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in Another 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188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188화
#아라카인의 분노
“크아악!! 이 개 같은 놈들이……!!”
불타는 바그라드를 보며 글라버드가 가장 먼저 소리쳤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검투사들 모두 분노를 드러내고 있었다.
“감히 우리들의 바그라드를…….”
“우리들의……!!”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아버지! 저 빌어먹을 제국놈들을 모두 쓸어버려야 합니다!”
그들의 분노가 하늘로 치달을 때 바티투스는 냉정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는 순간의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주변부터 살폈다.
“어떤 것 같냐 바티투스.”
“아무래도 이상한데 형님.”
“어떤 점이?”
“제국에서 전투를 치를 때 놈들은 우리들에 관해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였어. 기껏해야 떠돌이 용병단쯤으로 생각했을 건데… 그리고 무엇보다 시기가 이상하군. 만약 우리들에 대해 잘 알고 있었더라면 진즉에 바그라드를 습격했을 텐데… 놈들은 그러지 않았지. 제국군이 입는 피해가 점점 커지고 있었는데 말이야.”
“그래서 네가 하고 싶은 말은 뭐냐?”
“제국이 아닌 내부에 배신자가 있는 것 같은데…….”
쾅!
아라카인이 거세게 발을 굴렸다.
그의 두 눈은 쌍심지를 켜고 있었다.
“지금 뭐라고 했냐 바티투스?”
“내부에 배신자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우리 가족들을 의심하는 거냐?”
“아니. 그보단 저길 좀 봐.”
바티투스가 가리키는 곳엔 몬스터들의 사체가 있었다.
그것을 보자 아라카인의 머릿속에도 스쳐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저걸 보고 뭐 생각나는 것 없어?”
“하르스마이어… 설마 그 자식이…….”
“내 예상이 맞다면 라그나로크의 그놈이 우리들의 뒤통수를 친 것 같은데. 그렇지 않고서야 이 사막에 저런 놈들이 있을 리가 없지.”
“크하하하! 이 머저리 같은 놈이 결국 제국과도 손을 잡았단 말이냐? 나 아라카인을 치기 위해서!?”
쿠와아아―!!
아라카인이 작정하고 분노를 드러내기 시작하자 막대한 투기가 사방으로 퍼져 나왔다.
당장 이 모습만 봐도 그가 현재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
“죽여버리겠다 하르스마이어!!”
“그런데 아버지. 이거 솔직히 그 새로운 블레이드님에게도 책임이 있는 것 아뇨?”
“그게 무슨 말이냐?”
“그자의 부탁만 없었더라면 우리가 바그라드를 비울 일도 없었을 것 아닙니까.”
“이 못난 놈!”
“왜… 왜 화를 내는 겁니까? 내 말도…….”
“우리는 정당한 거래를 했다! 그리고 바그라드를 적들에게 습격당한 것은 우리들의 책임이지 그게 어떻게 공민의 책임이냐!?”
“그래도… 그래도 놈들에게 기회를 제공해준 것은…….”
“쓸데없는 소리 그만해라! 내 가족이라는 놈이 겨우 그 따위 소심한 생각이나 하는 거냐!?”
“미, 미안해요 아버지.”
당차게 한마디 했던 사내는 결국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아라카인의 단호한 태도에 더 이상 말을 꺼낼 수 없었다.
크레이서스가 그의 어깨를 다독였다.
“이건 형의 말이 맞아.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들의 잘못이다. 여기서 누구 하나라도 설마 제국군에게 바그라드를 습격당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사람 있나?”
크레이서스의 말에 아무도 답을 하지 못했다.
그들 또한 아무도 누군가 바그라드를 공격해 올 것이란 생각은 못했던 것이다.
“것 봐라. 그러니 우리들의 잘못이다. 그동안 몬스터들만 신경 쓰고 다른 놈들이 이곳으로 올 거란 생각은 못한 거지.”
“쳇…….”
“제길…….”
“그러니 너희들의 분노를 괜한 자들에게 돌리지 마라. 지금은 많은 것을 생각하지 못한 우리 스스로에게 화를 낼 시기야.”
“그리고 겁도 없이 바그라드를 공격한 제국놈들을 죽일 시간이기도 하다.”
아라카인이 두 눈을 빛내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자 그를 따르는 검투사들도 형형한 기세로 나섰다.
이곳을 향해 다가오는 아라카인 일행을 발견한 제국군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궁수들은 성벽 위로! 기사들은 아래에 대기한다! 그리고 보병들은…….”
지휘관들이 바쁘게 지시를 내렸다.
그들의 지시를 따라 군사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라이메리움 후작이 수염을 쓰다듬으며 성 밖을 내다보았다.
“드디어 왔는가.”
“조심하십시오.”
안드리도가 곁에서 경고하듯 말했다.
그러나 라이메리움 후작은 자신감에 찬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래봤자 놈들 또한 똑같다. 전쟁을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한 애송이들에 불과해.”
“저는 분명 말씀드렸습니다. 판단은 라이메리움 후작님의 몫입니다.”
“그대들이 나설 자리도 없을 거다. 구경이나 해.”
라이메리움 후작이 불쾌한 기색을 잠시 드러냈으나 곧 얼굴부터 변했다.
그는 다른 것보다 이곳으로 오는 적들을 주시했다.
그의 수신호에 따라 제국군 군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일사불란하게 다가오는 적들에 맞섰다.
가장 먼저 활시위를 당긴 궁수 부대가 시작을 알렸다.
휘리링―!
슈슉! 슈욱―!
빠르게 날아간 화살들이 검투사들을 노렸다.
그러나 그들은 제국군을 비웃기라도 하듯 날아오는 화살들을 가볍게 쳐내었다.
덜컹!
그때 성문이 먼저 열렸다.
이를 본 안드리도가 두 눈을 크게 떴다.
먼저 성문을 열 줄은 몰랐던 것이다.
“가자 자랑스런 나의 군사들이여!”
라이메리움 후작이 가장 선두에서 크게 외쳤다.
그러자 뒤에 있던 기사들이 우레와 같은 함성을 쏟아냈다.
중무장 보병들과 경무장 보병들도 적들을 맞이하기 위해 군진을 갖추고 있었다.
다가닥!
다닥!
가장 먼저 기사들이 성문을 나섰다.
그들은 빠른 기동력을 보이며 양옆으로 퍼져나갔다.
보병들은 중앙에 서서 검투사들의 돌진에 대비했다.
뒤에 시립해 있던 창병들이 창을 사선으로 겨누었다.
“크아아!!”
“죽여버리겠다!”
“제국놈들을 죽여!!”
마침내 지근거리까지 닥쳐든 검투사들이 그들을 향해 뛰어들었다.
가장 먼저 중무장 보병들이 방패를 세웠다.
그들은 이전과 같이 검투사들의 공격을 방해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검투사들은 손쉽게 중무장 보병들의 방패를 빗겨내었다.
“어……!?”
“뭣…….”
그들이 당황할 틈도 없이 날아든 검날이 목을 베어버렸다.
휘잉!
콰강!! 콰앙!!
투기를 다루는 검투사들이 앞장서서 중무장 보병들의 방어선을 무너트렸다.
이어 날렵한 검투사들이 중무장 보병들을 뛰어넘어 후미를 노렸다.
“놈들을 저지해라!”
“이쪽으로 다가오지 못하게 해!”
창병들이 급하게 창을 내질렀으나 그들의 움직임은 훨씬 빨랐다.
검으로 창날을 쳐내거나, 몸을 피해낸 검투사들이 성공적으로 후미에 진입했다.
그들은 주변으로 보이는 제국군들을 닥치는 대로 죽이기 시작했다.
“이럴 수가…….”
“이건…….”
자신들의 전술이 너무도 손쉽게 파훼되어버리자 제국군 군사들도 당황한 눈치였다.
그래도 그들에겐 전장의 잔뼈가 굵은 지휘관들이 많았다.
그들은 뒤바뀐 상황을 파악하곤 곧바로 지시를 내렸다.
덕분에 당황에 빠져 혼비백산하던 제국군도 곧 안정을 찾아갔다.
“당황하지 마라! 겨우 이 정도에 흔들리면 대제국군이라 말할 수 없다!”
“후열에 있던 보병들은 앞으로! 전진해 있던 보병들은 측면으로 빠진다!”
몇몇 지휘관들이 목에 핏대가 서도록 외쳐대었다.
그때 그들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한 검투사들이 있었다.
다가오는 적들을 보며 그들도 검을 겨누었다.
“와라 미개한 노예놈들아!”
“누가 노예라는 거냐.”
“누구겠냐! 너희 같은 노예검투사들을 말하는 거다!”
“우리는 처음부터 노예가 아니었다. 너희들이 우리를 그렇게 만든 것이지!”
카앙!
카라랑!!
강렬한 공격이 그들에게로 쏟아졌다.
그들의 분노를 담은 일격들이 거듭될 때마다 놀랍게도 제국의 지휘관들이 밀려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생각보다 강한 검투사들의 실력에 당황하고 말았다.
“이럴 리가 없다!”
“우리는 매일같이 단련을 해왔다! 너희 같은 검투사들 따위에겐……!”
제국군이 고래고래 소리치자 검투사들이 코웃음 쳤다.
그들에게 제국군의 말은 그저 칭얼거리는 소리로만 들릴 뿐이었다.
“네놈들이 편하게 먹고 자고 하며 검을 휘두를 때. 우리는 목숨을 걸고 검을 익혔다. 너희들이 검을 쥐는 법부터 익혔을 때! 우리는 살아남는 법부터 배웠단 말이다.”
휭!
스각!
크레이서스가 휘두른 검이 단숨에 제국 지휘관 한 명을 베어 넘겼다.
“이 새끼가……!”
이를 본 동료들이 크레이서스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크레이서스는 한 손으로 그들의 공격을 가볍게 막아내었다.
휘링―!
한 바퀴 회전한 크레이서스의 검이 날렵하게 제국군의 군사들을 노렸다.
제국군 군사들이 그의 검을 막아내려 검신을 들어올렸다.
콰가강!
챙! 챙캉―!
그러나 그들의 검은 나뭇가지 부서지듯 떨어져나가고 말았다.
이어 사정없이 날아든 크레이서스의 검이 그들의 목을 베고 지나갔다.
“그러니 너희들과 우리는 그 시작부터가 다른 거다.”
검투사들이 중진 안으로 파고들 때마다 보병들도 한걸음씩 물러났다.
그리고 전열에 있었던 보병들이 측면으로 빠지기 시작하자 순식간에 검투사들을 에워싸는 형국이 되어버렸다.
이어 양옆으로 흩어졌던 기사들이 마침내 말머리를 돌렸다.
“가자! 적들을 도륙 내러 간다!”
“모두 창을 들어올려라!”
라이메리움 후작을 시작으로 각 기사들이 창을 수평으로 들어올렸다.
그들은 말을 거세게 몰며 검투사들을 향해 질주했다.
이전에 바그라드에서 보였던 기사들의 차징이었다.
“형님!”
“아라카인 형님!”
“아버지!!”
빠르게 질주해오는 기사들을 보며 검투사들이 다급히 외쳤다.
그러자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아라카인이 몸을 움직였다.
“걱정마라. 뒤쪽은 내가 맡는다.”
그는 두 주먹을 부딪치며 몸을 날렸다.
투기가 그의 전신을 감싸 안았다.
이어 그가 호흡을 고르며 주먹을 안쪽으로 당겼다.
“감히 바그라드를 공격한 것을 후회하게 해주마!”
아라카인이 힘껏 주먹을 내지르자 커다란 투기의 응집체가 출수되었다.
쿠와아앙――!
강력한 힘을 머금은 투기 덩어리가 매섭게 기사단의 선두를 노렸다.
“겁먹지 마라!”
선두에 선 라이메리움 후작이 창끝에 오러를 실었다.
두 거대한 기운이 부딪히자 강렬한 충격음이 퍼졌다.
이어 거센 돌풍이 주위를 집어삼켰다.
힘차게 달리던 군마들도 돌풍을 이겨내지 못하고 방향을 틀기 시작했다.
덕분에 기사단의 대열도 삽시간에 무너지고 말았다.
“크음……!”
라이메리움 후작이 두 눈을 부릅떴다.
그는 창을 들고 있는 손을 내려다보았다.
오른팔이 의지와 상관없이 부들거리고 있었다.
겨우 한 번 부딪힌 것뿐이건만 이 정도였다.
“뭐냐 이 괴물 같은 힘은…….”
그제야 그는 자신과 마주선 아라카인을 달리 생각하기 시작했다.
음지에 자리 잡은 라그나로크.
그곳에서 대장격인 사내라길래, 사실은 그저 골목대장 수준인 줄로만 알았다.
방심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상대를 높게 평가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생각을 달리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잘하면 이쪽의 피해도 커지겠군.”
라이메리움 후작이 곧바로 기사들을 수습했다.
기사들은 라이메리움이 내리는 수신호에 맞춰 대열을 가다듬었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가까이로 파고든 아라카인이 두 주먹을 휘둘렀다.
콰랑!
쾅!!
라이메리움이 재빨리 창으로 막아섰다.
다른 기사들도 아라카인의 주먹에 맞섰으나 아이러니하게도 창을 든 그들이 튕겨져 나가고 말았다.
“투기로 무장한 것인가…….”
라이메리움도 들어 알고 있었다.
투사들이 사용한다는 이질적인 기운.
라이메리움은 아라카인의 두 주먹에 맺힌 아지랑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 주먹만 조심해라! 나머지는 그저 평범한 몸일 뿐이야! 그러니…….”
“뭐라 씨부리는 거냐.”
아라카인이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가 양팔을 들어올리자 전신에 투기가 용솟음치기 시작했다.
투기는 주먹뿐만 아니라 전신을 휘감으며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이런…….”
자신의 말을 비웃듯 상대가 투기를 전신에 두르자 라이메리움도 당황한 빛을 보였다.
이에 아라카인이 라이메리움을 향해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제대로 된 싸움은 윗대가리들이 하는 거다. 그러니 덤벼봐라 제국의 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