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in Another 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26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026화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26화
#하급 플레이어
“쿠우우우―!!!”
새로운 존재의 등장에 사이클롭이 더욱 흉포한 괴성을 질러대었다.
녀석의 목소리가 동굴 안에 가득 울려 퍼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카피오는 칼라반을 바라보며 감동에 벅차 있었다.
카피오는 조막만한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꼬집어보았다.
고통이 느껴지는 것을 보니 이것은 틀림없는 현실이었다.
―이렇게 다시 뵙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카피오는 고개를 떨구며 칼라반에게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비록 이전과 다른 이질적인 기운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눈앞에 있는 이는 틀림없는 자신들의 왕, 칼라반이었다.
그에게서 풍겨오는 고유의 기운이 그것을 증명했다.
“나도 이렇게 만나게 돼서 정말 반갑다.”
―무사하셨다니 다행입니다. 아포칼립스님께서 안배하셨던 일이 잘 풀린 모양입니다.
“그래… 그런데 지금은 한가하게 해후(邂逅)나 나눌 때가 아니다.”
칼라반의 시선이 뒤편에 있는 사이클롭에게 고정되었다.
그제야 카피오도 사이클롭의 존재를 신경 쓰기 시작했다.
카피오는 자신보다 몇 십 배는 거대한 사이클롭을 올려다보았다.
다행히 사이클롭은 카피오의 존재를 경계하는지 섣불리 공격해 들어오진 않았다.
녀석은 카피오를 찬찬히 훑어보며 경계했다.
―엄청나게 거대하군요.
“보기와 다르게 빠르기도 하지.”
―제가 어떻게 도와드리면 되겠습니까? 말씀해주십시오.
“네가 상대하면 저 녀석을 죽일 수 있겠나?”
―죄송하지만 저 혼자만의 힘으로는 역부족입니다. 무엇 때문인지 힘에 제약이 걸려 있습니다.
카피오가 자신의 손과 삼지창을 내려다보았다.
확실히 이전에 인간계로 소환되었을 때보다 끌어낼 수 있는 기운이 적었다.
칼라반은 하는 수 없이 빠르게 다른 수단을 생각해 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그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기억이 있었다.
“그렇다면 저 녀석의 움직임을 잠시라도 묶어줄 수 있겠나?”
―그 정도라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그럼 부탁하마.”
칼라반의 명령에 카피오가 삼지창을 들어올렸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알아차린 사이클롭이 선수 치기 위해 먼저 움직였다.
“크릉!”
사이클롭은 양 팔을 한껏 들어올리며 카피오와 칼라반을 동시에 노렸다.
그러나 카피오는 날랜 움직임으로 사이클롭의 다리 사이를 통과했다.
사이클롭으로선 현재 부상을 입은 칼라반보다 새로 나타난 카피오의 존재가 더욱 신경 쓰였다.
그렇기 때문에 사이클롭은 칼라반보다 카피오를 먼저 처리하기 위해 몸을 돌렸다.
이를 확인한 카피오가 다시 방향을 틀어 재빠르게 사이클롭의 뒤를 점했다.
[하급 어둠의 정령 카피오가 ‘어둠잡기’스킬을 발동했습니다.]“스킬?”
갑자기 나타난 메시지창에 마주 움직이려던 칼라반이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설마하니 어둠의 정령도 스킬을 보유하고 있을 거라곤 예상치 못한 탓이다.
카피오의 삼지창이 정확히 사이클롭의 그림자를 찍었다.
파악!
우뚝!!
삼지창이 그림자를 찍자마자 거짓말처럼 사이클롭의 움직임이 멈추고 말았다.
“우우……?”
사이클롭은 갑자기 자신의 몸이 움직이질 않자 적지 않게 당황한 눈치였다.
녀석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눈빛과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담긴 눈빛으로 카피오를 쫓았다.
―왕께 무릎을 꿇어라.
카피오는 자신보다 훨씬 더 덩치가 큰 사이클롭을 바라보며 웃었다.
그 순간 허공으로 힘껏 도약한 칼라반이 검을 들어 사이클롭의 눈에 찔러버렸다.
푸슉―!
“우으으으……!!”
검에 찔린 사이클롭이 고통스런 비명을 토해내었다.
그러나 칼라반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연환칠검까지 펼쳐내며 사이클롭을 무차별로 공격했다.
그런 칼라반을 바라보며 카피오는 경외심 가득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카피오가 어둠잡기로 사이클롭의 움직임을 봉쇄하는 동안 칼라반은 계속해서 사이클롭의 모든 부위를 공격했다.
사이클롭의 피부가 어찌나 단단하던지 같은 곳도 여러 번 공격해야 할 정도였다.
한참동안이나 칼라반을 우러러 보던 카피오가 점점 고갈되는 마나를 느꼈다.
―왕이시여.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알고 있다.”
수차례 공격을 퍼붓던 칼라반이 마침내 움직임을 멈추었다.
스르륵.
털썩!!
사이클롭의 움직임을 묶어두었던 카피오의 창이 사라지자 사이클롭이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녀석의 눈은 이미 칼라반의 검에 난자당해 제 기능을 잃은지 오래였고, 관절이 있는 부위는 검상으로 가득했다.
띠링!
…….
사이클롭 한 마리를 쓰러트렸을 뿐인데 레벨이 5단계나 상승했다.
“레벨이 5나 올랐다는 건… 이 녀석이 나보다 더 높은 레벨의 몬스터였다는 말이로군.”
칼라반은 숨을 거둔 사이클롭을 바라보았다.
솔직하게 말해 카피오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기기 힘든 싸움일지도 몰랐다.
그만큼 사이클롭의 힘은 매서웠다.
그때 카피오가 칼라반의 곁으로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성장을 축하드립니다.
“성장?”
―예. 칼라반님께서 한층 강해지신 것이 느껴집니다.
“그게 느껴진단 말인가?”
―아울러 칼라반님의 성장과 함께 저의 힘도 더욱 강해진 것 같습니다.
카피오의 말에 칼라반은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그렇군… 내가 강해질수록 정령들도 함께 강해진다는 뜻인가.”
칼라반은 조금 전 획득한 사이클롭의 내단을 꺼내들었다.
[사이클롭의 내단보스 몬스터 사이클롭을 처치하고 얻은 내단입니다. 사이클롭의 마력과 특성이 내단에 깃들어 있습니다. 이 내단을 복용한다면 사이클롭의 마력을 흡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낮은 확률로 사이클롭의 특성을 활성화합니다.]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특성에 관한 얘기였다.
초록빛깔의 환약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칼라반은 이내 자신의 입 안으로 이것을 집어넣었다.
홀로 고민에 빠지는 것보다 일단 경험해보면 그만이었다.
홉 고블린의 내단처럼 쌉싸름한 맛이 퍼지기 시작했다.
칼라반은 이젠 자연스럽게 가부좌를 틀며 명상에 잠겼다.
[명상 상태에 진입했습니다.] [운기조식이 발동되었습니다.] [운기조식의 영향으로 내단의 흡수율이 상승합니다.] [스킬 만독지체의 이해도가 상승했습니다.] [경험치가 상승했습니다.] [마력이 내공으로 전환되어 내공이 상승했습니다.] [사이클롭의 특성을 활성화 합니다.] [지력의 수치가 크게 상승합니다.] [스킬 심안(心眼)을 터득했습니다.]한꺼번에 많은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띠는 것은 ‘심안’이라는 스킬을 배웠다는 메시지였다.
[심안(心眼)심안은 본질을 꿰뚫어보는 제 3의 눈을 뜻합니다. 스킬 심안으로 인해 플레이어의 기감이 상승됩니다. 심안으로 인해 플레이어 칼라반님은 타인의 전투력을 가늠할 수 있게 됩니다.]
“타인의 전투력을 가늠할 수 있다고?”
칼라반은 혹시나 싶어 심안으로 당장 앞에 있는 카피오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이전까진 보이지 않던 숫자가 나타나 있었다.
카피오의 위로 11000이라는 전투력 수치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리고 상태창을 띄워보니 칼라반의 전투력은 어느새 14000 가까이 올라 있었다.
혹시 몰라 죽은 사이클롭을 심안으로 바라보니 사이클롭의 위에도 전투력 12500이라는 수치가 떠올라 있었다.
“뜻하지 않게 좋은 능력을 얻었군…….”
결국 심안을 통해 상대를 어느 정도 알아볼 수 있다는 얘기였다.
물론 전투력이 곧 절대적인 수치를 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한 일이었다.
칼라반은 온통 뻐근해진 몸을 일으켰다.
그래도 결국 사이클롭을 처치했으니 이제 다시 유운량을 찾아가기만 하면 될 일이었다.
그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동굴의 입구쪽으로 다가갔다.
아직 어둑한 바깥의 풍경에 그는 잠시 잠을 청하기로 마음먹었다.
어차피 지금 유운량을 찾아가봐야 시간도 많이 늦은 데다 연속된 전투로 지친 몸을 쉬게 해줄 필요가 있었다.
“그냥 쉬는 것보다 명상을 하는 것이 낫겠지. 카피오. 혹시 모르니 너는 내가 그 어떤 방해도 받지 않도록 지켜라. 너 또한 나를 건드리거나 방해해서도 안 된다.”
―알겠습니다.
칼라반은 아직 내공에 여유가 있었기에 카피오를 정령계로 돌려보내지 않고 소환을 유지했다.
그리곤 인벤토리에서 다시 마령환을 꺼내들었다.
손톱만큼 뜯겨져나간 흔적이 가장 먼저 보였다.
이렇게나 적은 양을 먹었음에도 그런 끔찍한 고통을 겪었다는 점에서 저도 모르게 혀를 내두르고 말았다.
칼라반은 이번엔 전보다 조금 더 많은 양을 뜯어내었다.
독에도 내성이 생기고 처음 하는 일에도 시간이 지나면 적응을 하듯, 칼라반의 몸 역시 마령환의 기운에 조금은 적응했을 것이란 추측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
물론 칼라반이 이 그릇된 행동을 후회하게 되는 데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크읍……!!”
조금은 괜찮을 거란 안일한 생각에 전보다 조금 더 많은 양의 마령환을 집어삼켰던 칼라반은 또다시 끔찍한 고통을 맛봐야만 했다.
그는 다시 운기조식에 집중하며 어떻게 해서든 고통을 줄여보려 애썼다.
그러나 마령환의 기운은 더욱 폭주하며 칼라반의 몸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마령환의 기운은 칼라반의 혈맥을 돌아다닐 때마다 자신을 막아서는 탁기(濁氣)들을 말끔히 걷어치워 버렸다.
그러는 동안 칼라반이 느끼는 고통은 더욱 커지고 있었다.
식은땀까지 줄줄 흘리는 칼라반의 모습에 카피오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를 지켜보기만 했다.
칼라반의 명령이 있었기에 카피오는 함부로 행동하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칼라반은 여러 차례 신음을 토해내며 갖가지 표정변화를 보였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요동치던 칼라반의 얼굴이 마침내 잠잠해졌다.
이어 들쑥날쑥하던 그의 호흡도 고요한 호수처럼 낮게 가라앉았다.
“후우…….”
그가 다시 눈을 떴을 땐 한층 더 깊은 눈빛이 세상을 마주했다.
[조건을 달성하여 견습 무인에서 하급 무인으로 승급하셨습니다.] [수라파천공 2성이 개방되었습니다.] [스킬 반월참(半月斬)을 배웠습니다.] [스킬 질풍수라권(疾風修羅拳)을 배웠습니다.] [경공(輕功)을 배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스킬 수라월령보(修羅月靈步)를 배웠습니다.]칼라반은 새롭게 추가된 스킬들을 살펴보았다.
[반월참(半月斬)전설의 무인 아수라의 무공으로, 단 일격으로 달을 베었다는 풍문이 전해집니다.] [질풍수라권(疾風修羅拳)
단 한 번 주먹을 내지르는 것만으로 질풍을 일으킨다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질풍수라권을 정통으로 맞은 적은 결코 무사하지 못할 것입니다.]
스킬의 설명을 하나하나 읽어보던 칼라반은 당황을 금치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