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in Another 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195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195화
#가일즈의 착각
그러나 로제리아 쪽에선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오직 자신에게 달려드는 적들만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처리하는 중이었다.
“음…? 저쪽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진 않는 건가? 공민 블레이드를 돕기 위해 나설 줄 알았는데…….”
로제리아는 가일즈의 수하들과 대치를 이어가고 있었다.
이를 보며 가일즈가 미소를 지었다.
“뭐… 상관없겠지. 저쪽이 나서지 않는다면 이쪽으로선 나쁘지 않은 일이니까.”
게다가 몇몇 수하들에게 로제리아의 움직임을 막으라고 지시해두었으니, 이제는 온전히 칼라반에게 집중할 수 있을 터였다.
그는 자신이 불러낸 수많은 마수들과 수하들을 위시한 채 칼라반의 앞에 섰다.
“인정하겠습니다. 당신이 아주 하찮은 수준은 아닌가 보군요.”
“…….”
“당신 덕분에 제가 이렇게 직접 움직이게 되었으니… 과연 아라카인의 연줄만으로 블레이드 자리에 앉은 것은 아닌가 봅니다.”
“그래보였나.”
“모르셨습니까? 라그나로크의 많은 이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라카인의 힘이나 이클립스의 존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그 자리에 앉을 수 없었을 거라고. 하기사… 블레이드 후보 중에서도 가장 서열이 낮았던 당신이… 이렇게 갑자기 블레이드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그들이 의문을 품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않겠습니까?”
“관심 없다.”
“쯧… 그래서 당신이 안 되는 겁니다.”
가일즈가 비릿한 조소를 지으며 그를 내려다보았다.
사납게 으르렁 거리는 마수들이 그의 손짓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명령이 내려지면 곧바로 뛰어들 기세였다.
“크흡… 이봐 가일즈… 뭐… 하고 있는 거냐…….”
고통에 몸을 부르르 떠는 하이데가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칼라반에게 붙잡혀 있음에도 그는 이렇다 할 반격조차 시도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꼴 보기 싫었는지 가일즈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
“참… 당신은 한결같습니다.”
“뭐……?”
“저희들이 당신에게 많은 기대를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십니까? 아니요. 저희들은 그저 당신이 하르스마이어님의 반절만이라도 따라가길 바랐습니다. 그래도 그분의 동생이시니… 언젠가는 하르스마이어님만큼은 아니더라도 제 구실쯤은 할 수 있는 인물로 성장하실 거라 여겼습니다.”
“갑자기 그게… 무슨…….”
“그런데 지금 이 꼴이 뭡니까? 위대한 블레이드이신 하르스마이어님의 동생이라고 목에 힘 뻣뻣하게 주고 다니시더니… 하르스마이어님이 곁에 없다면, 도대체 당신 스스로 해낼 수 있는 일이 뭐가 있단 말입니까?”
“야… 가일즈……!”
하이데가 두 눈을 부릅뜨며 그를 노려보았다.
그러나 가일즈는 그와 두 눈을 마주하고도 아무렇지 않은 태도를 보였다.
“지금 상황 파악이 안 되는 거냐…? 나를 빨리 구하지 않으면…….”
“하이데님이야말로 지금 상황 파악이 안 되는 모양이군요.”
“너 이 새끼가 진짜……!!!”
“모르시겠습니까? 저는 지금 당신이 쓸모가 없다 말씀드리고 있는 겁니다.”
“감히 네깟 게 나를 판단하려 들지 마라……!”
“처음에는 당신을 구할 생각이었습니다만… 지금 생각해보니 마음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뭐라고……!?”
“당신이 여기서 죽어주는 것이 사실상 제 주인께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살려봤자 짐만 될 거 같군요.”
“가일즈!!!!!”
두 눈이 붉게 충혈된 하이데가 크게 외쳤다.
그는 금방이라도 가일즈를 씹어 먹을 것처럼 살기등등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실은 칼라반의 손에 단단히 붙잡혀 있는 신세였다.
거기다 안에서부터 망가진 몸은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 지경이었다.
그러니 말로만 분노를 표출해낼 수밖에 없었다.
“죽여버리겠다! 죽여버리겠어……!”
“정말이지… 한심할 지경입니다. 아직도 미스터리에요. 같은 피를 나눈 형제인데 어쩜 이리 다른지… 설사 당신이 그 자의 손에서 벗어난다 해도… 하이데님 당신은 결코 절 죽일 수 없습니다.”
“가일즈…!! 가일즈으!!!”
“주제 파악 좀 하시라는 겁니다.”
가일즈가 손짓하자 무언가가 빠르게 뻗어나갔다.
카앙!!!
날카로운 암기가 하이데의 눈앞에서 튕겨져 나갔다.
이를 막아낸 것은 다름 아닌 칼라반이었다.
그가 의외의 행동을 보이자 가일즈가 한쪽 눈썹을 치켜떴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꼴사납군.”
“어차피 당신도 하이데님을 죽일 것 아니었습니까? 제가 그 수고로움을 덜어드리려 한 건데… 이것 참 예상 밖의 행동이로군요.”
“그렇게 간단하게 이 녀석을 죽일 수 없다.”
칼라반이 손아귀의 힘을 풀자 하이데가 그대로 풀썩 쓰러졌다.
그는 고통으로 신음하는 몸을 추스르는 한편, 자신을 죽이려 한 가일즈를 노려보고 있었다.
“제기랄… 제기라알……!!!”
미치도록 분노가 끓어오르고 있었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마수들의 힘을 이식받아 다른 사람들보다 회복이 빠름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데미지는 도무지 쉽게 회복되질 않았다.
그러니 그는 더욱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칼라반은 그를 뒤로 둔 채 가일즈와 마주섰다.
“알 수 없는 분이시로군요. 하이데님을 죽이려 할 때는 언제고 이제와 살리려 들다니.”
“잘못 알고 있군. 나는 하이데를 살리려 한 적 없다.”
“그럼 조금 전 그 행동은 뭡니까?”
“놈을 더 고통스럽게 죽이기 위해 막았을 뿐이다. 내 사람을 건드려놓고 편안한 죽음에 이르게 할 수는 없지.”
칼라반의 스산한 시선이 하이데에게로 향했다.
하이데는 이 참을 수 없는 굴욕에 치를 떨고 있었다.
그러자 가일즈가 혀를 차며 고개를 내저었다.
“쯧…….”
“역겹군.”
“지금 뭐라 했습니까?”
“너희들이 보이는 꼴들이 역겹다고 말했다.”
“하… 지금 저런 반푼이 같은 놈 하나 손 봐줬다고 기고만장 하시는 겁니까?”
“너라고 다를 것 같은가.”
“다르죠! 다르고말고요!! 저는 하르스마이어님께 직접 인정받은 몸!! 오랫동안 하르스마이어님의 곁을 지켜온 자입니다. 그런 저와 저런 반푼이 같은 자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거슬리는군요.”
딱!!
가일즈가 손을 튕기자 대지를 뚫고 다른 마수들이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늑대형 마수들과는 또 다른 기운을 풍기는 녀석들이었다.
거기다 서슬 퍼런 기세를 드러내고 있는 가일즈의 직속 수하들이 좀 더 위협적으로 다가서고 있었다.
“이 압도적인 숫자 앞에서 당신이 뭘 할 수 있겠습니까?”
“이게 끝인가?”
“……?”
칼라반의 주변으로 칠흑빛 어둠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스킬 어둠의 장막을 사용했습니다.] [당신의 마나가 주변의 대기를 장악합니다.] [어둠의 정령들을 일시에 대거 소환할 수 있습니다.]빠른 속도로 퍼져나간 어둠은 삽시간에 주변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이를 지켜보며 가일즈가 두 눈을 부릅떴다.
“뭐야!? 지금 이게 뭐 어떻게 된 거지? 분명 공민 블레이드는 검을 사용하는 검사라 들었는데…? 그런데 지금 저건 꼭…….”
칼라반이 들고 있는 포르티나는 그대로였다.
그보다 그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나가는 어둠이 기분 나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그그그…….
키이이…!! 끼리릭……!!
이어 소름끼치는 소리들이 사방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가일즈가 소환한 마수들이 내는 소리가 아니었다.
“뭐냐… 뭐냔 말이다……!”
도무지 알 수 없는 상황에 가일즈가 의미 모를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어 소환된 마수들이 무언가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녀석들은 어둠을 바라보며 살기를 드러내었다.
띠링!!
[상급 어둠의 정령 ― 통곡의 포식자 아페티를 소환합니다.] [상급 어둠의 정령 ― 잉걸의 불꽃 하그라트를 소환합니다.] [상급 어둠의 정령 ― 흑월의 표범 베이로스를 소환합니다.]…….
메시지가 떠오를 때마다 칼라반의 마나가 빠른 속도로 소모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어둠 속에서 어둠의 정령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통곡의 포식자 아페티였다.
녀석은 어둠 속을 빠르게 헤엄치며 마수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캬아아―!!!”
마수들이 아페티의 움직임을 감지했을 땐 이미 늦어버린 뒤였다.
큼지막한 아가리를 벌린 아페티가 곧바로 마수들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이어 표범 형상을 한 베이로스가 날렵한 움직임으로 사냥에 나섰다.
녀석은 큼지막한 송곳니로 사정없이 마수들을 찢어발기고 있었다.
―왕이시여.
잉걸의 불꽃 하그라트가 칼라반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하그라트.”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저 거추장스러운 녀석들을 모두 치워버려라.”
―알겠습니다.
하그라트가 신형을 돌렸다.
그러자 그의 손끝에서 시작된 불꽃이 걷잡을 수 없는 화마가 되어 사방으로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이 엄청난 화염은 단숨에 독무까지 집어삼키며 적들을 향해 나아갔다.
가일즈의 수하들은 난데없이 들이닥치는 불꽃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아니 사실, 어둠의 정령들을 보며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는 말이 옳아 보였다.
이는 가일즈도 마찬가지였다.
“이것들은 뭐야…….”
그는 어안이 벙벙해진 채로 주변만 둘러보고 있었다.
애써 소환해낸 마수들은 어둠의 정령들에게 사정없이 잡아먹히고 있었다.
말 그대로 잡아먹히고 있다는 표현 밖에는 할 말이 없었다.
마수들이 반격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아페티의 사정없는 포식은 계속되었고, 베이로스의 사냥도 끊이질 않았다.
무엇보다 검은 불꽃이 주위의 모든 것들을 태워버리고 있었다.
“검사라더니…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거지!? 이게… 이게 대체…….”
스릉.
칼라반이 포르티나를 들어올리며 가일즈에게로 향했다.
어둠의 정령들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전장을 마구 휘젓고 있었다.
그 속에서 칼라반의 시선은 가일즈에게로 향해 있었다.
“잘못 알고 있나보군.”
“당신… 대체 정체가 뭐야…!?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거지!? 이슈하르트의 제자라며!?!? 그런데 검술이 아닌 이런 소환마법까지 익혔다고!?”
“이슈하르트님의 제자이기 이전에… 어둠의 정령술사니까. 그러니 이 모든 일이 가능한 거다.”
“어… 어둠의 정령술사…? 아니… 잠시만… 그럴 리가 없잖아? 어둠의 정령술사는 이미 10년 전에 죽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죽은 자가 다시 돌아온 거다.”
칼라반의 말에 가일즈가 하얗게 질려버린 얼굴을 하고 말았다.
비단 가일즈뿐만이 아니었다.
하이데도 이번만큼은 놀란 얼굴을 감출 수 없었다.
그는 몸의 떨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어둠의 정령술사라면… 단 한 명밖에 없잖아…? 아니 이건 말도 안 돼… 그런 거물급 인사가 왜 이곳에 있느냔 말이다…! 그런 괴물 같은 인간이 어떻게…….”
머릿속이 하얘짐과 동시에 하이데는 연신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가일즈도 이 예상치 못한 상황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되고 말았다.
그의 머릿속에선 연신 강력한 경고를 보내오고 있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몸이 말을 듣질 않았다.
“이… 이건… 이 사실을… 알려야 하는데… 놈의 정체가 어둠의 정령술사였다니… 그럼… 저 자가 칼라반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하… 하하… 아니 그것도 말이 안 된다… 분명 칼라반은 죽었다고…….”
“눈앞에서 보고도 모르겠는가?”
어느새 칼라반의 살기 어린 시선이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