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in Another 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249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249화
#포위망
밖으로 빠져나온 벨제인은 넋이 나간 얼굴을 하고 있었다.
말없이 무너진 입구를 바라보고 있는 때 로제리아가 검을 들어 자세를 취했다.
“조심해요. 누군가 다가오는 것 같아요.”
“아.”
로제리아의 경고에 벨제인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만약 이런 상황에서 적들까지 마주한다면 그야말로 최악이나 다름없었다.
두 사람이 긴장된 얼굴을 하고 있는 때 누군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두 분께선 어째서 여기 나와 계시나요?”
“가르시아님……?”
그들에게 다가오고 있는 것은 이클립스의 대장 중 한 명인 가르시아였다.
그의 뒤로 4번대 수하들이 보였다.
“다행이네요.”
“…하지만 레기온은…….”
로제리아와 벨제인의 표정이 어두워지자 가르시아는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음을 직감했다.
게다가 이제 보니 카드밀라의 은신처로 들어가는 길이 막혀 있었다.
“벨제인님. 그 상처는…….”
“이건…….”
“역시 안에 무슨 일이 있었던 모양이로군요.”
낮게 가라앉은 가르시아의 목소리에 벨제인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허어… 설마 이런 상황까지 예측하신 건가?”
“네? 그게 무슨 말이죠?”
“그렇지 않아도 유운량님께서 혹시 모르니 이곳으로 가보라고 말했습니다. 얼마 전 이곳에 머물던 어나니머스 인원 몇몇이 연락두절이 되었거든요.”
“아마 카드밀라 자매에게 당했을 거예요.”
그녀의 말에 가르시아의 얼굴이 자연스레 굳어버렸다.
무거운 침음성이 절로 흘러나왔다.
“설마… 카드밀라 자매가 우리를 배신한 겁니까?”
“네… 맞아요. 저도 그렇고 여기 있는 로제리아님도 독에 당했어요…….”
“헌데 레기온님은?”
문득 레기온이 보이질 않자 가르시아가 물었다.
그러자 벨제인이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레기온은… 저 안에 있어요.”
“예……?”
로제리아가 가리킨 곳은 은신처 안쪽이었다.
“그 말은…….”
“우리를 대신해 그 사람이 희생했어요…….”
“흐음… 레기온님이…….”
“모두가 독에 중독된 상태였고… 마땅히 제가 그렇게 했어야 했는데…….”
로제리아가 자책하듯 말했다.
그러나 그녀의 안색도 그다지 좋지 못했다.
한눈에 보아도 그녀의 상태가 심각함을 알 수 있었다.
가르시아가 돌연 박수를 치며 주의를 환기시켰다.
“레기온님께선 스스로 남기를 자처하신 겁니까?”
“네…….”
“그럼 되었습니다! 기사가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죽는다는 것은 결코 부끄럽지 않은 일! 오히려 명예로운 일이 아니겠습니까! 레기온님께선 스스로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실 겁니다. 그 분의 선택이 헛되지 않도록 우선은 이곳에서 살아 돌아갈 생각부터 해봐야겠습니다.”
가르시아의 시선이 한쪽으로 향했다.
그곳의 수풀이 요란스럽게 흔들리고 있었다.
“모두 준비해라!”
가르시아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이클립스의 일원들이 병장기를 들어올렸다.
이것이 신호라도 되는 듯 수풀 안에서 화살들이 쏟아져 나왔다.
채채챙!!
채챙!!
날아드는 화살비 속에서 가르시아의 4번대는 로제리아와 벨제인을 중심으로 한데 모였다.
그들은 능숙한 솜씨로 방패를 촘촘히 들어 방어선을 만들어내었다.
매섭게 날아온 화살들은 방패를 뚫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모든 화살들이 떨어지자 방패가 걷혔다.
“반격의 시작이다.”
가르시아의 명령에 4번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한달음에 적들이 있는 곳으로 뛰었다.
그러자 몸을 숨기고 있던 적들도 이만 모습을 드러내었다.
“역시 제드록스 수하들인가.”
익숙한 차림새에 가르시아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의 검에서 오러가 일었다.
콰가강!!!
단숨에 적진까지 파고든 가르시아가 거친 일격을 날렸다.
끝까지 막아내고자 했던 적의 몸이 그대로 두 동강 나버렸다.
가르시아를 발견한 적들이 병장기를 내질렀으나 단 한 차례의 일격에 막히고 말았다.
“어딜!!”
가르시아는 묵직한 일격을 이어가며 빠르게 적들을 베어내었다.
4번대도 날렵한 움직임으로 가르시아의 뒤를 따랐다.
몇몇 인원은 자리에 남아 벨제인과 로제리아를 지켰다.
로제리아가 빠르게 주변을 훑었다.
가르시아가 상대하고 있는 곳 외에 다른 쪽에서도 적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는 검을 말아 쥐었다.
여차하면 자신이 나설 생각이었다.
“제정신이에요? 제가 봤을 때 지금 로제리아님 당신은 겨우 일어설 수 있는 수준이에요. 함부로 검을 휘둘렀다간…….”
“제 몸 상태는 제가 잘 알아요. 그러니…….”
“어림없는 소리 하지 말아요. 레기온님이 자신을 희생해서 우릴 지켜주었는데 무리해서 헛되게 목숨을 불태우지 마요.”
벨제인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그녀는 적들이 다가오고 있는 쪽으로 시선을 두었다.
“두 분께선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희들이 지켜드리겠습니다.”
“맞습니다. 이클립스의 4번대 명예를 걸고.”
4번대 인원들이 벨제인과 로제리아를 위시한 채 시립했다.
그들은 검을 들어 적들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휘릭―!!
휙!!
어두운 색으로 차려입은 일단의 무리가 빠르게 돌진해왔다.
그들이 노리는 쪽은 벨제인과 로제리아였다.
“이번엔 제드록스의 수하들은 아닌 것 같군요.”
“카드밀라의 수하들이에요. 그 영악한 자매가… 키워둔 힘을 숨기고 있었어요…….”
“그렇습니까.”
카아앙!!
카강―!!
검과 검이 부딪히며 거친 쇳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순간에 4번대의 검사들과 습격자들이 어우러졌다.
4번대 검사들은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면서도 적들이 결코 벨제인과 로제리아 쪽으로 다가오지 못하게 했다.
“우리는 살아야 한다!!”
“살고 싶단 말이야!”
적들은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집요하게 벨제인과 로제리아를 노렸다.
“적들의 숫자가 너무 많아…….”
전세는 금방 드러났다.
벨제인과 로제리아를 지키기 위해 남은 4번대 인원보다 적들의 숫자가 월등히 많았다.
실력은 이클립스 4번대 쪽이 한 수 위일지 모르나 수적으로 너무 밀렸다.
뿐만 아니라 지키는 싸움이다 보니 여러모로 불리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었다.
결국 보다 못한 로제리아가 앞으로 나섰다.
슈각―!!
스가각!!
로제리아의 빠른 검이 적들을 베었다.
“로제리아님!”
“이제 더는 두고 볼 수만 없어요.”
로제리아는 부드럽게 검격을 이어갔다.
그동안과는 사뭇 다른 검술이었다.
아무래도 몸 상태를 신경 쓰다 보니 평소처럼 강렬한 일격을 마구 펼쳐댈 순 없었다.
그녀는 부드럽다가도 한순간에 강한 일격을 내보였다.
덕분에 적들은 로제리아의 검술을 막아서는데 애를 먹고 있었다.
“로제리아님!”
아차 싶었던 가르시아가 뒤를 돌아보았다.
그는 수하들을 이끌고 다시금 로제리아와 벨제인이 있는 쪽으로 가려 했다.
그러나 이를 가만히 지켜볼 제드록스의 수하들이 아니었다.
“놈들을 막아!!”
그들은 끈질기게 가르시아와 그 휘하들에게 달려들었다.
때문에 가르시아 일행도 쉽사리 발을 움직이지 못했다.
“크윽. 이런!”
설마 뒤에서 또 다른 적이 나타날 줄은 몰랐던지라 가르시아가 인상을 찌푸렸다.
신속하게 이곳에 있는 적들을 처치하고 벗어날 생각이었는데 의외로 놈들은 끈질겼다.
“모두 기합이 부족하다!! 모든 것을 불태우란 말이다!!”
가르시아가 거세게 외치며 검을 휘둘렀다.
몰아치는 오러에 적들이 혼비백산 흩어졌다.
‘다행이 이곳에 나를 물고 늘어질 실력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주위를 빠르게 정리한 가르시아가 몸을 날렸다.
그러나 그의 앞을 조용히 막아서는 인물이 있었다.
사내는 처음부터 날카로운 일격으로 가르시아의 목을 노렸다.
카아앙!!!
가르시아의 검에 사내의 검이 막혔다.
오러의 충돌로 거센 충격파가 일었다.
“크음……!”
“이거 영광이로군. 그 유명한 이클립스의 대장과 싸워보게 되다니.”
“넌 누구냐?”
“제드록스님의 충실한 종. 퍼기로라고 한다.”
“퍼기로? 아아… 제드록스의 사냥개 중 한 마리로구나?”
가르시아의 도발에 퍼기로가 피식 웃음을 날렸다.
그가 팔을 들어올리자 검격이 일자로 날아갔다.
콰앙!!!
가르시아가 이를 방어해내며 눈매를 좁혔다.
아까도 그렇지만 퍼기로의 일격은 자신 못지않게 묵직했다.
“그런 어설픈 도발은 통하지 않는다.”
“그런가. 그건 좀 아쉽게 되었군. 이쪽 상황이 바쁘게 되어서 얕은 수 좀 써볼까 했더니만.”
“차라리 검으로 날 넘어서라. 이클립스의 대장씩이나 되는 자가 설마 피하는 것은 아니겠지?”
“당연하지!!”
오히려 퍼기로의 도발에 가르시아가 검을 휘둘렀다.
그가 퍼기로와 싸우고 있을 때 로제리아 쪽도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었다.
“하아… 하아…….”
뜨거운 숨을 토해내면서도 로제리아는 검을 멈추지 않았다.
쉽사리 모여들지 않는 마력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녀는 강약을 조절하며 검술을 펼쳤다.
그 모습이 마치 춤을 추는 것처럼 보였다.
아름다운 움직임에 순간 벨제인마저 넋을 놓고 있었다.
“대단해. 어떻게 저런 몸으로…….”
그녀도 조금은 도움을 주고 싶었다.
슈우우우――
벨제인의 손끝으로 마력이 모여들었다.
턱없이 모자란 양이었지만 간단한 마법들을 펼치기엔 충분했다.
그녀가 마법으로 서포팅을 시작하자 적들의 움직임에 공백이 생기기 시작했다.
“헙!?”
갑자기 시야가 흐릿해지자 적들이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4번대 인원들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슈각―!!
스각!! 스겅―!!!
목이 베이고 팔이 떨어져나갔다.
4번대 검사들은 틈을 놓치지 않고 일격을 날렸다.
“좋아……!”
로제리아가 힘겹게 버텨주고 다른 쪽에서도 서서히 승기를 잡아가고 있었다.
그때 벨제인을 목격한 누군가가 입술을 핥았다.
“뭐야. 마법사가 있었나… 귀찮은 존재로군.”
그는 지면에 낮게 붙어 몸을 움직였다.
한 마리의 짐승처럼 빠른 몸놀림을 보인 그가 단숨에 벨제인과의 거리를 좁혔다.
“헙!?”
상대가 다가오고 있음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벨제인이 헛바람을 집어삼켰다.
그녀의 곁을 지키던 세 명의 검사가 그를 막아서기 위해 나섰다.
슈쾅!!!
서걱!! 스가악―!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움직임이었다.
낮고 빠른 검이 4번대 검사들의 발목을 베어냈다.
그들이 바닥에 주저앉는 때 그가 허공에 튀어 올랐다.
“네 목은 나 리미테가 가져가주마!!”
확실히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한 리미테가 신나 소리쳤다.
뒤늦게 그의 존재를 확인한 다른 인원들이 눈을 크게 떴다.
“이미 늦었ㄴ…….”
휘리릭―!!
콰가가가각!!!!!
어디선가 매섭게 날아온 창이 리미테의 등을 사정없이 꿰뚫었다.
“크아악―!!!!”
리미테가 거친 비명을 토해내었다.
그의 몸을 뚫고 나간 창은 그대로 바닥에 꽂혔다.
“가, 감히 누가……!!”
자신이 반응조차 하지 못했다.
아니, 반응했다 하더라도 감히 이런 일격을 막아낼 수 있을까 싶었다.
두 눈을 부릅뜬 리미테의 앞으로 자르칸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네놈은…….”
“오랜만이로군 리미테. 아직도 그런 짓이나 하고 있나?”
“자… 자르칸… 이 배신자 새끼… 네가 왜…….”
“배신?”
“너는… 우리를… 제드록스님을 두고…….”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뿐이다.”
“크윽… 제드록스님께선… 널… 용서하지 않으실 거다……!”
“크크큭. 그래. 마음대로 하라지.”
“왜 우릴 배신한거냐… 자르칸! 그날 너의 손에 죽어간… 동료들이…….”
“동료는 무슨. 너희들은 필요하다면 옆에 있는 친구도 미끼로 던질 놈들이 아닌가? 그래서 치가 떨리더군. 그날 내 곁에 있던 놈들도 그랬다. 놈들은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친구들을, 동료들을 사지로 몰아넣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