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in Another 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198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198화
#하르스마이어 vs 아라카인 (2)
“크레이서스!”
“말하쇼 형님.”
“바티투스.”
“어.”
“글라버드.”
“예 형님!”
“죽지 마라.”
“크큭 걱정 마십쇼.”
“다른 건 몰라도 그런 건 자신 있습니다.”
“제 전문인 말이네요 형님.”
동생들의 대답에 아라카인이 저도 모르게 미소 짓고 말았다.
몸속 깊은 곳에서부터 발산된 투기가 아라카인의 전신을 둘렀다.
“후웁!”
콰라랑!!
아라카인의 주먹에서 뻗어나간 강렬한 투기가 대기를 뚫고 지나갔다.
겁도 없이 그 앞을 막아섰던 사람들이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파앙!
단숨에 적진까지 파고든 아라카인이 연신 주먹을 휘둘렀다.
투기를 감싼 그의 주먹이 허공을 가를 때마다 부서진 갑옷 파편과 핏물이 허공에 떠올랐다.
콰라랑!!
요란한 소리와 함께 우후죽순으로 쓰러지는 적들을 보며 검투사들이 환호성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아라카인을 선두로 그들 역시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로빈님!!”
“어떻게 할까요?!”
중앙을 이끌고 있던 로빈의 곁으로 수하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로빈에게 자신들의 뜻을 전달하고 있었다.
“어쩌긴 뭘 어째? 일단은 정면 승부다.”
“자. 모두 들었지! 정면 승부라신다!!”
“가자!! 블레이드 아라카인과 그 떨거지들을 죽이는 거다!”
로빈의 명령이 떨어지자 수천 명의 수하들이 일시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이 한꺼번에 돌진하기 시작하자 검투사들이 무언의 신호를 주고받았다.
검투사들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밀집대형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미안하지만 너희 같은 놈들이랑은 질적으로 달라서 말이야.”
검투사들은 방패를 들어올려 마치 거북이 등껍질처럼 밀집을 이루었다.
그들은 이 대형을 유지하며 적들을 향해 진격했다.
“저 겁쟁이들을 봐라!”
“미친놈들!! 우습구나 우스워!”
“야 죽여!!”
하르스마이어의 수하들이 사나운 기세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검투사들은 방패 사이로 시선을 숨긴 채 그들이 다가오길 숨죽여 기다렸다.
파바밧!
선두의 적들이 마침내 지근거리에 다다랐다.
그들은 한껏 검을 들어올리며 달려들었다.
“공격!”
힘찬 소리와 동시에 방패 사이로 창날이 빠져나왔다.
빠르게 날아간 창날은 적들의 이마와 목을 단숨에 꿰뚫어버렸다.
갑작스런 공격에 놀란 적들이 주춤하는 사이, 검투사들은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방패 사이로 삐져나오는 창과 칼이 계속해서 적들의 목을 거두었다.
이에 분노한 하르스마이어 군이 창칼을 마구 휘둘러대었지만, 등껍질 모양으로 밀집한 방패가 여지없이 공격들을 막아내었다.
“뭐야… 마법사! 마법사들을 불러!”
“마법사들의 공격을 기다려라!”
하르스마이어군은 전투를 위해 뛰어든 마법사들을 찾았다.
그러자 모자를 대충 걸친 이들이 앞으로 뛰어나왔다.
빠른 캐스팅으로 전투에 특화된 마법사들이었다.
그들은 단숨에 공격 마법을 펼쳐보였다.
“파이어 볼!”
“아이스 에로우!”
영창을 외움과 동시에 공격 마법이 그들을 향해 쏟아졌다.
콰가강!
화륵!
“버텨내라!!”
“버티는 거다!!”
방패를 들고 있던 검투사들이 굳건히 견뎌내 주었다.
그 사이 안에 있던 검투사들이 화살을 날렸다.
그러나 마법사들의 곁에 대기하고 있던 검사들이 이를 가만 둘 리 없었다.
그들은 방패와 검을 이용해 마법사들을 보호해주었다.
“쯧… 이렇게 마법사들이 계속해서 공격해오면 오래 버티기 힘들 거다!”
“다른 수를 써야 해!”
“후… 이게 문제라니까. 격투장에서는 마법을 쓰는 놈이 없으니 신경 쓸 필요가 없지만 전장은 아니니까.”
“지금 그딴 한가한 소리나 내뱉을 때냐!? 그럴 시간에 화살이라도 한 번 더 쏴!”
검투사들이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대화를 나누는 동안 일단의 무리가 그들의 앞을 빠르게 지나쳤다.
그들의 정체를 확인한 검투사들이 곧 환한 미소를 보였다.
“바티투스 형님!”
“바티투스 형님이 부대를 이끌고 오셨다!”
“크하하! 이제 네놈들은 뒤졌다!”
검투사들이 뜨거운 환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구릿빛 피부의 바티투스가 본인만큼이나 새까만 흑색검을 하늘 높이 치켜들었다.
휘리링―!
콰랑!!
검끝에서 발현된 오러 블레이드가 단숨에 적들을 덮쳤다.
오러 블레이드의 강력한 파괴력에 적들의 진형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바티투스는 한 마리의 표범처럼 몸을 날려 마법사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모두 막아!”
“마법사들을 지켜ㄹ… 끄억!”
급하게 앞으로 튀어나온 검사들이 바티투스를 막아보려 했으나 어림없는 일이었다.
그들은 핏물이 흘러나오는 목을 움켜쥔 채 쓰러지고 말았다.
콰랑!!
바티투스는 두 눈을 빛내며 마법사들을 모두 도륙내기 시작했다.
성난 그의 앞에 마법사들은 한낱 초식동물에 불과했다.
몇몇 마법사들이 캐스팅한 마법을 바티투스에게 사용했지만, 바티투스는 온몸으로 마법을 막아서는 대담함까지 보여주었다.
슈와아아―!!
검은 연기를 뚫고 나온 바티투스가 또다시 검을 휘둘렀다.
그의 검이 번뜩일 때마다 마법사들과 검사들이 힘없이 쓰러지고 말았다.
“가자! 바티투스 형님을 따른다!!”
“오오오!!”
바티투스의 활약에 신이 난 검투사들이 물밀 듯 적진을 향해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글라버드가 이끄는 부대도 이제는 적진 깊숙이 들어와 있었다.
이들을 지켜보던 로빈이 입가에 미소를 보였다.
“이제 모두 뒤로 물러나라!”
그의 명령에 수하들이 하나둘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더욱 신난 검투사들은 한껏 적들을 몰아붙였다.
로빈의 수하들은 이를 상대해주는 척하며 원하는 곳까지 검투사들을 끌어들였다.
“지금이다!”
누군가의 신호에 몸을 숨기고 있던 수하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땅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창칼에 검투사들 모두 당황한 빛을 띠었다.
이는 그들의 선두에 있던 글라버드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미친 새끼들!!”
“형님 아무래도 함정에 빠진 것 같습니다!”
“이 자식들…! 비겁하게 여기서 몸을 숨기고 있었습니다!”
“나도 눈깔이 달려서 보고 있다!”
그러나 당황한 것도 잠시였다.
검투사들은 오히려 웃고 있었다.
“그래서 더 신나지 않냐!?”
“크하하하!! 역시 글라버드 형님! 이런 걸 뚫고 이겨내야 진정한 강함이라 할 수 있지 않겠소?”
“이건 뭐 신나는 이벤트 같구만!”
“즐겨보자고!”
검투사들은 이 상황을 즐기듯 새로 나타나는 수하들마저 여유롭게 상대해내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니 도리어 어처구니없어진 것은 로빈 쪽이었다.
기껏 준비해둔 함정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대체 뭐냐 저 무식한 놈들은……!”
“다른 놈들보다 글라버드가 이끄는 놈들은 특히 더합니다.”
“아무래도 상대를 잘못 고른 것 같습니다 로빈님.”
“시끄러! 지금 상대를 고를 만한 상황이냐? 뭐 어차피 상관없다. 우리는 그저 선발대에 불과하니까.”
로빈이 뒤를 돌아보았다.
그의 뒤편에는 잠자코 대기하고 있는 수많은 병력들이 보였다.
“아마 아라카인도 이만큼이나 많은 병력들이 대기하고 있었을 줄은 꿈에도 몰랐겠지.”
로빈조차도 이 사실을 알았을 땐 놀라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초창기부터 하르스마이어의 곁을 지켰지만, 그는 그동안 하르스마이어의 세력이 이만큼이나 거대해졌을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그런데 막상 이번에 전쟁을 준비하면서 보니 하르스마이어가 이뤄낸 성세는 그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어차피 저들이 나서는 순간 전황은 뒤집어질 거다.”
로빈이 자신감에 넘치는 태도로 나머지 수하들을 지휘했다.
사실 다른 곳도 문제였지만 아라카인과 크레이서스가 있는 곳이 가장 문제였다.
여기는 전쟁이라기보다 살육의 현장에 가까웠다.
아라카인과 그의 친위대는 로빈의 수하들이 막아설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특히나 아라카인의 경우 한 번 날뛸 때마다 수십 명씩 죽어나가니, 적이 봐도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는 수준이었다.
“여전하구만 아라카인도…….”
어느새 전장에 모습을 드러낸 레겐트가 한쪽 눈을 찡그리며 말했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냐.”
그의 옆에는 그라이반드가 자리해 있었다.
살벌한 기세를 머금은 하운드가 뒤편에 시립했다.
“응? 너희는 기다릴 필요 없는데?”
“뭐야 그런 거였냐.”
“이미 전략이 안 통하는 놈들인 건 확인했잖나. 함정에 빠진 걸 지들 수련 과정쯤으로 아는 미친놈들인데.”
“크큭. 그거 알고 있나?”
“뭘?”
“미친놈들에게는 미친놈들로 응수하는 거다.”
그라이반드가 두 눈을 번뜩이며 말했다.
그의 시선은 내내 한쪽에 꽂혀 있었다.
바로 크레이서스가 있는 곳이었다.
못 말리겠다는 듯 레겐트가 손을 내저으며 입을 열었다.
“빨리 가라. 그렇게 똥마려운 강아지마냥 있지 말고.”
“크흐흐흐.”
낮게 웃음을 흘린 그라이반드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대기하고 있던 하운드도 몸을 날렸다.
그들은 날렵한 움직임으로 전장을 누비며 단숨에 크레이서스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도중에 마주치는 검투사들은 사정없이 베어버렸다.
“하여간. 같은 편이지만 질릴 정도라니까.”
보통은 아라카인부터 노릴 법하건만 그라이반드의 두 눈엔 오직 크레이서스밖에 없었다.
하운드가 사냥에 나서자 레겐트도 어쩔 수 없이 몸을 움직였다.
그때 그의 뒤편에서부터 섬뜩한 기운이 느껴졌다.
“어라?”
그가 뒤를 돌아보자 마수들과 함께 한 하르스마이어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레겐트는 그를 향해 공손히 무릎을 꿇어보였다.
“오셨습니까 하르스마이어님.”
“레겐트.”
“예. 말씀하십시오.”
“너는 나머지 놈들을 죽여라.”
“나머지 놈들이라 하심은?”
“아라카인의 개들 말이다.”
“직접 움직이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렇다.”
“알겠습니다.”
“그동안 아라카인은 내가 상대하고 있겠다.”
하르스마이어가 손짓하자 마수들이 앞으로 튀어나가기 시작했다.
레겐트를 뒤로하고 하르스마이어는 아라카인이 있는 곳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럼 주군의 명령도 떨어졌으니… 오랜만에 나서 봐야겠군.”
잠자코 전황을 지켜보기만 했던 레겐트도 서서히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르스마이어의 곁을 가장 오랫동안 지켜왔던 사내.
그가 직접 나서는 일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그가 어떤 힘을 가졌는지 알고 있는 이들도 드물었다.
한편에선 하운드의 대장인 그라이반드조차 레겐트 앞에서는 한 수 접어준다는 얘기도 돌고 있었다.
그런 레겐트가 직접 움직이기 시작했으니 하르스마이어의 수하들도 기대를 안기 시작했다.
그렇지 않아도 적들인 크레이서스와 바티투스, 글라버드의 두드러지는 활약에 조금씩 기죽어가던 찰나였다.
“어디부터 가는 게 좋으려나.”
레겐트의 시선이 한쪽으로 향했다.
그곳은 미친 듯이 전장을 헤집어 놓고 있는 글라버드가 있는 쪽이었다.
“저기가 좋겠군.”
레겐트가 몸을 움직이자 검은 그림자들이 그의 뒤를 따랐다.
이를 지켜본 병력들이 놀란 눈을 했다.
그들의 가슴엔 악마 형상의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거기다 그들은 마치 레겐트를 자신들의 대장처럼 위시하고 있었다.
“저… 저건…….”
“베놈 기사단?”
“베놈 기사단이면 라그나로크의 공격대로도 활약했던 자들 아냐? 모습을 감췄다고 들었는데…….”
“아니 근데 베놈 기사단은 오랫동안 대장 없이 움직여온 자들 아니었나?”
“맞아. 대장 자리는 공석으로 알고 있다.”
“근데 저건 꼭 레겐트님을 대장으로 모시는 것 같지 않아?”
“아아… 설마 그동안 비어 있던 베놈 기사단의 대장석은…….”
“레… 레겐트님…이었던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