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in Another 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259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259화
#군단의 상징
제드록스는 자신의 앞으로 모여든 수많은 수하들을 둘러보았다.
“여기로 얼마나 모인 거지?”
“흠… 어림잡아 5천 명 정도.”
“딜보로스 쪽은?”
“그쪽도 이 정도 돼.”
“멍청한 놈들…….”
“응? 그게 무슨 말이야 대장?”
“너희들이 이곳과 딜보로스 쪽으로 몰리기 시작하면서 적들에게 위치가 모두 노출되었을 거다.”
“아아…….”
“어쩔 수 없지. 이미 벌어진 일이니까.”
“미안 대장. 우리들은 그렇게까지 생각해보질 못했네…….”
“상관없다. 그냥 다른 곳으로 이전하기가 귀찮았을 뿐이야.”
“그럼 놈들이 이곳으로 오고 있을까?”
“그럴 거다. 그동안 우리들이 신나게 괴롭혀줬으니 이제는 자기들 차례라 생각하겠지.”
“흐흐흐 이곳으로 오면 딜보로스 쪽 녀석들과 합공하면 되겠다.”
“글쎄… 어쩌면 놈들은 병력을 분산할지도 몰라.”
제드록스가 다시 지도를 살폈다.
이미 이 주변은 머릿속에 선명하게 박혀 있었지만 혹시나 자신이 놓친 부분이 있을까 싶어서였다.
이곳과 딜보로스의 거리는 가까웠다.
만약 지원군을 보내고자 한다면 반나절도 채 걸리지 않을 시간이었다.
“반대로 말하자면 놈들도 마찬가지라는 거지.”
“응?”
“아니다. 그것보다 여간 귀찮은 것들이 아니네…….”
“누구? 쟤네들?”
수하 바셍트가 한쪽을 가리켰다.
그곳엔 어쌔신들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모두 제드록스의 수하들을 습격했다가 당한 어쌔신들이었다.
“어나니머스라… 제법 괜찮은 애들을 끌어들였어.”
“와… 나도 진짜 깜짝 놀랐어. 우리만큼이나 지독한 놈들이던데?”
“하하하!! 그래. 나도 설마 호숫가에서 며칠씩이나 몸을 숨기고 있을 줄은 꿈에도 예상치 못했다.”
제드록스가 이쪽, 하인비토로 돌아오는 중 어나니머스의 습격을 받았었다.
하인비토로 가려면 커다란 호숫가를 지나야 하는데 어쌔신들이 그곳에 몸을 숨기고 있었던 것이다.
만약 제드록스가 호숫가에 독을 풀지 않았다면 그대로 습격을 받을 뻔했다.
차오르는 독 때문에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어쌔신들은 과감하게 습격을 감행했다.
그들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제드록스부터 노렸다.
습격해오는 적들을 보며 제드록스가 웃었다.
그는 커다란 검을 휘두르며 어쌔신들의 공격을 막아내었다.
이어 그의 수하들이 어쌔신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제드록스가 지켜본 어쌔신들의 실력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다.
“어나니머스가 유명하다더니 과연…….”
그는 순수하게 어나니머스의 실력에 감탄하고 있었다.
결국 어나니머스의 습격은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제드록스는 그들 중 한 명을 붙잡아두려 했으나 그것마저도 쉽지 않았다.
살아남은 어쌔신들이 끝내 자결을 택한 것이다.
“생각보다 지독한 놈들이었지.”
그들의 습격이 일찍부터 발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드록스의 수하들도 상당수 목숨을 잃고 말았다.
때문에 제드록스도 어나니머스에 관한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대단하지 않나.”
“뭐가?”
“놈들 말이다. 한낱 어쌔신들 주제에 우리 케드록스 도적단을 이만큼이나 몰아세웠다.”
“한낱 어쌔신이라니… 나는 걔들만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고 대장…….”
“크하하하!! 그 정도냐?”
“어우, 얼마나 무서운 줄 알아? 독을 쓰는 건 기본이고 어디에 숨어 있는지도 모르겠고… 더군다나 더 어이없는 건 가끔 대놓고 가면을 벗고 돌아다닌다니까? 어차피 우리들은 걔네들 얼굴을 모르잖아?”
“뭐냐 그럼. 그때는 대놓고 습격을 하기라도 하는 거냐?”
“그렇다니까!! 그러니 내가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을 의심부터 하고봐. 그것뿐만이 아니야. 수하들로 변장해서 다가오는 놈들도 있었어!”
그때만 생각하면 바셍트조차도 간담이 서늘했다.
오랫동안 함께 해 온 수하인데도 바뀐 것을 몰라봤던 것이다.
“난 그 전설의 폴리모프 마법이라도 사용한 줄 알았다고… 완전 똑같았다니까…….”
“됐다. 그건 그냥 네가 멍청해서 당한 거니까.”
“어으… 내 말을 안 믿어 우리 대장은…….”
그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때 누군가가 곁으로 다가왔다.
긴 생머리를 묶은 사내였다.
“대장. 전할 말이 있어서 왔다.”
“뭔데?”
“딜보로스 쪽이 심상치 않아.”
“왜?”
“아무래도 벌써 놈들의 공격이 시작된 모양이야.”
“빠르군.”
“내 예상보다도 훨씬 빨라.”
“적들의 숫자는?”
“지금까지 파악된 것만으론 2천 명 정도.”
“2천 명? 생각보다 적은 숫자로군.”
“그리고 그곳엔 아라카인도 있어.”
아라카인이라는 말에 제드록스가 인상을 구겼다.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긴 하나 이런 때에 들으니 전혀 반갑진 않았다.
“아라카인도 놈들과 함께 한 거냐?”
“바그라드가 망하고 아카라인도 공민의 밑으로 들어간 모양이야. 녀석과 남은 검투사들이 함께 하고 있는 것을 보니…….”
“아라카인도 많이 죽었군. 그 자존심 강한 놈이 누구 밑에서 움직이다니. 쯧… 실망이야.”
“근데 대장…….”
“뭔데 자꾸 뜸을 들여?”
한 번 더 부르는 수하의 목소리에 제드록스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그의 살벌한 표정에 수하도 이번엔 침을 꼴깍 삼켰다.
제드록스의 성격에 무슨 짓을 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지금 이 사실을 전하지 않으면 안 됐다.
“리케르로돈 부대장 말인데…….”
“그래! 그 자식은 왜 안 오는 거냐? 누구보다 먼저 하인비토로 소환했건만 머리카락조차 내비치질 않네!?”
“그럴 수밖에… 리케르로돈 부대장은 지금 딜보로스에 있어.”
“그 자식이 거길 왜? 이미 딜보로스에는 다른 블레이드 녀석을 끌어들여 놨다. 거기 있지 말고 당장 이곳으로 오라고 해.”
“아니 그니까… 우리 쪽이 아니라 상대 쪽에…….”
“설마 리케르로돈이… 공민 측에 붙어먹은 거냐?”
“응… 그쪽 애들도 전부 다. 그래서 2천 명 중 천 명이 다 우리 애들이야…….”
“크흐흐… 이거 재밌네.”
리케르로돈의 변절은 제드록스도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단순한 놈이라 부리기만 편한 줄 알았더니…….”
“이제 어떻게 하지? 리케르로돈 부대장이 성격은 좀 단순해도 실력 하나만큼은 뛰어났는데…….”
“별수 있겠나.”
예상과 다르게 제드록스는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는 오히려 이 상황을 즐기는 듯 했다.
“대장은 이런 상황에서도 웃음이 나와?”
“공민이라는 애송이가 생각보다 제법 세게 나오잖나?”
“난 솔직히… 그자가 이제는 두렵게 느껴지는데…….”
“뭐?”
“그렇잖아, 어나니머스를 통해 우리들을 노리는 것도 그렇고… 놈한테는 이클립스라는 무지막지한 병단도 있고. 그 아카라인마저 공민을 따르고 있잖아? 게다가 이번엔 리케르로돈 형님까지 그쪽으로 돌아섰으니… 난 솔직히 무서워진다니까.”
“하하하!!!”
휘링―!
스각!!!
눈 깜짝할 새에 벌어진 일이었다.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커다란 검이 움직이자 수하의 팔목이 잘려나갔다.
“크아아!!!!”
잘린 팔목을 부여잡고 거친 비명을 토해내었다.
그러건 말건 제드록스는 발을 올려 그의 어깨를 짓밟았다.
“다시 한 번 말해봐라. 누가 무섭다고?”
“아… 아니 내 말은…….”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거냐?”
휘잉!!
제드록스의 검이 또다시 움직였다.
“다… 당연히 대장이 제일이지! 대장이 최고라고!!”
다급하게 튀어나온 말이 남은 한 팔을 살려내었다.
서늘한 검날이 팔뚝 가까이에 우뚝 멈춰선 것이다.
“그렇지?”
제드록스는 이제야 만족한다는 듯 표정을 풀었다.
그는 이만 검을 회수했다.
“너처럼 생각하는 녀석들이 또 있을까?”
“아… 아냐. 없을 거야… 나도 이제 그렇게 생각 안 해.”
“그래. 그래야지. 나 제드록스보다 공포로 군림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알겠나?”
“어…….”
“그럼 돌아가 봐라.”
제드록스의 말이 끝나자 사내가 몸을 일으켰다.
그는 남은 한 팔이라도 보존할 수 있었던 것에 다행이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의 얼굴은 점차 일그러지고 있었다.
“제드록스…….”
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멀리 떠나가는 수하를 보며 제드록스가 다시 생각에 잠겼다.
“대장. 딜보로스 쪽에 폰투스 알폰이 가 있다고?”
“그래.”
“그자가 거길 어떻게?”
“예전에 나한테 빚진 것이 있으니. 이번에 갚으라고 했다.”
“폰투스 알폰이? 형한테?”
“내가 그자의 딸을 살려준 적이 있거든.”
“아? 그런 일이 있었어?”
“그래. 폰투스 알폰은 자기 딸을 분신과도 같이 사랑한다. 그런 딸의 목숨을 내가 구해줬으니.”
“호오…….”
“물론 녀석의 딸에게 독을 푼 것도 나다.”
제드록스의 이어진 말에 바셍트가 그럼 그렇지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아는 제드록스는 순순히 그런 행동을 할 인물이 아니었다.
“뭐 혹시 몰라 만들어 둔 인연인데 이런 식으로 사용하게 될 줄은 몰랐지.”
“그나저나 폰투스 알폰 그 괴물이 움직여주다니 든든하네.”
“크흐흐 딜보로스 쪽 전투도 꽤나 재밌겠어. 폰투스 알폰은 이슈하르트와 함께 최강으로 일컬어졌던 인물이다. 과연 아라카인은 폰투스 알폰을 상대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잠깐만. 그럼 폰투스 알폰이 움직였으니 이모탈 애들도 움직인 건가?
“당연하지 그 죽음의 군대도 움직였다.”
“와… 이거 진짜 살벌하네…….”
“어쨌거나 전쟁의 승패는 장담할 수 없으니 이쪽도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한다.”
“알겠어 대장.”
“그럼 이제 손님맞이를 하러 가볼까.”
제드록스가 바깥으로 시선을 향했다.
일단의 군사들이 멀리서부터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생각보다 많은 숫자로군.”
그동안 그들을 괴롭혀 왔던 어나니머스의 어쌔신들도 보였다.
이어 화려한 갑옷의 군사들이 보였다.
“저들은 뭐지? 이클립스가 아니잖아?”
“그러게? 이클립스 말고 다른 수하들도 거느리고 있었나?”
“아니면 헤카르도의 군사들일 수도 있지.”
다른 쪽에서 합류한 수하 한 명이 말을 거들었다.
이에 제드록스가 눈살을 찌푸렸다.
“하? 그럼 제국군이란 말이냐?”
“아마 그런 것 같군. 입고 있는 갑옷도 제국군것과 흡사하다.”
“거기다 갖춰진 군열도 비슷하고?”
“난리 났군… 라그나로크의 블레이드가… 제국군과 손을 잡았다 말이냐?”
제드록스가 헛웃음을 뒤로 한 채 앞으로 나섰다.
수많은 수하들이 그를 바라보고 섰다.
“너희들도 다 보이지?”
“물론!”
“기다리고 있었어 대장!”
“이왕 이렇게 된 것 한 판 제대로 붙어봐야지!”
제드록스의 한마디에 수하들이 아우성치기 시작했다.
그가 다시 손을 들어올리자 거짓말처럼 침묵이 찾아왔다.
“공민은 감히 우리들에게 손을 댔다. 너희들도 알고 있지?”
“은혜는 반절로! 원한은 몇 배로!”
“은혜는 반절로! 원한은 몇 배로!”
동시에 외치는 수하들의 모습에 만족한 듯 제드록스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래 바로 그거다! 이제 다시 우리가 갚아줄 차례다! 겁도 없이 케드록스 도적단을 건드린 저 벌레들에게 말이야!!”
“우오오―!!!”
“와아아아아!!!!”
우레와 같은 함성이 요새 전제를 울렸다.
사기충천한 제드록스의 수하들이 병장기를 들어올렸다.
그들은 당장이라도 눈앞의 군대에 달려들 것처럼 보였다.
그때 밖에서 망을 보던 수하 한 명이 허겁지겁 달려왔다.
“대장!! 적들이 이곳으로 다가오고 있어!!”
“그래. 나도 눈이 있어 보았다.”
“근데 깃발에 검은 불 모양이 그려져 있는데?”
“검은 불?”
제드록스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누군가 화들짝 놀라 소리쳤다.
“검은 불이라면… 제국의 전 대기사장이었던 칼라반 군단의 상징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