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in Another 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16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016화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16화
“그렇게나 대단한 사람인가?”
헤이홀즈가 계속해서 칭찬을 이어가자 칼라반도 조금씩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마 그 친구라면 형님의 잃어버린 힘을 되찾게 도와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도움이 되는 다른 조언이라도 구할 수 있을 겁니다.”
“조언을?”
“예. …사실 자신이 조금 없긴 합니다만… 그래도 안 만나보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거라는 판단입니다. 혹시 모르지 않습니까? 그 친구가 정말로 형님께 팔 걷어붙이고 도움을 주게 될지! 사실 조언 정도만 받아도 어느 정도 형님께 방향이 잡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듭니다.”
“그 조언이라는 게 정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예. 무조건 도움이 될 겁니다.”
생각보다 단호하게 말하는 헤이홀즈를 보면서도 아직까지 칼라반은 반신반의 하고 있었다.
“마침 제가 그 친구 곁을 떠나기 전에 주변을 둘러보고 괜찮은 인물이 있으면 그에게 보낼 테니 도움을 좀 달라는 약속을 받아낸 적이 있습니다. 그러니 분명 어떤 형태로든 도움을 줄 겁니다. 약속을 가볍게 여기는 친구는 아니니까요.”
“그렇군… 알겠다. 그럼 가장 먼저 네가 말하는 그 친구를 찾아가도록 하지.”
“그리고 그 친구에게로 가기 전에 형님께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내게 제안을?”
헤이홀즈는 진지해진 낯빛으로 칼라반을 바라보았다.
“예. 형님도 저희와 함께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지금 나에게… 네가 몸담고 있는 그 정체모를 집단에 가입하라는 얘기인가?”
“그렇습니다. 분명 형님께 많은 도움이 되어드릴 수 있을 겁니다. 저도 아버지가 이곳 성주인 덕분에 ‘라그나로크(Ragnarok)’에서 제법 괜찮은 위치에 속해 있는 편입니다.”
“라그나로크? 그 집단의 이름인가?”
“예. 신들의 몰락… 즉, 스스로를 신이라 칭하는 아크로이어 황제와 휘하 여섯 왕들의 몰락을 말합니다.”
“호오…….”
“어떻습니까? 나쁘지 않은 제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라그나로크의 궁극적 목적과 형님의 목적은 일치합니다. 그러니 어떤 형식으로든 라그나로크가 형님께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만약… 형님이 블레이드(Blade)의 자리에 오르신다면…….”
여기까지 말하던 헤이홀즈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지금 당장 선택을 바라는 것은 아닙니다. 천천히 생각해보시고 답을 주십시오.”
“그래… 알겠다.”
“음… 아니면 그 친구와 얘기를 나눠보고 그때 가서 결정해보시는 것도 늦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 친구라면 라그나로크와도 언제든 연락을 취할 수 있을 테니까요.”
“네가 말하는 사람도 라그나로크에 속한 사람인가?”
칼라반의 물음에 헤이홀즈가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렇지 않습니다. 다만, 저희 쪽에 꼭 필요한 인물이라고 생각되어 제 마음속에선 꼭 섭외해야 하는 1순위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군…….”
“아 물론… 이제는 바뀌었습니다. 형님이 살아계신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그 친구보다는 형님이 더 우선순위에 있습니다. 후후.”
헤이홀즈의 진지한 낯빛에 칼라반도 생각을 조금 달리했다.
“그 친구의 이름은 무엇인가?”
“유운량입니다.”
#유운량을 만나다
“후우…후우…….”
“흡…….”
두 명의 사내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산맥에 올라서고 있었다.
“이제 다 와갑니다. 조금만 더 올라가면 될 것 같습니다……!”
금발의 사내가 옆에 있는 흑발의 사내에게 물을 건네주었다.
“굳이 이렇게 높은 곳에서 사는 이유가 있는 건가?”
흑발의 사내, 칼라반의 이마에도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자꾸만 자신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번거로워 이곳까지 도피 아닌 도피를 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가…….”
칼라반이 잠시 바위에 걸터앉아 위쪽을 바라보았다.
아직까지도 올라가는 길은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그래도 곧 다 와갑니다. 이 골짜기만 넘어가면 금방이에요.”
헤이홀즈는 본인이 함께 할 수 없는 대신, 길안내를 눈앞의 메노포르에게 맡겼다.
다행이 메노포르는 길눈이 밝은 데다 센스까지 좋아 함께 움직이는데 불편함이 없었다.
“그 명상이란 것 지금 하시겠습니까? 저도 잠시 쉬어갈 겸 해서 말입니다.”
“그것도 좋겠군.”
칼라반은 걸터앉은 바위 위에서 가부좌를 틀었다.
두 손을 무릎에 가져가며 호흡을 골랐다.
[명상 상태에 들어섰습니다.] [마령환 흡수율이 70%에 도달했습니다.] [내공의 크기가 증진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전투력이 상승했습니다.]칼라반은 명상을 마치자마자 자신의 상태 창을 확인했다.
레벨은 어느덧 30대에 들어서 있었고 전투력도 5000을 넘어서고 있었다.
“후우…….”
칼라반은 찌뿌둥해진 몸을 다시 일으켰다.
그리곤 여러 가지 동작들을 반복하기 시작했다.
“매일 마다 명상이란 것과 그걸 반복하시던데… 그 이유를 물어도 되겠습니까?”
메노포르가 그동안의 궁금함을 이기지 못하고 물었다.
“강해지기 위해.”
칼라반은 짧은 대답과 함께 다시 같은 동작들을 반복했다.
[무공에 대한 숙련도와 이해도가 올랐습니다.]안내 메시지를 보고나서야 칼라반도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리고 다시 전투력을 확인해보니 아까보다 100이나 상승해 있었다.
“역시…….”
일전에 헤이홀즈의 연무장에서 시험 삼아 무공을 펼쳐본 적이 있었는데 지금처럼 무공에 대한 숙련도와 이해도가 올라갔다는 메시지가 나타났었다.
그리고 다시 상태 창을 확인해봤을 땐 지금처럼 전투력이 상승해 있었다.
그 말은 즉, 무공을 연마할수록 더욱 강해지는 시스템이라는 얘기였다.
그때 이후로 칼라반은 무공의 기초적인 자세들을 연습했다.
수라파천공을 익히자마자 머릿속에 각인되어진 탓에 자세들을 떠올리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이제 그만 갈까.”
칼라반은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을 소매로 닦아 내었다.
“정말 열심히 하십니다.”
한쪽에서 쉬고 있던 메노포르는 칼라반의 말에 몸을 일으켰다.
그러면서도 그는 칼라반을 살며시 올려다보고 있었다.
자신의 상관인 헤이홀즈가 불편함이 없도록 칼라반을 특별히 신경써달라고 부탁하고 또 부탁했었다.
헤이홀즈가 특별하게 생각하는 형님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메노포르 또한 칼라반을 극진히 모실 생각이었다.
자신에게 은인인 헤이홀즈에게 특별한 형님이라면 자신에게도 그와 비슷한 인물이라 여겼다.
하지만 막상 그를 처음 봤을 때는 생각했던 것보다 평범한 인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청나게 강한 힘을 지녔거나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 같은 것이 느껴지진 않을까 싶었는데 기대이하로 평범한 사내였다.
특히나 지금처럼 홀로 명상을 해야 한다는 이유로 생각에 잠기거나 이상한 동작들을 반복할 때면 더더욱 의구심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흐음… 헤이홀즈 님께서 특별하게 생각하시는 다른 이유가 있는 건가…….’
메노포르는 눈앞에 있는 이가 칼라반임을 모르고 있었기에 그저 머릿속으로만 이런 저런 추측을 해볼 뿐이었다.
그가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있는 동안 어느새 목적지에 다다르고 있었다.
“아, 저기 있습니다. 저곳이 바로 유운량 님이 머물고 있는 거처입니다.”
메노포르는 위쪽 작은 둔덕에 위치한 집을 가리켰다.
“드디어 도착한 것인가.”
칼라반도 메노포르가 가리킨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자, 그럼 마저 올라가볼까요?”
메노포르가 먼저 앞장섰다.
칼라반은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인적이 닿기 드문 곳임에도 불구하고 여기저기 산길이 나있었다.
그만큼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이 꽤나 있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했다.
띠링!
[주의! 이상 현상이 감지되었습니다.]갑작스럽게 떠오른 경고메시지에 칼라반이 본능적으로 메노포르를 잡아당겼다.
“멈춰.”
“예…? 갑자기 무슨 일로…….”
메노포르는 영문도 모르고 칼라반의 손에 이끌려 뒷걸음질 쳤다.
‘뭐야… 보이는 것과 다르게 힘이 세네…….’
메노포르 자신도 덩치가 작은 편은 아니었는데 칼라반의 힘에 속절없이 이끌리고 말았다.
“뭔가 있는 건가……?”
칼라반은 연신 떠오르는 경고 메시지를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호오… 제법 감이 좋은 분이로군요.”
그때 어디선가 낯선 사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지?”
칼라반은 목소리의 주인을 찾기 위해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그 어디에서도 사람의 형상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주변은 풀과 나무들뿐이었다.
“저를 찾으려 해봐야 소용없습니다. 그곳에서는 결코 저를 찾을 수 없을 것입니다.”
칼라반은 그때서야 목소리가 바로 정면에서 들려오는 것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우리는 유운량이라는 사람을 만나러 왔습니다.”
상대가 누구인지 모르니 칼라반은 우선 정중한 태도로 말했다.
“흐음… 그를 만나러 온 이유가 무엇인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역시 칼라반과 같이 정중한 태도로 되물었다.
“저희는 헤이…….”
“도움을 요청하고자 찾아왔습니다.”
칼라반은 메노포르의 말을 자르고 말했다.
“에……?”
메노포르는 이해할 수 없는 칼라반의 행동에 그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칼라반은 살며시 고개를 가로저을 뿐이었다.
그의 의도를 알 수 없어 메노포르는 그저 입술을 꾹 닫을 수밖에 없었다.
“도움을 요청하다니… 무슨 도움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앞으로 제가 걸어가야 할 길에 대한 도움을 구하고자 찾아왔습니다.”
“호오…….”
사내가 잠시 말을 멈추었다.
칼라반은 본능적으로 사내가 자신과 메노포르를 살피고 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이것 참 죄송하게 되었군요. 저는 함부로 다른 사람을 돕지 않습니다. 그럴만한 능력도 되질 않는 사람이기도 하구요. 그러니 이만 돌아가 주시겠습니까?”
사내는 정중히 축객령(逐客令)을 내렸다.
“당신이 유운량이라는 사람이군요.”
칼라반이 두 눈을 빛내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제가 바로 유운량입니다.”
“유운량 님! 저희는 헤이홀즈 님이 보내서 온 사람들입니다!”
보다 못한 메노포르가 나서서 외쳤다.
“그렇습니까?”
그러나 사내의 목소리는 무미건조하기만 했다.
“오늘만 벌써 누군가가 보냈다는 사람들만 일곱 분이 오가셨습니다. 그 중에 헤이홀즈가 보냈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예에……?”
사내의 말에 오히려 메노포르가 놀란 눈치였다.
“그…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습니다! 헤이홀즈 님이 저희가 아닌 다른 사람들을 보냈을 리가…….”
메노포르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다들 그렇게들 말씀하시더군요.”
사내의 말에 메노포르가 어찌해야 할 바를 몰라 칼라반을 쳐다보았다.
“흠…….”
칼라반은 왠지 이럴 것 같아 헤이홀즈가 보냈다는 말을 하지 않으려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