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in Another 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194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194화
#설욕전
“지금 뭐라고 했냐?”
하이데가 인상을 잔뜩 구기며 말했다.
그는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칼라반의 시선은 정확히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모르고 있나본데. 여기는 독이 가득한 마법진 안이다.”
“친절하군. 모르고 있을까봐 알려주는 건가?”
“아니. 네놈이 겁 대가리 상실한 것이 보기 같잖아서 말해주는 거다. 지금 네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잘 모르는 것 같아서 말이야.”
하이데가 손가락을 튕기자 여기저기서 복면인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들은 진득한 살기를 드러내며 칼라반과 로제리아를 노려보고 있었다.
“크르릉…….”
“그륵……!”
이어 하이데의 곁에서 마수들도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칼라반을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어때 이제 좀 알겠나?”
그러나 말을 끝마친 하이데의 표정은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했다.
상대가 조금이라도 당황할 법도 하건만 똑같은 태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오히려 이런 상황쯤은 이미 예상했다는 듯 미소를 보이고 있었다.
“호오… 과연 듣던 대로 대담한 분이시로군요.”
하이데의 곁에서 몸을 숨기고 있던 누군가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내었다.
사실 칼라반은 하이데보다 그를 더 주시하고 있었다.
“처음 인사드리겠습니다. 저는 위대한 블레이드이신 하르스마이어님의 충실한 종복. 가일즈라고 합니다.”
“그런가.”
“이번에 하르스마이어님께 특별히 명령을 받아 이렇게 하이데님을 모시고 있는 중인데… 제가 맡은 일 중에는 당신의 목을 취하는 것도 있어서요.”
“하르스마이어가 많이 열받았었나보군.”
“제 주인께서요? 설마요 그럴 리 있겠습니까. 제 주인께선 당신 같은 자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습니다. 당신이 워낙 하찮아야 말이지요.”
가일즈가 비웃으며 얘기하자 로제리아가 발끈한 눈치였다.
그녀는 곱지 않은 눈길로 가일즈를 노려보았다.
그러나 칼라반의 옆에서 그것을 티내진 않았다.
그때 칼라반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래서 너희가 죽는 거다.”
“뭐…라고요……?”
“상대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으니… 돌아오는 것은 죽음뿐 아니겠는가?”
“만용이 지나치시군요.”
“글쎄… 내가 만용을 부리는 것인지 아닌지는 지금부터 네놈들 눈으로 직접 확인하면 되겠군.”
말을 끝마침과 동시에 칼라반의 발끝에 내기가 모이기 시작했다.
[스킬 수라월령보를 시전합니다.]그 순간 칼라반의 신형이 사라졌다.
콰지직!
콰직!
동시에 들려오는 소리들.
이를 시작으로 쉴 새 없이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독을 마시고도 저런 움직임이 가능하단 말인가?”
가일즈는 겁을 집어먹기보다 오히려 신기하다는 듯 칼라반을 바라보았다.
이곳은 자신이 특별히 준비한 함정.
그런데 정작 저 사내에게는 큰 효과가 없어 보이는 듯했다.
“상관없다. 저런 놈 따위.”
하이데가 이를 갈며 그를 노려보았다.
그러자 가일즈가 조용히 뒤로 물러났다.
“하이데님께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기회?”
“예. 설욕할 기회를 말입니다.”
“네가 뭔데 감히…….”
“하르스마이어님께서 말씀하신 일입니다. 공민을 다시 상대할 기회가 온다면 우선적으로 하이데님께 양보해주라 이르셨습니다. 자신의 일은 자신이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걱정마라. 지난번과는 다를 테니. 그리고 똑똑히 봐두어라. 그래야 형한테도 네가 잘 전할 수 있을 테니까.”
“기대하겠습니다.”
가일즈를 뒤로하고 하이데가 먼저 앞으로 나섰다.
그가 손을 들자 보랏빛이 몸을 덮었다.
이어 기형적으로 팔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저것이 바로 이번에 주인님께 받은 힘인가…….”
그 모습을 보며 가일즈가 두 눈을 빛냈다.
일전에 하르스마이어가 하이데에게 힘을 나눠주기 위해 무언가를 했다는 말은 전해 들었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인지는 정작 알지 못하고 있었다.
하이데의 몸 일부가 마수처럼 변형되기 시작했다.
“무서운 힘이로군… 하르스마이어님과 피를 나눈 하이데님이기에 저런 것이 가능할 테지만…….”
자신은 받을 수 없는 힘이었다.
하이데 이전에도 몇 번의 시도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실험체들은 죽어나갔다.
흑마법사들이 말하는 키메라 실험.
하르스마이어는 마수들을 가지고 그런 실험들을 해왔다.
급기야는 사람에게도 마수의 힘을 이식하는 실험을 해왔던 것이다.
“실험에 쓰였던 인간들은 모두 제국인들… 후훗 아무리 내가 모시는 주인이시라지만 정말 잔혹하게도 복수하시는구나…….”
그러다 문득 가일즈의 시선에 로제리아가 들어왔다.
그녀는 칼라반과 다르게 독무 속에서 자유롭지 않은 듯 굳은 인상을 하고 있었다.
슥.
가일즈가 손짓하자 몇몇 수하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부르셨습니까 가일즈님.”
“너희들이 저 여인과 놀아주거라.”
“알겠습니다.”
가일즈는 자신이 손수 키워낸 수하들을 여인 쪽으로 보냈다.
그리곤 곧 편안한 마음으로 하이데와 칼라반 쪽을 바라보았다.
“자아… 한 번 지켜보겠습니다, 하이데님. 당신이 제 주인께 얼마나 쓸모 있는 존재인지를…….”
그가 두 눈을 밝히며 웃음을 보였다.
그 사이 분노에 몸을 맡긴 하이데가 칼라반을 향해 뛰어들었다.
그의 움직임을 이미 알고 있었던 칼라반은 어렵지 않게 파고드는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다.
“죽어라 공민!!”
하르스마이어의 목에 힘줄이 선명했다.
이제 보니 초록빛 핏줄이 온 몸에 선명히 올라왔다.
신체도 이상하게 뒤틀려 있었다.
“그동안 뭘 한 거냐.”
“크큭 널 죽이기 위해 준비 좀 해보았다.”
“이제 마수들은 소환하지 않는 거냐?”
“그럴 리가 있나.”
하르스마이어의 뒤편에서 아공간이 열렸다.
그곳에서 모습을 드러낸 몇몇 마수들이 칼라반을 노려보았다.
이에 칼라반이 미소를 보였다.
띠링!
[몬스터 고흐메트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몬스터 알리바드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마수들의 이름을 일일이 기억할 필요 따윈 없었다.
칼라반의 눈엔 그저 자신을 성장시켜 줄 경험치들로만 보일 뿐이었다.
그가 만족스런 낯빛을 보이자 하이데가 얼굴을 구겼다.
“언제까지 그렇게 웃을 수 있는지 보겠다.”
하이데가 손짓하자 마수들이 그를 향해 쏘아져나갔다.
다가오는 마수들을 보며 칼라반이 두 눈을 빛냈다.
그가 허공에 손을 뻗자 마찬가지로 아공간에서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마검 포르티나를 소환합니다.]칼라반의 손에 쥐어진 검 한 자루.
휘리이잉―――!!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는 듯 포르티나가 서늘한 한기를 계속해서 내뿜었다.
“뭐냐 그 장난감은……!”
하이데가 소환한 마수들이 일제히 칼라반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 가운데에서 칼라반은 포르티나를 수직으로 세웠다.
[스킬 연환칠검을 펼칩니다.]그의 검이 빠르게 곡선을 그렸다.
일곱 개의 환을 그린 포르티나가 기이한 공명음을 터트렸다.
그러자 검로에 있던 마수들의 몸이 순식간에 얼어붙기 시작했다.
“끼이이이아아……!”
“캬라랑!!”
마수들이 흉포한 괴성을 터트리며 칼라반을 향해 더욱 사납게 달려들었다.
칼라반은 춤을 추듯 부드럽게 움직이며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검끝에 닿은 마수들의 몸이 사정없이 잘려나가기 시작했다.
“여명의 검술 제 5식.”
한 차례 몸을 회전한 칼라반의 주변으로 엄청난 내기가 터져 나왔다.
강렬한 폭발과 함께 얼어붙은 마수들의 몸이 와르르 깨져나갔다.
“죽어라!”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하이데가 팔을 뻗었다.
그러나 그의 팔은 칼라반의 검에 간단히 막히고 말았다.
키기깅!!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하이데의 빠른 손속이 이어졌다.
“많이 달라졌군.”
“예전의 나로 본다면 큰 코 다칠 거다.”
날카로운 손톱이 칼라반의 목을 노렸다.
그러나 칼라반은 이를 가볍게 피해내며 반격을 이어갔다.
쩌적!
캉!
포르티나와 하이데의 팔이 부딪힐 때마다 기이한 소리가 울려 펴졌다.
계속되는 공방전 속에서 얼음부스러기가 허공에 흩날렸다.
“이상한 검을 손에 넣었구나.”
“스승님께서 마지막으로 주신 선물이다.”
“스승님? 아아 소문은 들었다. 이슈하르트를 말하는 거냐?”
“그렇다.”
“그 형편없는 인간한테서 배울게 뭐가 있다고… 얘기는 들었다. 우리 형한테 보기 좋게 속아서 죽어버린 놈 아니냐?”
꿈틀.
하이데의 도발에 처음으로 칼라반이 인상을 굳혔다.
그가 두 눈에 쌍심지를 켠 채 하이데를 바라보았다.
이에 하이데도 입가에 호선을 그렸다.
“호오… 네가 이렇게 흥분하는 모습은 또 처음이군. 그래… 그래도 꼴에 네 스승이라 욕하지 말라 이거냐?”
“…….”
“그런데 어쩌냐? 그러기엔 병신 같이 죽어버린 네놈 스승에…….”
콰강!!
포르티나보다 먼저 나간 칼라반의 주먹이 하이데의 얼굴을 가격했다.
섬전과도 같은 일격에 하이데도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하이데는 어안이 벙벙해진 얼굴로 칼라반을 쫓았다.
그러나 칼라반은 이미 신형을 감춘 지 오래였다.
“뭐야 어디…….”
“수라등천각……!”
낮게 몸을 숙인 칼라반의 발이 용이 승천하듯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콰라랑!!
강대한 기운과 함께 하이데의 몸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큭……!”
연이어 당한 공격에 하이데가 이를 악물었다.
그러나 이내 그는 피식 웃어젖혔다.
“소용없다. 나는 마수들 중에서도 가장 단단한 피부를 지녔다는 아르말리오의 돌피부를 이식받았어. 네놈이 얼마나 때리든 전혀 피해가 없다는 얘기다.”
하이데가 조소를 지으며 말했지만, 이는 칼라반의 귓가에 전혀 닿지 않았다.
후우웅―!
칼라반의 전신에서 엄청난 살기가 흘러나왔다.
이어 그의 주먹이 송곳처럼 파고들었다.
“멍청한 놈… 소용 없ㄷ… 끄어억……!!”
칼라반의 일격을 무시한 채 공격을 이어가려던 하이데가 거친 비명을 토해내고 말았다.
[스킬 수라파성무를 펼칩니다.]파앙!
파방―!!
칼라반의 주먹이 하이데의 전신에 사정없이 꽂혔다.
“끄하악……!”
하이데의 입가에 핏물이 가득해졌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칼라반을 올려다보았다.
“이게 어떻게…….”
“…….”
그러나 칼라반은 말없이 하이데의 머리채를 쥐어 잡았다.
그가 행한 것은 발경의 수법.
일전에 아수라에게 배운 것이었다.
하이데의 단단한 피부는 아무 이상 없었다.
그러나 내부로 침입한 칼라반의 내공이 사정없이 그를 파괴하고 있었다.
안쪽에서부터 이미 망가지기 시작한 하이데가 고통으로 인상을 찌푸렸다.
처음 느껴보는 엄청난 고통에 그는 계속해서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이를 본 마수들이 사납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칼라반은 하이데를 붙잡고도 능히 달려드는 마수들을 상대해내었다.
“쯧… 한 번 쓸모없는 인간은 여전히 쓸모가 없는 것인가…….”
적의 손에 붙잡힌 하이데를 보며 가일즈가 혀를 차고 말았다.
그는 뒷짐을 진 채로 칼라반을 가만히 응시했다.
칼라반이 금방이라도 하이데를 죽일 것처럼 보였기에 그도 더 이상은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
“아무리 쓸모없는 인간이라지만… 그래도 주인의 하나뿐인 피붙이시니…….”
마침내 가일즈가 나서기 시작했다.
그가 손을 내젓자 대기하고 있던 마수들이 새롭게 모습을 드러내었다.
눈이 없는 늑대 형상의 마수들이었다.
그런데 그 수가 압도적으로 엄청난 수준이었다.
가일즈의 시선이 문득 로제리아에게로 향했다.
그녀에게 달려갔던 수하들 중 절반이 시체가 되어 뒹굴고 있었다.
“흐음… 저쪽도 한 실력 한다는 얘기인가… 재밌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