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in Another 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247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247화
#제드록스의 등장
“명중.”
“오홋홋 활솜씨 한 번 기가 막히구나 호인드.”
“그나저나 우리가 먼저 안 왔으면 꼼짝없이 놓칠 뻔했습니다 페이문더님.”
“그러게… 생각보다 저 친구들의 실력이 대단한가보다.”
새로운 이들의 등장에 레기온이 두 눈을 빛냈다.
어둠 속에서 터벅터벅 걸어 나온 인물들이 이쪽을 바라보았다.
그 중에 검을 들고 있는 장발의 사내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
“내 이름은 페이문더라고 한다. 오랫동안 제드록스님을 모셔온 수하 중 한 명이다.”
“페이문더? 용병사냥꾼 페이문더를 말하는 거야?”
벨제인이 욱씬거리는 상처 때문에 인상을 찌푸렸다.
다행이 급소를 피했으나 핏물이 계속해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일단은 이것으로…….”
품속에서 천을 꺼낸 레기온이 상처를 감싸주었다.
핏물이 멈출 수 있도록 천을 감는 레기온의 손길은 능숙했다.
이런 일을 한두 번 겪어본 것이 아니란 얘기였다.
그들이 상처를 매만지는 동안 페이문더가 뿌듯한 얼굴로 턱을 만졌다.
“옷홋홋호 나를 알고 있나?”
“유명하지. 용병들 사이에선 특히나.”
“이거 영광이로군.”
“많은 용병들이 참가한 의뢰에서 동료들의 뒤를 치고 달아난 놈들 아닌가?”
“오홋홋홋! 맞다! 잘 알고 있구나. 그냥 뒤만 친 것이 아니다. 우리는 그 녀석들의 보물도 가로챘다.”
특이한 웃음소리와 함께 페이문더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자랑이로군…….”
“부끄러운 일은 아니지!”
“뭐……?”
“그 녀석들은 어차피 죽을 놈들이었다. 베히모스라고 불리는 그 괴수는 겨우 그런 녀석들이 상대할 수 있을 만큼 무른 놈이 아니야. 그러니 어차피 베히모스에게 죽을 것 내가 먼저 놈들을 사냥한 것뿐이다.”
“베히모스 사건뿐만 아니잖아?”
“오홋홋. 맞다. 그 사건 이후로 우리는 본격적으로 용병들을 사냥하기 시작했지. 그래서 즐거웠다.”
그때의 기억들을 떠올렸는지 페이문더가 짜릿함에 온 몸을 부르르 떨었다.
페이문더뿐만 아니라 다른 수하들도 비릿한 미소들을 짓고 있었다.
이들의 비상식적인 반응에 벨제인마저 기가 질릴 지경이었다.
“미친놈들…….”
“최고의 칭찬이로군! 그나저나 우리 대장이 이곳으로 오고 있는데 조금만 기다려주지 않겠나?”
“우리가 왜?”
“대장이 너희들을 보고 싶어 해서 말이야.”
“웃기네. 보고 싶어 하는 게 아니라…….”
휘릭―!
말을 잇는 벨제인을 레기온이 거칠게 잡아당겼다.
콰가각!
벨제인이 서 있던 곳에 커다란 상흔이 생겼다.
만약 레기온이 벨제인을 잡아당기는 것이 조금만 늦었더라면, 벨제인의 몸은 그대로 두 쪽이 났을지도 몰랐다.
“비겁한 놈들……!”
“미안하군 옷홋홋. 말이 따박따박 많은 건 질색이라서 말이야.”
“그건 나랑 똑같네.”
레기온이 검을 들어올렸다.
주변을 가득 메웠던 언데드들은 어느새 모두 모습을 감추었다.
아마 벨제인의 마법 때문에 소용이 없다는 것을 느낀 네크로맨서가 이만 마법을 거두었는지도 몰랐다.
어쨌거나 덕분에 주변은 고요해졌다.
다만 레기온의 시선은 페이문더 일행에게 머물러 있었다.
옆에 있는 세 명의 남녀도 상당히 거슬렸지만 당장 자신과 마주선 페이문더가 문제였다.
그는 조금 전 일격을 보고 알 수 있었다.
지금까지 만나왔단 적들과는 사뭇 달랐다.
“그나저나… 상태가 말이 아닌 것 같은데 괜찮은 건가?”
“그쪽에서 신경 쓸 일이 아니다.”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다 죽어가는 놈이랑 싸워서 이기는 건 재미가 없잖아?”
“이상한 놈이로군.”
“옷홋홋?! 뭐가 이상하다는 거지?”
“어째서 네가 이길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자신있나보군.”
휘리릭―!
콰강!!
페이문더가 휘두른 검이 레기온의 검에 막혔다.
눈빛을 한 번 주고받은 두 사람은 연이어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다.
레기온을 상대로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을 만큼 페이문더의 실력은 뛰어났다.
그는 날카로운 검격으로 레기온의 전방위를 압박했다.
후우웅――!
레기온의 검에서 쏟아진 검붉은 오러가 페이문더의 팔뚝을 스쳤다.
공격의 홍수 속에서 용케도 반격의 실마리를 찾아낸 것이다.
상대의 실력을 결코 만만히 볼 수 없음을 깨달은 페이문더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재밌구만.”
휘리링―!
슈욱! 슉!
페이문더의 검이 더욱 빠르고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방어해내기 까다로운 검로에 레기온이 보폭을 좁혔다.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페이문더의 검격을 피해내었다.
그러나 페이문더는 집요했다.
그는 한 번 잡은 승기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 끊임없이 검로를 이었다.
하지만 레기온도 만만치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쏟아지는 공세 속에 레기온의 검이 빗발쳤다.
“옷홋홋호!!”
짜릿한 쾌감에 페이문더가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이 와중에 상대가 반격해 올 줄은 전혀 생각지 못한 것이다.
레기온의 검은 아슬아슬하게 목을 비껴나갔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그대로 검에 목을 꿰뚫릴 뻔했다.
잠깐의 틈도 없이 레기온의 검붉은 오러가 페이문더를 덮쳤다.
페이문더는 검을 한껏 끌어안으며 공격에 방어했다.
“대단한걸?”
“…….”
페이문더와 다르게 레기온에겐 여유가 보이지 않았다.
평소라면 모를까, 현재 그는 독에 중독된 상태였다.
계속된 거친 움직임 탓에 독이 더욱 빠르게 퍼지고 있는 중이었다.
“후우…….”
뜨거운 숨결을 뱉어낸 레기온이 마나홀을 진정시켰다.
가슴이 빠르게 뛰는 것은 비단 결투의 흥분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았다.
가슴 언저리가 뜨겁게 타오르는 고통이 느껴졌다.
“물러나 있어요.”
레기온의 앞을 로제리아가 막았다.
그러나 그녀의 몸상태를 본 레기온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제가 나서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정도는 괜찮습니다.”
“레기온…….”
“그보다 벨제인님을 살펴봐주시지 않겠습니까? 아무래도…….”
레기온의 시선이 벨제인을 스쳤다.
그녀는 관통당한 상처 때문에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로제리아도 그것을 확인하곤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
“최악의 상황엔…….”
레기온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행히 이곳은 밖으로 나가는 통로와 가까웠다.
그리고 통로로 나가는 길은 오직 하나.
이곳을 막으면 뒤따라오지 못할 터였다.
‘여차하면 천장을 무너트리고 추적을 피해야겠군.’
문제는 천장을 무너트리면 이쪽도 안전하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잘못하면 레기온 일행도 무너지는 천장에 휩쓸릴 수 있었다.
그가 상황을 살피는 때 페이문더가 호인드에게 손짓했다.
그러자 호인드가 활시위를 잡아당겼다.
휘릭―!
슈우웅!!
빠르게 쏘아져나간 화살이 로제리아를 노렸다.
그러나 화살은 로제리아의 가까이에서 검에 막혀버리고 말았다.
“호오…….”
분명 뒤돌고 있었음에도 로제리아는 기가 막히게 정확히 화살을 검으로 막아내었다.
마치 뒤에 눈이라도 달린 것처럼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이었다.
“저 여자도 상당한 실력자인가?”
페이문더가 턱을 매만졌다.
평소라면 물러설지 더 싸울지 결정했겠지만, 지금은 달랐다.
곧 그들의 대장인 제드록스가 이곳으로 올 터였다.
“그럼 시간이라도 좀 끌어볼까.”
페이문더의 손짓에 수하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레기온은 그들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누구보다 빠르게 발을 움직여 검을 휘둘렀다.
독에 중독된 사람이라고는 믿기 힘든 움직임이었다.
“뭐하고 있는 거냐?”
그때 뒤에서 걸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익숙한 목소리에 페이문더가 뒤를 돌아보았다.
“왔나?”
“이미 다 죽어 있어야 하는 것 아냐?”
“옷홋호―! 생각보다 저항이 거세다.”
“그러냐. 곧 있으면 대장이 도착할 거다. 그동안 저 셋을 죽이지 못한다면 네 목이 날아갈지도 몰라.”
“그런 살벌한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하다니.”
“그러니까 빨리 저놈들을 죽여. 마침 카드밀라 자매도 도착한 것 같으니까.”
거대한 덩치의 사내가 뒤쪽을 가리켰다.
카드밀라 자매가 겁에 질린 채로 서 있었다.
“왔군.”
“아…….”
“우리들이 정말 모르고 있을 거라 생각했나?”
“그게…….”
“제드록스님께 용서를 구할 방법은 하나뿐이다. 서둘러 저들을 죽여라.”
“응…….”
카드밀라가 무기를 들어올렸다.
반면 키드밀라는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말없이 처절하게 움직이고 있는 레기온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 사람…….”
로제리아만큼은 아니지만 분명 레기온도 상당한 양의 독에 중독되어 있었다.
그런데도 레기온은 단 한 번도 멈추지 않고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꽈악!
거대한 덩치의 사내가 키드밀라의 머리칼을 쥐어 잡았다.
“정말 독을 쓰긴 한 거냐?”
“네…….”
“근데 어떻게 저놈들이 저렇게 잘 움직여?”
“그건 저도 잘…….”
“포이즌 마법에는 자신 있다더니… 그 사이에 녹슬기라도 한 거냐?”
“아니에요!”
“그럼 빨리 저놈들을 죽여! 카드밀라는 깜찍하게 움직이고 있는데 넌 뭘 하고 있는 거지?”
“그건…….”
키드밀라의 시선이 벨제인에게로 향했다.
그녀는 괴로워하면서도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도 한때는 자신들을 위해 애써주었던 사람들이었다.
비록 제드록스에 대한 공포에 못 이겨 일을 벌이긴 했지만 마음속으로 망설여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이미 저질러버린 일이기도 했다.
슈아아아―!
키드밀라의 손에 녹빛 안개가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이를 본 거대한 덩치의 사내가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멈춰라. 굳이 여기서 독을 쓸 필요까지 있겠냐?”
곧이어 들린 목소리에 키드밀라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꿈에서도 자주 들려왔던 목소리였다.
제드록스가 손을 키드밀라의 머리에 얹었다.
“오랜만이다?”
“제, 제드록스님…….”
“짧은 휴가였지만 행복했지?”
“아아…….”
“휴가를 다녀왔으면 다시 일을 해야지. 그런데… 내가 시킨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구나?”
귓가에 속삭이는 제드록스의 목소리가 전신을 옥죄는 것 같았다.
사시나무 떨 듯 바르르 떨고 있는 키드밀라의 모습에 모두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한편 레기온도 이곳에 모습을 드러낸 강한 존재감에 입술을 질끈 깨물고 있었다.
“저자가 바로 제드록스인가…….”
중앙에 있는 사내를 향해 모두가 고개를 숙였다.
그의 전신에서 흘러나오는 마력의 양은 어마어마했다.
“그래도 실력으로 올라섰다는 말인가.”
한 무리를 이끄는 군주답게 제드록스에게선 알 수 없는 위압감이 풍겨 나오고 있었다.
그의 시선이 레기온에게로 꽂혔다.
강인한 힘이 실려 있기라도 한 듯 레기온의 몸이 잔뜩 굳었다.
“그래도 칼라반님만큼은 아닌가.”
두렵기로 따지자면 과거의 칼라반이 더욱 심했다.
그렇게 생각이 드니 긴장이 절로 풀어졌다.
“뭐냐 넌?”
“레기온이다.”
“너도 블레이드 공민과 관련이 있는 놈이지?”
“그렇다. 내가 모시는 분이니까.”
“그래? 그럼 이유는 충분하네.”
제드록스가 기다란 검을 들어올렸다.
휘릭!
날카로운 소리가 나자 레기온의 팔뚝에 상처가 생겼다.
“호… 반응을 해?”
제드록스가 눈에 이채를 띠었다.
가볍게 팔 하나를 잘라버릴 생각이었는데 레기온이 피해버린 것이다.
그래도 공격을 온전히 파악하진 못한 것인지, 제드록스의 공격은 레기온의 팔에 커다란 상처를 남겨주었다.
“그러고 보니 너라면 좀 가늠할 수 있겠구나. 네가 따르고 있다는 그 애송이 블레이드랑 나. 둘 중 과연 누가 더 강할 것 같나?”
제드록스가 두 눈을 빛내며 물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