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in Another 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258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258화
#전말
칼라반은 헤카르도와 함께 자리를 옮겼다.
“다녀왔던 일은?”
“물론. 잘 해결되었다.”
“레이블 황자님께서는 뭐라고 말씀하셨나?”
“황자님께서도 그대를 한 번 보고 싶다 말씀하셨다.”
“그런가. 잘됐군.”
“다만…….”
말을 한 번 삼키는 헤카르도를 보며 칼라반이 눈매를 좁혔다.
아마 다른 얘기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다른 무슨 말이 더 있었던 건가?”
“그래. 황자님께서도 많은 위험을 감수하고 나서야 하는 만큼 확실한 것을 원하신다.”
“확실한 것?”
“칼라반. 너의 능력을 자신에게 증명해보이라고 말씀하시더군.”
“나의 능력을 증명한다라… 예를 들면 어떻게?”
역시나 그는 레이블 황자가 무언가를 얘기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이런 것을 빌미로 본인이 원하는 것들을 처리하는 게 황족들의 방법이라면 방법이었다.
“라그나로크를 정리하라더군.”
“레이블 황자님도 라그나로크에 대해서 알고 있었던 건가?”
“그분은 그곳에 계시면서도 상당히 많은 것들에 대해 알고 계셨다. 펼쳐놓은 정보망이 여간 좋은 게 아니야.”
“그렇군…….”
칼라반의 반응을 살피던 헤카르도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어떤가? 가능할 것 같나?”
“무엇을?”
“뭐긴 뭐야! 당연히 라그나로크를 네 손안에 쥐는 것 말이지.”
“불가능할 것 없다. 그동안 필요를 느끼지 못해 그러지 않았을 뿐이지.”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는 칼라반을 보며 헤카르도가 역시나 싶었다.
그가 라그나로크를 지배하게 된다면 레이블 황자도 틀림없이 움직여줄 터였다.
“칼라반 네가 라그나로크를 쥐게 된다면. 레이블 황자님께서도 너의 능력을 인정해줄 것이고. 그러면…….”
“단지 그것 때문만은 아닐 거다.”
“그럼?”
“차후 레이블 황자가 아크로이어 황제를 죽이고 황제의 자리에 올라선다면. 제국민들의 반감을 사지 않기 위해 이렇다 할 것들을 내세워야만 하겠지. 그 중 하나가 바로 제국에 반감을 가졌던 라그나로크의 붕괴가 될 거다.”
“호오…….”
“그것만으로도 제국민들은 어느 정도 레이블 황자를 인정하게 되겠지. 현 황제인 아크로이어는 라그나로크의 존재를 잘 알고 있으면서도 묵인하고 있으니까.”
“그게 의문이란 말이지… 어째서 라그나로크를 묵인하는 걸까? 난 당연히 알자마자 화를 내며 없애려 들 줄 알았는데…….”
“라그나로크가 아크로이어 황제와 다른 연관이 있는지도 모르지.”
칼라반의 말에 헤카르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얼굴이었다.
그러건 말건 칼라반은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이로써 제드록스와의 전쟁은 필연적이게 되어버렸다.
어차피 내버려둘 생각은 없었지만 이제는 제드록스를 넘어 다른 블레이드들까지도 처리해야 했다.
“상당히 바빠지겠군. 그나저나 제국은 이번 라파엘 교단과의 전쟁이 꽤나 길어지는 눈치던데.”
“아아… 그것 말인데…. 그렇지 않아도 이번 전쟁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다.”
“이번 전쟁에 대해서도?”
“그래…….”
헤카르도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심상치 않은 일이 있음을 직감한 칼라반이 상체를 앞으로 당겼다.
“무슨 일인데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는 거지?”
“에든게일의 왕 라카르가 이번 전쟁에서 당했다.”
“뭐……?”
“라카르가 이번 전쟁에서 전사했다는 소식이 있어.”
“흐음… 라카르가?”
“그래…. 근데 이게 참 이상하다. 내가 알고 있는 적들의 전력으로는 결코 라카르를 죽일 수 없어…. 아니 애초에 그들에게 라카르를 죽일만한 이유가…….”
“라카르의 목이 이번 전쟁에서 자신들의 의지를 보여줄 만한 상징이 되지 않았겠나?”
“아냐. 정반대다. 라카르는 모든 종교를 인정하는 녀석이야. 이유는 너도 잘 알겠지만… 아무튼 그런 라카르를 죽여서 목을 내건다는 것은 그다지 좋은 방법이 아니야. 오히려 제국의 반감만 사게 되는 행위다.”
“그럼 라파엘 교단측에서 라카르를 죽여서 얻게 될 이득은 아무것도 없는 건가?”
“그렇지…….”
“그렇다면 라카르가 죽음으로써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쪽이 어디지?”
칼라반의 물음에 헤카르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라파엘 교단이 아니라면 어디가 있단 말인가?
여기저기 생각이 미치던 헤카르도가 마침내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너 설마 지금… 아크로이어 황제라고 말하고 싶은 거냐?”
“나를 그렇게 저버린 아크로이어 황제가 과연 라카르라고 져버리지 않을까.”
“하지만… 이미 우리 대기사장들은 각 나라의 왕들이 되었다. 모두 제국의 산하에 있는…!!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단 말이냐?”
“당장 너희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겠지. 그동안 올린 공은 있는데 그 공에 어울릴만한 합당한 보상이 있다면 뭐가 좋았을까?”
“흐음…….”
헤카르도가 묵직한 신음을 흘렸다.
사실 그 당시 아크로이어의 제안이 파격적이긴 했었다.
“왕의 자리를 쥐어줌으로써 그대들의 불만을 잠재우고 안심시킨다. 그 후 하나둘 처리해갈 생각이었다면?”
“하아… 아크로이어 황제가 그렇게까지 했으려고…….”
“당시 전쟁이 끝난 뒤 나의 존재에 대해서도 그토록 불안해했던 자였다. 그런데 다른 대기사장들이라고 불안해하지 않았을까?”
“음…….”
“아크로이어의 입장에서 그대들이 가진 권력의 힘은 결코 작지 않다. 지금 같은 때에도 제국을 중심으로 쉽게 뭉치지 못하는 이유가 그것을 증명하지. 본래라면 아크로이어의 명령 한 번이면 이 광활한 영토 내에 존재하는 모든 군사들이 움직였어야 했어. 하지만 어떤가? 각 왕들의 판단으로 선택적으로 움직이게 되었지.”
“나는… 이 엄청난 영토를 혼자 다스리지 못해 우리들을 이용한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런 이유도 분명 있을 거다. 하지만 이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으니… 다시 황권을 강화시키려 노력할 테지.”
칼라반의 말에 헤카르도가 뒤통수를 세게 맞은 듯 했다.
그때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드는 이가 있었다.
“아크로이어 황제가 라파엘 교단과 전쟁을 일으킬 때 누구보다 먼저 반응한 곳이 있었습니다. 그게 어디인지 아십니까?”
“글쎄… 그런데 그대는…….”
“유운량이라고 합니다. 칼라반님을 모시는 자지요.”
“아아… 그렇군… 그런데 조금 전 얘기는 뭐지? 어디가 제일 먼저 반응한 곳인가?”
“딱 두 곳입니다. 한쪽은 데포르가 속해 있는 대기사장들. 그녀는 과거 대기사장들 중 유일하게 대기사장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아아… 그랬지… 그것이 당시 그녀가 원하던 바였으니…….”
“그리고 다른 한 곳이 바로 라그나로크였습니다.”
운량의 말에 헤카르도가 자신의 턱을 매만졌다.
데포르야 아크로이어의 최측근이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여겨졌다.
당시의 얘기들이 곧바로 데포르의 귀에 들어갔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헌데 라그나로크는 조금 의외였다.
“헤카르도님께서도 이상한 점을 느끼셨습니까?”
“그들이 어떻게 알고 반응했다는 거지?”
“라파엘 교단과의 전쟁이 일어나기도 전에… 심지어는 그들과 교섭 중인 시점에 이미 제국과 라파엘 교단이 전쟁에 들어갈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
“그리곤 이에 맞춰서 블레이드들을 움직였지요.”
“미쳤군… 그만큼 라그나로크의 정보력이 뛰어나단 소리인가?”
“물론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엔 어나니머스를 동반한 이쪽의 정보력을 크게 뛰어넘을 것 같진 않습니다. 결국 의심할 수 있는 여지가 하나 생기는 거죠.”
“라그나로크와 제국과의…. 그래서 조금 전 칼라반 네가 제국과 라그나로크가 다른 연관이 있을 수도 있다 말한 거냐?”
잠자코 듣고 있던 칼라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렇지 않아도 이상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거든. 블레이드나 라그나로크는 제국에 반하는 자들. 그러나 정작 그들이 활동하는 곳은 제국과는 거리가 있는 다른 왕국들뿐이었다. 나를 포함해서 말이야. 제국에 반하는 자들이라면 당연히 제국 내에서 모종의 계략을 꾸며야 하는 것 아니겠나…? 그런데 정작 왕국의 왕들만 괴롭히고 있더군.”
“그 정도야…….”
“그것도 때마침 제국의 황제가 자리를 비운 틈에 말이야. 심지어 전쟁에 참여하는 왕국에는 블레이드들이 움직이지 않았다. 참전을 거부했던 왕국에서만 활동을 했지. 이 모든 일들이 과연 우연일까?”
“설마…….”
헤카르도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칼라반을 바라보았다.
“제국의 황제가 산하의 왕들을 공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자신을 대신 할 장기말들이 있으면 가능하지…”
“그래. 그 장기말이 바로 라그나로크였던 것 같다. 아마 라그나로크 내의 인물 중 누군가가 제국과 관련이 있는 거겠지.”
“허어… 그런 거였나…….”
헤카르도는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결국 라그나로크는 아크로이어가 아닌 산하 왕들의 목을 노리는 검들이었을지 몰랐다.
“설마… 그래서 레이블 황자님이 그대에게 라그나로크를 정리하라 말씀하셨나…? 아크로이어 황제의 숨겨진 복병임을 알고…….”
“그랬을 수도 있다.”
“흐음… 이건 이것대로 소름이 돋는군. 결국 아크로이어 황제는 우리들을 모두 죽이려 한다는 거로군…….”
“왕들이 죽으면 자연스레 모든 왕국들이 다시 제국에 흡수될 거라 생각했을 거다. 과거 대전쟁 시대에 활약했던 대기사장들이 아니라면 누가 감히 왕들의 뒤를 잇겠다 말할 수 있겠나? 누가 감히 제국 황제의 뜻에 반할 수 있겠나…….”
“그런 거였나…. 크윽 아크로이어 황제가 끝까지……!”
분함에 헤카르도가 이를 악물었다.
큼지막한 주먹이 당장이라도 바닥을 내려칠 것 같았다.
“라카르를 제거한 것도 아마 아크로이어 황제였을 거다.”
“그래… 내 생각에도 아마 그랬을 것 같군… 그래서 넌 어떻게 할 생각이냐?”
“내 생각은 똑같다. 우선 라그나로크를 정리한다.”
“으음…….”
“테오스와 카르마제가 죽었고 라카르마저 죽었다. 이제 남은 것은 헤카르도 너와 에네르시아 뿐이다.”
“알아보니 에네르시아는 레이블 황자와 연관이 있다. 아마 그녀만이 유일한 레이블 황자님의…….”
“그런가?”
“그래서 그동안 에네르시아는 중립을 지켜왔던 거다.”
헤카르도의 말에 칼라반도 수긍했다.
그동안 에네르시아는 단 한 번도 자신의 의견을 내비친 적이 없었다.
그녀는 흘러가는 강물처럼 모든 것에 순응했다.
이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녀 또한 때를 기다리는 것일지도 모르겠군.”
“그래… 레이블 황자님께서 다시 올라설 때까지…….”
“그렇다면 우선 그녀를 좀 도와줘야겠는걸.”
“음? 그게 무슨 말이지?”
“슈라일 렌이라는 블레이드가 포메아니아 왕국으로 향했다.”
“쯧… 또 블레이드인가.”
“그래도 우선은 제드록스가 먼저다.”
“참… 그렇지. 제드록스 쪽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 놈을 잡는 게 보통 쉬운 일은 아닐 텐데…….”
헤카르도도 은연중에 제드록스의 실력을 인정하고 있었다.
그동안 그에게 애를 먹은 기억들이 새록새록 솟아났다.
그러나 칼라반은 걱정하지 말라는 듯 손을 내저어보였다.
“이미 놈은 궁지에 몰려있다.”
“뭐…!? 벌써……?”
“어나니머스를 얕보지 마라 헤카르도. 한 때 그들은 제국의 나이트워커와 견줄 정도로 대단한 실력을 자랑했어.”
“아아… 그건 나도 알지…….”
“그런 어나니머스가 작정하고 나섰으니… 케드록스 도적단도 꽤나 당황했을 거다. 거기다 놈들의 부대장이라던 녀석까지 이쪽 휘하로 들어오기로 했으니…….”
“뭐라…!? 케드록스 도적단의 부대장이……?”
헤카르도가 놀라 소리쳤다.
그가 고개를 돌리자 마침 시선에 들어오는 사내가 있었다.
헤카르도의 시선을 의식한 리케르로돈은 어색한 얼굴로 인사를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