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in Another 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207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207화
#상승 무공
스가각―!!
콰직!! 샤각―!!!
“키야아오!!!”
“캬아아――!!!”
여기저기 정신없는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듣기 싫은 소리들이 사방에 퍼지고 있음에도 누구 하나 멈추는 이가 없었다.
마수들과 정령들의 싸움.
인간들의 전쟁을 방불케 하는 전투였다.
전장의 한가운데로 검은 화염이 치솟아 올랐다.
화염은 순식간에 주변의 마수들에게로 옮겨 붙었다.
뜨거운 화염 속에서 마수들이 고통에 날뛰기 시작했다.
그들의 사이를 누비는 광대들이 날카로운 검으로 마수들의 몸을 마구잡이로 베었다.
녀석들의 웃음소리가 들릴 때면, 쓰러지는 마수들의 숫자도 많아졌다.
“그워어어!!”
커다란 덩치를 자랑하는 마수가 육중한 주먹을 내리치려 했다.
그러나 한 발 먼저 움직인 카피오가 녀석의 그림자를 잡았다.
꿈쩍도 않는 몸에 마수가 당황할 무렵, 베이로스의 날카로운 송곳니가 녀석의 목에 깊숙이 박혔다.
뒤이어 커다란 아가리가 등장해 마수의 몸 반쪽을 뜯어가 버렸다.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하르스마이어와 그의 수하들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저건… 대체 뭘까요……?”
“분명 칼라반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는데… 그렇다는 얘기는 설마…….”
“지금 제국의 대기사장이었던 칼라반을 얘기하는 건가?”
“만약 눈앞에 있는 공민이 정말 칼라반이라면 지금의 상황이 이해가 된다. 저 괴생명체들이 바로 어둠의 정령들이라는 소리니까.”
태어나 단 한 번도 어둠의 정령들을 본 적이 없었기에 누구 하나 선뜻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들의 본능과 느낌은 계속해서 저들이 어둠의 정령들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어둠의 정령들이라…….”
마수들을 부리던 하르스마이어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아무리 많은 마수들을 소환해낸들 질적으로 차이가 컸다.
물론 마수들의 공격이 어둠의 정령들에게 먹히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은 가끔가다 벌어지는 광경일 뿐 대부분은 어둠의 정령들에게 일방적인 학살을 당하고 있었다.
심지어 어둠 속을 빠르게 헤엄치는 저 정령은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많은 수의 마수들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특이한 능력을 지닌 마수들이 놈을 잡기 위해 나섰지만, 곧 시체가 되어 지면 위로 던져지고 말았다.
“무슨 정령이라는 것들이 저런 모습들을 보입니까……?”
“그래… 저건 마치 정령이라기보다… 그냥 마수들 같잖아…….”
“심지어 저 광대처럼 생긴 놈은 마수들을 죽일 때마다 웃고 있다고! 그냥 즐기고 있는 것 아냐?”
“마수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먹어 치우는 놈도 있는데 저 정도 가지고…….”
그들이 호들갑을 떨 동안 하르스마이어가 시선을 돌렸다.
“다른 것보다 저 검은색 불을 다루는 정령과 어둠 속을 헤엄쳐 다니는 정령이 문제로군.”
상위 마수들을 불러낸다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듯 싶었다.
그러나 문제는 하르스마이어의 몸 상태였다.
여기서 더 많은 마수들을 소환해내려 했다간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것 같았다.
이미 네 마리의 마족들을 불러낸 것만 해도 그의 몸엔 큰 부담이 전해졌다.
어디 그뿐인가.
아라카인을 상대하기 위해 계속해서 마수들을 소환해낸 탓에 이미 마력도 크게 소진된 지 오래였다.
그런데도 여기서 더 무리를 했다간…….
“저쪽에 있는 녀석이 더는 나의 피와 마력이 아닌… 내 목숨을 탐하겠지…….”
그러나 고민은 길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에 하이데의 얼굴이 떠올랐던 것이다.
마냥 해맑게 웃고 있던 동생의 모습.
그 모습이 떠오르자 이미 손은 움직이고 있었다.
“너희들은 물러나라.”
하르스마이어가 주변의 수하들을 향해 말했다.
현재 그의 곁을 지키고 있는 자들은 전투보단 다른 쪽에 능력이 있는 자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과 함께 후방에서 안전한 위치를 고수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들의 안전까지 지켜줄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하르스마이어님…….”
“설마… 여기서 더 무리를 하시려는 건…….”
“안 됩니다!! 차라리 후일을 도모하는 것이…….”
그들이 하르스마이어를 말리려 했으나 그의 고집도 상당했다.
하르스마이어는 이미 마수들을 소환해내고 있었다.
“어차피 나는 물러설 곳이 없다. 과연 저들의 추격을 피해 살아나갈 수 있다 생각하느냐.”
그의 시선이 다른 한쪽으로 향했다.
그곳엔 칼라반의 군단이 삼엄한 기세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을 보니 하르스마이어의 수하들도 더는 말이 나오질 않았다.
“내가 이곳에서 시간을 끌 테니 너희들만이라도 자리를 피해라. 그동안 나를 믿고 따라준 것에 대한 내 마지막 책임이다.”
“아아…….”
“하르스마이어님…….”
그들이 망설이는 동안 하르스마이어가 핏물을 토해냈다.
그가 소환한 마수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었다.
“뭣들 하고 있는 거냐… 모두 물러가라!!”
순식간에 수척한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그의 두 눈만큼은 아직 힘이 실려 있었다.
그러나 누구 하나 움직이는 이 없었다.
“그런 말씀 마십시오.”
“죽어도 함께 죽는 것 아니겠습니까.”
“맞습니다. 솔직히 하르스마이어님이 아니었다면 저는 이미 죽은 목숨이었을 겁니다. 제 은인이신 하르스마이어님을 두고 떠나느니 차라리 함께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더 의미 있을 것 같습니다.”
“이는 아마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 일 테니… 저희들을 말릴 생각일랑 하지 말아주십시오.”
그들은 결국 도망치는 것을 포기하고 하르스마이어의 곁에 머무는 것을 택했다.
수하들의 선택에 하르스마이어도 절로 웃음이 나고 말았다.
“고맙다…….”
그는 자신에게만 들릴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지나가듯 말했다.
그러나 상황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새롭게 소환된 마수들이 상급 정령들을 막아내기 시작했지만 문제는 칼라반과 아라카인 쪽이었다.
쩌저정!!
콰직―!!!
아라카인의 큼지막한 두 주먹이 악마의 몸에 꽂혔다.
순식간에 일어난 살얼음이 그의 살갗을 파고들었다.
그러나 아라카인은 꿈쩍도 하지 않고 마저 주먹을 휘둘렀다.
콰라랑!!
그의 투기 앞에 로텐의 몸도 온전히 견뎌내진 못했다.
“귀찮게 하는 놈이로군.”
아라카인이 다시 두 주먹을 말아 쥐었다.
그러자 광활한 투기가 그의 두 주먹을 감싸 안았다.
아직까지도 이런 힘을 낼 수 있다는 것에 그저 감탄만 나올 뿐이었다.
아라카인이 그대로 주먹을 뻗었다.
콰르르릉!!!!
강렬한 일격이 단숨에 로텐의 몸에 꽂혔다.
“끈질긴 인간이로군…….”
로텐도 몸을 웅크려 한껏 방어 자세를 취해 보였다.
그러나 거친 투기는 그대로 로텐의 몸을 파고들었다.
단단했던 녀석의 피부도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끝이 보이는구나!”
아라카인은 멈추지 않았다.
그의 손과 발이 연속해서 로텐의 몸을 때렸다.
방어라면 자신 있는 로텐임에도 불구 아라카인의 공격을 따라가는 것이 점차 벅차오르기 시작했다.
“고작 인간 따위가!!”
분노한 로텐이 그 사이를 비집고 두 팔을 뻗었다.
그러자 서릿발 같은 기운이 아라카인에게로 쏘아져 나갔다.
아라카인은 이를 보고도 물러서지 않고 발을 내딛었다.
“후읍……!”
한껏 숨을 들이쉰 그가 힘차게 주먹을 내질렀다.
한순간 그의 몸에서 투기가 폭발하듯 아지랑이가 타올랐다.
콰아아앙―!!!
아라카인의 주먹과 로텐의 팔이 부딪혔다.
거친 폭발음과 함께 로텐의 팔에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크아아아!!!”
로텐이 다른 주먹으로 아카라인의 얼굴을 갈겼다.
아라카인은 이마로 녀석의 주먹을 받아내며 똑같이 반격을 가했다.
둘 사이에 벌어진 육탄전.
그것의 승자는 누가 봐도 아라카인이었다.
로텐의 육체는 서서히 무너져 내려가고 있었다.
쿠웅!!
로텐의 몸이 마침내 뒤로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그는 다시 몸을 일으켜 아라카인을 공격하려 했다.
그러나 어느새 가까이로 다가온 아라카인이 힘껏 발을 들어올렸다.
콰가강!!!
수직으로 내리친 그의 발이 그대로 로텐의 몸을 박살내버렸다.
“하르스마이어님……!!”
로텐은 죽어가면서까지도 하르스마이어의 이름을 울부짖었다.
녀석의 타오르는 두 눈은 마지막까지 아라카인을 향해 있었다.
“끝이다.”
아라카인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주먹을 땅에 내리꽂았다.
그의 투기가 폭발하듯 단숨에 로텐의 모든 것을 부숴버리고 말았다.
“이쪽은 끝인가…….”
아라카인이 몸을 들어 칼라반 쪽을 바라보았다.
당장이라도 그를 도와주기 위해 나서고 싶었지만 마음뿐이었다.
투기가 한 차례 식어버리고 나니 더 이상 그의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이미 한계에 다다른 몸은 아라카인의 의지를 따라주지 않았다.
“쯧… 나약해졌군…….”
그는 부르르 떨리는 팔과 다리를 주체할 수 없었다.
거기다 차고 넘치던 투기도 이제는 고갈돼버리고 말았다.
모든 것이 한계였던 것이다.
그때 그의 곁으로 누군가 다가왔다.
“고생하셨습니다 형님. 나머지는 저 분에게 맡겨두십시오.”
익숙한 목소리에 아라카인이 고개를 돌렸다.
동료와 가족을 잃은 슬픔에 바티투스의 얼굴도 어둠이 가득했다.
“바티투스…….”
“무슨 말을 할지 압니다. 하지만…….”
“미안하다… 내가 좀 더…….”
“아니요. 형님은 최선을 다했습니다. 크레이서스 형님도 글라버드도… 모두 만족하며 죽음을 받아들였을 겁니다. 그러니 너무 마음 쓰지 마십시오.”
“…….”
두 사람은 말없이 칼라반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불을 다루는 다키드를 상대로 칼라반은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다키드의 힘이 칼라반에겐 전혀 통하질 않았던 것이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온 몸에 화염을 두르고 있음에도 칼라반은 아무렇지 않게 공격해왔다.
심지어 일반적인 공격은 가볍게 무시해버리는 다키드의 몸이 칼라반의 검에 닿을 때마다 형편없이 무너지고 있었다.
다키드의 시선이 칼라반의 검에 향해 있었다.
“제기랄… 이상한 검을 들고 있어서 여간 성가신 것이 아니군……!”
다키드가 양 팔을 회전시켰다.
그의 손에서 시작된 불꽃이 커다란 고리를 그리며 칼라반에게로 나아갔다.
[스킬 연환칠검을 시전합니다.]칼라반은 보란 듯이 일곱 개의 환을 그려내며 화염을 무마시켰다.
뿐만 아니라 그의 검이 그대로 다키드의 팔을 잘라버렸다.
“크으으으……!!!”
다키드가 잘려나간 팔을 부여잡았다.
그의 능력이라면 금세 팔이 재생되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포르티나에게서 흘러나온 강한 냉기가 그것을 방해했던 것이다.
칼라반이 검을 휘두를 때마다 강한 냉기가 다키드를 덮쳤다.
“크아아아!!!”
다키드가 괴성과 함께 불씨를 퍼트렸다.
불씨는 곧 작은 악마의 형상이 되어 칼라반을 향해 날아갔다.
“제기랄 그 검만 없었어도! 나약한 인간 따위……!”
잔뜩 분노한 다키드가 자신의 몸마저 나누었다.
두 개로 갈라진 다키드의 몸이 칼라반을 향해 질주했다.
이를 바라보던 칼라반이 검을 거두었다.
그러자 모두가 이를 의아하게 여겼다.
포르티나에서 흘러나오는 강한 냉기가 그동안 다키드와의 싸움에서 우위를 점해주었다 여겼던 것이다.
그런데 그 이점을 스스로 포기하니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칼라반…….”
멀리서 이를 바라보고 있던 로제리아도 갑작스런 칼라반의 행동에 걱정하는 빛을 나타내었다.
그녀는 여차하면 칼라반이 있는 곳으로 뛰어 들어갈 태세를 갖추었다.
로제리아뿐만 아니라 다른 만인대장들도 마찬가지였다.
“크흐흐 알아서 죽길 자처하는구나!”
검을 거두는 것을 확인한 다키드가 광소를 지었다.
“뭔가 착각하고 있었나보군. 포르티나를 사용하지 않아도 너 따위는 충분히 이길 수 있다.”
칼라반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불꽃들을 바라보았다.
우습게도 이곳에서 수많은 마수들을 죽이고 다키드까지 상대해내면서 그는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처음으로 상승 무공 스킬도 익혔던 것이다.
“상승 무공이라…….”
포르티나를 인벤토리창에 집어넣은 칼라반은 서서히 기수식을 취했다.
이미 다키드가 자신의 상대가 되지 못함은 잘 알고 있었다.
그보다 더욱 그의 호기심을 자극했던 것은 새로운 무공 스킬에 관한 것이었다.
“후읍…….”
천천히 호흡을 고른 그가 두 주먹을 말아 쥐었다.
휘와아아아――!!!
끓어오른 내기가 전신에 폭사되었다.
“수라파천공 5성…….”
[스킬 창천용린무(敞天龍鱗武)를 펼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