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in Another 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216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216화
#3차 각성 퀘스트
“이… 이…… 크학……!”
카르마제가 두 눈을 부릅뜬 채 또 한 번 피를 쏟았다.
믿을 수 없어 자신의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칼라반의 주먹이 닿았던 부분은 멀쩡했다.
갑옷은 본래의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통증은 대체…….’
몸 안이 엉망이었다.
난폭한 기운이 흘러들어와 몸 안을 모두 박살낸 것처럼 느껴졌다.
마나홀도 다쳤는지 더 이상 마나를 끌어올릴 수 없었다.
“무슨… 짓을 한 거냐…….”
카르마제가 입가에 핏물을 닦아내었다.
털썩.
칼라반도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 또한 카르마제의 일격에 당한 것이다.
“카르마제님!!”
“왕이시여!!”
카르마제의 곁으로 다가오던 병사들과 기사들은 모두 놀란 얼굴을 보였다.
비교적 멀쩡해 보였던 갑옷은 가까이서 보니 전혀 아니었다.
등 부분의 갑옷이 완전히 박살나있었던 것이다.
“이럴 수가…….”
“안쪽에서 공격을 하기라도 한 건가……?”
그들은 서둘러 카르마제를 부축하려 했다.
“칼라반을 죽이려면 지금이다!”
“놈이 제정신을 못 차릴 때! 지금 죽여야 한다!”
“그래도 방심은 하지 마라! 상대는 제국의 전 대기사장이다!”
병사들과 기사들이 크게 소리쳤다.
몇몇 이들이 칼라반에게 다가가 공격을 가했다.
그들은 검과 창을 들어 칼라반을 향해 힘껏 찔러 넣었다.
카아앙!!
콰릉!
그러나 어느새 칼라반의 곁으로 다가온 로제리아와 자르칸이 이들의 검을 막아내었다.
“흡……!”
“언제…….”
휘리링―!
슈가각! 스걱!
환한 빛무리가 일어남과 동시에 기사들과 병사들의 몸이 두부 썰리듯 잘려나갔다.
로제리아는 재빠르게 칼라반의 상태를 살폈다.
“칼라반…….”
“괜찮다…….”
“당신 몸이…….”
“후우… 이 정도로는… 쓰러지지 않아…….”
칼라반은 힘겹게 다시 몸을 일으켰다.
그와 다르게 카르마제는 아직까지도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부르르 떨리는 손으로 칼라반을 가리켰다.
“제기랄… 방심했어… 이런 수를 숨겨두었을 줄이야……!!”
카르마제의 두 눈썹이 역팔자로 휘었다.
그러나 몸은 마음대로 따라주지 않았다.
철저히 안에서부터 파괴된 몸은 고통의 비명만 지르고 있을 뿐이었다.
“일단 안쪽으로 피하셔야 합니다!”
“맞습니다. 몸부터 가누시고…….”
기사들이 곁으로 다가와 그를 끌어안았다.
“이것 놔라! 적을 두고 어딜 간단 말이냐!”
그러나 카르마제는 이미 이성을 잃고 있었다.
그는 격렬하게 몸부림치며 자신의 뜻을 완고하게 내비쳤다.
하지만 군사들은 그의 뜻에 순순히 따라주지 않았다.
그들은 억지로라도 카르마제를 뒤편으로 옮기려 했다.
“꼴사납구나 카르마제…….”
칼라반이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그를 내려다보았다.
그 모습이 카르마제로 하여금 더욱 분노케 했다.
“크아아―! 저 찢어죽일 놈이……!”
열심히 소리치고 있었지만 카르마제는 수하들의 손에 이끌려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그 앞을 카르마제의 군사들이 막았다.
그들은 부상으로 쉽게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칼라반을 노렸다.
“가자!”
병사들이 일제히 칼라반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를 지키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로제리아였다.
로제리아는 단숨에 수십 명의 병사들을 베어내었다.
이어 자르칸의 창이 기사들 틈을 헤집었다.
“모두 대장을 지켜라!”
“주군을 지키는 거다!!”
어느새 칼라반을 중심으로 모두가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들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칼라반에게는 단 한 명도 접근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남아 있는 어둠의 정령들도 칼라반의 곁으로 모였다.
그들이 한데 뭉치고 카르마제의 군사들도 칼라반 일행을 에워쌌다.
“아직도 개떼처럼 많네.”
주변을 한 차례 둘러본 요쿠스가 한숨 쉬듯 말했다.
그러나 그의 입은 웃고 있었다.
“뭐가 그렇게 웃긴 거냐?”
“그냥 신나잖아. 이렇게 다시 싸울 수 있다는 게. 그동안 가문 안에만 박혀 있어서 따분해 죽는 줄 알았다고.”
“그래서 실력이 많이 녹슬었나 보군?”
폰투랑이 요쿠스의 몸을 보고 말했다.
그의 몸 여기저기 상처가 가득했다.
“그러는 너도 실력 좀 많이 죽었나봐?”
“아직 거뜬하다.”
“그럼 어디 한 번 보자고. 이 지옥 속에서 누가 더 멀쩡히 살아남는지.”
그들은 다가오는 수많은 군사들을 바라보았다.
잠깐의 휴식을 취했던 쥬피로스도 다시 마법을 준비했다.
“두 번의 기회는 없습니다. 이번에 확실히 카르마제를 처리해야 합니다.”
“아아 당연하지. 우리 대장이 어떻게 만들어준 기회인데…….”
“그나저나 대장은 괜찮은 건가?”
모두가 뒤에 있는 칼라반을 바라보았다.
그는 눈을 감고 몸을 추스르고 있었다.
카르마제에게 당한 상처들이 아직까지도 화끈거렸다.
특히나 구멍이 뚫린 배는 엄청난 통증을 안겨주고 있었다.
눈앞엔 연신 경고 메시지가 떠올랐다.
“후욱… 후욱…….”
칼라반이 계속해서 뜨거운 숨을 내뱉었다.
어떻게 해서든 이겨내야 한다는 생각에 무리를 하고 말았다.
카르마제가 그 마지막 순간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자신을 공격할 줄은 몰랐다.
아니 알았다 한들 방어해낼 수도 없었다.
“하긴 살을 주고 뼈를 취할 생각이기도 했으니…….”
그가 홀로 앉아 있는데 누군가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
새하얗고 고운 손이 칼라반을 향해 무언가를 내밀었다.
“드세요.”
“이건…….”
“일전에 아버님께서 위급한 상황에 마시라고 주셨던 거예요.”
로제리아가 칼라반에게 내민 것은 붉은 물이 담긴 아름다운 병이었다.
칼라반은 자연스럽게 그것을 받아들었다.
[성스러운 엘릭서.오랜 신관의 힘이 담긴 소중한 엘릭서입니다. 영험한 힘이 담긴 만큼 엘릭서의 효과는 뛰어날 것입니다. 항간에는 죽은 사람도 살려낸다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설명을 읽어본 칼라반이 로제리아를 올려다보았다.
그녀는 칼라반이 무슨 말을 할 줄 안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괜찮아요. 어차피 저는 쓸 일이 없는 물건이에요. 오랫동안 가지고만 있느니 당신이 사용해주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쓴다면 아버님께서도 이해해 주실 거예요.”
“고맙군…….”
“빨리 그걸 마시고 기운 차려요. 그리고 칼라반 당신이 이 전쟁의 마무리를 짓는 거예요. 카르마제의 숨통을 끊는 것도 당신의 몫이니까요.”
할 말을 마친 로제리아가 돌아섰다.
말은 안 해도 그녀 또한 이 전쟁을 위해 남들보다 몇 배는 노력해주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이클립스의 하데르부터 만인대장 요쿠스까지도 모두가 필사의 노력을 가했다.
그들의 무력 앞에 카르마제의 대군마저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그들의 눈앞엔 수많은 군사들이 존재했다.
로제리아와 자르칸, 폰투랑, 하데르가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었지만 적들의 숫자는 이곳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로제리아는 그 속에서도 발키리 대장답게 엄청난 힘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녀가 지나가는 곳엔 쉴 새 없이 번개가 내리쳤다.
어느새 로제리아의 전신이 푸른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이 푸른빛이 넘실거릴 때마다 수많은 군사들이 비명을 토하며 쓰러지고 말았다.
전장에 있는 그녀의 모습은 전신(戰神) 그 자체였다.
“대체 뭐 하는 여자야…….”
“도저히… 상대가 안 되잖아…….”
근처에 있던 카르마제의 군사들도 하얗게 기가 질린 모습을 보였다.
그들은 감히 로제리아에게 접근조차 할 수 없었다.
카르마제도 그녀의 모습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저건 누구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렇게 아름다운데다 엄청난 검술실력까지 보유하고 있다면… 이미 알려진 누군가일 것 같습니다만…….”
“분명 엄청난 실력을 지니고 있지만 마나가 무한정이진 않을 거다.”
“맞습니다.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혼자 이 수많은 대군을 상대할 순 없습니다.”
“그래… 다른 녀석들도 서서히 체력의 한계가 온 것 같으니 이대로 밀어 붙인다면 승산은 있다……!”
카르마제의 말에 따라 군사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카르마제 대신 비자르 후작과 테니움 후작을 선두로 했다.
“괴물 같은 놈들…….”
“그래도 조금만 더 하면 이 전투는 끝이 난다.”
비자르 후작과 테니움 후작도 저들을 보며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
아군일 때는 몰랐는데 적군으로 마주하니 만인대장들의 진정한 무서움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수하들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벌써 몇 번씩이나 목숨을 잃을 뻔했다.
그러니만큼 그들은 누구보다 심기일전하며 적들에게 돌진하고 있었다.
“후우…….”
칼라반은 로제리아가 주고 간 엘릭서의 뚜껑을 열었다.
안락함을 주는 향기가 코끝에 스며들었다.
그는 곧바로 엘릭서를 입에 가져갔다.
따뜻하면서도 포근한 목넘김이었다.
그와 함께 전신에 활력이 샘솟기 시작했다.
목을 타고 들어간 따뜻한 기운은 빠르게 온 몸을 감싸 안았다.
특히나 상처를 입은 쪽에 기운들이 집중되었다.
칼라반은 곧바로 가부좌를 틀어 운기행공에 들어갔다.
단전의 내기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따뜻한 기운이 내기에 점차 스며들어 갔다.
내공은 단숨에 힘을 더해 칼라반의 전신을 활보했다.
[수라윤회심공이 활성화되었습니다.] [상처들이 회복되고 있습니다.] [내공이 증진되었습니다.] [내공이 증진되었습니다.]…….
이어 많은 메시지들이 그의 눈앞에 떠올랐다.
하지만 이것들을 확인할 여유 따윈 없었다.
그는 상처의 치료에 좀 더 집중을 가했다.
지금은 다른 것보다 빠르게 몸을 회복하고 전장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했다.
그러니만큼 그는 자신의 내공과 엘릭서의 기운을 운용하는데 집중했다.
기운이 움직일 때마다 칼라반의 몸에서 환한 빛무리가 일기 시작했다.
“음……?”
이를 눈여겨 본 쥬피로스가 재빨리 칼라반의 곁을 지켰다.
뿐만 아니라 그는 마법을 사용해 칼라반의 몸을 가려주었다.
그때 칼라반의 눈앞으로 다른 메시지가 떠올랐다.
띠리링!
[요구 조건을 모두 달성하여 3차 각성 퀘스트가 발동되었습니다.] [3차 각성 퀘스트의 영향으로 1시간 뒤 수련의 공간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미리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 운기조식(명상)을 실행해주시기 바랍니다.(운기조식을 실행할 시 곧바로 수련의 공간으로 입장하실 수 있습니다.)]‘각성 퀘스트……?’
그가 다른 무언가를 할 새도 없었다.
이미 운기조식을 행하고 있던 칼라반은 곧바로 수련의 공간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어둠의 정령들이 그를 보호하기 위해 쥬피로스가 만든 방벽 안으로 들어섰다.
“이거 무슨 일이 벌어지긴 한건가보군요…….”
이를 지켜보던 쥬피로스가 입술을 깨물었다.
어쨌거나 당분간 칼라반은 전투불능의 상태였다.
“대장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건가!?”
“무슨 일인가.”
“어떻게 된 거지?”
일시에 다가온 이들이 쥬피로스를 향해 물었다.
그러나 그는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쥬피로스라고 작금의 상황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을 리 만무했다.
그래도 한 가지는 확실했다.
어떻게 해서든 그를 지켜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섬전과도 같은 속도로 움직이던 로제리아가 칼라반의 곁에서 멈춰 섰다.
“칼라반은 곧 돌아올 거예요. 그러니 저는 무슨 일이 있어도 그를 지킬 겁니다.”
로제리아가 검을 들어올리며 말했다.
어느새 그녀를 중심으로 다들 모여들었다.
“물론입니다.”
“당연한 말씀을.”
그들은 다시 제 2차전을 준비했다.
쓰러져 있던 카르마제는 뒤편에서 신관들에게 치료를 받고 있었다.
그 또한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충분히 읽어내고 있었다.
“그렇지. 그런 상처를 입고도 네놈이 무사할 리 없지.”
그는 힘겹게나마 다시 몸을 일으켰다.
“카르마제님!”
“아직 움직이시면……!”
“흥. 칼라반… 네놈이 지옥에서 돌아왔다면 다시 돌려보내면 그만이다.”
카르마제가 다시 창에 손을 가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