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in Another 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262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262화
#무너지는 방패
“흡!?”
헛바람을 집어삼킨 바셍트가 어떻게든 몸을 비틀어 움직이려 했다.
그러나 켈리움의 손은 우악스럽게 바셍트의 머리를 잡았다.
휘이잉―!
이어 날아온 배틀엑스가 바셍트의 옆을 가격했다.
카아앙!!
가까스로 막아낸 바셍트의 몸이 심하게 휘청거렸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켈리움의 손은 바셍트를 붙잡고 있었다.
“이거 안 놓냐!?”
휘리릭!
스가각! 스강!
빠르게 내지른 바셍트의 검이 켈리움의 팔을 베었다.
핏물이 뚝뚝 흘러내리고 있음에도 켈리움은 여전히 바셍트를 놓지 않았다.
이어 그의 배틀엑스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콰앙!
파아앙!
배틀엑스는 빠른 속도로 사정없이 바셍트를 두들겼다.
가만히 당할 수만은 없었기에 바셍트도 검을 들어 수비를 취했으나 쉽지 않았다.
배틀엑스와 부딪힐 때마다 검신이 크게 흔들렸다.
“치잇!”
일격 하나하나가 무거웠다.
차라리 발을 딛고 섰다면 수비하기가 한층 수월했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켈리움 때문에 그의 몸은 공중에 떠 있는 중이었다.
“크읍……!”
바셍트는 계속해서 켈리움에게 공격을 시도했으나 녀석은 꿈쩍도 않고 배틀엑스를 휘둘렀다.
질리지도 않는 같은 공격에 바셍트가 불쾌한 낯을 드러내었다.
“제기랄!!”
그가 이렇게 인상을 구긴 이유는 단 하나였다.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켈리움의 표정.
그 표정이 마치 장난감을 다루는 어린아이를 보는 듯 했다.
“지금 날 가지고 놀기라도 하는 거냐!?”
바셍트의 검에서 선명한 오러가 흘러나왔다.
호흡을 고른 그가 있는 힘껏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켈리움이 재빠르게 팔을 흔들었다.
휘청거린 몸 탓에 바셍트의 검이 일자로 나아가지 못했다.
콰앙!
이어 다가온 배틀엑스가 바셍트의 오러 블레이드를 때렸다.
“크읍!”
제대로 방어해내지 못한 바셍트가 거친 신음을 토해냈다.
배틀엑스의 충격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했다.
켈리움은 쉬지 않고 바셍트의 몸을 흔들었다.
이어 배틀엑스로 바셍트를 계속해서 괴롭히고 있었다.
슈라락―!
촤랑!!
그때 먼발치서 날아온 환한 빛이 켈리움의 팔을 베었다.
“크아아―!!”
웃고 있던 켈리움이 처음으로 거친 소리를 냈다.
분노한 녀석의 두 눈이 공격해온 자를 찾았다.
“정신 차려라 바셍트. 언제까지 저런 몬스터 따위에게 놀아날 거냐?”
검을 휘두른 것은 제드록스였다.
그는 마력을 거두며 바셍트를 내려 보았다.
“크윽… 죄송합니다……!”
충격이 아직 가시지 않은 바셍트가 머리를 흔들었다.
우선 빠르게 발을 놀려 켈리움과 거리를 벌렸다.
제드록스 덕분에 가까스로 손아귀에서 탈출했는데 또다시 붙잡힐 순 없었다.
“와… 아주 특이한 싸움법이었네.”
머리를 톡톡 때리던 바셍트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제대로 된 싸움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카이사르. 똑바로 안 할 거냐?”
“…….”
그러건 말건 켈리움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을 내뱉고 있었다.
녀석의 시선이 카이사르에게 가 있었으나, 카이사르는 가볍게 무시하고 있었다.
제드록스의 검은 날카롭고 빨랐다.
마치 커다란 송곳니가 상대를 갉아먹는 느낌이었다.
거기다 제드록스는 카이사르를 상대하는 와중에도 주변을 살피는 여유까지 보여주고 있었다.
“그래도 블레이드라 이건가?”
이 모습을 지켜보던 칼라반이 고개를 끄덕였다.
카이사르는 여전한 실력을 갖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전보다 훨씬 더 강해진 것 같았다.
이번에 소환한 켈리움도 카이사르와는 다른 스타일의 정령이었다.
카이사르가 날카로운 바람 같다면 켈리움은 거대한 태산 같아 보였다.
“어쨌든 켈리움과 카이사르의 싸움은 대충 파악했다.”
제드록스와 나머지 수하들의 실력을 알아보기 위함도 있었지만 카이사르와 켈리움의 실력을 파악하기 위함도 있었다.
이제 제드록스와 바셍트는 둘에게 맡기고 칼라반이 나설 차례였다.
“시작해볼까.”
칼라반의 시선이 네오스담과 폰투랑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다른 곳보다 저곳이 가장 시급해보였다.
폰투랑은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며 핏물을 흘리고 있었다.
온몸에 난 상처 때문에 전신을 붉게 물들인 그가 다시 주먹을 들어올렸다.
“뭐야… 또 해볼 생각이냐!?”
네오스담이 질린다는 얼굴로 말했다.
그가 다시 방패를 들어올렸다.
데오크라돈이 기이한 공명음을 토해내었다.
후우웅―!
파콰앙!!
폰투랑의 주먹이 다시금 데오크라돈을 때렸다.
거친 소리와 함께 폰투랑의 몸에서 핏물이 튀었다.
우직하게 주먹을 막아낸 네오스담이 폰투랑을 바라보았다.
그의 온몸에서 피가 나고 있건만 폰투랑은 쓰러지지 않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몸과 다르게 그의 눈빛만은 처음과 같았다.
“나 참… 무식한 건지… 아니면 무모한 건지… 네 힘으로는 데오크라돈을 결코 뚫을 수 없다니까!?”
“그래도. 한다.”
휘우우웅―!!
폰투랑의 주먹에서 다시금 투기가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네오스담은 하는 수 없이 다시 데오크라돈을 들어올렸다.
이 견고한 방패는 폰투랑의 수많은 공격을 받아내면서도 처음과 같은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후웁!”
숨을 크게 들이마신 폰투랑이 있는 힘껏 발을 내딛었다.
뻗어나간 그의 주먹이 데오크라돈을 강타했다.
엄청난 소리와 함께 네오스담의 몸이 휘청였다.
지금까지 받아냈던 그 어떤 일격보다 강한 공격이었다.
네오스담이 자신의 팔을 내려다보았다.
조금 전 일격 때문인지 아니면 지금까지 연이은 공격을 받아온 탓인지 그의 팔이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피슛!
츄라압―!
폰투랑의 몸 여기저기서 핏물이 터져 나왔다.
데오크라돈은 여지없이 그의 공격을 일정량 되돌려주었다.
그동안 쌓여온 데미지가 드디어 한계에 다다랐는지 폰투랑은 꿈쩍도 않고 있었다.
“드디어 끝난 건가?!”
사실 도중에 얼마든지 폰투랑을 이길 수 있었다.
하지만 어느새 폰투랑과 네오스담 사이엔 자존심 싸움이 오가고 있었다.
공격하는 자와 막아내는 자.
창과 방패의 대결과 같았다.
누가 이길지 끝까지 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대결의 결과는 눈에 훤히 드러나고 있었다.
잠시 초점을 잃었던 폰투랑의 눈동자가 다시 움직였다.
“이겨낸다…….”
그는 바들바들 떨리는 손을 다시 허리춤으로 올렸다.
이 모습에 네오스담은 혀를 내두르고 말았다.
“적이지만… 훌륭한 사내로군… 너 같은 자는 그동안 만나본 적이 없다……!”
그동안 어떻게 해서든 데오크라돈의 빈틈을 노리려 했던 자들만 만나보았다.
사실 네오스담 자신을 상대하려면 그렇게 하는 것이 옳았다.
데오크라돈을 뚫어낼 수 있는 인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용병 생활을 하는 중에도 최강의 방패라는 이명을 들어오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 우직한 인간은 끝까지 데오크라돈과의 싸움을 고집했다.
단 한 번도 방패 뒤의 네오스담을 노린 공격이 없었다.
오직 데오크라돈의 견고한 방어막을 깨부수기 위한 공격들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네오스담마저도 폰투랑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 받아온 공격들 중 최고였다. 과연… 칼라반의 군단엔 그대 같은 자가 네 명이나 더 있단 말인가?”
네오스담이 침음성을 삼키며 말했다.
정신을 잃은 듯 보이는 폰투랑이 다시 미세한 움직임을 보였다.
그의 주먹으로 투기가 뭉치기 시작했다.
“이봐. 더 했다간 죽을 지도 모른다. 여기서 멈추는 것이 어떻겠나? 비록 적으로 만나긴 했지만 그대 같은 사내가 목숨을 잃는 것은 원치 않아.”
“이것은 목숨을 걸고 싸우는 전투다. 그런 것 따위 두렵지 않다.”
폰투랑이 뜨거운 열기를 토해내며 다시 주먹을 뻗으려 했다.
그러나 그의 주먹은 허공에서 멈추었다.
어깨에 얹은 칼라반의 손 때문이었다.
“대장?”
“고생했다 폰투랑.”
“어째서 이곳에…….”
“쉬어라. 네 마음은 알지만 여기서 목숨을 잃는 것은 허락지 않겠다.”
“…….”
무어라 반발이라도 할 줄 알았건만 놀랍게도 저 황소 같은 사내는 순순히 주먹을 거두어들였다.
이에 칼라반이 미소를 지어보였다.
“고맙다.”
칼라반이 폰투랑을 지나쳤다.
그와 네오스담이 마주섰다.
“당신이 그 유명한 칼라반인가?”
“그렇다.”
“이거 영광이로군. 제국의 전 대기사장이었던 당신을 이곳에서 보게 될 줄이야!”
“그런가.”
“그런데 어둠의 정령도 없이 당신이 뭘 하겠다는 거지?”
“글쎄… 우선은 나의 수하가 진 빚은 받아내야겠지.”
칼라반이 뒤를 돌아보았다.
이렇게 피투성이가 된 폰투랑의 모습은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하하하하!! 그거 재밌는 말이로군! 그래, 어떻게 빚을 받아낼 생각이지?”
“우선. 방패를 들어올려라.”
“뭐라!?”
“방패를 들어올리라고 했다.”
“크하하! 공격이라도 해볼…….”
호탕하게 웃어젖히던 네오스담이 두 눈을 부릅떴다.
칼라반의 전신에서 엄청난 기운이 폭사되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의 내기에 주변의 공기가 무거워지고 있었다.
“마지막이다. 방패를 들어올려.”
“크음……!”
네오스담이 방패를 들어올렸다.
후우웅―!
커다란 마나의 장벽이 데오크라돈을 감싸기 시작했다.
폰투랑의 공격을 수도 없이 막아낸 견고한 베리어였다.
칼라반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리 말해두지만 나의 방패를 뚫기는 쉽지 않을 거다.”
“그런가.”
방패의 지근거리까지 다다른 칼라반이 주먹을 말아 쥐었다.
당연히 검을 들 줄 알았건만 그가 주먹을 말아 쥐자 네오스담도 미간을 좁혔다.
“주먹? 설마 폰투랑을 따라 하기라도 하겠다는 거냐……!?”
하지만 방심하지 않았다.
방심하기엔 상대에게서 흘러나오는 기운이 심상치 않았던 것이다.
조용히 다가온 칼라반이 주먹을 들어올렸다.
[스킬 질풍수라권을 시전합니다.]일 보 내딛은 칼라반이 힘차게 주먹을 뻗었다.
직선으로 뻗어나간 그의 주먹이 데오크라돈을 때렸다.
콰아앙!!!
커다란 굉음과 함께 데오크라돈이 비명같은 소리를 토해내었다.
“으음……!!”
네오스담의 두 팔뚝이 성난 근육들을 자랑했다.
두 발을 우뚝 딛고선 네오스담의 몸이 밀려났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자신이 들고 있는 데오크라돈은 여전히 멀쩡한 모습이었다.
“하! 입이 실력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은데!? 파괴력은 그대보다 폰투랑이 더… 크학!”
말을 내뱉던 네오스담의 입에서 핏물이 흘러나왔다.
속 깊은 곳에서 쓰라린 고통이 느껴졌다.
“이게 어떻게…….”
방패를 들고 있던 네오스담이 처음으로 당황한 얼굴을 보였다.
두 눈을 부릅뜬 그가 입가에서 뚝뚝 떨어진 핏물을 내려다보았다.
“뭐하고 있지? 다시 방패를 들어올려라.”
앞에 선 칼라반이 손짓했다.
네오스담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어떻게 한 거지!?”
특별히 다른 것을 확인하진 못했다.
눈앞에서 주먹을 내지른 것 빼곤 다른 공격은 없어보였다.
그렇다고 주변에서 누군가 도와주는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럼 어떻게!?’
어떻게 자신의 데오크라돈을 뚫고 공격해올 수 있었단 말인가!?
이 믿을 수 없는 일에 네오스담이 두 눈을 부릅떴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내저으며 데오크라돈을 다시 들어올렸다.
“이번엔 확실하게 막아주마!”
결의를 다진 그가 크게 소리쳤다.
칼라반은 말없이 주먹을 들어올렸다.
“그거 기대되는군.”
그의 주먹에서 광활한 내기가 집중되기 시작했다.
이 모습을 본 네오스담이 절로 마른침을 삼키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