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in Another 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265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265화

#신위(神威)

한편 켈리움과 계속해서 전투를 벌이던 바셍트는 저도 모르게 혀를 내두르고 말았다.

“화아… 이거 정말 장난 아니네…….”

부우웅―!

강한 일격이 그의 머리를 향해 또다시 날아왔다.

몸을 숙여 피해낸 그의 얼굴 앞으로 큼지막한 주먹이 보였다.

파앙!!

공격에 당하면서도 바셍트는 팔을 뻗었다.

그의 검이 켈리움의 상체를 베어냈다.

하지만 원체 단단한 몸이라 그런지 큰 상처를 만들어내진 못했다.

그래도 켈리움의 상처는 점점 쌓여가고 있었다.

“천천히 무너뜨리면 그만.”

바셍트가 두 눈을 빛내며 자세를 갖췄다.

켈리움의 동작이 클 때마다 여러 빈틈이 보였다.

그 빈틈들을 공략해 켈리움을 쓰러트릴 작정이었다.

빛을 발한 오러 블레이드를 늘어트렸다.

역시나 켈리움은 이번에도 배틀 엑스를 힘껏 들어올리고 있었다.

“좋아!”

빈틈을 발견한 바셍트가 발을 굴렀다.

그는 몸을 낮게 숙이며 단숨에 켈리움의 하단부에 닿았다.

“우선은 여기부터!”

본능적으로 배틀 엑스가 자신을 스쳐지나갔음을 알 수 있었다.

귓가에 들려오는 날카로운 소리도 그것을 증명해주는 듯했다.

그러니 안심하고 검을 휘두를 수 있었다.

바셍트의 오러 블레이드가 켈리움의 허벅지를 베었다.

강렬한 통증 탓인지 켈리움이 뒤로 물러나는 듯 보였다.

이번엔 자신의 공격이 효과가 있었음을 확신한 바셍트가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검술을 십분 활용하여 켈리움의 이곳저곳을 동시에 노렸다.

여러 갈래로 나뉜 오러 블레이드가 단숨에 켈리움을 조각조각 내버리는 듯 보였다.

파콰아앙!!

그러나 커다란 굉음과 함께 바셍트의 몸이 튕겨나가고 말았다.

“커헉!”

차오르는 핏물을 내뱉으며 바셍트가 바닥을 굴렀다.

한순간이지만 머리가 띵해질 정도의 충격이었다.

재빨리 몸을 일으킨 바셍트가 켈리움을 확인했다.

녀석은 배틀 엑스를 어깨에 걸치며 웃고 있었다.

“좋은 공격이었다.”

켈리움의 목소리가 낮게 들렸다.

인간과는 사뭇 다른 기이한 목소리에 바셍트가 몸을 움찔했다.

“인간. 너와의 전투를 즐기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군.”

켈리움은 하늘 높이 배틀 엑스를 들어올렸다.

그러자 배틀 엑스를 중심으로 대기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 심상치 않은 광경에 주변에서 전투하고 있던 수하들까지 몰려들기 시작했다.

“바셍트님을 지켜!”

“저 괴물을 집중 공격해라!”

“공격하지 못하도록 만들어!”

화살이 날아가고 마법이 날아갔다.

켈리움은 굳건히 서서 그 모든 것들을 온 몸으로 받아내었다.

한편으론 끝까지 배틀 엑스를 치켜들고 있었다.

엄청난 기운이 소용돌이치며 배틀 엑스로 모여들었다.

제드록스와 치열한 싸움을 벌이던 카이사르는 갑자기 느껴지는 기운에 고개를 돌렸다.

“아앙? 그럴 여유가 있는 거냐!?”

제드록스의 검이 빠른 속도로 카이사르를 위협했다.

그러자 카이사르는 크게 도약하며 제드록스와의 거리를 벌리려 했다.

“놓치지 않는다.”

제드록스 또한 만만치 않은 사내.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카이사르와의 거리를 좁혔다.

카이사르는 제드록스의 공격을 막아내면서도 주변을 살폈다.

“아까부터 뭐 하는 거냐? 집중 안 해!?”

제드록스는 흥이 깨졌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러나 카이사르는 아직까지도 제드록스 쪽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는 듯 했다.

지금까지 재미난 싸움을 벌여오던 카이사르가 갑자기 집중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자, 그때서야 제드록스도 주변을 살폈다.

이제보니 그에게도 여실히 느껴질 정도의 강한 기운이 한곳에 응집되고 있었다.

“뭐야 저건?”

많은 공격들이 쏟아지고 있었지만 뿔이 돋아난 정령은 우두커니 서서 모든 공격들을 받아내고 있었다.

녀석이 들고 있던 배틀 엑스엔 계속해서 기운이 모여들고 있었다.

심상치 않은 상황을 느낀 제드록스가 한 발 먼저 움직였다.

그를 쫓으려던 카이사르의 주변으로 어둠이 번졌다.

카이사르의 시선이 칼라반 쪽으로 돌아갔다.

“왕이시여.”

“수고했다.”

칼라반의 답에 카이사르가 순순히 검을 회수했다.

짙은 어둠이 감싸자 카이사르의 모습이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카이사르가 다시 정령계로 복귀했음을 확인한 켈리움이 웃어보였다.

한 명의 인간이 빠른 속도로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그러나 이미 늦어버린 뒤였다.

모든 준비를 끝마친 켈리움이었다.

“제노사이드(Genocide).”

켈리움이 있는 힘껏 배틀 엑스를 바닥에 내리쳤다.

그러자 활화산 같이 터진 거대한 기운이 주변을 휩쓸었다.

켈리움을 향해 공격해오던 수많은 인간들이 녀석의 공격에 휩쓸렸다.

이는 바셍트와 제드록스도 마찬가지였다.

대지를 폭파시켜버리는 것처럼 엄청난 파공성이 울려 퍼졌다.

전투를 치르던 수많은 이들의 이목이 이곳으로 집중되었다.

휘몰아치는 폭풍에 흙먼지가 흩날렸다.

여기저기 끔찍한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몇몇 이들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절명해버리고 말았다.

“크아아―!! 모두 내 뒤로 와라!!”

오러 블레이드로 덮쳐오는 기운을 막아낸 바셍트가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

이 무지막지한 기운은 아직까지도 주변의 모든 것들을 파괴할 기세였다.

어안이 벙벙해질 정도의 광경에 모두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한바탕 폭풍이 몰고 간 자리엔 넝마가 된 시체들밖에 없었다.

뒤틀려버린 대지에 시체들이 아무렇게나 널려 있었다.

켈리움의 공격에 휩쓸린 것은 제드록스의 수하들만이 아니었다.

칼라반 군단의 병사들마저 일부 휩쓸려버리고 말았다.

그만큼 켈리움의 마지막 일격은 대단했다.

“이거 한 방 먹어버렸군.”

폭발의 중심에 있던 제드록스가 칼라반 쪽을 쳐다보았다.

그의 눈빛은 맹수의 그것처럼 한없이 날카로워져 있었다.

반면 칼라반은 무심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으아아――!!”

한바탕 죽다 살아난 바셍트가 크게 소리쳤다.

마나홀에서 빠져나온 마력들이 그의 전신을 감싸 안았다.

“저 자식은 내가 죽이겠어!”

두 눈이 충혈된 바셍트가 제드록스의 대답도 없이 먼저 몸을 날렸다.

조금 전 켈리움의 일격으로 가족같던 수하들이 대부분 목숨을 잃었다.

최대한 그들을 보호하고자 했지만 자신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그들의 죽음에 크게 분노한 바셍트는 곧바로 검을 치켜들었다.

“죽어라!”

휘리링!

콰광!!

그가 있는 힘껏 내지른 일격은 칼라반의 검에 간단히 막혀버렸다.

칼라반의 시선이 제드록스에서 바셍트에게로 옮겨졌다.

그와 두 눈을 마주한 순간 바셍트는 몸이 얼어붙어버리는 느낌이었다.

엄청난 살기에 몸이 경직되는 것 같았다.

“우… 웃기지 마라!”

바셍트가 공격을 이었다.

그러나 그의 검은 단 한 번도 칼라반에게 닿지 못했다.

[스킬 수라월령보를 시전합니다.]

무림에서나 등장하던 이형환위(移形換位)가 실제로 나타나는 듯 보였다.

칼라반의 잔상에 수도 없이 공격하던 바셍트가 무언가 이상함을 느낄 무렵, 그의 본능이 경고해왔다.

칼라반의 움직임을 놓친 잠깐의 찰나, 어디선가 올라온 각(脚)이 그의 턱을 때렸다.

“크흡!”

짧은 비명과 함께 바셍트의 몸이 떠올랐다.

칼라반의 발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스킬 비천대륜각을 펼칩니다.]

반월을 그린 그의 발이 바셍트의 몸에 꽂혔다.

콰아앙!!

지축이 울릴 정도의 소리가 울려 퍼졌다.

엄청난 무게의 둔기가 자신을 내려찍는 고통이었다.

바셍트는 끔찍한 고통에 숨을 몰아쉬었다.

“무투가…였나……?”

그러나 그가 두르고 있는 것은 투기가 아니었다.

투기는 좀 더 매섭고 거친, 사나운 성질의 기운이었다.

하지만 칼라반이 전신에 두른 기운은 고요하고 잠잠했다.

후웅―!

칼라반의 각이 하늘 높이 치솟아 올랐다.

다음 공격에 당하면 정말 죽을 지도 모른다.

바셍트의 머리엔 이 생각뿐이었다.

그러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공격을 피해내야 했다.

바셍트는 대지를 구르며 몸을 날렸다.

콰라랑!!

“발로 땅을 찼는데… 저런 소리가 나는 게 정말 인간이냐……?”

마른 침을 삼킨 바셍트가 다시 정신을 집중했다.

이런 위기일수록 정신을 바짝 차리면 살길은 열렸다.

“그나저나 우리 대장은!”

조금 전 분명 자신을 상대하던 괴물과 제드록스를 상대하던 괴물이 모습을 감춘 것을 확인했다.

그런데 어째서 아직까지도 제드록스가 함께 나서주질 않는단 말인가!?

바셍트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자신을 엄습해 오는 것을 애써 거부했다.

“에이 설마…….”

분명 어딘가에서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으리라.

그렇게 생각하고 또 믿었다.

네오스담이나 제프트로스카, 에인글 등 다른 녀석들도 당해버린 뒤였으니 자신이라도 힘을 내야 했다.

“와라!!”

호기롭게 소리친 바셍트가 두 눈을 날카롭게 떴다.

그의 검에서 다시금 오러가 빛났다.

바셍트의 기세에 칼라반도 포르티나를 꺼내들었다.

[마검 포르티나의 힘이 발동됩니다.]

포르티나의 검신에서 차가운 냉기가 흘러나왔다.

칼라반과 마주선 바셍트가 입꼬리를 실룩거렸다.

단지 마주서는 것뿐이었다.

마주서기만 했는데 칼라반이라는 거대한 존재가 자신을 짓누르는 것만 같았다.

‘무슨 이딴 괴물같은 놈이……!’

조금 전에는 어째서 이런 위압감을 느끼질 못했단 말인가!

이렇게 마주하니 완전히 다른 사람을 상대하는 것 같았다.

“어둠의 정령만 빼면 별것 아니라더니. 어떤 미친놈이 그런 소리를……!”

그 말을 한 당사자가 눈앞에 있다면 시원하게 욕지거리를 뱉어주고 싶었다.

그러나 이미 상황은 벌어졌다.

바셍트가 천천히 검을 들어올렸다.

그는 쿵쾅대는 가슴을 진정시키려 호흡을 골랐다.

다행히 칼라반이 먼저 움직일 생각은 없어 보였다.

그러니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일격을 준비할 생각이었다.

상대에게서 느껴지는 이 커다란 벽은 자신이 함부로 넘어설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본능이 쉼 없이 그리 말해주고 있었다.

거기다 켈리움과의 싸움으로 몸은 지칠 대로 지쳐 있는 상태.

차라리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부딪혀보고 안되면 깔끔히 포기하고 싶었다.

“간다.”

최대한의 마나를 끌어올린 바셍트가 검을 들어올렸다.

그를 보며 칼라반도 기수식을 취했다.

“와라.”

마주선 두 사람을 모두가 숨죽인 채 바라보았다.

두 사람 사이에 긴장감이 흘렀다.

먼저 움직인 쪽은 바셍트였다.

그는 최대한의 마력으로 이끌어낸 오러 블레이드를 수직으로 내려쳤다.

어떤 화려한 움직임을 더한 것도 아니었다.

그야말로 수없이 연습한 기본기 그대로의 움직임이었다.

그러나 그것에 담긴 힘은 결코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잠깐이지만 바셍트는 이 위기의 순간에 검에 대한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그의 검에 담긴 힘을 알아본 칼라반이 내기를 끌어올렸다.

그러자 그의 안광이 폭사했다.

칼라반의 검이 한순간 반월을 그렸다.

[스킬 반월참을 시전합니다.]

칼라반의 검이 세상을 반으로 나눠버리는 듯했다.

태산을 부숴버릴 것처럼 날아들던 바셍트의 검이 반으로 잘려나갔다.

이어 바셍트의 몸에도 선명한 검상이 생겼다.

그의 몸이 세상과 함께 단절되는 듯 보였다.

“하…….”

차이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바셍트는 저 대단한 검사를 보며 혀를 내두르고 말았다.

마지막에 얻은 깨달음조차 그의 발치엔 다가가지 못했다.

억울함이나 아쉬움은 없었다.

오히려 저런 대단한 상대에게 쓰러지는 것이 검사로서의 영광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털썩.

둘로 나뉜 바셍트의 몸이 핏물을 흘리며 바닥에 널브러졌다.

쓰러진 바셍트를 보며 그의 수하들이 결국 주저앉고 말았다.

“우와아아―!!”

칼라반의 엄청난 일격에 모든 군단병들이 활화산 같은 환호를 보냈다.

전장의 열기가 더욱 뜨거워지는 듯했다.

그때 검을 회수하는 칼라반의 곁으로 쥬피로스가 다가왔다.

“대장.”

“뭐냐.”

“제드록스를 놓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