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in Another 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161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161화
#요트렌 성의 기사
제국 변방에 위치한 작은 도시 요트렌은 현재 치열한 전투를 치르고 있었다.
하늘 위로 쏟아지는 화살들과 마법들이 제국 병사들과 기사들을 덮쳤다.
성벽 위의 제국군들은 방패와 건물 벽에 몸을 숨기며 적들의 공격을 피해내었다.
“오른쪽이다! 제 2지점을 막아!”
누군가의 외침에 성벽 위의 병사들이 우르르 달려 나갔다.
그들은 성벽에 놓아진 사다리들을 제거하기 위해 신속히 움직였다.
그러나 갈고리 형식으로 되어 있는 사다리 끝은 쉽게 벗겨지지 않았다.
하물며 계속해서 덮쳐오는 마법 공격과 화살들 탓에 사다리를 제거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 순간 사다리를 타고 올라온 병사들이 성벽을 넘었다.
“라파엘을 위해!”
“신성 교단 라파엘을 위해!”
그들은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제국 병사들을 향해 돌진했다.
그러자 성벽에 대기하고 있던 기사들이 재빨리 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난전이 펼쳐진 성벽 위로 하나둘 적군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막아야 한다! 우리들의 목숨이 끊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막아야 해!”
요트렌의 성주 파달로가 목청껏 소리쳤다.
그러자 그의 뒤에 시립해 있던 기사들이 우레와 같은 함성을 지르며 나아갔다.
“여기가 어디라고 발을 딛는 거냐 이 더러운 라파엘놈들아!”
“야만스런 라파엘 광신도들!! 여기가 네놈들의 무덤이 될 것이다!”
요트렌 성의 이름을 그대로 딴 요트렌 기사단은 누구보다도 용맹하게 적들과 맞서 싸웠다.
그들이 성벽 위로 올라서는 적군들을 막아낼 동안 다른 병사들은 화살로 성벽 아래의 적들을 죽이면서도 성벽에 걸쳐진 사다리들을 제거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
쿠웅!!
“이건 무슨 소리냐!?”
화들짝 놀란 파달로 백작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급하게 달려온 병사 한 명이 그에게 상황을 보고했다.
“서쪽입니다! 서쪽에서 놈들이 공성 병기를 이끌고…….”
“고… 공성 병기!?”
“예. 공성 병기에서 날아오는 돌덩이들이 성벽의 외곽을 부수고 있습니다!”
“이런……!”
설마 적들이 공성 병기까지 준비했을 거란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기에 파달로 백작의 얼굴엔 낭패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렇지 않아도 상대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전력 탓에 지원군을 기다리며 수성하는 쪽을 택했다.
헌데 갑작스럽게 나타난 공성 병기의 존재는 그들에게 있어서 상당한 곤란함을 안겨주었다.
파달로 백작은 단숨에 서쪽까지 달려가 먼저 공성 병기의 존재를 확인했다.
“하나, 둘, 셋! 다행히 세 개의 공성 병기밖에 준비하질 않았구나! 그래… 이곳이 커다란 성이었으면 모를까 저 정도로 충분하다 여겼겠지.”
어찌 보면 이것은 천만 다행인 일이라 할 수 있었다.
공성 병기가 여러 개라면 다른 방법을 강구해봐야 했지만 단 세 개뿐이라면 소수의 부대만 따로 운영해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을 터였다.
“테타르토!”
“예! 부르셨습니까 성주님!”
“그대가 병력들을 이끌고 가서 저 공성 병기들을 부숴주게. 다행히 저걸 지키고 있는 적들의 병력은 많지 않아. 라파엘 교단은 공성 병기를 사용하지 않으니 아마 이바두스 왕국의 군대가 주둔해 있겠지!”
“이바두스놈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기사 천 명을 데리고 다녀오겠습니다.”
“좋다! 그대도 알다시피 전황은 그다지 좋지 않아. 그러니 최소한의 피해만 입고 적들에게는 최대한의 피해를 주고 와야 한다. 이런 상황에 이런 어려운 임무를 맡기게 되어 미안한 마음이다.”
“아닙니다. 그럼 신속히 다녀오도록 하겠습니다!”
테타르토는 그길로 성벽을 내려갔다.
그의 출발을 확인한 파달로 백작은 곧바로 발걸음을 돌렸다.
서쪽의 일도 중요했지만 지금 가장 문제인 곳은 바로 적의 주력부대가 있는 남쪽이었다.
견고하게 지어진 성벽을 이용해 상당히 잘 버텨주곤 있지만, 이미 라파엘의 병사들이 성벽 위로 진입하는 것을 허락해버리고 말았다.
성벽에 올라선 라파엘 병사들은 한곳에 뭉쳤다.
성기사들이 그들의 선두에 서서 앞으로 진격하기 시작했다.
“라파엘의 영광을 위하여!!”
“이교도를 죽이자!”
“물러서지 마라!”
여기저기서 커다란 외침이 터져 나왔다.
그들은 하나의 집합체가 되어 제국의 병사들을 상대해나갔다.
“여기가 뚫려선 안 된다!”
“놈들을 막아!”
요트렌 기사단도 달려와 라파엘 군사들을 막았다.
다른 성벽에 있던 병사들도 성벽 위로 침입한 적들을 막기 위해 부리나케 달려왔다.
척!
쾅! 콰강!
방패를 세운 병사들이 한 줄로 늘어서며 적들의 진로를 막아섰다.
그러자 기세 좋게 상대를 뚫고 나가려던 라파엘 군사들의 진격이 점차 더뎌지기 시작했다.
이 기세를 놓치지 않고 제국의 병사들이 일제히 적들을 밀어내었다.
“어어!”
“어……!?”
강하게 밀쳐지는 힘에 라파엘 군사들이 뒷걸음질하고 말았다.
그러자 성벽 위로 비집고 올라서던 라파엘 측 병사들이 하나둘 바깥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요트렌 기사들은 성기사들이 방패병들을 저지하지 못하도록 틈틈이 창을 찔러 넣었다.
방패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창날들에 성기사들도 속수무책으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선두가 뒤로 밀리기 시작하니 점점 발 디딜 틈이 사라졌고, 후미에 있던 라파엘 군사들이 성벽 밖으로 우수수 떨어져 버렸다.
어떻게 해서든 바깥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버티던 자들은 그대로 압살당하고 말았다.
“으아아―!”
“흐악!”
생각보다 거친 제국 군사들의 반격에 라파엘 군사들도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계속해서 밀려나던 라파엘 군사들은 끝내 남은 한 명마저 성벽 밖으로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무거운 갑옷을 입은 탓에 그들은 둔탁한 소리와 함께 바닥에 떨어졌고, 부상을 입은 탓인지 쉽사리 일어서지 못했다.
더군다나 성벽 위의 궁병들이 계속해서 활을 쏜 탓에 쓰러져 절명한 이들도 한둘이 아니었다.
단숨에 그들을 성벽 밖으로 밀어내버린 제국 군사들이 뜨거운 환호성을 터트렸다.
그런 제국군을 보며 라파엘 군의 단장 라미엘로가 인상을 찌푸렸다.
“약소 도시라고 하더니 제법 수성을 할 줄 아는 자들이로군. 전쟁 경험이 없진 않은 건가?”
라미엘로는 요트렌 성에서 빠져나와 공성 병기를 부수고 있는 기사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숙달된 기마술로 이바두스 왕국군을 따돌리며 철저히 공성 병기만을 무너트리고 있었다.
“우선 저놈들부터 처리한다. 겁도 없이 요새 밖으로 나왔으니 다시는 돌아가지 못하도록 만들어주어라.”
“예!”
라미엘로의 명령에 한쪽에서 대기중이던 부대가 움직였다.
그들은 신속히 움직여 테타르토 부대가 다시 요트렌 성으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퇴로를 끊어버렸다.
이를 확인한 라미엘로가 이번엔 다른쪽 손을 들었다.
“남은 병력을 마저 투입시켜라.”
라미엘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뒤에 시립해 있던 성기사들이 움직였다.
뿐만 아니라 삼만 명이 넘는 병사들이 그들과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
적들의 총공세가 펼쳐지자 파달로 백작이 주위의 군사들을 다독였다.
“조금만 더 버텨라! 이를 악물고 버티다 보면 지원군이 도착할 것이다!!”
“우오오―!”
“와아아아―!!”
파달로의 외침에 군사들이 함성을 터트렸다.
그들도 이곳으로 제국 중앙부에서 보낸 지원군이 오고 있다는 소식은 들어 알고 있었다.
그러니 그들이 도착할 때까지 어떻게 해서든 버텨내야만 했다.
하지만 그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제국군의 고군분투에도 불구하고 결국 성문은 열리고 말았다.
라파엘 군사들의 많은 숫자엔 당해내지 못했던 것이다.
파달로 백작이 이끄는 군사들은 약 만여 명 정도였고 라미엘로가 이끄는 군대는 5만여 명이었다.
다섯 배에 달하는 적들의 숫자에도 파달로 백작군은 훌륭한 전투를 보여주었지만 종국에는 외성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내성으로 돌아가자! 외성은 이만 포기한다!”
전황이 불리하게 돌아감을 파악한 파달로 백작이 말머리를 돌렸다.
그가 퇴각을 외치자 성벽에 남아 싸우던 병사들과 지상에서 말을 몰던 기사들까지 물러나기 시작했다.
라파엘 교단의 병사들이 그들을 추격하고자 했으나, 능숙하게 몸을 빼내는 파달로 백작군을 따라잡기란 쉽지 않아보였다.
결국 그들은 재빠르게 물러나는 파달로 백작군을 지켜보기만 할 수 밖에 없었다.
“저놈들…! 후퇴하는 연습이라도 했나.”
“놔둬라. 어차피 놈들이 향할 곳은 내성뿐이다. 그보다 병사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근처 마을들의 약탈을 허용할 테니 우리는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
“예!”
라미엘로의 허락이 떨어지자 기다렸다는 듯 라파엘 군사들이 사방으로 퍼졌다.
그들은 근처에 보이는 마을이란 마을은 모조리 털어버리기 시작했다.
덕분에 미처 달아나지 못했던 마을 사람들은 라파엘 군사들의 손에 무참히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
이 라파엘 군사들을 피해 파달로 백작군이 내성으로 물러서기 시작했다는 얘기는 피를레니 마을에도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었다.
“어머, 그럼 우리들도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 하는 것 아니야?”
“그러게… 언제 라파엘의 군사들이 올지 모르니 서둘러야 하는 것 아닐까요?”
“그럼 우리 이러고 있을 것이 아니라…! 서둘러 내성 쪽으로 피신하자고!”
“저기 로엔!”
밭에서 일을 하던 여인들이 한쪽 구석에서 묵묵히 땅을 파내고 있던 로엔을 불렀다.
그녀들의 부름에 로엔은 하던 일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이제 그만하고 짐 싸러 가요! 여기도 이젠 안전한 게 아닌 모양이야.”
“그러게나 말이야. 아유… 이런 조그마한 영지에 얻을 것이 뭐가 있다고.”
“듣자하니 라파엘 군사들은 아녀자들도 가만히 두지 않는다는데…….”
“괜히 꾸물거리다 봉변당하지 말고 빨리빨리 움직이자구!”
그녀들은 하던 것을 멈추고 몸을 일으켰다.
여인들의 부산스런 움직임에 로엔도 들고 있던 농기구를 내려놓았다.
“여러분―!”
그때 먼발치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목소리의 주인은 투에스트라는 이름의 청년이었다.
그는 평소에도 틈틈이 이곳에 들러 일을 도와주곤 했는데, 모두들 그 이유를 로엔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나 정작 당사자인 로엔은 이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어쨌거나 다가오는 익숙한 얼굴에 여인들이 익살스런 미소를 보였다.
“어머… 지 좋아하는 여자 챙긴다고 부리나케 달려온 모양인데?”
“좋겠다아. 이게 바로 청춘의 사랑인가?”
“어우, 남사스럽게 갑자기 그게 무슨 말투래? 됐고 표정을 보아하니 상황이 심각한 모양인데…….”
그녀들의 시선이 로엔을 향했다가 다시 투에스트에게로 향했다.
확실히 그는 한눈에 보기에도 다급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여유가 없는 그의 모습에 여인들은 한층 더 불안감을 느꼈다.
“헉! 헉!! 아직도… 자리를 안 피하고 계시면 어떡합니까!? 서둘러요. 벌써 이곳 근처까지 라파엘 병사들이…….”
투에스트는 설명을 하다말고 누군가를 찾는 것처럼 고개를 이리저리 돌렸다.
그가 누구를 찾는지 파악한 여인들이 한쪽을 가리켰다.
“로엔이라면 저기 있어.”
“아…! 로엔씨!”
로엔을 찾은 투에스트가 방긋 웃어보였다.
투에스트와 함께 온 청년들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입을 열었다.
“이봐 투에스트! 서두르자! 시간이 없어!”
“맞아! 벌써 여기 근처까지 놈들이 온 걸 너도 봐서 알고 있잖아? 어서 로엔씨랑 다른 사람들이랑 해서… 커헉!”
휘릭―!
퍼억!
투에스트를 재촉하던 사내는 먼발치서 날아온 화살에 그대로 목이 꿰뚫리며 말을 끝마치지 못했다.
“제기랄 벌써 온 건가.”
이를 악문 투에스트가 화살이 날아온 쪽을 돌아보았다.
열댓 명의 병사들이 흉흉한 기세를 드러내며 이곳으로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