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in Another 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171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171화
#요쿠스의 진가
칼라반의 등장에 너무 놀란 몽페르 후작은 저도 모르게 말을 더듬고 말았다.
“다, 당신이 어떻게 이곳에 있는 것입니까.”
“지옥에서 살아 돌아왔다고 해두지.”
“이건…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우리 모두는 그날 당신의 죽음을 확인했습니다. 이는…….”
“너희들은 끝까지 모든 것을 확인했어야 했다.”
칼라반의 말에 몽페르 후작은 악몽을 꾸고 있는 것만 같았다.
항간에 계속 떠돌아다니던 대기사장 칼라반의 생존.
지금까지 그저 헛된 소문쯤으로 치부해왔다.
당장 눈앞에서 지켜본 칼라반의 죽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차라리 솔 기사단이 제국을 흔들기 위해 일부러 꾸며낸 소문이라야 맞았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심지어 현재 칼라반의 얼굴은 당시보다도 젊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마치 다시 태어나기라도 한 것처럼…….”
“쓸데없는 소리는 되었다. 그보다 역시 너를 제일 먼저 찾아오길 잘한 것 같군.”
“설마… 벨제인님과 함께 복수를 꿈꾸기라도 하시는 겁니까.”
“얼추 맞는 얘기라고 해두마.”
“저를 이곳에서 죽인다고 해도… 저의 주군이 결코 만만히 볼 수 없는 상대란 것쯤은 칼라반님께서도 잘 알고 계실 겁니다.”
“그래. 허술해 보여도 생각보다 빈틈없는 녀석이지. 하지만 너를 죽이는 것은 다른 의미다.”
“저를… 당신 설마… 내분을 조장할 생각이십니까?”
“역시 똑똑하군. 그대의 죽음이 알려지면 필시 이나쿠스 왕국 내부의 대립은 심화될 것이다.”
“벌써 이쪽의 사정까지 파악해내신 겁니까.”
“늘 말했질 않나.”
“기억합니다. 당신이 숱하게 했던 말들을.”
몽페르 후작은 지난날을 회상하며 고개를 저었다.
한때는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운명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카르마제의 곁을 항상 지키던 벨제인과 제국을 위해 함께 싸워왔던 대기사장 칼라반.
이 두 사람이 카르마제의 적이 되어 나타난 것이다.
“누굴 원망하겠습니까… 모두 우리가 자초한 일.”
스릉―
몽페르 후작이 검을 빼들었다.
그의 결연한 표정을 지켜보던 린바르드가 입을 열었다.
“아버지, 정말 저 사람이 과거 솔 기사단을 이끌었다던 칼라반님이 맞는 겁니까?”
“틀림없다.”
“단지 모습이 비슷한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현혹의 마녀가 만들어낸 환상일 수도 있고요.”
“차라리 그런 것이었으면 좋겠구나. 하지만…….”
“그리고 아버지. 그때로부터 벌써 10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아버지께선 그동안 수련을 단 하루도 게을리 하지 않으셨습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우리 가문의 기사들 또한 단 하루도 편하게 쉬었던 적이 없습니다. 그 모든 것이 다 이런 때를 위함이 아니었습니까?”
“물론이다.”
“그렇다면 자신감을 가져주십시오. 아버지와 제가 함께라면, 이곳의 기사들과 병사들이 함께라면 충분히 저들을 이길 수 있을 것입니다.”
“후후 좋은 말이다. 그러나 그것은 네가 저들의 힘을 모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다.”
“예……?”
이토록 자신 없어 하는 몽페르 후작의 모습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린바르드마저 조금은 당황하고 말았다.
몽페르 후작은 씁쓸한 미소를 감추지 못하면서도 얼굴은 이미 긴장감으로 잔뜩 굳어 있었다.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린바르드.”
“아버지…….”
“어쩌면 오늘이 우리 가문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겠구나.”
후우웅――!
몽페르 후작의 검에서 빛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의 뒤로 재빨리 기사들과 병사들이 자리했다.
그들은 삼엄한 기세를 드러내며 검을 겨누었다.
“모두 들어라!”
기사들과 병사들을 향해 몽페르 후작이 크게 소리쳤다.
성에 남아 있던 기사들과 병사들은 아직까지도 이곳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그 수가 벌써 삼천 명을 헤아리고 있었다.
“오늘 우리가 이곳에서 모두 죽더라도! 적들을 왕의 곁으로 보내선 안 된다.”
“예!”
“예!!”
그들의 힘찬 소리가 곳곳에 울려 퍼졌다.
칼라반은 조용히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예상대로 다른 이들과 다르게 몽페르 후작은 우직하게 자신의 할 일을 모두 해내고 있었다.
당장 그의 곁에 선 기사들과 병사들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예전부터 몽페르 그대만은 카르마제의 곁에서 스스로를 잃지 않았다. 그런 모습 덕분에 지금까지도 카르마제의 곁에 머무를 수 있었던 거겠지. 하지만 같은 이유로 그대의 존재는 우리들에게 거슬린다. 그러니 이곳에서 죽어줘야겠다.”
“우리는 모두 죽을 각오로 싸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결코 마음만큼 쉽지 않을 것입니다 칼라반님.”
“그대가 다른 주군을 섬겼더라면 좋았을 것을.”
“저는 저의 주군이신 카르마제님을 모시게 된 것에 단 한 번도 후회해 본 적이 없습니다.”
당당하게 외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칼라반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아는 몽페르는 본래부터 이런 기사의 모습을 갖고 있었다.
“대장. 나선다. 내가.”
“요쿠스. 네가 직접 나설 생각인가?”
“놈들은. 앞장섰다. 동료들. 죽일 때.”
“그랬나.”
“부탁한다. 맡겨줘.”
“알겠다. 네게 맡기겠다.”
“고맙다.”
요쿠스가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런 그의 얼굴은 평소와 전혀 달랐다.
“드디어 보는 건가.”
“저 사내는 오랫동안 주군의 곁에서 싸워왔다 들었습니다.”
“솔 기사단의 만인대장이라면 유명하지. 물론 저런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이 예상외이긴 했지만…….”
이클립스의 대장들이 요쿠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몽페르 후작군의 앞으로 다가선 요쿠스가 말없이 그들 전체를 둘러보았다.
그런 그의 행동이 어딘가 어설퍼 린바르드가 인상을 구겼다.
“아버지. 저자는 뭐 하는 자일까요.”
“저자가 바로 요쿠스다.”
“요쿠스면 솔 기사단의 만인대장이 아닙니까?”
“그래.”
“하지만 전혀 그래보이진 않습니다만…….”
“방심하지 마라. 저 사람의 진짜 모습은 저게 아니니까.”
“너희들. 모두. 죽인다. 내 동료들의. 복수한다.”
그때 측면에서 여러 기사들이 말을 몰고 등장했다.
그들은 창을 수평으로 세우며 요쿠스를 향해 매섭게 돌진했다.
“어딜 감히 건방지게!”
“몽페르 후작님께 고개를 조아려라!”
그들을 빤히 쳐다보던 요쿠스는 품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그것의 정체를 확인한 몽페르 후작이 마른 침을 삼켰다.
“온다. 이제 진짜 요쿠스가.”
“예……?”
다가닥! 다가닥!!
군마를 탄 기사들이 마침내 요쿠스의 앞에 다다랐다.
그 순간에도 요쿠스는 한가로이 손에 들고 있는 병에 입을 가져가고 있었다.
다른 이들은 그가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싶어 숨죽이고 이를 지켜보았다.
“죽어라!!!”
“하압!”
기사들의 창이 요쿠스에게 빠른 속도로 날아들었다.
그 순간 요쿠스가 빠르게 몸을 도약했다.
한 마리의 나비처럼 날아오른 요쿠스가 그들의 뒤편으로 착지했다.
휘리링―!
스각!
그가 휘두른 검이 단번에 기사들을 베어넘겼다.
그 모습에 지켜보던 이들이 두 눈을 부릅떴다.
특히나 내심 요쿠스를 만만하게 바라보던 린바르드는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기사들을 베어낸 요쿠스가 몽페르 후작군을 돌아보았다.
“오랜만이다 몽페르?”
“그간 잘 지냈습니까, 요쿠스 경.”
“잘 지냈을 것 같냐?”
“…….”
“그날. 누구보다 앞장서서 내 동료들을 죽였었지?”
요쿠스가 검을 들어올렸다.
그는 붉은 핏물이 흘러내리는 검신을 곧 몽페르 후작을 향해 겨누었다.
“오늘은 내가 앞장서서 네놈의 모든 것을 죽인다.”
“쉽게 당해주진 않을 것입니다.”
“아아. 좋지. 실컷 발악해보라고. 그러지 않으면.”
휘리링―!!
콰라랑!
요쿠스의 검에서 뻗어나간 기운이 삽시간에 몽페르 후작군을 덮쳤다.
파밧!
대지를 박찬 요쿠스가 단숨에 몽페르 후작군과의 거리를 좁혔다.
“모두 조심해라!”
“방패병!”
요쿠스의 움직임을 확인한 방패병들이 그를 가로막기 위해 신속히 움직였다.
그러나 요쿠스는 여우처럼 그들의 틈을 빠져나가며 검을 휘둘렀다.
촤라락!
촤륵!
핏방울이 여기저기 튀고 목을 베인 병사들이 하나둘 쓰러져가기 시작했다.
요쿠스는 한 번 찌른 병사들은 결코 놓치지 않았다.
그는 집요하게 검을 휘두르며 그들의 곳곳에 검상을 남겨놓았다.
“한 번에 쉽게 죽을 생각은 말아라. 나의 동료들 또한 너희들의 손에 피를 토하며 죽어갔으니까. 이 새끼들아.”
요쿠스는 붉게 충혈된 눈으로 몽페르 후작군을 노려보았다.
그의 기세가 너무도 날카로워 어느 누구 하나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뭘 망설이느냐! 놈을 죽여라!!”
그때 몽페르 후작이 앞장서며 외쳤다.
그는 웅혼한 마력이 실린 검으로 요쿠스를 노렸다.
그러나 요쿠스는 특유의 날렵한 움직임으로 몽페르의 검을 가볍게 피해내었다.
그리곤 검을 사선으로 들어올려 몽페르의 팔을 베었다.
너무도 기이한 움직임에 몽페르마저 순간 그의 검을 놓치고 말았다.
“너는 마지막이다 몽페르. 너는 이곳에서 모두의 죽음을 지켜봐야 할 의무가 있다.”
“크윽… 요쿠스 당신……!!”
콰라랑!
몽페르가 있는 힘껏 검을 휘둘렀으나 요쿠스는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크아악!”
“커헙!”
“크윽!”
여기저기 수하들의 비명소리가 터져나왔다.
그 사이에서 요쿠스는 신들린 듯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몇몇 기사들이 그를 따라잡아 검을 휘둘렀다.
“잡았다!”
“놈을 이대로 포위해라!!”
사방에서 쏟아지는 검들을 모조리 쳐내며 요쿠스가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그는 왼손을 뻗어 바닥에 떨어진 검 한 자루를 쥐었다.
이를 본 몽페르 후작이 다급히 소리쳤다.
“그자에게서 벗어나라!”
그러나 이미 기사들과 병사들은 요쿠스를 향해 짓쳐든 뒤였다.
요쿠스가 양손의 검을 휘둘러 원을 그렸다.
그러자 그의 주변으로 뻗어나간 오러 블레이드가 일대를 휩쓸었다.
콰라랑!!
콰릉!
이어진 폭발에 기사들과 병사들이 무더기로 쓰러져나가기 시작했다.
폭발에 휘말린 방패병들조차 힘없이 나가 떨어지고 말았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단 한 번의 일격으로 수십 명의 기사들을 죽인 요쿠스를 보며 린바르도는 그만 넋이 나가버리고 말았다.
그냥 그런 기사들도 아닌 그동안 고된 수련을 강행해온 강병들이었다.
나름대로의 자부심까지 있었건만 요쿠스의 앞에서 그들은 그저 장난감에 불과해 보였다.
실제로 요쿠스는 호흡 하나 흐트러짐 없는 모습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두 눈은 마치 짐승의 그것처럼 한없이 날카로워져 있었다.
“이게 끝이냐?”
“그대의 상대는 접니다!”
몽페르가 요쿠스의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그는 한 손에는 검을 다른 한 손에는 방패를 들어올렸다.
“좋은 자세로군. 그런데…….”
요쿠스가 다시 땅을 박차며 몸을 움직였다.
그는 몽페르 후작군의 사이를 이리저리 오가며 양손의 검을 휘둘렀다.
그 유려한 몸놀림에 병사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몽페르 또한 요쿠스를 따라잡기 위해 움직였으나 역부족이었다.
“너는 누구냐.”
어느새 린바르드의 앞에 멈춰선 요쿠스가 두 눈을 부릅뜨며 물었다.
전신에 피를 뒤집어쓴 그의 모습이 마치 사신과 같아 보였다.
린바르드는 정신 차려야 한다 스스스로 되뇌면서도 막상 그의 앞에 마주서니 떨리는 몸을 주체하지 못했다.
“나… 나는… 몽페르 후작의 아들 린바르드다!”
“그러냐.”
푸슉!
요쿠스의 검이 순식간에 린바르도의 몸을 찔렀다.
“커흑……!”
“린바르드!”
몽페르 후작이 부르짖듯 린바르드의 이름을 불렀다.
“그런데 말이 짧구나.”
촤라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