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in Another 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284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284화
#혼란
“흐음… 확실히 몸집이 많이 불어나긴 했군요.”
“후후 오랜만에 대규모 병력들을 이끄는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대단해. 이 모든 사람들이 우리 대장님의 아래 모여든 거잖아.”
몇몇 인원들이 아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곳엔 수많은 사람들이 임시 거처를 짓고 살아가고 있었다.
“그나저나 저 많은 인원들을 어떻게 감당한담…….”
“듣자하니 이번 일에 체르피히님께서 손발 걷고 나섰다는데…….”
“체르피히님이요?”
“그동안 모은 돈들을 모두 쏟아붓고 있다더군.”
“하긴… 이번 일이 잘 되면 그 사람은 뭐… 지금까지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막대한 부를 손에 얻겠지.”
“크흐흐 그래서인지 벌써부터 레이블 황자님을 위한 선물들을 마련해 놓았다더군.”
“확신이 있는 모양이야.”
그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중 마침 체르피히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이곳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물론입니다. 저는 칼라반님을 뵙자마자 확신했습니다.”
“아아 체르피히님.”
“어떤 확신이 들었습니까?”
“그냥… 이분이다!!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설사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다 잃는다 해도 후회되지 않을 것 같은 사람 말입니다.”
체르피히가 입가에 미소를 보였다.
다른 속셈이 있는 웃음은 아니었다.
그의 삶이 빚어낸 여유에서 흘러나온 웃음이었다.
“그런데 저 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수용할 생각입니까? 기존의 라그나로크 사람들까지 모두 이곳으로 찾아온 걸로 아는데…….”
“저도 그것 때문에 조금 난처하긴 했지요. 헌데 어쩌겠습니까. 저들도 모두 받아들이라는 칼라반님의 엄명이 있었으니…….”
체르피히가 조금은 떨떠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턱을 매만지며 미간을 찌푸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 인원은 너무 많았다.
거기다 지금도 이곳으로 찾아오는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기존의 라그나로크가 망하면서 그곳에 머물던 사람들이 제국에 정착하지 못하고 이곳으로 찾아온 것이다.
“뭐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마침 도와주신다는 분이 나타났으니까요.”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요?”
“예. 에네르시아 왕과 레비오스 왕이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선뜻 나서주었습니다. 물론 그들이 정착하는데 드는 비용은 제 쪽에서 부담하기로…….”
“오오 역시 체르피히님!”
그들의 반응에 체르피히의 어깨가 살짝 솟아올랐다.
많은 이들이 그가 재력만 넘치는 인물이라며 깔보듯 말했지만 체르피히가 생각했을 때 재력은 곧 권력이었다.
그가 갖고 있는 재력이면 순식간에 일단의 병력쯤은 꾸릴 수 있었다.
어디 그뿐인가!
이만큼의 재력을 모았으니 칼라반과 연결될 수 있었다 생각하고 있었다.
‘투자를 할 때는 과감하게!’
지금 그의 품에서 떠나가는 금화들은 언젠가 몇 배로 커져서 돌아올 것이 분명했다.
그 생각을 하니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사실 체르피히의 앞에 있는 이들도 그의 재력엔 새삼 놀라움을 느끼고 있었다.
말이 그렇지 저 많은 인원들의 비용을 부담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것만으로도 그동안 체르피히가 얼마나 많은 부를 끌어 모았는지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나저나 대장께서는 언제 돌아오시려나…….”
“이곳의 상황도 그다지 좋지만은 않은데…….”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들의 말에 체르피히가 궁금해 하며 물었다.
그의 눈엔 딱히 별다른 일이 있어 보이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쥬피로스와 가르시아의 얼굴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사실 그동안 바쁘게 흘러온 탓에 지나쳐왔지만… 이곳에 모인 많은 이들이 모두 한 실력 하는 이들이 잖습니까.”
“예. 그렇지요…….”
“그래서 문제가 시작되는 겁니다. 아직 이렇다 할 서열정리가 되지 않았으니까요.”
“아…….”
“지금도 은연중에 기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몇몇 이들은 벌써부터…….”
쥬피로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마 로제리아는 이러한 것에 논외대상이었다.
이미 암묵적으로 로제리아는 칼라반의 여인이라는 말이 돌고 있었다.
실제로 로제리아는 몇 번이고 칼라반에게 자신의 마음을 내비췄다.
다른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음에도 그녀는 거침이 없었다.
“아마 한 번 잃고 났으니…….”
어쩌면 칼라반의 죽음이 그녀를 그렇게 변하게 만들었는지도 몰랐다.
그동안 알고 있던 로제리아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데포르만큼 차가운 여인은 아니었지만 말수가 적고 부끄러움이 많은 여인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있는 것 같았다.
“아니면 사랑인가!? 사랑이 이렇게 사람을 바꾸는 건가!?”
쥬피로스가 혼잣말을 크게 중얼거렸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
“크흠…….”
괜한 헛기침을 한 쥬피로스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평온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그렇지만 그의 머릿속에서는 마법 연구가 끝나면 사랑이라는 것을 연구해보겠다는 생각도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었다.
어쨌거나 로제리아는 칼라반에게 끊임없이 마음을 표현했다.
그리고 자신들이 지켜보기에 칼라반도 그런 로제리아를 싫어하지 않았다.
만약 칼라반이 로제리아를 부담스러워 했다면 저렇게 옆에 두지 않았을 터였다.
“진작에 밀어내셨겠지…….”
하지만 칼라반도 은근히 로제리아를 챙겨주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지난번엔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을까봐 서둘러 움직이기도 했다.
“후후 솔직하지 못하셔라…….”
칼라반에게 좋은 인연이 생겼다는 것은 수하들의 입장으로선 즐거운 일이었다.
이는 쥬피로스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다른 녀석들도 칼라반의 곁에 로제리아가 있는 것을 긍정적으로 여겼다.
데포르와 견주었을 때, 아니 비교조차 어려운 여인이었다.
“데포르와 레처드…….”
쥬피로스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과거 데포르에게는 자신이 직접 찾아간 적도 있었다.
그때는 그녀의 속도 모르고 칼라반을 잘 부탁드린다는 얘기도 했었다.
당시 데포르는 웃으며 화답했다.
칼라반은 걱정하지 말라고…….
“하아… 이 일은 생각할수록 속만 뒤집어지니까 그만하고…….”
쥬피로스의 시선이 다시 바깥쪽으로 향했다.
어쨌거나 로제리아는 칼라반의 여인이기도 한데다 실력까지 의심할 여지가 없어 빠졌지만, 다른 이들은 달랐다.
우선 아라카인과 폰투스 알폰이 기싸움을 벌였다.
어디 그뿐인가!
만인대장들과 이클립스의 대장들도 이 사이에 끼어버렸다.
“한심하다니까요…….”
“또 그 생각이야?”
“다행이에요. 이아퀸드님까지 끼어들었으면…….”
“나를 저런 단순무식한 인간들과 비교하지 말아줄래.”
“죄송합니다. 순간적으로…….”
“그렇지 않아도 요쿠스까지 끼어버린 모양이던데.”
“예? 혹시 술을 마신 건…….”
“아냐.”
“그런데 요쿠스는 누구랑…….”
“이클립스의 대장 중 샤푸아라고… 제법 성깔이 있는 사람인 모양이야. 보자마자 요쿠스랑…….”
“어이구 저런… 요쿠스를 함부로 건드려서 좋을 건 없을 텐데요. 이걸로 이클립스 분들과 사이가 서먹해지는 건 아닐지 모르겠군요.”
그들의 목소리와 다르게 쥬피로스와 이아퀸드는 밝은 얼굴들이었다.
그러니 오히려 체르피히가 의아함을 드러내었다.
“시비라니… 걱정되진 않으시는 겁니까? 샤푸아님이라면 상당히 날카로운 성격을 가진 분으로 유명한데…….”
“음? 오히려 저희는 오히려 반대쪽이 걱정되는군요…….”
“아아… 제발 술 먹고 사고나 안 쳤으면 좋겠네…….”
그러나 이아퀸드의 바람과는 다르게 한쪽에선 이미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콰랑!!
거세게 탁자를 밀친 샤푸아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의 시선이 향한 곳은 요쿠스가 있는 곳이었다.
“이봐! 지금 우리를 무시하는 건가?”
“아니… 그게 아…닌데…….”
“그런데 어째서 술을 받지 않는 거냐!? 우리가 주는 술은 마시지 않겠다는 것 아냐!!”
“아아… 그게 아니라… 난… 술을… 마시…면 안 되는…데…….”
더듬거리는 요쿠스를 보며 샤푸아가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그의 주변엔 7번대 인원들이 함께 하고 있었다.
물론 칼라반의 군단병들도 같은 자리에 있었지만 그들은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받아라!! 만나서 반갑다고 나누는 술이다!! 정말 그런 것이 아니라면 술을 받아!”
“강요는… 좋지… 않아…….”
“하… 그 유명한 제국의 만인대장이라고 해서 조금은 기대했건만… 겨우 이런 자가 만인대장이라고?”
“샤푸아, 말이 너무 지나치다. 사정이 있으신 거겠지.”
“잠자코 있어봐 라를로스. 이건 이클립스의 자존심이 달린 문제야.”
“자존심……?”
“그래!! 벌써부터 우리를 이렇게 깔보면 나중에 전쟁이라도 하면 완전 아래로 볼 것 아냐!!”
“이봐… 그렇게 생각하면…….”
“대체 먼저 온 놈들은 뭘 하고 있었던 거야!? 어쩌다 우리 이클립스의 위신이 이렇게 바닥을 쳤느냐고!”
탁!!
샤푸아가 술을 가져왔다.
그렇지 않아도 요쿠스의 모습이 여간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
그래서인지 더더욱 행동이 과감해지고 있었다.
“술을 받아라.”
샤푸아는 요쿠스의 앞에 있는 술잔에 술을 들이부었다.
술이 넘치고 있었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아무리 취기가 올랐다곤 하지만… 행동이 너무 지나치신 것 같군요.”
오천인장 히리에프가 보다 못해 나섰다.
그러자 샤푸아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못난 대장 대신 그대가 직접 나서는 건가?”
“오랜만에 우리 대장과 만나 회포를 푸는 자리입니다. 이런 행동은 결코 좋게 보이진 않습니다만.”
“뭐……?”
스릉―!
샤푸아가 검을 꺼내 히리에프의 목에 가져갔다.
그러나 히리에프는 꿈쩍도 하지 않고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호오… 그래도 저딴 놈보단 베짱이 있어 보이는구나. 그런데 왜 저런 놈을 상관으로 모시고 있는 거냐? 아! 제국이라서 그런가!? 제국의 기사들은 그런 것도 엄청 중시한다지? 차라리 라그나로크의 법도를 따라라! 약한 자가 강한 자를 따른다!! 아주 간단한 이치잖아!?”
히리에프가 손을 가져가 검을 치웠다.
그의 시선이 뒤편에 있는 라를로스에게로 향했다.
라를로스가 그 뜻을 알고 말리기 위해 앞으로 나섰다.
“우리 대장을 모욕하지 말아주십시오. 우리 또한 여러분들이 주군과 함께 할 분들이라 참고 있는 겁니다.”
“흐흐 웃기는군. 그런데 좀 시건방져 보이기도 해. 제국의 기사들이 원래 콧대가 좀 높은 편이긴 하잖아?”
“이봐 샤푸아. 너무 많이 마셨다. 이제 그만해. 곧 다른 대장들도 올 거다.”
“오라 그래!! 저 눈빛부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난!”
휘링―!!
샤푸아가 검을 들어올리자 요쿠스가 바르르 떨었다.
그 모습을 본 샤푸아가 조소를 터트리고 말았다.
“검을 무서워하는 이놈이 무슨 만인대장이라고!! 크하하하 수준 알 만하구만!!”
“우리 대장을 그만 모욕하라고 했습니다.”
히리에프가 두 눈을 똑바로 뜨고 말했다.
이에 발끈한 샤푸아가 그만 검을 휘둘러버리고 말았다.
촤륵!
상처가 난 것은 히리에프가 아니었다.
요쿠스의 손이 검을 쳐냈다.
“대… 대장님!”
“나서지…마… 히리에프… 이만하면… 되었어…….”
요쿠스가 슬쩍 몸을 일으켰다.
샤푸아가 검을 휘둘러버린 바람에 군단병들도 발끈하고 일어섰다.
그들은 잔뜩 흥분한 채로 샤푸아를 노려보고 있었다.
술자리에서 이런 일들쯤은 으레 있었지만 그가 정말 검을 휘두를 줄은 몰랐던 것이다.
선을 넘어버린 것이다.
덕분에 난처하게 된 것은 이클립스 7번대 인원들이었다.
“대장 너무 취했습니다.”
“시끄러!!”
이때 소란을 듣고 찾아온 다른 대장들이 두 사람의 모습을 목격했다.
“뭐야!? 무슨 일이지?”
“그게… 술에 취한 샤푸아님께서… 옆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요쿠스란 분께 시비를 거는 바람에…….”
“뭐? 요쿠스!?”
다인이 놀라 시선을 돌렸다.
그러나 이미 요쿠스는 술잔에 손을 가져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