 컸던 히리엘 공주는 이를 거절하였으나 카르마제는 쉽사리 포기하지 않았다.
‘그 카르마제 왕이 그토록 애달프게 구애할 정도란 말이지? 대체 어느 정도기에. 맞다면 한 번 확인이나 해보자고. 지금의 행동은 그냥 사과하면 될 일이니까. 후후.’
그러나 히리엘 공주는 쉽사리 복면을 벗지 않았다.
“제가 당신께 그래야 할 이유를 모르겠군요. 그러니 이만 비켜주시겠어요?”
“미안하지만 나는 당신이 진짜 히리엘 공주가 맞는지 알아야겠습니다. 그러니 그만 고집피우고 얼굴을 보여주시죠.”
자리키오 백작이 좀 더 강압적으로 나서려는 때, 그들의 사이로 루안이 끼어들었다.
그녀는 인상 좋은 미소와 함께 자리키오 백작에게 예를 차렸다.
“자리키오 백작님께서 오셨군요.”
“오랜만이로군 루안. 하지만 지금은 바쁘니 비켜주겠나?”
“자리키오 백작님. 이곳은 러메르프티스의 안입니다. 다른 손님께서 많이 불편해하시니 장소를 옮겨주심이 어떻겠습니까?”
“뭐야? 지금 건방지게 입을 놀리는 느낌인데.”
“그렇게 들렸다면 죄송합니다. 그렇지만 이곳엔 많은 손님이 있으니…….”
스각!
자리키오 백작이 빠르게 휘두른 검이 루안의 어깨를 스쳤다.
루안은 조용히 흘러내리는 피를 닦아내었다.
“나는 그저 저 여자의 얼굴을 확인하려는 것뿐이다. 그러니 그만 방해해라.”
“……!”
보다 못한 히리엘 일행의 사내들이 앞으로 나섰다.
그러자 케스트라 기사단도 그들과 검을 맞댔다.
한차례 소란이 일고 상황은 순식간에 정리되었다.
히리엘 공주와 함께 온 자들은 어느새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케스트라 기사단에게 상대가 되질 못했던 것이다.
“이런…….”
“이제 그만 비싸게 굴고 얼굴을 보여라 공주. 보잘 것 없는 약소국의 공주 주제…….”
“듣자듣자 하니 추해서 못 들어주겠군.”
“뭐!? 어떤 놈이!”
한쪽에서 들리는 말에 자리키오 백작이 두 눈에 쌍심지를 켜며 돌아보았다.
그곳엔 칼라반과 일행이 서 있었다.
“단장님 저… 저놈들입니다! 저놈들이 우리 케스트라 기사단을 무시했습니다!”
“호오… 여기서 시건방을 떨었다던 놈들이 바로 너희들이냐?”
“시건방이라니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만.”
“네놈들은 감히 제국의 기사들을 우롱하지 않았더냐!”
“우롱? 요즘은 그런 것을 우롱이라고 하던가?”
레기온이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오랜만에 칼라반을 만난 때에 이렇다 할 대화도 나눠보지 못하고 이런 일이 생긴 것이 불쾌했던 참이었다.
자리키오 백작은 문득 주변을 돌아보았다.
크게 소란을 일으킨 탓에 모두가 이쪽을 주시하고 있었다.
심지어 5층에서 식사를 하던 몇몇 아는 얼굴들도 이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쳇. 오늘은 이만 물러가겠지만.”
자리키오는 검을 들어 칼라반의 목을 겨누었다.
그러자 뒤에 시립해 있던 모두가 두 눈을 부릅떴다.
그러건 말건 자리키오 백작은 이들의 대장으로 보이는 칼라반에게 얼음장 같은 경고를 날렸다.
“여자 앞이라고 힘 좀 주고 나섰나본데 다시는 겁도 없이 함부로 제국의 앞길을 막지 마라. 그때는 네놈들의 목을 쳐버릴 테니.”
자리키오 백작은 비릿한 조소를 짓곤 칼라반과 히리엘 공주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는 이내 크게 웃음을 터트리며 돌아섰다.
자리키오 백작과 케스트라 기사단은 곧바로 러메르프티스를 나와 자신들의 거처로 향했다.
조금 전 자리키오의 행동에 못내 걱정이 된 수하 한 명이 곁으로 다가섰다.
“자리키오님 너무 지나치셨던 것 아닙니까? 특히나 히리엘 공주님에게는…….”
“멍청하기는! 네 눈은 장식이냐!? 히리엘 공주가 저렇게 약한 놈들을 호위로 데리고 다닐 것 같으냐!? 거기다 우리 앞에 얼굴도 보이질 못하고 있다. 아마 요즘 눈속임을 위해 여기저기 퍼트려놓았다던 그 가짜들 중 하나일 테지.”
“아!”
“그보다 그놈들은 뭐냐? 전부다 거슬리는 눈들을 하고 있었다. 한번 조사해봐.”
“없다. 그럴 필요.”
“후우… 다행히 얼마 가지 못했네.”
“아아… 아까는 참느라 혼났군.”
케스트라 기사단 앞으로 일단의 무리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좀 전에 칼라반과 함께 있던 요쿠스와 레기온, 이클립스 대장들이었다.
자리키오 백작은 그저 헛웃음을 지어보였다.
“뭐냐? 네놈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