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in Another 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21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021화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21화
“그러고 보니… 나는 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았었군…….”
어둠의 정령술사로서 활동할 때의 습관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무기가 없는 것에 대한 불편함을 전혀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조금씩 개선해나가야겠어…….’
칼라반은 예전의 습관들은 과감하게 버리고 처음부터 시작해야 함을 다시 한번 되뇌이고 있었다.
“뭐야… 본인이 무기가 없는 것도 몰랐어? 미쳐버리겠네… 저런 정신 빠진 녀석을 후방에 둬도 되는 것 맞냐?”
핀덴도가 비꼬는 말투로 칼라반에게 들으라는 듯 말했다.
“핀덴도……!”
오르엔스가 그를 핀잔하듯 불렀다.
“뭐? 내 말이 맞잖아? 보아하니 저 공민이라는 녀석. 고블린이랑 마주치면 긴장해서 몸을 움직이지도 못할 것 같은데…….”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어. 너는 뭐 안 그랬는 줄 알아?”
“쳇… 거 참. 너무 편드는 것 아냐?”
핀덴도는 툴툴대며 자리를 벗어났다.
“미안해요. 이제 곧 고블린들과 싸울 생각에 예민해져서 저러는 거예요. 조금만 이해해주세요.”
오르엔스가 대신 다가와 사과했다.
“괜찮습니다. 그리 신경 쓰지 않으니까요.”
“자자. 이쯤하고! 모두 준비하자!”
스키피누가 상황을 정리하며 모두를 불러 모았다.
“금방 처리하고 오자고.”
“뭐… 고블린 정도야…….”
“이번엔 얼마나 걸릴까?”
그들이 준비하는 모습을 보며 칼라반이 한쪽 눈을 찡그렸다.
“너무 긴장감이 없는 것 아닌가?”
칼라반이 보기에 그들은 지나치게 고블린들을 얕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때 칼라반의 곁으로 스키피누가 다가왔다.
“걱정 마. 고블린 따위에게 당할 우리가 아니야.”
“큭큭. 겁쟁이인 네 녀석이나 평생 걱정하라고!”
스키피누에 이어 핀덴도가 말을 덧붙였다.
“…….”
결국 칼라반은 잠자코 그들이 움직이는 대로 따라주었다.
“그럼 어디 한번 지켜볼까…….”
저들의 자신감이 진짜인지 아닌지 칼라반도 잠시 뒤에서 지켜볼 생각이었다.
파앗!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궁수인 펄소였다.
그녀는 가까운 곳에 몸을 숨기며 활시위를 힘껏 당겼다.
“우선은 가볍게 한 마리.”
피융!
푸슉!
그녀가 힘껏 당긴 화살이 보초를 서고 있던 고블린의 목에 정확히 명중했다.
덕분에 고블린은 이렇다 할 비명도 질러보지 못하고 절명하고 말았다.
“역시 펄소의 활솜씨는 깔끔하다니까.”
스키피누가 펄소의 실력을 칭찬하며 몸을 일으켰다.
다른 이들도 하나둘 몸을 일으켜 고블린 소굴 앞으로 다가갔다.
칼라반도 그들의 뒤를 따랐다.
그때 그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띠링!
[고블린 던전을 최초로 발견하였습니다. 입장하시겠습니까?]“뭐야… 여기도 던전이라는 개념이 있는 거였어?”
생각지도 못한 전개에 칼라반도 놀라고 말았다.
설마하니 게임 시스템이 고블린 소굴을 던전으로 인식할 줄은 자신도 예상치 못했던 것이다.
“뭐 해요? 빨리 따라오지 않고?”
소굴의 입구에서 우뚝 멈춰선 칼라반을 보며 릴스가 손짓했다.
“아… 바로 가겠습니다.”
칼라반은 ‘예’표시를 누르며 고블린 소굴 안으로 들어갔다.
[고블린 던전에 입장하셨습니다. 최초 입장으로 획득하는 경험치가 1.5배 상승합니다.]“경험치도 있는 거였나…….”
그 말은 즉, 게임 시스템 그대로 자신이 고블린을 죽이면 경험치를 획득한다는 얘기였다.
“이거 정말 생각지도 못한 일이군.”
아니, 어쩌면 가장 쉽게 짐작해볼 수 있을 법한 일인지도 몰랐다.
“어쨌든 잘 됐네. 던전 사냥이 가능하다니…….”
그 말은 칼라반이 빠르게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이 하나 더 늘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칼라반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걸어 나갔다.
“뭐야. 아직 다 자고 있는 건가?”
소굴 안쪽으로 꽤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고블린들은 나타날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좀 더 횃불을 안쪽까지 비춰 봐. 혹시 놈들이 숨어 있을지도 모르잖아.”
핀덴도는 혹시 모를 상황에 구석구석까지 불을 비춰보았다.
그러나 소굴 벽만 보일뿐 고블린들의 흔적은 보이질 않았다.
“어라!? 이쪽에!”
드디어 고블린들의 흔적을 찾은 스키피누가 급하게 외쳤다.
다른 동료들도 급하게 스키피누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이상하군… 이렇게 큰 소리로 움직이는데 고블린들의 습격이 없다니…….”
칼라반은 의아함을 느끼고 몰래 까망이를 소환해내었다.
“근처에 고블린들이 없는지 찾아봐.”
까망이들은 퍼지자마자 칼라반에게 경고를 알려왔다.
―끼루!
칼라반은 까망이가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아보았다.
“아… 이거였군…….”
그의 뒤편에서 여러 마리의 고블린들이 몸을 낮추고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도중에 다른 통로라도 있었나보지?”
칼라반이 검을 들어 올리려는 때 라두가 먼저 움직였다.
“여기야! 여기 뒤쪽에 고블린들이 있어!!”
라두의 외침에 다른 일행들도 서둘러 몸을 돌렸다.
“키야아아!!”
“키야악!”
기습이 들통 났다고 생각했는지 고블린들은 일제히 덤벼들었다.
“어림없지!”
라두가 검을 들어 고블린들의 공격을 방어하려 들었다.
파박!
캉!
고블린들의 단도가 라두의 검에 막혀버렸다.
“단도를 사용하는군…….”
라두를 상대하는 고블린들만이 아니었다.
다른 고블린들도 저마다의 무기를 들고 있었다.
“조금 전 기습도 그렇고… 제법 지능이 높은 녀석들인데… 안에 고블린 주술사나 장로라도 있는 건가…….”
카앙!
그때 고블린 두 마리가 라두의 몸에 단도를 쑤셔 넣으려 들었다.
휘릭!
이를 본 칼라반이 먼저 몸을 움직여 고블린의 뒷목에 검을 찔러 넣었다.
[고블린을 처치했습니다. 경험치가 150상승했습니다.]고블린을 죽이자마자 안내 메시지가 떠올랐다.
“역시.”
칼라반이 이어서 검을 휘두르려는 찰나 다른 일행들이 뒤늦게 도착했다.
“물러나 있어. 여기는 우리들이 처리할 테니까.”
스키피누가 칼라반을 뒤로 보내며 앞으로 나섰다.
“쩝…….”
이제야 손맛을 봤는데 뒤로 빠져야 한다니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일단은 잠자코 뒤로 물러나 주었다.
‘고블린 정도야 언제든 잡을 수 있을 테니까.’
그는 굳이 지금부터 욕심내지 않기로 했다.
다만 검술이나 다른 스킬들의 숙련도를 높이지 못하는 것은 조금 아쉬운 일이었다.
파악!
카앙!! 스가각!!
스키피누와 다른 용병들은 척척 맞아떨어지는 호흡으로 고블린들을 처리해 나갔다.
“다들 비켜요!”
마법을 캐스팅해 낸 오르엔스가 지팡이를 뻗었다.
그러자 이글거리는 작은 불덩이가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키야아!!!”
불덩이에 맞은 고블린이 고통스럽게 타 죽어갔다.
다른 고블린들은 불이 옮겨 붙을까 싶어 혼비백산 흩어지고 있었다.
라두와 핀덴도는 그 틈을 이용해 다른 고블린들을 착실히 죽여 나갔다.
“제법 괜찮네.”
아직 매끄럽지 못한 연계들도 더러 보였지만 문제될 것은 없어보였다.
고블린들을 모두 처리한 스키피누가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내었다.
“뒤에서 기습이라니… 이런 비겁한 놈들. 퉷!”
핀덴도가 고블린 시체에 침을 뱉어버렸다.
“다친 사람은?”
“없는 것 같아.”
스키피누의 물음에 오르엔스가 주변을 둘러보며 답했다.
“정말 다행이에요. 공민 씨가 먼저 고블린들을 발견해주지 않았더라면 꼼짝없이 뒤에서 기습당할 뻔했어요.”
라두가 검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말했다.
제법 기다란 장검이어서 그런지 묻은 피를 닦아내는데도 시간이 걸렸다.
“고맙다. 덕분에 위기를 면했어.”
스키피누가 곧바로 칼라반에게 다가와 감사 인사를 건넸다.
“쳇… 그냥 얻어 걸린 거겠지, 뭐.”
핀덴도는 끝까지 투덜거리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러나 칼라반은 그런 것엔 신경 쓰지 않고 고블린들의 사체를 바라보았다.
‘기습을 하고 무기를 다룰 정도의 지능을 가진 고블린들… 혹시 이 소굴에 상위 계종의 몬스터라도 있는 건가……?’
칼라반은 엄습해오는 불길한 느낌에 어두컴컴한 동굴 안쪽을 바라보았다.
#고블린 퇴치 (1)
불길한 느낌을 안고 칼라반과 스키피누 파티가 안쪽으로 들어오는 동안 다행이도 다른 고블린들의 습격은 없었다.
그들은 의외로 조용한 고블린 소굴 상태에 내심 안도하면서도, 한편으론 의아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아무 일도 없다니… 이건 너무 조용한 것 아냐?”
“그러게… 혹시 조금 전 우리들이 싸우는 소리를 듣고 고블린들이 겁을 집어먹은 것 아닐까?”
“충분히 가능성 있는 얘기야. 고블린들은 상대가 자기보다 강하다는 판단이 들면 주저 없이 도망가 버리곤 하니까.”
파티원들 사이에서 여러 얘기가 오가는 동안 칼라반은 주변을 계속해서 살펴보고 있었다.
“이상하리만치 깔끔하군… 그냥 부족 생활을 하는 고블린들이라면 이렇게 소굴을 깔끔하게 사용하지 않을 텐데…….”
칼라반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최하급 정령인 까망이를 소환해내었다.
―끼루루.
칼라반의 소환에 응한 까망이가 반가움에 얼굴을 비볐다.
“안쪽에 뭐가 있는지 먼저 살펴봐줘.”
―끼루!
칼라반의 명령에 까망이가 곧바로 움직였다.
까망이의 모습은 어둠과 완전히 동화되어 칼라반만이 알아볼 수 있었다.
“아까부터 무슨 혼잣말을 그렇게 하는 거예요?”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오르엔스가 곁으로 다가와 물었다.
“조금 이상해서 말이죠.”
“이상하다니… 어떤 점이요?”
“고블린들은 부족 생활을 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고블린들을 배려하는 성향은 아닙니다. 그러니 곳곳에 오물이나 여러 잔해들이 널부러져 있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단 한 곳도 그런 것을 발견하지 못했어요. 마치 관리를 하거나 그런 행동을 제약받은 것처럼 말입니다.”
“아…….”
칼라반의 말에 오르엔스도 그때서야 전에 봤던 고블린 소굴과 조금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정말 그러네요… 이곳은 이상하리만치 깔끔해요.”
“어쩌면 안에 다른 무언가가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칼라반이 어두운 안쪽을 바라보며 말하자 오르엔스가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