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in Another 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246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246화
#배신
“이게… 무슨 짓이야? 이쪽은 너희를 도와주려 했는데?”
“맞아… 그건 고맙게 생각해.”
“근데 왜…….”
벨제인이 팔뚝에 손을 가져갔다.
날카로운 것에 베여 상처가 벌어져 있었다.
더군다나 독이 묻어 있었는지 상처가 순식간에 썩어 들어가고 있었다.
“나는 명령에… 따라야 해…….”
“명령?”
“제드록스님이… 너희들을… 잡아두래…….”
“제드록스? 제드록스가 너희를 이렇게 괴롭혔다며?”
벨제인의 시선이 키드밀라에게 향했다.
카드밀라보다는 언니인 그녀와 더 자유로운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때 키드밀라가 안색을 굳혔다.
“사실… 우리는 제드록스님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는 거였어…….”
“뭐……?”
“제드록스님에게 연락이 왔어… 우리가 그때의 그 아이들인 것을 이미 알고 있었나봐…….”
카드밀라와 키드밀라가 동시에 입술을 바르르 떨었다.
공포.
그녀들에게 각인된 것은 철저한 공포였다.
“그래서? 그래서 지금…….”
“제드록스님께서는 너희의 죽음을 원해.”
“왜? 우리들이 칼라반님과 관련이 있어서?”
벨제인의 물음에 그녀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가 차서 헛웃음밖에 안 나왔다.
“이미 너희들은 제드록스의 손아귀에서 벗어났잖아? 근데 왜 이런…….”
“아냐… 우리는 그러지… 못했어. 다 알고 있었던… 거야… 우리가 누군지를…….”
카드밀라가 괴로운 듯 머리를 박박 긁어대었다.
이어 그녀의 자해가 시작되었다.
“그만!! 그만해 동생아!!”
키드밀라가 황급히 그녀를 말렸다.
내리치던 단검이 키드밀라의 팔뚝에 박혔다.
“봤지? 우리들에게 제드록스는 이런 존재야…….”
“하… 정말 미치겠네. 너희들 바보야? 칼라반님이라면 충분히 너희들을 지켜주고도…….”
“아니… 우리들은 우리 스스로가 지켜. 아무도 믿지 않아.”
키드밀라가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그녀의 굳은 표정에 벨제인도 하는 수 없었다.
그녀도 얼음장같이 차가운 얼굴을 보였다.
“좋아. 판단은 너희들의 몫이야. 근데 한 가지 알아둬. 제드록스가 어떤 놈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돌아선 칼라반만큼 무서운 인간을 본 적 없어. 너희들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칼라반은 그렇게 자비로운 사람이 아니야.”
“상관없어…….”
“그래, 알겠다. 판단은 너희들의 몫이니까.”
벨제인의 머릿속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당장 저 두 명이 합공해 온다면 자신은 버텨낼 수 없었다.
마력이 온전하게 모인다면 또 모를까.
무슨 짓을 해놓았는지 아무리 애를 써 봐도 마나홀의 마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마법은… 사용하지 못할 거야. 물론 나도 마찬가지고.”
“역시… 키드밀라 네가 뭔가를 해놓은 모양이구나?”
“응. 이 공간에 마나가 배열되지 못하도록 만들어놨어. 너도 마법을 쓰지 못하겠지만 그건 나도 마찬가지. 하지만 이쪽엔 카드밀라가 있어.”
쾅!
카드밀라가 무기를 들어올렸다.
그녀는 두려움 가득한 눈으로 벨제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두려움은 벨제인 때문이 아니었다.
카드밀라는 보이지 않는 누군가를 보며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아마 그것은 카드밀라에게만 존재하는 무언가일 터였다.
“곤란하게 되었네.”
여기저기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카드밀라와 키드밀라가 이끄는 가족들.
모두 그녀들처럼 사연이 많은 자들이었다.
그렇기 때문인지 카드밀라 자매의 도움을 결코 잊지 못했다.
한 마디로 두 자매를 위해 언제든 목숨을 바쳐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손발이 될 수 있는 몇몇만 거두어들였다더니… 그것도 거짓말이었나보네…….”
순식간에 수십 명의 사람들이 튀어나왔다.
어디서 대기하고 있었는지 곳곳에서 병장기를 꺼내들고 있었다.
“걱정 마. 너 말고 함께 온 그 기사랑 다른 사람들도 금방 죽여 줄 테니까. 아니, 어쩌면 이미 죽었는지도 모르지.”
콰라랑!!!
그때 거친 소리와 함께 석문이 부서졌다.
이어 피칠갑을 한 레기온이 안쪽으로 들어섰다.
“당신…….”
“살아 있었군요, 벨제인.”
“그쪽도 습격을 받은 건가요?”
“제대로 당했지 뭡니까.”
레기온이 검을 어깨에 걸치며 말했다.
그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피했습니다. 이제 그쪽만 남은 것 같은데… 아니, 그러고 보니 안쪽에 로제리아님이 아직…….”
“뭐!? 로제리아님이 왜 아직 여기에 있죠?”
“알고 보니 마음 약하신 분이더라고. 도움은 거절하지 못해.”
“설마…….”
두 사람의 시선이 카드밀라 자매에게로 향했다.
그때서야 그녀들이 사악한 미소를 보였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 중 가장 위험한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로제리아를 말할 수 있었다.
그녀는 두 사람이 어찌할 수 있는 수준의 인물이 아니었다.
때문에 다른 방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참 다행이에요. 그런 괴물 같은 여자도 다른 것에는 약하더라고요. 특히나 저번 싸움에서 느낄 수 있었죠. 칼라반과는 다르게 그녀에겐 독에 대한 내성이 전혀 없다는 것을.”
“로제리아님께 독이라도 썼다는 얘기냐?”
“네. 그게 제가 가장 자신 있는 분야니까요.”
키드밀라는 싱그러운 미소와 함께 레기온을 가리켰다.
“그쪽도 이미 중독되었을 걸요? 맞죠?”
“…….”
레기온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의 반응에 벨제인의 얼굴에도 낭패한 기색이 역력했다.
당장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나가야 할지를 생각하느라 머릿속이 잔뜩 헝클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길게 생각할 것 없습니다. 제가 책임지고 두 사람을 이곳에서 벗어나게 하겠습니다.”
“어떻게요? 당장 눈앞에 저렇게 많은 적들이 있는데…….”
“날 너무 과소평가하시는군요. 제국의 심판관은 아무나 올라설 수 있는 자리가 아닙니다.”
스륵―
레기온이 검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검붉은 아지랑이가 검신에 퍼졌다.
“앞장서겠습니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레기온이 대지를 박찼다.
그를 막아서기 위해 몇몇 검사들이 앞으로 나섰다.
휘리링―!!
콰라랑!!!!
십자 모양으로 날아간 검붉은 오러가 단숨에 그들을 찢어발겼다.
놀란 카드밀라가 무기를 휘둘렀다.
낫과 오러가 부딪히자 강한 충격음이 터져 나왔다.
레기온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벨제인의 손을 덥석 잡고 로제리아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이, 이봐요!”
“잔말 말고 따라오십시오. 우선은 로제리아님의 안전을 확인해야 합니다.”
“…….”
안되겠다 싶었는지 레기온은 벨제인을 안아들었다.
조그마한 벨제인의 몸이 레기온의 품속에 안겨들었다.
레기온은 발걸음을 재촉해 로제리아가 있는 공간에 들어섰다.
“로제리아님.”
숨을 몰아쉬는 로제리아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많은 땀을 흘리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레기…온…….”
“모시러 왔습니다.”
“조심…해요… 이 공간엔 독이…….”
“알고 있습니다.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벨제인을 한 손으로 들쳐 업은 레기온이 다른 한 손으로 로제리아를 안아들었다.
두 여인을 번쩍 안아든 레기온이 다시 발길을 돌렸다.
휘리릭―!
휘링!!
뒤에서 검격이 날아들었음에도 레기온은 가볍게 피해내었다.
이어 석벽의 불들이 모두 꺼지기 시작했다.
“우리 재밌는… 놀이를… 해볼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과연 당신들이 잘 빠져나갈 수 있을까요?”
한쪽에서 카드밀라 자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레기온은 코웃음으로 답해주었다.
“웃기는군. 그러게 너희들은 나를 너무 과소평가 한다니까.”
레기온이 두 눈을 감았다.
맹인으로 살아왔던 그때의 감각들이 순식간에 다시 살아나고 있었다.
코끝에 전해지는 냄새와 귓가에 들려오는 여러 소리들.
그 속에서 레기온은 어렴풋이 출구가 어딨는지 짐작해낼 수 있었다.
“이, 이봐요… 정말 괜찮은 거예요?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데?”
“칼라반님을 모시는데 어둠을 두려워하면… 어디 가서 칼라반님을 모신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아…….”
벨제인의 귓가에 날카로운 바람소리가 들렸다.
적들이 휘두른 검이 귓가를 스쳐지나간 것이다.
놀랍게도 레기온은 어둠 속에서 날아오는 공격들을 모두 피해내고 있었다.
벨제인뿐만 아니라 로제리아까지 어깨에 들쳐 멨음에도 움직임엔 거침이 없었다.
이 공간이 눈에 훤히 보이기라도 하는 것처럼 레기온은 단숨에 출구를 찾아내었다.
“내려주세요…….”
몸을 어느 정도 회복한 로제리아가 힘겨운 소리로 내뱉었다.
그러나 레기온은 이를 가볍게 무시하며 내달렸다.
“계속해서 업고 있을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움직이는 것이 빠를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당신도…….”
“걱정 마십시오.”
레기온의 말과 다르게 그의 한쪽 팔은 푸르스름하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한참을 뛰어가는 그들의 앞에 일단의 무리가 나타났다.
“어딜 그리 가시나?”
“……!”
심상치 않은 이들의 등장에 레기온이 멈춰 섰다.
벨제인과 로제리아가 이틈에 내려섰다.
“대단들 하네. 키드밀라의 독은 독하기로 유명한데.”
“너희들은…….”
“우리는 제드록스님을 모시는 종들 중 하나다.”
“제드록스의 수하들이었나… 벌써 여기까지 왔군.”
“마침 우리가 이 근처에 있었거든.”
탁.
얼굴에 기괴한 문양들을 그려놓은 사내가 지팡이를 두드렸다.
그러자 대지를 뚫고 언데드들이 기어 올라왔다.
“네크로맨서로군…….”
순식간에 만들어진 언데드 대군에 레기온이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저런 하위 언데드들은 그다지 강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가장 거슬리는 점이 있었으니, 바로 회복력이었다.
술사의 마나가 버텨주는 한 언데드들은 계속해서 몸을 회복해 덤벼들어왔다.
결국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까다로운 상대임을 부정할 수 없었다.
레기온이 슬며시 검을 들어올렸다.
“그래. 발버둥 칠 줄 알았어. 그리고 난 사실 이 편이 좋아. 그래야 더 재밌거든. 얘들아 먹어치워라.”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언데드들이 흉포한 모습으로 뛰어들었다.
로제리아가 검을 집었다.
그러자 레기온이 그녀를 말렸다.
“아직 온전한 상태가 아니질 않습니까. 힘을 아끼십시오.”
“미안해요… 다른 사람도 아닌 제가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만들어 내다니…….”
“그런 말씀 마십시오. 당신도 사람입니다. 얼마든지 실수를 할 수 있는 법입니다. 오히려 저는 다행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네?”
“당신에게서 인간적인 면을 보았으니까요. 칼라반님께서도 당신의 이러한 점들을 알아봐주시겠죠.”
“지금 둘이 그런 잡담이나 할 때에요? 상황이 좋지 않다고요.”
벨제인이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속속들이 모여드는 적들이 보였다.
“그래도 쟤들이 하나 간과한 것이 있네요.”
“……?”
“여기서는 마법을 쓸 수 있는데요?”
벨제인의 위로 푸른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아지랑이 속에서 커다란 눈동자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파아앙―!!!
거센 충격파가 퍼지고 언데드들이 서로를 향해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덕분에 레기온도 얼떨떨한 얼굴을 보였다.
“이건…….”
“내가 누군지 잊었나본데, 마법만 쓸 수 있으면 네크로맨서쯤 간단하죠. 그리고…….”
벨제인이 한쪽 팔을 걷어 올리자 푸른 베리어가 그들을 감쌌다.
이어 다른 쪽 손아귀를 펼치니 기괴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공간을 울리는 엄청난 소리에 적들이 귀를 틀어막고 주저앉기 시작했다.
“자아, 이제 가볼…….”
콰직!!
벨제인이 손을 거두며 움직이려는 때 날카로운 화살이 그녀의 어깻죽지를 관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