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in Another 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210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210화
#운량의 계책
“흐음… 생각보다 화력이 별로 미치지 못하는군요. 다들 찬양하듯 말하길래 좀 더 즐겁게 해줄 만한 인물일 줄 알았건만.”
전선을 살펴보던 유운량이 파초선을 살랑거렸다.
그의 곁에 있던 레비오스가 새삼스런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확실히 칼라반이 보내온 유운량의 능력은 대단했다.
그는 곧바로 벨제인을 이용해 카르마제 측에 거짓 정보를 전달했다.
벨제인의 마법은 환영을 보여주거나 인간의 심리를 조작하기 때문에 어렵지도 않은 일이었다.
그보다 더 대단한 것은 포르노아 공작가에 스며든 세작들을 모조리 찾아낸 것이었다.
유운량은 이곳으로 오자마자 카르마제의 수하들부터 색출해내었다.
그리곤 그들로 하여금 거짓된 정보를 보고하게 만든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카르마제 측에서 선발대로 나온 테니움 후작군을 보기 좋게 한 방 먹여버렸다.
그는 마치 테니움 후작의 머리 위에 있는 것처럼 모든 전략을 간파하고 되돌려 주었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테니움 후작도 별다른 힘도 써보지 못하고 패전만 늘려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나 레비오스의 걱정스런 얼굴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정말 괜찮을까요? 카르마제 왕의 군세가 생각보다 많아요. 그에 비해 우리 군대는…….”
“괜찮습니다. 전쟁은 숫자로 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아무리 그래도…….”
“그보다는 오늘 계획은 잘 진행되고 있습니까?”
“네? 아 예에. 성 내의 사람들은 이미 피신시켰습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유운량은 입가에 미소를 보이며 걸음을 옮겼다.
그는 병사들을 시켜 성벽 위에 무언가를 만들어놓았다.
이를 본 레비오스는 고개만 갸웃거릴 뿐이었다.
“대체 저런 것이 어디에 쓸모가 있다고… 더군다나 성벽 위에다가 만들어놓으면 적들이 대놓고 볼 수도 있을 텐데…….”
선뜻 유운량의 명령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가 몇 번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이력이 있었기에 믿고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운량은 이후 성벽 주위를 돌았다.
그는 무언가를 그리거나 주위 사물을 가져다 놓으며 커다란 진법을 구축했다.
“자아, 이제 되었군요. 어디 한번 들어와 보시죠.”
모든 것을 완성해낸 운량이 싱그런 미소를 보였다.
그의 시선에 한 명의 기수가 들어왔다.
성을 몰래 빠져나간 기수는 곧바로 테니움 후작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기수가 다다르기도 전에 테니움 후작이 그를 마중 나왔다.
“안의 상황은 어떤가?”
“현재 모든 사람들을 피신시키고 있습니다.”
“피신을 시켜?”
“예 그렇습니다.”
“왜!? 무슨 이유지?”
“일차적으로 식량이 떨어진 것 같습니다. 얼마 전부터 배급되는 음식의 양이 적어지고 질도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하긴 그럴 수밖에 없지. 이쪽에서 보급로를 차단했으니.”
“그리고 병력의 수도 적습니다. 저곳을 총괄하는 유운량이라는 사내가 워낙 치밀하고 꼼꼼해서 이제야 겨우 기회가 생겨 빠져나왔지만… 유운량이란 자는 현재 저곳의 병력이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조심하고 있습니다.”
“그렇게나 병력이 적은가? 하지만 저곳엔 레비오스도 있고..”
“모두 다 거짓입니다. 레비오스를 보이고 병사들도 일렬로 나열함으로써 많은 수로 보이게 했을 뿐입니다.”
쾅!
분노로 물든 테니움 후작이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그동안 유운량의 손에 놀아난 것만 생각하면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번엔 틀림없는 사실이겠지?”
“그렇습니다! 제 눈으로 직접 보고 온 사실들입니다. 거기다 유운량이란 자가 극도로 조심하며 정보가 세어나가는 것을 막았으니… 이번에야말로 놈의 약점을 틀어잡은 것입니다.”
“후우. 좋다. 그렇다면 망설일 필요가 없겠어. 모두 준비해라! 오늘 밤 놈들의 목을 취하러 간다.”
테니움 후작의 명령에 병사들이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유운량과 레비오스 군에게 복수할 수 있다는 생각에 한껏 고조된 분위기였다.
잠시간의 시간이 흐르고, 높이 떠올랐던 해도 모습을 감추었다.
테니움 후작군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어둠을 벗 삼아 조심스럽게 성이 있는 방향으로 진군했다.
“음?”
그때 테니움 후작이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성벽 주위로 뿌연 안개가 보였던 것이다.
“원래 저런 안개 같은 것이 있었나?”
“흐음… 습기 찬 공기였던 것 같긴 한데… 원래 이 지역엔 자주 저런 안개가 낀다고 하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흠…! 혹시라도 마법사들이 만들어낸 것일 가능성은?”
“기후를 조작하는 것은 고써클의 마법사들이나 가능한 겁니다. 거기다 저곳에는 마법사들이 없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그러니 우연의 일치일 뿐입니다.”
“그렇군. 알겠다.”
부관의 말에 테니움이 손을 번쩍 들었다.
그의 수신호에 군사들이 일시에 진군을 개시했다.
“테니움 후작님! 저기!”
부하들 중 한 명이 성벽 위를 가리켰다.
그곳에 나타나 있는 수많은 그림자들.
레비오스의 군사들처럼 보였다.
그러나 테니움 후작은 이미 보고를 들어 알고 있었다.
“신경 쓰지 마라! 저것들은 그 유운량이라는 놈이 만들어낸 인형들일 뿐이다! 진짜 병사들이 아니야!”
그의 외침에 군사들은 진격을 멈추지 않았다.
실제로 그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는 듯 성벽에서는 아무런 공격도 쏟아지지 않았다.
“그것 봐라! 저건 놈들의 눈속임일 뿐이다!”
테니움 후작군은 어느새 성벽 근처로 다다랐다.
몇몇 기사들이 성문 가까이로 다가갔다.
그들은 곧바로 성문을 열려 했다.
그러나 꽉 닫혀 있는 성문은 그들의 힘에도 꿈쩍 하지 않았다.
“안에서 걸어 잠근 것 같은데?”
“쯧. 도망갈 거면 곱게 도망갈 것이지.”
“문을 부숴버려라!”
도끼를 든 병사들이 성문 앞으로 다가왔다.
그들이 몇 차례 도끼질을 하자 성문에도 점차 흠이 가기 시작했다.
이어 기사들의 차징이 시작되니 성문도 더는 버티지 못하고 박살나버리고 말았다.
“안으로 들어가라!”
기사들을 선두로 병사들이 성문 안으로 들어섰다.
그 위에서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던 운량이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함정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제군들.”
성문이 열리고 기사들과 병사들은 눈앞에 나 있는 통로로 달리기 시작했다.
좌우는 물론이고 위에까지 막혀 있는 석길 속에서 그들은 앞만 보며 질주했다.
“뭐냐.”
“무슨 성벽 안쪽이 이렇게 생겨먹었어?”
“언제 이런 식으로 건물을…….”
그들이 한마디씩 내뱉을 무렵, 레비오스 군은 당황한 표정들을 짓고 있었다.
테니움 후작군이 자신들을 그냥 지나쳐 만들어진 길을 따라 움직였기 때문이다.
처음 유운량이 얘기를 꺼냈을 땐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지금은 눈앞에서 보고 있으니 믿을 수밖에 없었다.
“정말… 정말 적들이 저 길을 따라 순순히 말을 몰고 있습니다.”
“뭐에 홀리기라도 한 듯… 우리들이 만들어놓은 길을 따라…….”
“뭐, 뭣들 하고 있어! 적들이 쳐들어왔잖아! 모두 죽여!”
대기하고 있던 병사들이 창칼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어이없게도 테니움 후작군은 제대로 된 방어조차 못 하고 공격에 당해주었다.
그들은 레비오스의 군사들을 마주하고도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적들의 급습이다!”
“어디냐!? 대체 어디서 공격하는 거지!?”
“사방이 막혀 있는 돌벽인데… 대체 어디서…….”
“돌 어딘가에 구멍들이 뚫려 있을지 모른다! 모두 조심해!”
당장 레비오스 군을 눈앞에 두고도 그들은 무언가에 홀린 듯 주위만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그 틈을 타 레비오스의 군사들이 계속해서 공격을 쏟아내었다.
그럼에도 적들은 반격조차 하지 않고 정해진 미로길을 따라 끊임없이 질주했다.
“대체 어떻게 한 겁니까? 이런 방식으로 적들을 죽이게 될 줄은…….”
레비오스는 너무 놀라 이제는 헛웃음마저 나왔다.
그 무섭다는 테니움 후작군이 저렇듯 형편없는 꼴로 당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운량은 파초선을 살랑거리며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별것 없습니다. 그저 인간의 심리를 이용한 것뿐입니다.”
“안개는 어떻게 만들어내신 겁니까? 설마 마법사라도 되시는 건…….”
“후후 제게 그런 재주는 없습니다. 정말로 이 지역에는 이런 안개들이 자주 발생하곤 합니다. 저는 그 시기를 이용했을 뿐입니다.”
“아… 그럼 저 밑에는…….”
“밑에는 특별한 진을 설치해 두었습니다. 성문을 부수는 순간부터 발동이 되도록 만들어놓았지요. 저 성문을 부수고 안으로 들어선 순간부터 저들의 눈엔 끝없는 미로만 펼쳐지게 됩니다. 적어도 제 진법이 깨지지 않는 이상은 제가 만들어놓은 저 길을 따라 끝없이 돌고 돌겠지요.”
운량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고 있었지만 정작 레비오스는 두 눈을 큼지막하게 뜨고 있었다.
그가 멍하니 있는 때에 운량이 팔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그가 만든 인형 뒤에 숨어 있던 병사들이 일시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자아, 그럼 저들에게 마저 선물을 쥐어주도록 합시다.”
운량의 명령에 병사들이 활시위를 당겼다.
뿐만 아니라 미리 준비해 놓았던 커다란 돌덩이들을 성벽 아래로 굴리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총공세가 시작되자 테니움 후작군도 크게 당황하고 말았다.
“뭐냐?! 갑자기 놈들의 공격이 시작되었어!”
“테니움 후작님! 아무래도 함정인 것 같습니다! 놈들이 함정을 파고…….”
“또냐! 안에 들어갔던 기사들과 병사들은! 왜 소식이 없는 거지!?”
“모르겠습니다. 지금쯤이면 성벽을 장악하고도 남았을 시간인데…….”
부관의 말이 이어지고 있을 때 누군가 허겁지겁 달려와 소식을 알렸다.
“테니움 후작님! 함정입니다! 적들이 성벽 안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우리 군사들이 들어오자마자 공격을 시작했습니다! 더군다나 무슨 수를 썼는지… 성벽 안에 들어선 기사들과 병사들의 상태가 이상합니다! 뭔가에 홀리기라도 한 것처럼 성문 주변만 빙빙 돌고 있습니다!”
“홀려? 치잇. 벨제인이 손을 쓴 것인가…! 제기랄! 또 완전히 당해버렸구나! 모두 병력을 돌려라!”
테니움 후작은 하는 수 없이 병력을 물릴 수밖에 없었다.
계속해서 공격을 이어나가기엔 저 짙은 안개 속에서 상대가 또 어떤 수를 준비했는지 알 수 없었다.
더군다나 자신에게 들어온 정보는 모두 거짓.
온통 거짓 속이라 어느 것 하나 믿을 수 없었다.
“부관!”
“예.”
“우리에게 정보를 가져왔던 그 기수놈을 죽여라.”
“예? 예에……!”
“으아아아―! 제에기랄!! 카르마제님께는 뭐라 보고한단 말인가!”
결국 테니움 후작군이 퇴각하기 시작했다.
운량은 다시 손을 들어 공격 중지 명령을 내렸다.
성벽 밑에는 수천 명의 시체들이 보였다.
“단 한 번의 작전으로 이렇게…….”
한순간에 엄청난 피해를 입힌 운량을 보며 레비오스는 그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운량은 제 할 일을 다했다는 듯 이만 성벽을 내려왔다.
“나머지는 어떻게 합니까? 계속 이런 식으로 방어해야 합니까?”
“그것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미 제 주군께서 움직이기 시작했으니까요.”
“네……?”
“저들은 안에서부터 파괴될 겁니다.”
“그게 무슨…….”
“후후 벨제인님과 다른 분들이 저 카르마제의 진영으로 향할 겁니다.”
“말도 안 됩니다! 철옹성 같은 저곳에 어떻게 진입한다는 말입니까!?”
“뭐 어려울 것도 없지요. 저들은 제 손으로 문을 열어주게 될 겁니다.”
운량이 자신 있게 말하자 레비오스도 더는 함부로 대꾸하지 못했다.
저 사내의 자신감은 늘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에 하나 저 철옹성 같은 요새 안으로 들어갔다 한들… 카르마제님을 비롯한 그 많은 군사들은 어떻게…….”
“그것은 저희들이 고민할 일이 아닙니다. 그분이 고민할 일이시죠. 뭐… 이미 그런 것까지 다 생각하고 뛰어든 것은 아닐 테지만요.”
운량의 아리송한 말에 레비오스는 고개를 갸웃거리고만 있었다.
어쨌거나 그는 운량이나 벨제인 같은 이들이 자신의 편에 서 있다는 것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