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in Another 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278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278화
#칼라반 vs 데포르 군단 (2)
갑자기 벌어진 소란에 데포르가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앞서가던 인원들을 멈춰세웠다.
“슈라일과 아리사를 데리고 있는 부대 같습니다.”
“무슨 일인지 알아봐.”
“예!”
데포르의 명령에 수하들이 움직였다.
그녀는 조용히 휴식을 취하려 했다.
그 순간 익숙한 기운이 느껴졌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몸이 기억했다.
“이 느낌은…….”
알 수 없는 위화감에 그녀가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상황을 확인하러 갔던 기사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달려왔다.
“무슨 일이지?”
“데… 데포르님… 서둘러 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어둠… 어둠이 퍼졌습니다!”
“뭐!?”
어둠이 퍼졌다는 말은 데포르 군단 사이에서 사용하던 은어였다.
과거 칼라반이 전투를 시작하면 어둠의 정령들이 모습을 드러내며 어둠이 짙게 깔리곤 했다.
이를 보고 그들은 칼라반이 전투를 시작하면 어둠이 퍼졌다는 말을 내뱉곤 했다.
그런데 지금 눈앞의 기사가 그 말을 내뱉은 것이다.
데포르는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몸을 날렸다.
그녀가 향하는 곳은 어둠의 정령이 있는 곳이었다.
척!!
처적!!
데포르의 뒤를 따르는 것은 그녀를 오랫동안 보필해온 달빛 기사단이었다.
그들은 일사불란한 움직임으로 데포르를 쫓았다.
발을 내딛으면서도 데포르는 마른침을 삼켰다.
칼라반.
그 이름은 언제 들어도 자신의 마음을 찌르는 이름이었다.
목에 걸려버린 가시처럼 삼킬 때마다 더욱 파고드는 아픔이었다.
“대체 언제까지…….”
그가 죽은 지 1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칼라반의 이름은 세상에 남아 자신을 괴롭히고 있었다.
곳곳에서 들려오는 칼라반에 관한 소문들도 자신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리곤 막상 확인해보면 몇몇 마법사들이 위장한 것들이었다.
그것이 아니면 칼라반의 위명을 이용해 무언가를 해보려는 잔챙이들뿐이었다.
그녀는 이번에도 그런 경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느낌.
그리우면서도 답답하고, 반가우면서도 어딘가 막혀버린 것 같은…….
이 알 수 없는 느낌이 그녀의 본능을 건드렸다.
“가만두지 않겠어.”
상대가 만약 이번에도 가짜라면 결코 가만 둘 생각 없었다.
사지를 찢어서라도 지금의 이 불쾌한 기분을 풀어내야만 했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간 데포르는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저건…….”
골렘처럼 생긴 어둠의 정령.
저것은 칼라반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소환하던 두루스였다.
중급 어둠의 정령이면서도 전투능력보단 아군을 보호하는 데 특화된 능력을 지닌 정령이었다.
이어 주변으로 검은 불꽃이 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잉걸의 불꽃…….”
그녀가 이 불꽃을 알아보지 못할 리 없었다.
상급 어둠의 정령인 하그라트가 만들어내는 불꽃.
지독하게 꺼지지 않는 불꽃이라 전장에서는 악마의 불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어디 그뿐인가!
어둠 속을 유유히 헤엄치는 아페티의 모습도 보였다.
아페티는 데포르의 수하들을 마음껏 먹어치우고 있었다.
녀석의 날카로운 송곳니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붉은 핏물이 대지를 적셨다.
“진짜… 어둠의 정령들이잖아…….”
다른 누구도 아닌 데포르였다.
그녀는 한눈에 어둠의 정령들을 알아볼 수 있었다.
게다가 이는 아무나 흉내 낼 수 있는 존재의 것들도 아니었다.
마법으로 만든 환상도 아니었다.
정말 그녀의 눈앞에 어둠의 정령들이 모습을 드러내 움직이고 있었다.
콰가가강――!!!
삽시간에 십여 명의 기사들을 베어낸 카이사르가 이쪽을 바라보았다.
녀석도 익숙한 마력에 반응을 한 것이다.
“카이사르…….”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었다.
칼라반의 분신과도 같은 존재.
전장에서 자신과 함께 칼라반을 지킨 녀석이었다.
그만큼 함께 싸워온 세월도 길었다.
카이사르는 검을 늘어트리고 데포르를 쳐다보았다.
녀석의 시선이 마치 자신에게 죄를 묻고 있는 것 같았다.
데포르는 이 거북한 시선에 인상을 구기고 말았다.
“네가 있다는 것은… 정말로 칼라반이 이곳에 있다는 말인가? 지금까지와 다르게 진짜 칼라반이!?”
카이사르의 검에서 핏물이 뚝뚝 떨어졌다.
녀석은 검을 휘둘러 대지에 피를 흩뿌렸다.
이어 카이사르의 검에서 붉은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아니면 내게 복수를 하기 위해 어둠의 정령들을 이끌고 네가 직접 찾아오기라도 한 거냐?”
데포르도 검을 마주 들었다.
달빛을 받은 것처럼 그녀의 검에서 찬란한 빛이 흘러나왔다.
슈우웅―!!
화살처럼 쏘아져 나간 카이사르가 검을 들어올렸다.
데포르가 카이사르의 검을 쫓았다.
휘리링―!!
콰아앙!!! 콰랑!!!
두 검이 부딪히며 강한 파공성을 터트렸다.
대기가 찢겨져나갈 것 같은 소리였다.
휘몰아치는 오러의 폭풍 속에서 카이사르와 데포르가 시선을 마주했다.
“이렇게 검을 맞대는 것은 정말 오랜만이네.”
“…….”
카이사르의 검이 강하게 데포르를 밀쳐냈다.
데포르는 중심을 잃지 않고 곧바로 카이사르에게 반격을 가했다.
카이사르도 데포르의 검을 놓치지 않았다.
검과 검이 부딪힐 때마다 강렬한 빛이 터져 나왔다.
둘은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공방전을 펼쳤다.
“그동안 실력은 녹슬지 않은 모양이네.”
카이사르의 검술을 살피던 데포르가 피식 웃었다.
한때는 칼라반의 도움을 받아 카이사르와 함께 검술 훈련을 한 적도 많았다.
그러니만큼 카이사르의 검술에 대해 자신만큼 잘 아는 사람도 없었다.
마찬가지로 카이사르도 자신의 검술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시간이 많이 흘렀다. 그때의 나와 같다고 생각한다면 큰 코 다칠 거다.”
자신은 그 이후로도 검의 길을 멈춰선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전쟁은 세상 어디에도 존재했다.
그리고 그 전쟁터에서 살아가기 위해 쉼 없이 움직였다.
전쟁터에서야말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일부러 대기사장의 자리에 남은 이유도 그것 때문이었다.
자신의 검이 낡고 무뎌지는 것도 싫었다.
그 덕분에 현재의 자신은 10년 전보다 훨씬 더 성장한 상태라 자부할 수 있었다.
데포르의 검에서 더욱 휘황찬란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카이사르의 붉은 오러가 이 광채를 견뎌내지 못했다.
치지지직―!!
콰라랑!!
카이사르의 검이 밀려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녀석의 갑옷에 생채기가 생겼다.
데포르는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카이사르의 몸에 검을 가져갔다.
달빛을 머금은 호수 위로 나뭇잎이 떨어지는 것 같은 부드러움이었다.
그러나 카이사르에게 전해진 위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콰가강!!!
카이사르의 전신에 광채가 꽂혔다.
이 엄청난 검술에 데포르 군단의 군사들이 환호성을 터트렸다.
대전쟁 시대 공포의 대명사로 군림하던 카이사르가 저렇듯 제대로 된 힘도 써보지 못하고 밀려나는 모습을 보니 참을 수 없는 희열이 밀려왔다.
콰직!!
카이사르는 대지에 검을 꽂았다.
휘청거리던 몸이 다시 안정을 되찾았다.
분노를 머금은 녀석의 두 눈이 데포르에게 꽂혔다.
자신의 왕에게 검을 꽂아 넣은 여인.
다른 사람은 몰라도 결코 저 여인만은 용서할 수 없었다.
특히나 카이사르는 그 광경을 눈앞에서 보고 말았다.
다른 어둠의 정령들도 어둠 속에서 칼라반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니만큼 지금 이 순간 어둠의 정령들은 그 어느 때보다 격렬하게 분노하고 있었다.
칼라반이 숨을 거두고 데포르 군단의 병사들은 솔 기사단과 칼라반의 10군단을 살육했다.
어둠의 정령들은 칼라반의 곁을 지키기 위해 머무르다, 그날의 학살을 어둠 속에서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정령들의 감정은 칼라반에게도 전해졌다.
“너희들…….”
평소와 다르게 어둠의 정령들이 거친 감정들을 보였다.
움직임도 더욱 격렬해졌다.
정령들이 스킬을 사용하는 메시지가 계속해서 나타났다.
덕분에 빠져나가는 마력의 양도 상당했다.
정령들 속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칼라반도 데포르를 바라보고 있었다.
카이사르와 검을 나누는 데포르의 모습은 확실히 이전보다 강해져 있었다.
본래 데포르가 카이사르보다 강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저렇게 차이가 날 정도는 아니었다.
“그동안 멈춰 있진 않았다는 거냐. 하긴… 그래주어야지.”
칼라반은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슈라일과 아리사는 영문도 모르고 그와 함께 움직였다.
두 사람은 데포르와 칼라반 사이에서 눈치를 보고 있었다.
10년 전, 그들이 겪어보지 못한 인연들.
과거의 영웅들을 보며 그들도 복잡한 얼굴들을 하고 있었다.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설마 여기서 데포르님을 상대로 전쟁이라도 벌이시려는 것은…….”
“물론… 1인 군단이라고 불리는 칼라반님이라면 충분히 가능하시겠지만 그래도 지금의 상황은…….”
슈라일과 아리사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확실히 데포르 군단은 다른 병사들과는 달랐다.
그들은 어둠 정령들의 특성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만큼 최소한의 피해로 잘 맞서고 있었다.
이들뿐만이었다면 차라리 다행이었다.
지켜보고 있던 달빛 기사단이 마침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질 터였다.
그러니 칼라반도 더는 지체할 수 없었다.
“달빛 기사단이 움직일 거다. 필요한 만큼 시선을 끌었으니 이제 이곳을 벗어나도록 한다.”
칼라반의 말에 슈라일과 아리사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카이사르를 상대하고 있던 데포르의 시선이 움직였다.
“거기였나!”
데포르가 검을 휘둘렀다.
그녀의 검에서 흘러나온 찬란한 광채가 삽시간에 칼라반이 있는 곳을 덮쳤다.
잠시나마 공간이 일렁이고 어둠이 걷혔다.
카이사르에게서 벗어난 데포르가 쏜살같이 몸을 날렸다.
그녀는 어둠 속에 몸을 숨긴 이들을 확실히 알아볼 수 있었다.
조금 전 얼굴을 확인했던 슈라일과 아리사가 보였다.
두 사람을 묶고 있던 수갑과 족갑은 형체도 보이지 않았다.
아마 가운데에 있는 인물이 그것들을 끊어내었으리라.
데포르의 얼굴에 분노가 일었다.
“네놈의 정체를 보여라!!”
그녀가 다시 한 번 검을 휘둘렀다.
검에서 강렬한 광채가 뿜어져 나왔다.
오러에 담긴 엄청난 힘에 슈라일과 아리사가 동시에 나서려했다.
그러나 칼라반이 이들보다 한 발 더 빨랐다.
그는 아공간의 포르티나를 꺼내들었다.
콰아앙!!!
검에 맺힌 강기가 데포르의 오러를 흘려보냈다.
이에 데포르도 두 눈을 큼지막하게 떴다.
자신의 일격이 막히자 그녀도 놀란 것이다.
상대가 만약 정말로 그녀가 알고 있는 칼라반이라면 결코 이 일격을 막아낼 수 없었다.
그녀의 일격을 막아서는 것은 카이사르여야만 했다.
하지만 후드로 얼굴을 가린 저 사내는 검을 들어 자신의 일격을 막아내었다.
“네가 칼라반이라면 있을 수 없는…….”
그러나 데포르는 다음 말을 잇지 못했다.
후드 사이로 보인 얼굴.
어둠이 걷히며 드러난 얼굴은 그녀도 잘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
아니 죽어서도 잊을 수 없는 얼굴이었다.
“칼… 칼라반… 정말… 칼라반이…….”
그녀는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멍한 얼굴을 하고 말았다.
광채를 내뿜던 검도 서서히 빛을 잃어갔다.
“있을 수 없어… 그날 너는 분명히…….”
그녀는 멍한 얼굴로 칼라반을 바라보고 있었다.
칼라반은 다시 얼굴을 가렸다.
거센 풍압 때문에 결국 얼굴이 드러나버리고 말았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데포르가 괴성을 지르며 검을 들어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