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in Another 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263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263화
#각성 스킬
단전에서 시작된 내기가 전신에 흘러 권으로 집중되었다.
그의 주먹으로 강렬한 기운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칼라반에게서 흘러나오는 아지랑이를 보며 네오스담이 더욱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성난 팔뚝을 타고 마력이 흘러나왔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마력에 데오크라돈도 공명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와라!!!”
만반의 준비를 갖춘 네오스담이 몸을 기울였다.
이어 칼라반의 주먹이 앞으로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그의 권은 폰투랑처럼 빠르게 파고들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네오스담의 두 눈엔 칼라반의 주먹이 느리게 다가오는 것 같았다.
한순간이지만 시간이 멈추어버린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그런 생각이 든 찰나.
파콰아아아앙!!!!!
칼라반의 주먹이 데오크라돈에 닿자마자 엄청난 파공성이 터져 나왔다.
가공할 만한 힘에 네오스담의 몸도 허공에 떠오르고 말았다.
“흐읍!”
저도 모르게 신음을 흘린 네오스담이 칼라반을 내려다보았다.
그는 좀 전과 같은 자세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럴… 수가……!!”
네오스담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분명 데오크라돈의 힘이 칼라반을 공격했을 텐데 그의 모습은 너무도 멀쩡해보였다.
이는 폰투랑과는 전혀 다른 반응이었다.
게다가 자신에게 전해지는 충격은 폰투랑과 비교 불가일 정도였다.
“크하악!!”
핏물을 토해낸 네오스담이 데오크라돈을 짚고 섰다.
놀랍기도 상대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뭐냐.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거지? 데오크라돈을… 뚫는 인간이 있다고!?”
핏물을 닦아내며 네오스담이 인상을 찌푸렸다.
다시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부들거리는 다리와 팔이 네오스담의 의사를 거부하고 있었던 것이다.
“더 할 생각인가?”
칼라반의 물음에 네오스담이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자신은 이런 꼴이 되었는데 상대는 터무니없이 멀쩡한 상태였다.
두 번씩이나 자신을 무너트린 상대한테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네오스담이 이만 고개를 저었다.
“아니. 당신의 승리다. 내 방패로는 그대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할 것 같군…….”
씁쓸한 목소리였다.
칼라반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만 몸을 돌렸다.
“그대의 방패는 훌륭하다. 하지만 그것을 너무 맹신하진 마라.”
돌아선 칼라반에게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닥에 주저앉은 네오스담이 그의 말에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다른 누군가가 말했으면 발끈하고 나섰겠지만, 눈앞의 상대가 저런 말을 하니 뭐라 반박할 거리가 없었다.
“참고하지.”
그래도 속은 시원했다.
폰투랑이나 칼라반이나 다른 이상한 수를 쓰진 않았다.
그들은 정직한 공격으로 자신을 무너트리려 했고 그것에 성공했다.
이런저런 말이 오갈 수 없는 깨끗한 패배였다.
그랬기에 네오스담도 칼라반에게 반감이 생기진 않았다.
오히려 폰투랑 같은 사내가 왜 저 사내의 밑에 있는지 어렴풋이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괴물같은 자야…….”
자리를 벗어나는 칼라반을 보며 네오스담이 중얼거렸다.
한편 네오스담을 쓰러트린 칼라반의 시선엔 에인글이 들어왔다.
에인글과 요쿠스는 화려한 검술 대전을 펼치고 있었다.
두 사람은 변화무쌍한 검술들을 선보이며 치열한 접전을 이어갔다.
카가강!!!
콰각!!
기이한 자세로 검을 막아낸 요쿠스가 몸을 비틀었다.
그러자 요쿠스의 검이 에인글의 검신을 미끄러지듯 비껴내었다.
이어 섬전과도 같이 에인글의 목을 노렸다.
휘릭!
에인글은 마치 예상했다는 듯 요쿠스의 검을 피해내었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에인글은 검을 다른 손으로 옮겨가며 요쿠스의 빈틈을 파고들었다.
“호오!”
요쿠스 또한 만만치 않았다.
그는 몸을 이상하게 기울이며 검끝을 피해내었다.
이 신비한 움직임에 에인글도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
“넌 대체 뭐하는 놈이냐?”
“검사다.”
“아니 그것 말고… 대체 어느 가문에서 그딴 검술을 알려주는 거지?”
“그런 너도 이상한데?”
“뭐?”
“검 좀 휘둘러본 솜씨가 어설프게 어깨너머로 배운 수준이 아니야. 어디 가문에서 배운 거냐? 내가 알기로 이런 검술은 아프르셀란 왕국 쪽인데.”
“……!!”
아프르셀란 왕국이란 이름이 나오자 에인글이 두 눈을 부릅떴다.
여기서 그 이름을 들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아니 애초에 오래전 왕국인 아프르셀란 왕국을 기억하는 이가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어떻게 아프르셀란 왕국에 대해 알고 있는 거지?”
“아아. 우리 가문이 역사에 대해 파고드는 것을 좋아해서 말이야. 예전에 책으로 읽은 적이 있다. 검에는 관심이 많아서.”
“네 말이 맞다. 나는 아프르셀란 왕국의 후손이다.”
“어쩐지. 그나저나 놀랍네, 아프르셀란의 검술이 아직까지도 존재할 줄이야.”
“놀라긴 아직 이르다. 검술의 명가였던 우리 가문의 검을 이제부터 직접 느끼게 해줄 테니.”
“오호라, 그거 신나겠네.”
요쿠스가 활짝 웃었다.
그 천진난만한 미소에 에인글이 불쾌감을 드러내었다.
“그 미소가 언제까지 갈 수 있나 보겠다.”
휘우우웅!!
에인글의 옷이 마력으로 펄럭이기 시작했다.
이어 푸른 빛깔이 그의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요쿠스도 양 손으로 검을 쥐었다.
그가 들고 있는 두 개의 검에서 오러 블레이드가 흘러나왔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에인글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짧은 움직임이었지만 단숨에 요쿠스와의 거리를 좁혔다.
마주 서 있던 요쿠스도 검을 휘둘렀다.
콰라랑!!
콰르르릉――!!!
여기저기 빗발친 마력이 대지를 긁었다.
요쿠스와 에인글의 검이 어지러이 뒤섞였다.
에인글은 마치 요쿠스의 검이 어디로 향할지 미리 알고 있는 것처럼 검로를 모두 파악해내었다.
요쿠스 또한 특유의 기묘한 움직임으로 에인글의 검을 피해내고 있었다.
잠깐의 방심이 곧 커다란 결과로 나타날 수 있는 순간이었다.
두 사람의 집중력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이 난전 속에서 칼라반은 말없이 요쿠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알고 있는 요쿠스는 치명적인 약점이 하나 있었다.
그리고 곧 그 치명적인 약점이 드러날 때였다.
촤라락!!
촤락!!
에인글과 요쿠스의 검이 서로에게 닿았다.
핏물이 튀어나왔지만 두 사람의 시선은 흔들리지 않았다.
화끈한 난전을 벌이듯 검들이 오갔다.
피분수가 터지듯 검 끝에 붉은 빛깔이 흩날렸지만 둘 중 누구도 물러섬이 없었다.
점점 인상을 굳혀가는 에인글과 다르게 요쿠스는 흥분의 도가니에 빠진 얼굴이었다.
에인글의 검술이 정갈하다면 요쿠스의 검술은 난잡했다.
정신없는 검술 속에서 에인글의 검은 직선을 찾아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수세에 몰리는 것은 에인글 쪽이었다.
이러한 전투가 익숙지 않았기 때문인지 요쿠스의 기세에 에인글이 밀려나기 시작했다.
“뭐하고 있는 거냐? 제대로 안 해?”
에인글이 하염없이 밀리기 시작하자 요쿠스가 짜증내듯 내뱉었다.
이어 두 개의 검이 에인글의 가슴팍에 닿을 때였다.
요쿠스의 동공이 확 풀어지며 몸이 흔들렸다.
에인글도 실력 있는 검사.
상대의 작은 변화를 놓칠 리 없었다.
빈틈이라 생각한 그가 있는 힘껏 검을 찔러 넣었다.
“으아…….”
요쿠스가 우스꽝스런 몸짓으로 에인글의 검을 피해내었다.
갑자기 달라진 움직임에 에인글이 굳은 얼굴을 보였다.
“너… 설마 날 조롱하기라도 하려는 거냐?”
“아… 그게…….”
요쿠스가 머리를 긁적이며 뒤로 물러났다.
그 모습이 좀 전과는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벌써 술이 깼나보군.”
그의 앞으로 칼라반이 섰다.
“대장…….”
“뒤로 물러나 있어라.”
“아… 알겠어… 미안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요쿠스를 보며 에인글은 어이가 없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조금 전 미친놈처럼 날뛰던 그자가 맞나 싶었다.
“미안하게 되었군. 못난 수하 녀석이 술이 깨면 저런 상태라.”
“뭐……?”
“저 녀석은 술을 마시면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 믿기 어렵겠지만 지금 저 모습이 멀쩡한 상태다.”
“지금 날 놀리는 건가? 그럼 내가 지금까지 술에 취한 녀석과 싸웠단 거냐!?”
“아니라고 말할 순 없겠군.”
“크하하하―!!!! 이거 완전 돌아버리겠구만!!”
대소한 에인글이 다시 검을 들어올렸다.
그의 눈빛에 살기가 가득 담겨 있었다.
“둘 다 죽여주마.”
“편할 대로.”
칼라반은 별다른 준비자세도 없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이 완전히 얕보였다고 생각한 에인글이 먼저 몸을 날렸다.
그는 지그재그로 몸을 달리며 칼라반과 거리를 좁혔다.
휘우우우!!!
그의 몸 주변으로 푸른 빛깔이 퍼져나갔다.
[스킬 심마안이 발동되었습니다.] [이상 현상이 감지되었습니다.] [마력으로 이루어진 장막이 당신을 가두고 있습니다.] [이상 현상을 분석했습니다.]칼라반의 눈앞으로 메시지들이 떠올랐다.
그렇지 않아도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파고드는 요쿠스의 검을 상대가 완벽히 피해내는 것이 신기하던 참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떠오른 메시지를 보니 에인글이 무슨 방법을 썼는지 알 수 있었다.
에인글의 두 눈이 푸르게 빛나고 있었다.
그가 만들어낸 마력의 공간.
이곳에 묻어나는 마력의 흐름이 에인글의 눈에는 보였다.
미리 요동치는 마력의 흐름을 읽고 요쿠스의 공격을 미리 간파해냈던 것이다.
에인글이 평생을 바쳐 익혀낸 아프르셀란 왕국 검술의 비기였다.
칼라반이 말없이 한쪽으로 손을 뻗었다.
그러자 바닥에 꽂혀 있던 검 한 자루가 그의 손으로 빨려 들어왔다.
“뭣!?”
이 놀라운 광경에 에인글조차 헛바람을 집어삼키고 말았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칼라반의 손에서 아공간이 열렸다.
[마검 포르티나를 소환합니다.]바깥에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포르티나가 강렬한 냉기를 퍼트렸다.
이 심상치 않은 존재감에 에인글이 눈살을 찌푸렸다.
상대가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르니 속전속결로 끝내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칼라반은 여전히 우두커니 서 있을 뿐이었다.
에인글은 자신의 빠른 속도에 칼라반이 미처 반응하지 못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죽어라!”
그 순간 소리치는 에인글의 본능이 위협적인 경고를 보냈다.
휘리링―!!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그의 팔뚝에 검상이 새겨졌다.
“뭐……!?”
상대는 분명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만약 조금이라도 움직였다면 그의 주변에 있는 마력들이 물결쳤을 터였다.
그러나 칼라반 주변의 마력들은 고요하기만 했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이 자신을 공격했단 말인가!
두 눈을 끔뻑거리고 있는 에인글에게 다시 한번 본능이 경고해왔다.
그도 이번엔 경고를 무시하지 않았다.
에인글은 재빠르게 몸을 물렸다.
그러자 그의 앞으로 검 하나가 빠르게 지나갔다.
“……!?”
허공에 날아다니는 검 한 자루를 확인한 에인글이 헛바람을 집어삼킬 때였다.
촤락―!!!
등에서 뜨거운 고통이 일었다.
재빠르게 몸을 돌려 확인해보니 아공간에서 모습을 드러냈던 포르티나가 떠있었다.
“이건 말도 안 돼…….”
냉기를 풀풀 흘리는 포르티나가 다시금 어지러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른 검 한 자루도 허공에 날아다니며 에인글의 빈틈을 공격했다.
그렇게 두 자루의 검과 에인글의 대결이 시작되었다.
에인글은 쉴 새 없이 몰아치는 공격들에 감히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한 손을 들어 올린 칼라반은 말없이 두 검의 움직임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런 칼라반의 시선엔 하나의 메시지가 떠올라 있었다.
[각성 스킬 이기어검술(以氣馭劍術)을 펼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