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in Another 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168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168화
#그들의 움직임
“무슨 일이냐 하이데.”
“형…….”
의자에 깊숙이 몸을 눕힌 하르스마이어의 앞에 하이데가 섰다.
그동안 마음고생이 많았는지 하이데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다만 그의 눈빛만은 분노에 타들어가고 있었다.
“내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줘.”
“기회를 달라니. 그게 무슨 말이지?”
“내가 지금 이 모양 이 꼴이 된 것은 모두 공민 그 새끼 때문이야. 그러니 뭘 하든 해야겠어.”
“그 말은… 공민의 목을 노리기라도 하겠다는 말이냐?”
“물론. 결코 가만 두지 않겠어.”
“하지만 지금 너는 일개 블레이드 후보에 불과하다. 반면 공민은 이제 블레이드의 자리에 올라선 상태다.”
“그래서? 그게 뭐가 중요하지? 놈이 블레이드건 뭐건 난 상관없어. 놈을 죽이면 그뿐이야.”
“멍청한 놈.”
하르스마이어의 곁으로 커다란 마수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마수는 번들거리는 눈빛으로 하이데를 바라보고 있었다.
“크르르릉…….”
“분노에 눈이 멀어선 아무것도 해낼 수 없다. 아둔한 동생아.”
“미안하지만 난 당장이라도 그 녀석을 죽이지 않으면 분에 못 이겨 죽을 것 같다고.”
“그러니 네가 멍청하다는 거다. 우선은 마음을 가라앉혀라. 놈을 인정하고 제대로 준비해서 덤벼라.”
“놈을 인정하라고?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 겨우 그딴 놈에게!”
짜악!
어느새 몸을 일으킨 하르스마이어가 하이데의 뺨을 날렸다.
찰진 소리와 함께 하이데는 얼빠진 얼굴로 하르스마이어를 올려다보았다.
“꼴사나운 모습은 그만 보여라. 안타깝게도 현재의 너는 놈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당장 놈의 곁에는 이클립스가 있다. 네가 그들을 상대로 뭘 할 수 있지?”
“그건…….”
“너는 약하다. 약하기 때문에 패한 것이다. 그러니 우선 힘을 길러라.”
하르스마이어는 냉철한 시선으로 하이데를 내려다보았다.
하이데는 하고 싶은 말들을 꾹 참으며 입술을 질끈 깨물고 있었다.
“강해지는 것은 스스로를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데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더욱 강해지고 싶다면 지금의 너부터 들여다보아라. 그러고 나서 내게 찾아오는 거다.”
“후우… 알겠어. 우선은 힘을 기르겠어. 그러고 나서 완전하게 준비가 끝났다는 생각이 들면… 그때는 주저 없이 공민의 목을 치러 나갈 테니 말리지 마.”
“말리기는. 오히려 너에게 나의 직속 수하들까지 붙여주마.”
“그렇게까지 해주려고? 하지만 형은 아직…….”
“어차피 내가 벌이는 일은 곧 마무리 되어가는 단계다. 거기다 공민은 현재 블레이드의 위치에 있는 자. 네가 그자를 건드리려는 거라면 나 또한 엮이지 않을 수 없지. 그러면 곧 블레이드와 블레이드의 싸움이 되는 거다. 그리고…….”
하르스마이어는 하이데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다독이는 그의 손길에 하이데가 하르스마이어를 올려다보았다.
“내 동생을 건드린 놈이다. 나 또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형…….”
“아무튼 이번 일이 너에게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싶다. 그동안 철없는 애처럼 굴었던 너였지만. 이번 일을 겪으며 뭔가 느끼는 바가 많았을 거라 생각한다.”
“물론이야. 나도 많은 생각들을 해왔다고.”
“혹시 몰라 너를 이곳으로 옮겨오긴 했다만 지금도 네 수하들이 살해당하고 있나?”
“아니. 어느 순간 멈췄어. 거짓말처럼 말이야.”
“그렇군. 알겠다.”
“내가 공민에게 진 틈을 타 비열하게 움직이다니… 누군지 잡히면 가만두지 않을 생각이야.”
“어쩌면 공민과 관련이 있는 자일지도 모른다.”
“뭐?! 그건 말도 안 되는 생각이야.”
하이데가 저도 모르게 비웃음을 흘렸다.
아직까지 그에게 칼라반은 그렇게 큰 인물이 못 되었다.
그러나 하르스마이어는 진지해진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일이다. 네가 생각하는 그자의 모습은 어디까지나 본래의 모습을 감춘 일부일 뿐이다. 놈은 훨씬 더 치밀하고 무서운 놈일지도 모른다.”
“쳇. 형까지 그렇게 말하면…….”
“더군다나 이슈하르트와 관련이 있는 녀석이라면… 더더욱 우리들에게 반감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건 왜?”
“이슈하르트를 함정에 빠트린 자가 바로 나니까.”
“뭐? 형이…? 그게 무슨 말이야?”
“아무튼 그런 일이 있었다. 만약의 경우 이번 일은 어쩌면 너의 손을 떠나 우리 형제가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니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라.”
“만반의 준비를 갖추는 거라면…….”
“언젠가 전력을 다해 놈을 상대해야 할지 몰라. 그러니 그때까진 힘을 비축하며 스스로를 성장시키고 있어라.”
“후우. 알겠어 형. 그렇게 하겠어.”
“그래. 그래야 내 동생답지.”
하르스마이어의 인정에 하이데도 내심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나 그는 생각보다 하르스마이어의 얘기를 귀에 새겨듣지 않고 있었다.
일단은 하르스마이어의 말에 한 걸음 물러나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조금만 기다려라 공민……!’
복수심에 불타는 그의 모습에 하르스마이어는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자신의 동생이 어리석은 행동을 하진 않을 거라 애써 믿고 있었다.
* * *
카르마제는 자신의 눈앞에 있는 성을 우두커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검 한 자루가 쥐어져 있었다.
“으음.”
오랜만에 느끼는 전장의 분위기에 문득 감회가 새로워졌다.
한때는 매일같이 느끼던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달랐다.
대전쟁이 끝나고 제국 휘하의 왕으로 올라서면서 직접 전쟁에 참여할 일도 적어졌다.
특히나 카르마제의 경우 전쟁과 관련된 일들은 수하들에게 일임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오랜만에 그가 직접 움직였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당장 공격 준비를 명한다!”
“예!”
카르마제의 외침에 기사들과 병사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그때 저 너머에 라파엘 교단의 깃발을 든 기사 한 명이 보였다.
“적의 전령인 것 같습니다.”
전령은 카르마제의 진영에 도착하자마자 말에서 내렸다.
그는 카르마제를 앞에 두고서도 빳빳이 고개를 들고 있었다.
이에 기사들이 하나같이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었다.
카르마제 또한 그의 건방진 태도에 눈살을 찌푸렸다.
“라파엘 놈들은 하나 같이 싸가지가 없군.”
“이교도들에게 고개 숙일 이유가 없다.”
“태도부터가 글러먹은 놈들이로군. 얘기를 들어볼 필요도 없다 죽여라.”
“잠깐!”
사내는 곧바로 손을 들어올리며 이내 종이 한 장을 펼쳐들었다.
“우리 성주께서는 카르마제 왕 당신이 이대로 물러나준다면 아무런 문제도 삼지 않을 것이라 말씀하셨다.”
“크흐흐.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를 잊은 거냐? 어떻게 아무런 문제도 삼지 않아?”
“카르마제 당신은 애초에 이 전쟁에 참여할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니 지금도 순순히 물러나 준다면 우리가 갖고 있는 금화를 일부…….”
“개소리! 네놈들이 히리엘을 납치해 갔는데 어떻게 순순히 물러날 수 있겠느냐?”
“뭐? 누구를 납치해 갔다고?”
“시치미 떼지 마라. 네놈들이 히리엘 공주를 납치해 갔다는 것을 다 알고 왔으니 말이야.”
“맹세코 그런 일은 없었다. 우리가 히리엘 공주를 납치하다니…….”
“그래 그러시겠지. 그럼 목이나 닦고 기다려라. 나는 네놈들을 모두 죽이고 히리엘을 데려갈 테니.”
“이… 이런 막무가내인…….”
“몰랐나? 원래부터 난 막무가내인 작자였다. 그러니 잘난 아크로이어 황제께서도 날 이렇게 놓아두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
카르마제가 사내의 앞으로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그리곤 순식간에 그를 베어버렸다.
“커헉!”
한순간에 당해버린 사내가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그가 바닥을 뒹굴자 카르마제가 손짓했다.
“치워라.”
“예.”
병사들이 사내의 시체를 수거해갔다.
그때 이를 조용히 지켜보던 부관 다가스르가 카르마제의 곁으로 다가왔다.
“주군.”
“뭐냐.”
“히리엘 공주의 소재는 이미 파악해 두었습니다. 그녀는 이곳에 없습니다. 그런데도 이 전쟁을 감행하실 생각이십니까?”
“나도 안다. 히리엘 공주가 이곳에 없다는 것쯤은.”
“예? 그런데도 이곳을 공격하시려는 겁니까?”
“모네스가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당분간은 놈의 뜻대로 움직여줄 생각이다.”
“허어… 이미 다 알고 계셨군요.”
“모네스는 야심 가득한 놈이다. 나를 통해 무엇을 얻으려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일은 내게도 큰 손해는 아니니 순순히 따라주려는 것이다.”
“음… 알겠습니다. 그럼 곧바로 공격 명령을 전달하겠습니다.”
“알겠다.”
카르마제가 미소를 보였다.
사실 그런 이유 말고도 이번 공격엔 몇 가지 이유가 더 있었지만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이번 전쟁을 통해 내가 갖고 있는 힘이 어느 정도인지 여실히 보여주겠다, 히리엘. 선택은 그대의 몫이다.”
카르마제는 곧바로 전장에 나서기 위해 완전한 무장을 했다.
그리고 그는 직접 병사들을 지휘하며 앞으로 나섰다.
제국의 대기사장이었던 그가 직접 병력들을 이끌자 사기가 하늘을 찔렀다.
라파엘 교단의 병력들이 머무는 자리엘 성 또한 드높은 사기를 드러내었다.
그러나 결과는 참혹했다.
그들은 카르마제 군의 맹공에 단 하루도 버텨내지 못했다.
카르마제는 능숙한 지휘로 공성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자리엘 성의 성주인 모르켄은 어느새 카르마제의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미… 믿어 주십시오. 히리엘 공주는… 우리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럴 리 없다. 너희들이 히리엘 공주를 납치해 갔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말도 안 되는 정보입니다! 우리가 감히 일국의 공주를…….”
“그러니 발칙한 것 아니겠나. 네놈들이 벌인 짓이니 응당 대가를 치러라.”
“이럴 수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진실을 얘기할 때까지 한 명씩 처형시켜주마.”
카르마제의 손짓에 병사 한 명이 모르켄의 자식 한 명을 검으로 베었다.
“노르네! 이… 이이!! 이 짐승 같은 것들이!!”
“아직 말할 생각이 없나보군.”
카르마제가 다시 손가락을 까딱이자 병사 한 명이 검을 들어올렸다.
그 모습을 본 모르켄이 다급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기…! 기다려 주십시오! 정말… 정말 히리엘 공주에 관한 일들은 모릅니다!”
“그런가? 그럼 죽어야겠지.”
스겅―!
이번에도 병사는 망설임 없이 검을 휘둘렀다.
싸늘한 시체가 되어 바닥을 뒹구는 가족들의 모습에 모르켄이 눈시울을 붉혔다.
“제, 제발 이러지 말아주십시오…….”
“그럼 그에 상응하는 무언가를 말해라.”
“아아… 차라리… 차라리 제가 가진 것을 다 내어놓겠습니다…….”
모르켄의 말에 카르마제가 처음으로 눈을 빛냈다.
“네놈이 가진 것?”
“그렇습니다. 이곳 지하에 가면 숨겨둔 공간이 있습니다. 그곳에 혹시 몰라 감추어둔 저의 재산들이 있습니다…….”
“그런가. 고맙군.”
카르마제가 다시 손을 까딱였다.
그러자 병사가 모르켄의 아내에게 검을 가져갔다.
“아, 아니 이럴 수가! 이건 약속이 다르질 않습니까!!”
“여보…….”
모르켄이 자신의 아내를 올려다보며 부르짖었다.
그러자 카르마제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군. 너는 자발적으로 네가 가진 것을 내게 내놓았을 뿐이다.”
“이… 이런 억지가…….”
“억울하면 힘을 가져라.”
스각!
병사는 그대로 모르켄의 아내를 베어버렸다.
이를 본 모르켄이 목 놓아 부르짖기 시작했다.
저벅. 저벅.
카르마제는 천천히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곤 모르켄의 귓가에 자신의 입을 가져갔다.
“하나 말해주지. 사실… 히리엘 공주가 이곳에 없다는 것은 나도 알고 있다.”
“뭐… 뭣이! 이런 찢어죽이ㄹ…….”
촤락!
카르마제의 검이 그대로 모르켄의 심장부를 베어버렸다.
모르켄은 온몸을 부르르 떨면서도 그를 똑바로 노려보고 있었다.
“어… 언젠가… 네놈도…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것이다…….”
“그거 기대되는군.”
카르마제의 웃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모르켄이 두 눈을 감고 말았다.
그때 기사들이 그의 앞으로 뚱뚱한 사내 한 명을 데리고 나왔다.
그는 신관의 차림을 하고 있었다.
“이자는 어떻게 할 까요?”
“사, 살려주시오. 금은보화라면 모두 바치겠습니다…….”
“죽여라. 이런 놈들과는 상종을 하기도 싫으니.”
“알겠습니다.”
기사들은 곧바로 신관을 데리고 나갔다.
이어 신관의 처절한 비명소리가 새어나왔다.
이를 뒤로하고 카르마제는 모르켄이 말한 지하로 내려와 보았다.
“여기쯤인가.”
뒤로 한 걸음 물러선 그가 마나를 실어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요란한 소리와 함께 벽이 허물어졌다.
“흐음, 제법 쏠쏠한 소득이 있었군.”
카르마제는 이번 전쟁에 대해서 나름대로의 만족감을 드러냈다.
당장 눈앞에 있는 재물들의 양도 상당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