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in Another 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2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002화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2화
#Prolioge (2)
“무슨 말씀이 하고 싶으신 겁니까. 제게 충성을 맹세하라는 말씀을 하고 싶으신 거라면…….”
“아니. 그럴 필요 없다. 너는 이곳에서 살아 돌아가지 못할 테니까.”
“…….”
“칼라반, 그대는 이곳을 지키기 위해 10만의 적군과 장렬히 싸우다 사망한 것으로 보고 해주마. 그래도 5년 동안 이 나라를 위해 싸운 대 기사장에 대한 예의쯤으로 말이야.”
칼라반은 말없이 주변 병사들과 기사들을 둘러보았다.
“이것은 황제의 뜻입니까. 아니면… 아크로이어 황자님의 독단적 행동입니까.”
“아니. 나의 뜻이 곧 황제의 뜻이다 칼라반이여.”
“그렇군요… 그런데… 그동안 이곳에 박혀 있어 제 가치가 많이 떨어졌나보군요. 겨우 이 5만 정도의 병력으로 저를 죽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하셨습니까?”
칼라반의 차갑게 가라앉은 시선이 아크로이어를 응시하고 있었다.
쿵! 쿠쿵!
솔 기사단 모두가 일제히 무기를 바닥에 내리찍었다.
위협을 가하는 행위였다.
“아니, 그럴 리가 있나! 나는 완벽함을 추구한다.”
아크로이어도 그만한 자신감이 있었다.
그의 손짓에 두 명의 사내가 천천히 걸어 올라왔다.
이를 본 누군가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아아… 카르마제 님과 테오스 님이……!!”
두 명의 대 기사장이 연이어 모습을 드러내자 칼라반의 수하들도 충격을 받은 듯 했다.
“하지만 이쪽도 칼라반 님과 데포르 님이 있어.”
“아니,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아크로이어 님께 검을 들이밀면 자칫 반역자가 된다고…….”
“그럼 여기서 그냥 순순히 죽자는 말이야?”
병사들의 웅성대는 목소리가 칼라반의 귓가에까지 들려왔다.
반면 칼라반의 직속인 솔 기사단원들은 한 치의 흔들림도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할까요? 대장님의 명령이시라면 저희는 얼마든 싸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이야… 나라를 위해 싸웠는데… 필요 없어지니까 이렇게 바로 버린단 말이야!? 그동안 대장님과 우리가 얼마나 개같이 싸웠는데……!!”
“우리가 언제 나라를 따랐냐. 칼라반 님을 따랐지. 하지만 이 상황은 무척이나 열 받긴 하네…….”
솔 기사단원들이 울분을 토해내었다.
칼라반의 시선이 카르마제와 테오스에게로 향했다.
“카르마제. 테오스.”
“함께 싸웠던 전우와 이렇게 보게 되는군…….”
“미안하게 되었네…….”
“그대들도 아크로이어 님의 편에 선 건가?”
“칼라반 너를 포함한 세 명의 대 기사장을 제외하곤 모두 아크로이어 님께 충성을 맹세했네.”
“그런가…….”
“네가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것은 이길 수 없는 싸움이야.”
카르마제가 커다란 창을 들어 올리며 위협적으로 말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그러려면 적어도 세 명 이상의 대 기사장은 왔어야 하는 것 아닌가?”
후우웅―!!
칼라반의 전신에 마나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의 발밑에서 시작된 어둠이 빠르게 주변을 잠식해나갔다.
스르륵― 스륵―!
이어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존재들.
이곳에 있는 모두가 그것들의 정체를 잘 알고 있었다.
“저것이 바로 어둠의 정령들…….”
아크로이어는 눈앞에서 끊임없이 모습을 드러내는 어둠의 정령들을 보며 내심 감탄하고 말았다.
특히나 상급 정령들은 갖고 있는 힘만큼이나 화려한 광경을 연출하며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실로 대단하군…….”
칼라반이 소환해 낸 어둠의 정령들만 모아도 중소 규모의 군단쯤은 구성할 수 있는 숫자였다.
“확실히 일인군단이라는 별명도 과장된 것은 아니었어… 그러니 더더욱 살려둘 수 없질 않나.”
아크로이어가 중얼거리자 카르마제와 테오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상급 정령들의 힘은 어지간한 기사장급과 맞먹습니다. 그리고 가장 문제는…….”
“칼라반을 지키는 최상급 정령들입니다.”
“최상급 정령들이 나오면 돌이킬 수 없습니다. 그대로 전쟁이 벌어지고 말겁니다.”
카르마제와 테오스가 경고하듯 말했다.
“이 많은 군세를 가지고도 이길 수 없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건가?”
아크로이어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렇진 않습니다만… 그걸 떠나서 자칫 잘못하면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될 겁니다.”
“치잇… 끝까지 성가신 놈이로군…….”
혀를 찬 아크로이어가 앞으로 나섰다.
여기까지 와서 내전으로 많은 병력들을 잃는 것은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피하고 싶은 일이었다.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이럴 줄 알고 다른 방법을 준비해두었다.”
아크로이어가 칼라반과 마주섰다.
그를 위시하고 있는 어둠의 정령들을 보고 있자니 절로 마른침이 삼켜지는 기분이었다.
“네놈이 그렇게 나올 줄 알고 한 명의 대 기사장을 더 데려온 것 아니겠느냐.”
아크로이어가 손을 휘젓자 누군가 빠르게 몸을 움직였다.
푸슉―!
아크로이어의 손짓과 동시에 칼라반의 옆구리를 뚫고 검 하나가 치솟아 올랐다.
칼라반의 몸이 본능적으로 먼저 반응한 것인지 빗나간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칼라반 님!!”
“대장님!!”
“대장!!”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모두가 경악을 터트렸다.
오직 이 상황을 예측한 아크로이어만 환한 미소를 짓고 있을 뿐이었다.
“허어… 데포르마저… 칼라반을 배신한 건가…….”
“이건 정말 생각지도 못했군… 설마 사랑하는 남자를 배신할 줄은… 정말 무서운 여자야. 아니, 아크로이어 님이 무서운 분이신건가…….”
“어쨌거나 칼라반만 딱하게 되었구만.”
칼라반의 몸에 검을 찌른 것은 다름 아닌 데포르였다.
“데…포르… 어째서…….”
흘러나오는 피를 움켜 쥔 칼라반이 두 눈을 부릅떴다.
화르륵―!
상급 정령 이그리트가 데포르와 칼라반의 사이를 떨어트려 놓았다.
검은 불길이 치솟자 데포르도 하는 수 없이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어째서… 데포르 님이…….”
“이건 말도 안 돼!! 대장님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당신을 믿었는데!!”
“대체 왜 이런 짓을 한 겁니까!!”
솔 기사단과 휘하 군단이 지독한 살기를 뿜어냈다.
그들이 작정하고 살기를 드러내자 대기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건 좀 위험하군…….”
이 같은 상황을 지켜보던 카르마제가 창에 손을 가져갔다.
테오스 역시 검에 손을 가져가고 있었다.
칼라반만큼이나 무시 못 할 실력을 가진 최정예들이 바로 솔 기사단이었다.
“솔 기사단이 죽기를 각오하고 덤벼들면… 여기 있는 군사들의 반절, 아니, 대부분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솔 기사단만이 문제가 아니야. 데포르의 마음이 흔들린 건지 일부러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상처가 깊지 않다.”
카르마제가 칼라반의 상처를 살피며 말했다.
“후후… 어떤가? 가장 믿었던 이에게 배신당한 기분이?”
아크로이어는 조소를 짓고 있었다.
“크아악―!!”
화르윽―!
칼라반의 그림자에서 칠흑빛 기사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막아야 돼!! 최상급 정령 중 하나인 카이사르다!! 놈이 나오게 해선 안 돼!”
이를 알아본 카르마제가 먼저 몸을 날리려 했다.
그러나 그는 이내 데포르의 손에 가로막히고 말았다.
“당신은 가만히 있어요.”
데포르의 차가운 시선이 카르마제를 향했다.
“치잇…….”
대 기사장으로서 자신이 훨씬 더 선배이건만 데포르의 위압감에 눌려버리고 말았다.
‘언젠가는 네년도 죽여주마……!’
두 눈을 부릅뜬 카르마제가 결국 뒤로 물러서고 말았다.
짝!짝!짝!
아크로이어가 만족스럽다는 듯 흐뭇하게 웃으며 손뼉을 쳤다.
“천하의 극한(極寒)의 군주가 이렇게 분노를 드러내다니 혼자만 보기 아까운 광경이야.”
그는 데포르의 곁으로 다가가 그녀의 어깨에 살며시 손을 올렸다.
“네놈이 여기서 죽으면 데포르는 나의 여자가 될 것이다.”
“뭐……!?”
슈와아아―!!
칼라반의 전신에서 엄청난 살기가 폭사되어졌다.
―왕이시여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칼라반 님. 저기 있는 인간들을 모두 죽이면 될까요?
어둠의 정령들이 칼라반의 분노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솔 기사단과 휘하 군단병들은 삼엄한 모습으로 칼라반의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네놈. 안타깝지만 거기서 멈추는 것이 좋을 거야. 사랑하는 여동생까지 죽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면 말이야.”
“지금 뭐라고…….”
“여동생의 이름이… 이레아라고 했던가? 그대의 하나뿐인 가족 말이야.”
“설마…….”
칼라반의 두 눈동자가 처음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칼라반의 몸이 휘청거렸다.
“어둠의 정령술사라… 결국 평범한 정령술사랑 비슷하더군. 정령들은 막강한 힘을 지녔으나 정작 본인은 평범한 인간 수준밖에 못 미치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는 것. 그것을 여기 있는 데포르가 친절하게도 가르쳐주더구나.”
아크로이어가 데포르를 살짝 끌어안았다.
“데포르…….”
칼라반은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그는 분노와 슬픔, 충격, 고통 등의 감정이 한데 뒤섞이고 있었다.
“쯧, 이렇게 보니… 칼라반 네놈도 별것 아닌 것 같기도 하지만… 그대가 날뛰기 시작하면 엄청난 피해를 입을 거라는 말들이 있으니 네게도 특별히 제안을 하나 하지.”
“…….”
후우웅―!
최상급 정령인 카이사르가 칼라반의 옆에 섰다.
뿐만 아니라 또 다른 최상급 정령도 함께 모습을 드러내었다.
들어볼 가치도 없다는 말을 행동으로 표현한 것이다.
칼라반은 흘러내리는 핏물을 손아귀로 틀어막으며 고개를 들었다.
살기 가득한 그의 두 눈이 붉게 충혈 되어있었다.
“칼라반. 그대가 여기서 순순히 죽음을 받아들이겠다면. 너의 여동생은 물론 이곳에 있는 너의 수하들까지 목숨을 보장하겠다.”
칼라반의 움직임이 우뚝 멈춰 섰다.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가?”
칼라반이 반응을 보이자 아크로이어가 회심의 미소를 지어보였다.
칼라반은 조용히 고개를 돌려 솔 기사단과 휘하 군단병들을 살펴보았다.
조금 전까지 가족들을 볼 생각에, 일상으로 돌아갈 생각에 들떠있던 이들이었다.
그들의 미소가 떠오르자 마침내 두 손을 내리고 말았다.
“칼라반 님!”
“대장님! 우린 상관 마십시오!”
“그렇습니다. 가끔은 이기적이셔도 됩니다!!”
몇몇 솔 기사단원들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칼라반은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
“아니. 지금까지로도 족하다. 저들이 원하는 것은 나의 죽음뿐. 너희들마저 끌어들일 순 없다.”
카르마제가 천천히 다가가 칼라반의 목에 차가운 검날을 겨누었다.
스윽.
“이봐, 칼라반. 이것 좀 어떻게 해주지?”
카르마제는 자신의 목을 겨누고 있는 칠흑빛 검을 가리켰다.
“카이사르, 물러나라.”
―하지만 왕이시여…….
“지금은 물러나야 할 때다.”
칼라반의 단호한 태도에 카이사르도 결국 물러나고 말았다.
여기저기서 칼라반의 이름이 들려왔다.
그들 모두 칼라반을 말리는 말들을 하고 있었다.
“모두 들어라!”
칼라반이 크게 소리치자 좌중은 삽시간에 조용해졌다.
“내가 이곳의 대 기사장인 이유는! 너희들 모두의 목숨을 짊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니 너희들은 살아라. 이것이 내가 너희들에게 내리는 마지막 명령이다!”
칼라반의 말이 끝나자마자 카르마제가 검을 들어올렸다.
칼라반은 마지막으로 수하들의 면면들을 살피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그동안 고마웠다 모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