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in Another 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191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191화
10번대의 자르칸
라이메리움의 죽음은 제국군에게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다.
비록 라이메리움이 높은 검술 실력을 지니고 있진 않다고 하지만 그 또한 엄연한 제국의 기사장.
더욱이 한때는 카르마제에게도 인정받으며 후작의 작위까지 오른 사내였다.
그런 라이메리움 후작이 이토록 허무한 죽음을 맞이해 버리자, 제국군의 사기도 크게 꺾여버리고 말았다.
그때 라이메리움을 오랫동안 따라온 기사들이 울분을 토해내었다.
“대장님!”
“후작님!!!”
“라이메리움 대장님!!”
그들은 싸늘한 주검이 되어버린 라이메리움을 보며 분노로 울부짖었다.
그들의 시선이 곧 칼라반에게로 향했다.
“감히 우리들의 주군을!”
“죽음 따위 두렵지 않다!! 어떻게 해서든 네놈을 이 자리에서 죽일 것이다!”
“저 자식을 결코 살려두어선 안 된다!”
두 눈을 부릅뜬 기사들이 칼라반을 향해 달려들었다.
칼라반은 한 차례 주변을 훑어보았다.
그리곤 검신을 허리까지 가져갔다.
[스킬 반월참을 시전합니다.]그의 검이 한 일자로 움직였다.
강한 기운을 머금은 검강이 반월을 그리며 뻗어나갔다.
“크하악!”
“끄윽!!”
검강에 닿은 기사들이 고통의 신음을 토해내었다.
어설프게나마 오러 블레이드를 흉내 내었던 기사들도 이 엄청난 일격에 무너지고 말았다.
그들의 검이 파괴되고 갑옷도 깨져나갔다.
튀어나온 붉은 핏물이 하늘을 적시는 듯했다.
괴물 같은 막강한 일격에 이성을 잃었던 군사들도 순간적으로 공포를 느끼고 말았다.
그들이 주춤거리는 사이 어느새 지근거리까지 다가온 이클립스가 그들을 덮쳤다.
“대장님을 엄호해라!”
“제국놈들을 살려 보내지 마라!”
“감히 라그나로크를 노린 자들이다. 본보기를 보여줘야 한다.”
각 대장들의 명령에 이클립스의 단원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그들은 개개인의 능력이 뛰어나면서도, 마치 하나가 된 것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였다.
그동안 많은 훈련을 받아왔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움직임엔 흐트러짐이 없었다.
칼라반도 그런 이클립스의 움직임에 맞춰 주었다.
“크악!”
“큽……!!”
“죽여… 죽여야…….”
제국군 기사들이 우후죽순으로 쓰러지기 시작했다.
이클립스의 검은 그들에게 결코 자비롭지 않았다.
마치 제국군 모두를 말살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이는 듯했다.
“하아… 대단하군…….”
“저자들… 이클립스 아니야?”
“그러게 저 날개 표식, 본 적 있는데.”
검투사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바티투스를 비롯한 다른 간부급 검투사들도 이클립스의 활약을 지켜보았다.
“새로운 블레이드님께서 이슈하르트의 이클립스를 흡수했다더니…….”
“그나저나 저만큼이나 실력이 뛰어났던가? 이전에 봤을 때랑은 비교조차 되질 않는데.”
“무서울 정도의 성장 속도다. 본인의 실력으로나 갖고 있는 세력으로나.”
그들이 한마디씩 하는 동안 전황은 어느덧 마무리 되어가고 있었다.
칼라반의 시선이 바그라드 안으로 향했다.
그곳에선 아직 강한 기운들이 느껴지고 있었다.
“자르칸!”
“예 주군.”
칼라반의 부름에 자르칸이 빠르게 다가왔다.
그는 고개를 숙이며 칼라반의 다음 명령을 기다렸다.
칼라반은 하데르 쪽을 바라보았다.
“이곳은 하데르 네가 맡아 마무리한다.”
“알겠습니다.”
“자르칸 너는 나를 따라와라.”
칼라반의 명에 자르칸이 고개를 끄덕였다.
칼라반이 먼저 움직이자 자르칸과 10번대가 함께 움직였다.
그들은 발 빠르게 움직여 칼라반과 속도를 맞추었다.
칼라반은 단숨에 바그라드의 성을 넘었다.
그러자 그를 맞이해주는 것은 다름 아닌 몬스터들이었다.
“역시나 하르스마이어의 수하들이 이곳에 와 있는 모양입니다.”
한 발 빠르게 칼라반을 앞지른 자르칸이 창을 내질렀다.
그의 창이 거칠게 움직이기 시작하자 몬스터들의 몸도 조각조각 흩어졌다.
10번대도 자르칸을 따라 몬스터들을 신속히 처리해 내었다.
그들이 길을 터주자 칼라반은 편안하게 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자르칸.”
“예.”
“저놈들은 뭐냐?”
칼라반의 시선이 닿은 곳엔 하운드가 있었다.
그들은 짐승처럼 이상한 움직임을 보이며 검투사들을 압박하고 있었다.
“하운드 같습니다.”
“하운드?”
“하르스마이어가 키운 개들입니다. 오직 하르스마이어의 명령만 듣는 사냥개들이라 들었습니다.”
“그렇군.”
“가서 처리할까요?”
칼라반이 고개를 끄덕이자 자르칸이 10번대를 이끌고 움직였다.
그들은 하운드의 실력 좋은 움직임을 보고도 망설임 하나 없었다.
그런 이유는 단 하나.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었다.
칼라반 또한 자르칸이 이끄는 10번대라면 충분히 저들을 상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데르가 이끄는 1번대가 노련한 병사들의 느낌이라면, 10번대는 강한 군사들만 모아놓은 별동대 같았다.
특히나 자르칸은 이미 하데르를 뛰어넘을 정도의 실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 실력을 모두 드러내진 않고 있었다.
“하데르에 대한 배려인가.”
잘은 모르겠지만 칼라반은 그렇게 짐작하고 있었다.
어쨌거나 이참에 하운드를 상대하는 자르칸과 10번대를 보며 실력을 확인해 볼 생각이었다.
자르칸은 누구보다 빠르게 하운드와 검투사들이 싸우는 전장으로 뛰어들었다.
그의 신들린 창이 직선으로 쏘아져나갔다.
콰직!
검투사들에게 검을 휘두르던 하운드 한 명의 머리가 꿰뚫렸다.
자르칸이 빠르게 창을 회수함과 동시에 몸을 회전시켰다.
횡으로 그어진 창날이 다가오는 하운드들을 밀쳐냈다.
“그쪽은…….”
자르칸을 본 크레이서스가 인상을 찌푸렸다.
갑자기 나타나 자신들을 도와주는 10번대의 모습에 검투사들 모두 어리둥절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때 크레이서스의 두 눈에 날개 모양의 문장이 들어왔다.
“이클립스?”
“당신이 이곳의 책임자인 모양이군요.”
“크레이서스다.”
“영광의 검투사 크레이서스 말입니까?”
“예전에는 그렇게 불렸지.”
크레이서스가 괜히 헛기침을 해대었다.
저 사내의 입에서 예전의 별명을 들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그런데 이곳에 이클립스가 왜…….”
“대장님의 명령을 받고 왔습니다.”
“대장님?”
“예.”
“공민 블레이드님이 보내신 건가?”
“이곳에 직접 와 계십니다.”
자르칸의 짧은 대답에 크레이서스가 고개를 돌렸다.
활개 치는 10번대 사이에서 유유히 걸음을 옮기는 자가 있었다.
한눈에 봐도 그 사내가 칼라반임을 알 수 있었다.
“우리를 도와주러 오신 건가…….”
“그렇습니다.”
“고맙군.”
“저는 대장님의 명령에 따를 뿐입니다.”
자르칸은 쉴 새 없이 창을 휘둘렀다.
크레이서스도 쉬지 않고 검을 휘둘렀다.
두 사람이 한데 모이자 하운드들의 시체도 점점 늘어갔다.
조금 밀리는 듯 보이던 검투사들도 10번대의 투입에 한결 여유를 찾아갔다.
그렇지만 여전히 하운드들이 계속해서 밀려들고 있었다.
그들에게 두려움 따윈 없었다.
상대가 아무리 강한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그저 움직일 뿐이었다.
헌데 이는 10번대도 마찬가지였다.
살벌한 기세라면 그들 또한 전혀 뒤처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이 하운드를 압도하는 느낌마저 들게 했다.
“10번대… 전투에 미친 광전사들…….”
이클립스 내에서도 그런 평이 자자했다.
실제로 이슈하르트가 이클립스를 이끌고 다녔을 때도 10번대는 따로 운용했을 정도였다.
그만큼 예전부터 10번대의 특징은 확실했다.
거기다 이들을 이끄는 자르칸도 엄청난 실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피바람이 멈추지 않는 전장의 한가운데서 자르칸은 웃고 있었다.
더없이 신나 보이는 얼굴을 보며 크레이서스조차 고개를 내젓고 말았다.
“이런 광전사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컨트롤하게 된 건가.”
이클립스를 흡수하기만 해도 어지간한 블레이드급의 세력을 갖게 된다는 말이 사실상 과언이 아님을 이 자리에서야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었다.
그만큼 10번대가 보여주는 광경들은 검투사들조차도 질리게 만들었다.
싸움을 좋아하고 호전적인 것은 검투사들도 마찬가지였으나 이들과는 궤가 달랐다.
10번대는 살육에 미친 인간들처럼 누구보다 앞장서서 하운드들에게 달려들었다.
하운드들 또한 물러섬 없이 맞서기 시작하니 그야말로 광란의 전장이 펼쳐지고 있었다.
여기저기 피 터지는 전장 속에서 10번대는 자신의 몸도 돌보지 않고 공격을 이어갔다.
그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지는 활약을 보이는 것은 역시 자르칸이었다.
다섯 명의 하운드들을 데리고 싸우면서도 전혀 밀리는 기색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그는 이 상황을 즐기듯 여유까지 부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뛰어난 실력을 떠나서 질리게 만드는 놈들이로군.”
크레이서스와 검투사들도 자르칸과 10번대를 도왔다.
그러던 중 크레이서스의 시선이 칼라반에게로 향했다.
그는 이 참혹한 전장을 바라보면서도 눈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눈은 침잠하여 가라앉은 채로 전장의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
“공민 블레이드… 마치 이런 상황이 익숙한 듯 보이는군…….”
크레이서스조차 사실상 많이 경험해보지 못한 전장이었다.
격투장에서 각 검투사들과 싸울 때랑은 차원이 다른 광경이었다.
그런데 이를 바라보고 있는 새내기 블레이드는 누구보다 침착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게다가 마치 이 상황이 익숙한 듯 보이기까지 했다.
크레이서스와 검투사들은 알지 못했다.
칼라반이 누구보다 많은 전장을 거쳐 왔음을 말이다.
그는 하운드와 싸우는 10번대를 보며 혀를 차고 있었다.
“실력은 좋으나 너무 막무가내로군…….”
기대 이상의 면도 있었으나 실망스런 부분도 있었다.
효율적으로 싸우는 것 없이 그저 자신들의 실력만 믿고 주먹구구식으로 움직였다.
하데르와 다른 대장들이 이끄는 부대와는 전혀 달랐다.
하지만 그런대로 이것이 10번대의 장점이기도 했다.
“때때로 좋은 곳에 쓰일 수 있겠군.”
10번대에 대한 평가를 마친 칼라반이 아라카인을 쫓았다.
그는 수많은 몬스터들에 둘러싸여 가공할 만한 신위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를 상대하는 하르스마이어의 수하들조차 놀란 낯빛들을 했다.
그들에겐 아라카인의 발을 묶어두는 것조차 버거운 일이었다.
“네놈들의 힘은 이게 끝이냐!!”
아라카인이 전장의 한가운데에서 포효했다.
그의 두 손엔 악마의 형상을 한 몬스터들의 머리가 들려 있었다.
상반신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아라카인이 두 눈을 빛냈다.
그러자 성난 근육들이 그 존재감을 더욱 과시하는 듯 했다.
한 차례 투기가 용솟음치자 몬스터들의 몸통이 수박처럼 터져나갔다.
아라카인은 한 마리의 맹수처럼 몬스터들의 사이를 파고들었다.
그의 엄청난 파괴력에 하르스마이어의 수하들도 이만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안드리도님. 아무래도 제국군이 당한 것 같습니다.”
“제국군이? 그게 무슨 말이냐? 아라카인과 크레이서스까지 여기로 빠진 마당에…….”
“그게 이곳으로 원군이 도착했습니다.”
“원군?”
“예.”
“그게 누군데!?”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자 안드리도가 인상을 구기며 짜증을 내었다.
“이클립스입니다.”
“이클립스가 여길 왜 와!?”
“그건 저희도 잘… 하지만 한 개 부대도 아니고 여러 부대가 이곳으로 온 상태입니다.”
“하!? 이런 미친…….”
한 개의 부대만 해도 벅찰 지경인데 여러 부대까지 왔다고 하니 절로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
결국 안드리도도 판단을 달리 할 수밖에 없었다.
“병력을 물린다. 어차피 바그라드는 쉽게 움직일 수 없을 만큼 피해를 입었다. 대기하고 있는 녀석들에게도 전해. 잡고 있는 인질들은 모두 죽이라고.”
“알겠습니다.”
수하가 물러서자 안드리도도 이만 빠져나갈 준비를 했다.
그러나 언제 왔는지 누군가 그의 앞에 서 있었다.
“어딜 가려 하느냐 하르스마이어의 개새끼야.”
그의 앞엔 온몸에 투기를 두른 아라카인이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