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in Another 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251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251화
#합류
“어… 어…….”
콰아아아아―!!!
가르시아의 참격이 그대로 브르도의 머리를 깨부쉈다.
심한 경련을 일으키던 브르도의 몸이 바닥에 고꾸라졌다.
“이쪽은 대충 정리가 되겠군.”
가르시아는 검을 거두며 주변을 살폈다.
브르도의 수하들도 대부분 시체가 되어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초전부터 가르시아의 4번대와 싸웠던 터라 땅을 딛고 서 있는 이가 많지 않았다.
가르시아의 시선이 자연스레 자르칸 쪽으로 향했다.
자르칸이 이끄는 10번대는 아예 일방적으로 적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저쪽도 끝나가는군… 음……?”
상황이 종료되고 있다 판단하려는 때 다른 방향에서 새로운 적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단의 무리가 병장기를 갖추고 이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이것 참… 알고 보니 이쪽 지역에 머무는 인간들이 전부 카드밀라 자매의 사람들인 것 아냐?”
인상을 찌푸린 가르시아가 혀를 찼다.
이렇게 계속해서 몰려오는 적들을 상대하다 보면 안쪽에 갇혀 있는 제드록스 일행이 나올지 몰랐다.
“그렇게 되면 상황은 최악이로군.”
더 이상 이곳에서 시간을 지체할 순 없었다.
이는 자르칸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가르시아와 자르칸이 시선을 마주했다.
그들은 벨제인과 로제리아를 데리고 서둘러 자리를 벗어났다.
“모두 밀집대형으로!!”
가르시아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4번대 일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자르칸도 수하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제가 먼저 뚫겠습니다.”
“너… 괜찮은 거냐? 벌써 입김이 오는 것 같은데.”
“이 정도로는 괜찮습니다.”
살기를 머금은 자르칸이 앞서 달렸다.
그는 마주 오는 적들을 향해 거침없이 창을 휘둘렀다.
한줄기 빛무리가 대지를 휩쓸었다.
그 무지막지한 공격들을 보며 가르시아조차 혀를 내두르고 말았다.
“같은 편이라 다행인 놈이라니까… 하데르님과의 결투에서도 이겼다는 소문이 돌던데… 거짓말이겠지?”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문득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이 급박한 상황에서 어떻게 그럴 수 있냐는 질문이 있을 법하지만, 자르칸과 10번대가 함께라면 문제없었다.
저들과 함께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상당한 안정감을 가져다주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곳으로 다른 이클립스의 부대들도 오고 있을 테니 어느 정도의 사정권만 벗어나면 될 터였다.
자르칸과 10번대는 4번대가 편안하게 벨제인과 로제리아를 모실 수 있도록 앞에서 더욱 날뛰어주었다.
그들의 활약 덕분에 적들의 포위망은 가볍게 뚫려버렸다.
“방심하지 마십시오. 어디서 놈들이 튀어나올지 모릅니다.”
“알겠다. 이쪽은 걱정하지 마라 자르칸.”
가르시아는 벨제인과 로제리아를 한 번 더 살폈다.
다행히 그녀들의 상태는 괜찮아보였다.
그런데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기다 보니 문득 이상한 점을 느꼈다.
자르칸과 10번대가 자꾸만 적들이 나타나는 곳으로 다가가 전투를 벌였던 것이다.
“이봐 자르칸! 서둘러 여기서 벗어나야 하지 않겠어? 계속해서 이런 소모전을 벌였다간 놈들에게 따라잡힐 것 같은데? 혹시나 전투를 하고 싶은 거라면 지금만큼은 좀 참는 게 어떻겠어?”
“그런 것이 아닙니다. 이 포위망은 제드록스가 자주 쓰는 방법입니다. 마주해오는 적들과 싸우지 않고 옆으로 피해 다니다간 결국 놈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겁니다. 그러니 피하지 말고 정면 돌파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하아…? 그런 거였나?”
“놈들의 추격은 집요할 겁니다. 정면돌파를 감행한다 해도 시간이 늦어지면 더 많은 수의 적들이 따라붙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은 저희를 믿고 따라와 주십시오.”
“당연하지. 내가 너를 믿지 않으면 누굴 믿는단 말이야?”
가르시아가 괜한 너스레를 떨며 말했다.
그러면서도 눈빛만은 긴장을 잃지 않고 주위를 경계하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이상한 느낌이 감지되면 쉽게 지나치지 않았다.
슈각!!
콰콰각―!!
적진 사이에서 10번대는 거침없이 돌파구를 마련했다.
“놈들을 놓치지 마!!”
“여기서 놈들을 놓치면 우린 제드록스 대장에게 죽을지도 모른다!”
“바짝 긴장해라 새끼들아!! 팔 하나 잘려도, 다리 하나 부러지더라도 놈들을 막아!! 그러면 다른 놈들이 도우러 와 줄 거다!”
여기저기 고성이 퍼졌다.
그러나 10번대를 막아서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들은 자르칸을 따라 한곳만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차례차례 다가오는 적들이 그들을 계속해서 에워쌌으나 자르칸과 10번대는 강했다.
마치 역전의 용사라도 되는 것처럼 그들은 무수하게 쏟아지는 적들 속에서 속도를 잃지 않았다.
“이것 참… 제드록스의 수하들이 이렇게나 많았단 말이야?”
“제드록스가 이끄는 케드록스 도적단은 엄청난 세력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제드록스의 아버지였던 케드록스가 일대의 도적들을 모두 휘하에 두었기 때문에 불어난 겁니다.”
“뭐야 그런 일이 있었어?”
“산발적으로 나타나던 도적단이 많이 없어진 것도 사실은 케드록스 덕분일겁니다. 그자의 아래서 도적들에게도 체계라는 것이 잡히기 시작했으니까요.”
자르칸이 쉼 없이 창을 휘두르며 말했다.
어느새 그의 곁으로 가르시아가 다가와 돕고 있었다.
계속해서 물밀 듯이 들이닥치는 적들 탓에 가르시아와 4번대도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
서서히 사상자가 생겨나고 핏물이 굳을 새도 없이 묻어나고 있었다.
이클립스를 막아선 도적단들은 집요했다.
실력 차이를 알고 있음에도 그들은 어떻게 해서든 이클립스 일원들이 자신들의 사정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려 노력했다.
콰라랑―!!!
한 줄기의 오러가 정면으로 쏘아져나갔다.
오러를 막아섰던 사내들이 그대로 몸이 꿰뚫려 나자빠졌다.
“크으으……!”
얼굴을 잔뜩 일그러트린 자르칸이 창을 사방으로 휘둘렀다.
그 모습을 본 가르시아가 자르칸에게 일부러 말을 걸었다.
“괜찮은 거냐 자르칸!”
“크르…….”
“여기서 이성을 잃으면 낭패다!!”
휘리릭―!
콰아앙!!!
창날이 가르시아 쪽으로 향했다.
가르시아는 검을 들어 창날을 막아내었다.
자르칸의 두 눈이 어느새 붉은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거짓말이지…? 너 여기서 이러면 우린…….”
휘잉―!
쾅!! 차랑!!
자르칸의 창격이 이어졌고 가르시아가 급하게 방어했다.
그는 낭패한 기색이 역력해졌다.
무언가 계속 불길한 느낌을 감출 수 없었는데 결국 일이 터져버리고 만 것이다.
“제기랄!! 정신 차려라 자르칸!!”
가르시아의 외침에도 소용없었다.
이성을 잃어버린 자르칸은 자신의 역할도 잊은 채 가르시아를 향해 공격을 날리기 시작했다.
“으아…!! 이제 다 왔는데 여기서 이러면 어쩌자는 거야? 하여간 이놈도 여간 불편한 게 아니라니까!!”
매섭게 쏟아지는 창격들이 가르시아의 검에 번번이 막혔다.
가르시아는 반격을 가하기보다 최대한 자르칸이 이성을 찾을 수 있도록 계속해서 말을 걸어주었다.
그러나 자르칸은 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듯 본능에 이끌려 계속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의 창에 휩쓸린 아군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자르칸 대장님이 이성을 잃었다!”
“벗어나!!”
4번대 일원들이 서둘러 자리를 벗어났다.
현재 이곳에서 이성을 잃기 시작한 자르칸을 막아낼 수 있는 건 가르시아뿐이었다.
문제는 자르칸과 가르시아가 전장에서 이탈해버리면 다가오는 적들을 뚫는 일이 너무도 어려워진다는 점이었다.
속도가 생명인 이 시점에 두 사람의 전력이 빠진다는 것은 꽤나 크게 다가오는 일이었다.
그것을 증명해내듯 속전속결로 적들을 뚫고 나가던 이클립스가 어느새 제자리에 멈춰선 꼴이 되고 말았다.
“크윽. 하필 이런 때에!!”
이성을 잃은 자르칸을 보며 가르시아가 답답함을 호소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의 검과 창이 합을 거듭했다.
두 사람이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을 때 벨제인이 그들을 향해 걸어왔다.
“이런 경우를 말하는 거였군.”
그녀는 자르칸이 이성을 잃는 것을 처음 접해보았다.
그렇지만 본능적으로 그런 자르칸에게 어떤 마법을 걸어야 할지 알 수 있었다.
벨제인의 손이 올라가자 푸른 마나가 그녀의 손끝에 응집했다.
“라비나.”
그녀의 입에서 주문이 끝나자마자 푸른 마나가 움직였다.
환한 빛은 곧 날카로운 송곳 모양이 되어 자르칸의 머리에 스며들었다.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에 자르칸이 놀라 거리를 벌렸다.
그는 곧 머리가 깨질 것 같은 고통에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한숨 돌린 가르시아가 벨제인을 향해 돌아보았다.
“무슨 짓을 한 겁니까?”
“걱정 말아요. 지금 저 상태를 붕괴시킨 것뿐이니까.”
“에? 붕괴요?”
“네. 저건 또 다른 하나의 정신세계인 것 같아요. 그래서 붕괴시켜버렸어요.”
이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벨제인을 보며 가르시아는 황당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
“그럼 자르칸은?”
가르시아의 물음에 벨제인이 고갯짓으로 자르칸 쪽을 가리켰다.
“직접 확인해보세요. 어떤 상태인지.”
그때서야 가르시아가 자르칸을 바라보았다.
한참 괴로워하던 자르칸이 잠잠해져 있었다.
그는 곧 창을 말아 쥐며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이런… 제가 또 정신을 잃었나보군요…….”
“뭐… 뭐야…! 세상에 이런 일이!!! 설마 정신이 돌아온 거야!?”
“네… 그런 것 같습니다만… 뭐 이상한 점이라도…….”
“너무 신기하잖아!? 아니 대단하잖아!?”
가르시아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벨제인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오히려 당연한 결과라는 듯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었다.
“진짜 이런 상황만 아니었으면 당신을 한껏 껴안아드렸을 겁니다 벨제인님!!”
“이런 상황이든 저런 상황이든 그건 싫네요.”
벨제인이 몸서리치며 말했다.
자르칸은 대화의 흐름을 읽어내며 단번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설마 벨제인님 당신이…….”
“고맙단 인사는 됐어요. 그쪽도 제 목숨을 살려주었잖아요?”
“아아… 그래도 감사합니다.”
자르칸이 벨제인을 향해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인사를 전했다.
그들이 훈훈함으로 가득 찰 때 반대편에서 커다란 폭발음이 들렸다.
모두의 시선이 자연스레 그쪽으로 돌아갔다.
“우리를 마중이라도 나온 건가?”
“데리러 왔다는 표현도 있죠.”
“어쨌거나 한시름 놓을 수 있겠구만.”
소리의 주인공은 하데르였다.
그가 1번대를 이끌고 이곳으로 달려온 것이다.
부대장인 사이로스가 단숨에 이곳까지 달려왔다.
“모두 무사하십니까!?”
“보다시피.”
“오오!! 저희는 혹시나 자르칸님이 폭주하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멀쩡한 상태이신 것 같군요!”
사이로스가 대놓고 자르칸을 살피며 말했다.
그의 천진난만함이 거슬렸는지 자르칸이 자리를 피했다.
“가르시아님도 아쉽지만 멀쩡하신 것 같고… 벨제인님과 로제리아님도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뭐냐!? 나는 왜 멀쩡한 게 아쉬운 거지?!”
“아니 대장님들 중 누군가 하나는 다쳐야 제가 그 자리를 이을 텐데…….”
“아! 그런 거냐.”
바로 납득해버리는 가르시아를 보며 벨제인이 고개를 내저었다.
“그래도 이젠 상황 역전이네.”
하데르가 이끄는 1번대가 합류한 이상 저들이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들은 막아서는 적들을 모두 도륙 내 버리고 있었다.
“상태는 어때요 괜찮아요?”
상황이 종료되었음을 직감한 벨제인이 로제리아를 살폈다.
로제리아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 그녀의 혈색도 서서히 돌아오고 있었다.
“그나저나 칼라반님은?”
“이곳으로 오지 않으셨습니다. 아마 다른 볼일이 있으신 게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