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in Another 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205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205화
#만인대장들 (2)
“워후… 역시 우리 이아퀸드님은 살벌하시다니까요.”
멀리서 이를 지켜보던 쥬피로스가 한마디 던졌다.
이아퀸드가 상대 마법사들을 모두 몰살시켜버린 바람에 더 이상 자신이 할 일은 없어졌다.
“쩝… 나름대로 준비해봤는데 말이죠.”
그는 자신의 머리 위로 떠올라 있던 마력의 오브를 다시금 없애버렸다.
쥬피로스와 마법 병단의 활약으로 전장의 상황은 이미 뒤집어진 상태였다.
거기다 칼라반의 군단은 모두가 산전수전 다 겪은 고참병들이었다.
비록 몇몇 대장들의 자리가 비었다곤 하나, 그 노련함이 어디 가진 않았다.
그들은 최대한의 효율을 내며 적들을 일거에 무찔러 갔다.
하르스마이어의 수하들이 어떻게 해서든 상대해보려 했으나, 상대와의 압도적인 전술차이로 전황은 극명히 드러나고 있었다.
“이쪽은 얼추 마무리 되어가는 것 같고… 다른 쪽은 어떠려나…….”
쥬피로스의 시선이 향한 곳은 폰투랑이 있는 쪽이었다.
폰투랑은 이미 제라미드와 한바탕 결투를 벌이고 있었다.
둘은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었다.
“하필 폰투랑과 싸우다니…….”
쥬피로스가 오히려 제라미드 쪽을 안타까워하며 말했다.
제라미드는 네 개의 팔을 자유자재로 휘둘러가며 폰투랑에게 검격을 날렸다.
휘리링―!!
휘잉!! 슈랑――!
검날이 여기저기서 날아들고 있음에도 폰투랑의 몸엔 단 하나의 상처도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적은 움직임으로 제라미드의 공격들을 모두 피해내고 있었다.
겨우 발 한 번 움직이고, 몸을 슬쩍 비트는 것만으로 모든 공격을 피해내자 약이 오르는 쪽은 제라미드였다.
그가 보기에 폰투랑은 현재 자신의 공격을 가까스로 피해내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기에 더욱 이를 악물고 공격에 박차를 가했던 것이다.
그러다 폰투랑이 한 번씩 반격을 가해올 때면 검을 이용해 가볍게 막아내었다.
“뭐냐 너? 차라리 이 전에 싸웠던 놈이 더 강한 것 같다만……!”
제라미드가 실망 어린 기색을 내비치며 말했다.
그러건 말건 폰투랑은 말없이 제라미드의 공격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좀 더 날 즐겁게 해달란 말이다!!”
그가 네 개의 팔을 더욱 빠르게 휘두르며 외쳤다.
여러 개의 곡선이 한꺼번에 폰투랑의 전신을 격했다.
툭.
그 사이 폰투랑의 발이 제라미드의 하단을 때렸다.
“하아!? 지금 뭐하는 거냐!??”
제라미드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건 말건 폰투랑은 계속해서 제라미드의 하단부를 노렸다.
“그런 공격으론 꿈쩍도 하지 않는다!!”
후우웅!!
네 개의 검에서 제각기 환한 빛을 내었다.
제라미드가 빠른 검술로 폰투랑의 사방을 압박했다.
폰투랑의 두 손에도 붉은 아지랑이가 일었다.
그는 손날을 이용해 피하기 어려운 검들은 모조리 쳐내었다.
툭.
그러면서도 폰투랑의 발은 계속해서 제라미드의 하단부에 공격을 넣었다.
보다 못한 다른 검투사들이 아쉬움을 토로했다.
“왜 자꾸 저런 공격만…….”
“이거 다른 사람들이 나서서 도와줘야 하는 것 아닌가 모르겠네…….”
“그래도 대단하지 않나? 저 괴물이 검을 네 개씩이나 휘두르는데 저렇게 잘 방어해 내다니… 대체 저자는 누구일까?”
그들은 계속된 전투로 많은 부상들을 입고 말았다.
그렇기 때문에 전선에서 잠시 물러나 휴식을 취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들이 비운 자리는 칼라반의 군단병들이 대체해 주었다.
폰투랑을 따르는 수하 중 한 명이 그들의 얘기를 듣다 입을 열었다.
“다른 건 몰라도 우리 대장은 걱정할 필요 없소.”
“흠…? 그게 무슨 말입니까?”
“말 그대로요. 우리 대장을 걱정하는 것은 우리 군단장님을 걱정하는 것만큼이나 어리석은 짓입니다.”
“그러지 말고 좀 더 얘기해주지 그래? 저 사람이 누군데?”
“단신으로 대대 하나 정도는 가볍게 박살내는 분이시지. 좁은 길목에 혼자 서서 수천 명의 군사들을 막아낸 괴물이기도 하고.”
“대체 무슨 말인지…….”
검투사들이 고개를 갸웃거릴 때 폰투랑의 수하들은 만면에 미소를 보이고 있었다.
그들은 태평한 얼굴로 폰투랑의 전투를 지켜봤다.
휘콰아앙!!!
콰앙!!
전투의 양상은 아무리 봐도 제라미드가 폰투랑을 압도하는 형국이었다.
나중엔 폰투랑이 반격을 가해도 제라미드는 방어하지 않았다.
폰투랑이 방어에는 일가견이 있었지만 공격적인 측면에서는 전혀 위협적이지 않다 파악된 것이다.
때문에 제라미드는 어지간한 공격쯤은 그냥 내주는 쪽을 택했다.
퍼억!!!
폰투랑의 공격이 적중하며 제라미드의 팔뚝에 상처가 생겼다.
그러나 이는 잠시뿐이었다.
곧 팔뚝의 상처는 회복되기 시작했다.
이를 본 검투사들이 허무한 얼굴을 보였다.
기껏 공격이 먹혀들어도 저렇게 회복해버리면 아무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러건 말건 폰투랑은 우직하게 제라미드의 하단을 공격했다.
그의 재미없는 모습에 결국 제라미드가 폭발해버리고 말았다.
“피하고 막아내는 것 말고는 별 재주가 없는 놈이었어!! 그냥 죽어버려라!!”
네 개의 팔을 한껏 치켜든 제라미드가 마력을 끌어올렸다.
그 순간 제라미드의 몸이 한순간 휘청이고 말았다.
“뭣……!?”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몰라 제라미드의 두 눈이 큼지막하게 떠졌다.
때를 놓치지 않은 폰투랑이 한 걸음에 제라미드의 품까지 파고들었다.
이를 본 제라미드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어차피 지금까지 이 사내의 공격은 자신에게 이렇다 할 데미지를 주지 못했다.
그것은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터.
잠시 균형을 잃긴 했지만 크게 신경 쓸 만한 일은 아니었다.
오히려 지금의 기회를 이용해 저 사내를 무참히 베어내면 그만이었다.
“크하하!! 제 발로 죽으러 왔구……!”
파아아앙!!!!
폰투랑의 주먹이 정확히 제라미드의 복부에 꽂혔다.
제라미드의 몸이 절로 반으로 접히고 말았다.
“한 번 더.”
폰투랑이 반대쪽 어깨를 뒤로 당겼다.
그리곤 다시 한 번 힘껏 주먹을 내질렀다.
콰아앙!!!!
폭음과 함께 제라미드의 복부에 커다란 구멍이 생기고 말았다.
“꺼어억……!”
제라미드가 숨을 몰아쉬며 핏물을 내뱉었다.
그의 끈질긴 생명력은 구멍이 뚫린 배까지도 회복을 해내려 했다.
하지만 이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폰투랑이 아니었다.
“루인 피스트(Ruin Fist).”
폰투랑의 주먹이 제라미드의 가슴을 가격했다.
그러자 광활한 기운이 폭발함과 동시에 제라미드의 몸이 완전히 산산조각 나버리고 말았다.
얼굴만 남은 제라미드의 두 눈이 폰투랑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크아아아!!! 이 건방진 인간새끼!! 실력을 숨겼었구나!!!”
“네가 약해서 진 것뿐이다.”
“으아! 억울하다! 이딴 쓰레기 같은 몸만 아니었어도!! 하르스마이어어어……!!!”
콰직!
폰투랑의 발이 그대로 제라미드의 얼굴을 짓밟아버렸다.
그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기운을 가다듬으며 전장을 돌아보았다.
단 몇 차례의 주먹만으로 제라미드가 쓰러져 버리자 지켜보던 검투사들은 그저 어안이 벙벙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본 건지 아직까지도 얼떨떨할 지경이었다.
“방금 봤나……?”
“겨우 주먹 몇 방에……?”
“겨우가 아니야… 그 파괴력이 어땠는지 못 봤어……?”
“그런데 이런 실력자들이 대체 어디서… 아니 그보다 이 사람들은 누구야!?”
검투사들의 수군거림이 멈추지 않는 동안 다른 한쪽에서도 치열한 싸움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곳에선 레켄트와 요쿠스의 자존심을 건 진검승부가 펼쳐졌다.
레켄트는 빠른 속도의 쾌검으로 요쿠스를 압박하려 들었다.
반면 요쿠스는 특이한 몸놀림을 보이며 레켄트의 검을 모조리 막아내고 있었다.
“쳇……!”
로빈이 이끄는 중앙군이 무너지고 연이어 제라미드까지 허무한 죽음을 맞이하자 레켄트의 마음도 서서히 조급해지고 있었다.
그나마 베놈 기사단이 활약을 해주고 있는 덕분에 이쪽은 조금 나은 상황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그마한 우위일 뿐이었다.
전체적인 전황은 최악에 치달아 있었다.
하르스마이어의 군세는 이미 기울대로 기울어져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전멸도 시간문제인 수준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과 베놈 기사단만이라도 전황의 분위기를 바꿔놓아야만 했다.
그것이 하르스마이어의 곁에 자신이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하지만 작금의 상황은 레켄트의 마음에 조금도 부응해주지 못했다.
당장 눈앞에 있는 요쿠스조차 쓰러트리지 못하고 있던 것이다.
“장난은 끝이다!!”
레켄트가 먼저 힘을 끌어올렸다.
그러자 보랏빛 아지랑이가 뱀처럼 휘며 쏘아져 나갔다.
요쿠스가 몸을 비틀어 그 사이를 파고들었다.
그리곤 검끝을 흔들어 레켄트의 중단부와 하단부를 동시에 노렸다.
카강! 카앙!!
두 사람의 검이 부딪히자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요쿠스는 그대로 몸을 회전시키며 공격을 이어갔다.
직선으로 다가오던 그의 검이 돌연 원을 그리며 돌아섰다.
“합!”
레켄트의 얇은 검이 한껏 휘며 요쿠스의 검을 튕겨내 버렸다.
그와 동시에 요쿠스의 어깻죽지에 상처를 남겼다.
“죽어라”
슈라락!! 슈콰아아!!
레켄트의 검이 순간적으로 요쿠스의 온 몸을 휘감는 듯 했다.
요쿠스가 검을 수직으로 세우자 그의 안광이 한순간 폭사했다.
콰르릉!!!!
요쿠스의 검이 보랏빛 아지랑이를 단숨에 찢어버렸다.
이어 그의 검끝에서 시작된 빛무리가 레켄트에게 쏟아졌다.
“이 정도론 어림없다!!”
레켄트가 곧바로 검을 회수하며 팔을 돌렸다.
얇은 검신이 빠른 속도로 회전하니 보랏빛 아지랑이가 커다란 원을 그렸다.
보랏빛 원은 금세 몸을 불리며 요쿠스의 몸을 완전히 집어삼키는 듯 했다.
“이야 이거 재밌겠는 걸.”
오랜만의 살 떨리는 기분에 요쿠스가 절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가 검끝을 아래로 향하자 빛무리가 소나기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콰가가각!!
슈콰각!!!!
쏟아지는 빛줄기가 보랏빛 원에 수많은 구멍들을 만들어 내었다.
요쿠스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그 안으로 과감히 몸을 날렸다.
“이런 미친놈……!”
이에 화들짝 놀란 레켄트가 이를 악물고 검을 흔들었다.
이렇게 마나를 운용하는 상태에서 과격한 움직임을 펼치니 몸 안쪽이 뒤틀리는 기분이었다.
혹사된 마나홀이 고통의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다.
그것은 상대도 마찬가지인 듯 요쿠스도 입가에 핏물을 흘리고 있었다.
카아앙!!
캉!! 카강!!
“이런 상황에서!! 제정신이 아니구나 너…….”
“이 정도는 해야… 어디 가서 칼라반 군단의 만인대장이라고 할 수 있어.”
요쿠스는 기괴한 몸짓으로 변칙적인 검술을 펼쳤다.
그의 과감한 공격에 레켄트도 어쩔 수 없이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쏟아지는 빛무리가 레켄트는 물론 요쿠스의 몸까지도 상처를 내었다.
“크아아아!!”
더 이상은 안 되겠는지 레켄트가 먼저 보랏빛 아지랑이를 회수하며 오러 블레이드를 형성해 내었다.
이에 질세라 요쿠스의 검신에도 오러 블레이드가 맺혔다.
콰아앙!!
힘의 줄다리기를 하듯 요쿠스의 검과 레켄트의 검이 전진과 후퇴를 반복했다.
두 사람의 합이 거듭될수록 핏물이 바닥을 더욱 흥건하게 적셨다.
레켄트의 갑옷은 이미 제기능을 잃은 지 오래였고 요쿠스의 몸도 만신창이나 다름없었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냐……!”
“앙? 그야 재밌잖아?”
그 순간 요쿠스의 검과 레켄트의 검이 서로를 가로질렀다.
푸슉!! 푸슈슉!!
레켄트가 두 눈을 부릅뜬 채 요쿠스를 노려보았다.
요쿠스도 그런 레켄트를 마주보았다.
“재밌었다 너 이름이 뭐냐?”
“레켄트다. 그러는 넌 이름이 뭔가?”
“요쿠스. 만인대장 중 한 명인 요쿠스다.”
“만인대장 중… 한 명? 그럼 너 같은 놈이 더 있다는 말인가……?”
“그렇지. 나 말고도 네 명이나 더 있다. 아. 한 놈은 배신 때리고 다른 곳으로 갔지만…….”
요쿠스가 천진난만한 웃음을 보이자 레켄트도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그의 검은 요쿠스의 어깨를 관통했지만, 요쿠스의 검은 정확히 레켄트의 가슴팍을 꿰뚫었다.
등 뒤를 비집고 나온 요쿠스의 검에 레켄트의 붉은 핏물이 잔뜩 묻어 있었다.
“아쉽군…….”
의식이 흐려진 레켄트의 몸이 스르륵 무너져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