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in Another 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187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187화
#바그라드 습격
매일같이 평화로운 일상의 반복이 될 줄로만 알았던 바그라드였다.
그나마 이들을 괴롭히던 몬스터들마저도 유운량이 다녀간 뒤로 습격해오는 횟수도 적어져 그야말로 평화로운 일상들을 보내고 있었다.
적어도 간밤의 불꽃을 보기 전까진 말이다.
일상의 파괴는 갑작스러웠다.
모두가 잠들었을 때 어둠을 발밑에 둔 적들이 다가왔다.
그들은 여러 몬스터들을 대동하고 있었다.
바그라드의 보초병들이 가장 먼저 녀석들을 발견했다.
그러나 그들은 여느 때와 같이 몬스터들의 움직임을 가볍게 생각하고 말았다.
어차피 유운량이 설치해준 진의 효과로 몬스터들이 조용히 이곳을 지나갈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곧이어 불화살이 날아들기 시작했을 땐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밤하늘을 가득 메운 불화살이 계속해서 날아들기 시작했다.
이어 보초병들이 가만 두었던 몬스터들은 어느새 성벽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그들을 부리는 것으로 보이는 사내들이 무어라 중얼거리자 몬스터들이 더욱 날뛰기 시작했다.
보초병들은 황급히 적들의 기습 공격을 알렸다.
그래도 바그라드 내의 시스템은 잘 되어 있었기 때문에 대기하고 있던 병력들과 잠을 취하고 있던 예비 병력들까지 신속히 무장을 마치고 성벽에 합류했다.
그러나 그들이 본 것은 이미 뚫려버린 성문이었다.
어떤 수를 쓴 것인지 굳건히 버티고 있던 성문은 이미 완전히 파괴된 모습이었다.
그리고 성문 안으로 들어선 거대한 몬스터가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저건… 더블 헤드 트롤?”
“뒤에도 몬스터들이 더 오고 있습니다!”
바그라드의 검투사들은 난데없이 들이닥친 몬스터들에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들을 하고 있었다.
거기다 쉴 새 없이 날아드는 불화살들.
“이상하군…! 여기는 땅이 비옥하지 않기 때문에 트롤은 물론이고 저런 몬스터들은 서식하지 않아! 거기다 불화살이라니! 이렇게 간격을 맞춰 공격하는 것을 보니…….”
“적들을 확인했습니다! 모두 제국의 갑옷을 입고 있습니다!”
그때 상황을 살펴보러 갔던 사내 한 명이 돌아와 소리쳤다.
그의 외침에 검투사들이 표정을 굳히고 말았다.
대관절 어떻게 제국군이 이곳으로 들이닥칠 수 있단 말인가!?
바그라드는 제국 영토에서도 꽤나 떨어져 있었던 데다 사막 한가운데에 있어 찾기 쉬운 위치도 아니었다.
그러니만큼 자연스레 드는 생각은 하나였다.
“내부에 배신자가 있다.”
“지금 바그라드의 검투사들 중… 제국에 붙어먹은 녀석이 있다고 말하고 싶은 겁니까?”
“나도 믿고 싶지 않지만…….”
“믿지 마십시오. 가족들을 의심하지 맙시다!”
“그럼 저놈들이 어떻게 알고 여길.”
“우연히 발견한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애초부터 알고 있었지만 가만히 놔두고 있었는지도 모르지!”
“제기랄… 제국놈들 하필 우리 아버지가 자리를 비운 때에…….”
“그게 놈들이 노린 바일 수도 있습니다. 어쨌거나 아버지가 없으니 더 힘내서 놈들을 두들겨 패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맞다. 어디 어쭙잖은 제국놈들이 감히! 우리 바그라드의 검투사들을 완전히 얕본 거지!”
그들이 의기투합 하는 동안 제국군들이 서서히 거리를 좁혀 오고 있었다.
그보다 먼저 성에 진입한 몬스터들이 검투사들과 부딪히기 시작했다.
검투사들은 당황하지 않고 대열을 이루며 몬스터들을 능숙하게 상대했다.
그러나 제국군들이 전장에 개입하고 나서부턴 상황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말을 탄 제국의 기사들이 바그라드의 안으로 빠르게 진입했다.
이어 중무장을 한 보병들과 경무장을 한 보병들까지 나란히 성문을 통과했다.
바그라드의 검투사들은 그 많은 수에 한 번 놀랐고 그들의 전술에 한 번 더 놀라야 했다.
제국군은 빠르게 성벽 위를 점하며 궁수들을 배치했다.
궁수들이 몬스터들과 싸우고 있는 검투사들에게로 빠르게 활을 겨냥했다.
남은 보병들은 몬스터들이 있는 쪽으로 향하지 않았다.
그들은 신속히 군진을 형성하며 차례로 다른 쪽 검투사들을 상대했다.
가장 먼저 중무장 보병들이 그들과 전투를 벌였고 뒤에 있던 경무장 보병들이 틈을 메워주었다.
검을 든 상대와 싸우고 있으면 시시각각으로 창과 석궁이 날아들었다.
그나마 전투에 익숙한 검투사들이었기에 본능적으로 기습을 피하거나 막아낼 수 있었다.
공격을 막아낸 검투사들이 다시 반격을 이어가려 하면 커다란 방패가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이익!”
“제길……!”
답답해진 검투사들이 억지로라도 뚫어보려 했지만 그럴 때면 측면에서 공격이 날아들었다.
가장 앞 열에 위치해 있던 보병들이 뒤로 물러나고, 뒤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던 보병들이 앞으로 나섰다.
그들은 방패로 검투사들의 움직임을 막아내며 검으로 공격을 가했다.
“놈들은 군사들이 아니다. 그렇다고 진정한 검사라 말할 수도 없다. 그저 싸움 좀 잘하는 노예들일 뿐이야. 그러니 두려워하지 마라. 놈들에게 알려주는 거다. 전쟁이란 게 무엇인지.”
제국군을 통솔하는 라이메리움 후작이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는 냉철한 시선으로 계속해서 전장을 살폈다.
조금이라도 밀리는 전선이 있으면 곧바로 군진을 달리했다.
라이메리움 후작의 용병술 덕분에 제국군의 진군은 막힘이 없었다.
“제기랄……!”
“제대로 힘을 못 쓰겠습니다 형님.”
“그러니까 말이야… 이상하게 말리는 기분이야!”
“크윽. 한 놈 한 놈은 별거 없는데 이상하게 상대하는 것이 너무 힘듭니다!”
“야이 버러지 같은 놈들아! 뒤로 물러나지 말고 끝까지 싸우자!”
계속되는 고전에 검투사들이 잔뜩 흥분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어떻게 해서든 보병들과의 싸움을 이어가고 싶었으나 그들은 철저히 전술대로 움직였다.
한동안 싸움을 벌였던 앞 열의 보병들이 다시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이어 지금까지 휴식을 취했던 보병들이 앞으로 뛰쳐나왔다.
그들은 쌩쌩한 모습으로 다시금 검투사들에게 검을 겨누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검투사들도 형편없이 밀려나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한쪽에선 몬스터들이 잔뜩 날뛰고 있었다.
전장의 상황은 검투사들의 정신을 쏙 빼놓기에 충분했다.
“이런 개 같은……!!”
“죽여버리겠다!”
“크아!! 망할 제국놈들!”
몇몇 이들이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제국군 사이로 뛰어들었다.
무리하게 뛰어드는 그들을 보며 동료들이 황급히 말렸지만, 상황은 이미 늦어버린 뒤였다.
앞 열의 제국군을 뚫어버린 검투사들이 다시금 검을 휘두르려 했다.
그러나 어느새 앞으로 다가온 창날들이 단숨에 그들의 몸을 꿰뚫어버렸다.
“크학! 이… 빌어먹을…….”
“제… 젠장…….”
쉴 새 없이 날아드는 창날이 그들의 몸을 그대로 찢어버렸다.
동료들의 죽음을 보며 검투사들이 더욱 이를 악물었다.
분노에 물든 그들이 서서히 제국군을 상대로 반격에 나섰다.
그때 그들의 앞에 있던 병사 한 명이 입가에 미소를 보였다.
“처웃어!? 감히!?!”
“뭔가 잊어버린 것 없냐? 노예들아.”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측면에서 거친 비명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검투사들이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들이었다.
그러나 그곳에 시선이 닿았을 때 그들은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제국의 기사놈들…….”
한쪽으로 선회한 기사들이 말을 이끌고 질주해온 것이다.
마치 하나의 창처럼 날아든 그들의 차지는 대단했다.
기사들의 질주에 많은 검투사들이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이를 본 검투사들이 그들을 막아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기사들은 달리는 것을 멈추지 않고 눈앞의 적들을 모두 꿰뚫어버렸다.
특히나 기사들의 가장 선두에 선 라이메리움 후작이 두 눈을 빛냈다.
“제국을 얕보지 마라 이 머저리들아.”
그의 지휘에 다시금 기사들이 빠르게 움직였다.
계속해서 차징해오는 기사들과 눈앞에서 밀고 들어오는 보병들.
거기다 한쪽에서 미친 듯이 날뛰고 있는 몬스터들까지.
바그라드의 상황은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도망치고 또 죽임을 당했다.
검투사가 아닌 일반 시민들마저도 몬스터들의 먹잇감이 되고 있었다.
더욱 끔찍한 것은 이를 지켜본 제국군들의 반응이었다.
그들은 마치 재밌는 연극이라도 보는 것처럼 깔깔거리며 웃고 있었다.
남은 검투사들이 어떻게 해서든 가족들과 일반 시민들을 도망치게 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들은 다가오는 몬스터들을 날렵한 움직임으로 상대하면서, 제국군의 접근까지 막았다.
“제기랄… 아버지… 아니 형님들 중에 한 명이라도 있었더라면…….”
아라카인을 비롯해 크레이서스, 글라버드, 바티투스 이중 한 명이라도 있었더라면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당하진 않았을 거란 생각이었다.
그나마 남아 있는 노련한 검투사들이 지휘를 해주고 있지만, 적들을 상대로 버텨내는 것이 고작이었다.
적들을 뚫어낼 만한 힘이 그들에겐 없었다.
그래도 검투사들의 끈기만큼은 대단했다.
그들은 자신의 온몸이 꿰뚫리면서도 동료들에게 다가가지 못하도록 막아섰다.
한쪽 팔이 잘리면 다른 쪽 팔로 검을 들어 휘둘렀다.
피를 토하며 쓰러지면서도 끝까지 제국군을 붙잡고 늘어지는 이들도 보였다.
“생각보다 질기군.”
금방 끝날 줄 알았건만 검투사들의 저항은 생각보다 훨씬 거셌다.
덕분에 라이메리움 후작도 예정에 차질이 생기고 말았다.
하룻밤 사이에 모든 것이 끝날 줄 알았건만 이들의 저항은 삼 일동안이나 계속되었다.
검투사들은 마지막 한 명까지 그들에게 저항하고 또 저항했다.
때문에 제국군들의 피해도 생각보다 커지고 있었다.
그러나 결과만 놓고 봤을 땐 제국군의 압승이라 말할 수 있었다.
“대단하군요. 역시 제국군입니다.”
하르스마이어가 보낸 안드리도가 라이메리움 곁으로 다가와 말했다.
라이메리움 후작이 인상을 구기며 입을 열었다.
“겨우 검투사들일 뿐이다. 놈들을 상대하는데 이 많은 제국군을 이끌고 온 것도 수치다.”
“하지만 곧 들이닥칠 자들을 보면 전혀 생각이 달라질 겁니다.”
“너희들이 말하는 그 블레이드라는 자 말인가?”
“예. 사실상 지금 바그라드는 빈집에 불과합니다. 아라카인님이 이끄는 주력 부대가 바깥으로 빠져나가 있었으니까요.”
“어차피 똑같을 거다. 크게 다르지 않아.”
“하지만 그들에 대한 대비는 해두어야 할 겁니다.”
“당연하지. 작은 토끼를 잡더라도 우리는 최선을 다한다. 그것은 변함없어.”
라이메리움 후작은 자신의 말을 증명하듯 곧바로 적들의 공격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붙잡힌 바그라드의 포로들은 한쪽으로 몰아넣었다.
몇몇 군사들이 그들을 데리고 우롱하는 모습도 보였으나 귀족들은 묵인해주었다.
다만 본래부터 제국에 안 좋은 감정들을 갖고 있던 하르스마이어의 부하들은 그 모습을 아니꼽게 바라보고 있었다.
실제로 몇몇 바그라드의 검투사들이 그들에게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너희들은 우리와 같은 라그나로크 사람들인데… 어째서 우리들이 가장 증오하는 제국과 손을 붙잡은 거냐?”
“미친 하르스마이어 새끼… 결국 제국과도 손을 잡는구나…….”
“블레이드들 간의 전쟁이라면 어느 누구의 손도 빌려선 안 되는 것 아닌가? 이건 지금까지 암묵적으로 지켜온 룰인데… 다른 누구도 아닌 제국의 손을 빌리다니… 이 배알도 없는 새끼들.”
“어차피 우리 아버지가 오면 너희들도 끝이다.”
검투사들이 쉴 새 없이 말을 해댔지만 그들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리고 마침내 분노에 물든 아라카인이 바그라드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