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in Another 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222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222화
#즉위식
다행히 포르노아 레비오스의 즉위식은 별 탈 없이 이루어졌다.
포르노아 가문에서 많은 신경을 쓴 것도 있었지만 운량과 쥬피로스가 그들을 도와준 덕분도 있었다.
거기다 어떻게 알았는지 체르피히까지 찾아와 많은 돈을 들여 주면서 파티도 화려하게 장식할 수 있었다.
레비오스는 제국뿐만 아니라 각국의 많은 인사들에게 끊임없는 축하 인사를 받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한데 모여 축제를 벌일 동안 칼라반은 조용한 곳에 떨어져 홀로 앉아 있었다.
“축제가 즐겁지 않으신가요?”
칼라반이 있는 곳으로 다가온 히리엘 공주가 슬쩍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자 칼라반도 고개를 돌렸다.
“히리엘 공… 아니 왕녀님이십니까.”
“아직 그런 호칭은 이른 것 같아요.”
“곧 왕녀님이 되실 테니까요.”
“어색해요 갑자기 그런 말투는… 그냥 지난번처럼 말을 편하게 하셔도…….”
히리엘은 자연스럽게 칼라반의 곁에 앉았다.
다만 칼라반은 그런 히리엘의 태도에도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듯 보였다.
“이제 일국의 왕녀이시니 제가 말을 높이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칼라반님이 저보다 훨씬 더 대단한 분이시잖아요…….”
“저는 그리 대단한 자가 아닙니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따르고 있잖아요?”
“그저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거짓말… 운만으로 이렇게 될 순 없어요. 그만한 인성이나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하죠.”
“그렇습니까.”
칼라반은 가볍게 웃어 보이며 허공을 응시했다.
히리엘은 저도 모르게 칼라반의 미소에 시선을 빼앗겨 버렸다.
그녀는 자연스레 칼라반의 시선이 향하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보이는 것은 밤하늘의 별들뿐이었다.
“만약… 정말 만약에 제가 레비오스님을 만나기 전, 당신을 먼저 만났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히리엘은 자신이 말해놓고도 화들짝 놀라 손을 볼에 가져갔다.
양쪽 볼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반응에 두 눈만 꿈뻑였다.
“글쎄요.”
그러나 돌아오는 답은 무미건조했다.
히리엘은 괜히 볼에 바람을 집어넣으며 볼멘소리를 내뱉었다.
“그게 뭐에요. 과연 아무 일도 없었을까요?”
“아무 일도 없었을 겁니다.”
이번에도 돌아오는 답은 단호하고 짧았다.
그러자 괜한 오기가 생겼다.
“어떻게 장담할 수 있죠?”
“그럼 무슨 일이 일어나야 합니까?”
“그… 그건…….”
칼라반의 물음에 히리엘이 시선을 피하고 말았다.
그녀는 우물쭈물하며 선뜻 답을 내놓지 못했다.
“제게는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그러니 공주님과 먼저 만났다 한들 다른 어떤 일이 일어나진 않았을 겁니다.”
“해야 할 일은… 그때 말씀하신 제국에 대한 복수 말인가요?”
“그렇습니다.”
“그럼 그 복수를 다 한 뒤에는요? 복수가 끝나면 뭘 할 생각이시죠?”
이번에는 칼라반의 입이 닫히고 말았다.
늘 복수에 대한 생각만 했을 뿐 그 이후에 대해선 사실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생각해본 적 없는 모양이군요.”
“당장은 눈앞에 있는 일들에 집중하기도 벅찹니다.”
“그렇겠죠…….”
히리엘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묻어나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감추기 위해 노력했지만 표정에 드러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오… 여기에 있었구나.”
히리엘 공주를 찾고 있던 히츨라 국왕이 다가왔다.
그를 본 칼라반도 인사를 건넸다.
“아 그대는…….”
히츨라 국왕도 칼라반을 알아보는 듯 했다.
히리엘뿐만 아니라 이나쿠스의 왕으로 즉위한 레비오스도 거듭 그를 살폈었다.
때문에 히츨라 국왕도 그를 눈여겨보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반갑소. 코치나 왕국의 국왕 히츨라요.”
“공민입니다.”
“아아… 그대가 공민이었군! 레비오스에게 많이 들었네.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아닙니다. 모두 레비오스님이 해낸 일입니다. 저는 그저 곁에서 거들었을 뿐입니다.”
“그게…….”
히츨라 국왕이 말을 이으려는 때 그들의 곁으로 로제리아가 다가왔다.
그녀를 본 히츨라 국왕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았다.
로제리아의 얼굴이 낯이 익었던 탓이다.
“당신은… 로제리아님?”
“오랜만에 뵙는군요.”
“어째서 이곳에…….”
“사정이 있어요.”
“하지만 당신은 라카이 왕국에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이제 저와 라카이 왕국은 관련이 없어요.”
“그럴 리가… 그럴 수는 없지 않습니까? 로제리아님은 라카이 왕국의…….”
“히츨라 국왕님. 죄송하지만 다음에 얘기하도록 해요.”
“아…….”
히츨라 국왕은 입맛을 다시며 말을 멈추었다.
그러나 아직 놀란 가슴은 진정이 되질 않는 모양이었다.
로제리아는 칼라반과 얘기를 나누며 자리를 떠났다.
칼라반은 자리를 벗어나기 전 히리엘과 히츨라 국왕에게 가벼운 인사를 건넸다.
“아버님은 저 여자 분이 누군지 알고 계시는 건가요?”
“물론…….”
“대체 어떤 분이에요? 저렇게 아름다운 여성 분이 공민님과도 가까워 보이니…….”
“그래? 저 두 사람의 사이가 가까운가?”
“네. 그래서 조금 신… 아니 궁금해서요.”
“히리엘.”
“네 말씀하세요 아버지.”
“혹시나… 아주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이다만… 너 저 사내에게 마음이 있는 것은 아니겠지?”
“에이 설마요. 제가 어떻게… 거기다 저는 이미 레비오스님과…….”
“그냥 네 눈빛이 마음에 걸려서 하는 말이다.”
히츨라 국왕이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말했다.
그러나 히리엘에게선 이렇다 할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네 마음이 그렇든 아니든. 포기하거라. 저 사내는 네가… 아니 우리가 넘볼 수 있는 사람이 아닌 것 같다.”
“어째서요?”
“저 여인이 누군지 알고 싶다 했지?”
“네.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이름은 로제리아. 라카이 왕국의 공주이자, 라카이 왕국 최고 전투 집단인 발키리들의 대장이기도 하다.”
“네? 그런 사람이 왜…….”
“나도 잘 모르겠다… 저런 거물이 어째서 저 사내의 곁에 있는지… 혹시 너는 뭔가 아는 것이 없는 거냐?”
히츨라 국왕의 물음에 히리엘은 말을 꺼내려다 이내 닫아버렸다.
일전에 레비오스에게서 칼라반에 관한 것들은 함부로 주위에 누설하지 말아달라는 얘기를 들었다.
물론 그게 아니더라도 칼라반에 관해서 함부로 말하고 다닐 생각은 없었다.
거기다 어디 있는지도 모를 어나니머스가 곁에서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을지 몰랐다.
그러니 더더욱 말을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
“아뇨… 저도 잘…….”
“그래? 그럼 되었다. 아무튼 이제 너는 레비오스 왕과 함께하게 되었으니. 그것만으로도 기쁜 일이 아니더냐? 다른 것들은 생각하지 말자구나!”
히츨라 국왕이 진심으로 기뻐하며 말했다.
그러나 히리엘의 귀엔 그의 말이 전혀 들리지 않고 있었다.
한편 자리를 벗어난 칼라반의 곁에는 로제리아뿐만 아니라 벨제인도 함께하고 있었다.
“히리엘 공주가 당신에게 아무런 말도 하질 않던가요?”
“별 말 없었다.”
“그래요? 의외네…….”
“무슨 뜻이지?”
“아니요 그냥… 저 여인네가 칼라반님을 바라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아서 말이에요.”
“그런가.”
“그래도 혹시 모르니 조심하세요. 조금 알아보니까 본인의 아름다운 얼굴만 믿고 이 남자 저 남자 갈아치우는 모양이니까.”
“반대일 수도 있지.”
“네……?”
“아니다.”
벨제인이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히리엘 쪽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칼라반의 뒷모습을 좇고 있었다.
“그나저나 무슨 얘기길래 나를 따로 불러낸 거지?”
“제가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미리 와있던 운량이 칼라반을 맞이했다.
운량뿐만 아니라 라그나로크의 인사들도 함께 자리해 있었다.
“주군께 연락을 취해온 자가 있습니다.”
“나한테?”
“예. 라그나로크의 블레이드인 카드밀라입니다.”
“카드밀라……?”
칼라반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분명 블레이드들은 회의할 때 모두 만나봤었다.
“기분 나쁜 여인한테서 연락이 온 거로구만…….”
곁에 있던 아라카인이 똥씹은 표정으로 말했다.
“카드밀라가…….”
“그 왜 있잖아? 병 걸린 것 같은 얼굴을 하고서 머리카락은 젖어 있는 것처럼 늘어져 있는…….”
“아… 생각나는군…….”
“기분 나쁜 여자야. 될 수 있으면 엮이지 않는 편이 좋다.”
“그런데 카드밀라가 내게 무슨 일로 연락을 취해온 거지?”
“그게… 카드밀라 측에서 누군가를 붙잡아 두었다고 합니다.”
“누구를?”
“헤이나님인 것 같습니다.”
운량의 답에 칼라반이 미간을 찌푸렸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설명해달라는 눈빛에 운량이 다시 입을 열었다.
“사실 주군께서 이곳에 계시는 동안 라그나로크에도 변화가 있었습니다. 우선 하르스마이어가 죽고 아라카인님도 블레이드의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두 개의 공석이 생겨버렸습니다. 그래서 새롭게 블레이드로 올라선 자가 있습니다.”
“그게 누구지?”
“루시엔님과 벤레드라는 자인데… 루시엔님이 블레이드로 올라서면서 헤이나님도 조급함을 느꼈나봅니다. 그래서 블레이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카드밀라 측과 전투를 벌인 것 같은데…….”
“진거군.”
“그렇습니다.”
“헤이나답다고 해야 할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쪽에서 요구하는 것이 있나?”
“다른 것보다 칼라반님과 대화를 나눠보길 원하더군요.”
“대화를?”
“그렇습니다.”
칼라반은 선뜻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을 할지 가서 직접 들어봐야겠군.”
“그럼 곧바로 떠나실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알겠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뭐지?”
“아직 제국 쪽에선 뚜렷한 움직임이 없지만 한 군데에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게 어딘가.”
“바빌레니아 왕국입니다.”
“테오스가 있는 곳이로군.”
“그렇습니다.”
평소 조심성이 많기로 유명한 테오스였다.
헛된 소문이라도 신경이 쓰인다면 먼저 조사해보는 편이었으니, 그가 움직이는 것도 이상하진 않았다.
“그런데 테오스는 병상에 누워 있다고 하지 않았나?”
“그렇습니다. 오랜 지병으로 현재 많이 약해져 있는 상태입니다. 거기다 몸이 좋지 않은 상태로 고모아와 싸우며 무리까지 했으니…….”
“그랬나…….”
“아들 로페에게 왕위를 승계하고 뒤로 물러나 있으나… 아직 많은 방면에서 도와주고 있는 듯합니다.”
“녀석답군.”
“그리고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말해라.”
“테오스의 아들인 로페는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쥬피로스의 질문에 칼라반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가 선뜻 답을 내놓지 않자 쥬피로스가 다시 말을 이었다.
“현재 바빌레니아 왕국의 가장 큰 문제는 로페 왕입니다.”
“그게 무슨 말이지?”
“테오스와 다르게 로페는 망나니 기질이 있습니다.”
“망나니?”
전혀 생각지도 못한 단어에 칼라반이 인상을 찌푸렸다.
다른 이들도 흥미가 동했는지 쥬피로스의 입만 바라보았다.
“그렇습니다. 바빌레니아 왕국에서 로페 왕은 이미 폭군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테오스가 있는데 그게 가능한 일인가?”
“워낙 귀하게 얻은 자식이라 그런지 테오스도 엄하게 대하지 못한 모양입니다. 더군다나 테오스가 아들을 끔찍이도 아끼는 바람에 다른 귀족들조차 로페에게 함부로 쓴소리를 하지 못했습니다. 실제로 로페의 귀에 거슬리는 얘기를 했다가 처형당한 귀족들도 존재합니다.”
“그러니 더욱 안하무인이 되었겠군.”
“예.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 날이 갈수록 폭정이 심해져 벌써부터 민심을 많이 잃은 상태입니다.”
“별일이로군… 천하의 테오스가 그런 아들을 두다니… 다른 것은 몰라도 테오스만큼은 민심을 얻는데 능한 능력을 지니고 있었는데…….”
“아이러니한 일이지요. 뭐… 자식 농사만큼은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법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