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in Another 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285
나 홀로 이세계 플레이어 285화
#정리
“안 돼… 요쿠스가 술을 마시려 하는 것 같은데?”
다인이 황급히 움직여 요쿠스를 막으려 했다.
그런 다인의 팔을 붙잡는 이가 있었다.
“루미네?”
“그냥 두는 것이 어때?”
“뭐!? 그건 너희가 아직 몰라서 그래… 저건 그냥 두었다가는…….”
“어차피 언젠가는 벌어질 일이었어.”
“너까지 왜 이래?”
“생각해봐. 우리와 제국의 기사들은 걸어온 길부터가 달라. 어디 그뿐이야? 샤푸아도 그렇고 다른 대장들도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것이라 배워왔어. 저들도 저들 나름대로 살아남기 위해 배워온 것들이 다를 테고.”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언젠가는 벌어졌을 일이라는 거야.”
“음…….”
다인도 이제야 루미네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언젠가는 벌어졌을 일.
그녀 또한 이클립스와 다른 병력들 사이에 쌓이는 불만들을 알고 있었다.
특히나 대장들 간의 기싸움은 그녀도 모른 체 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니까 그냥 지켜보는 것이 어때? 어차피 우리들은 강한 사람이 위에 서는 라그나로크 사람들이잖아. 이클립스의 대장자리도 그렇고.”
“그건 그렇지.”
“그러니까 이번 싸움을 통해 조금은 알아볼 수 있겠지.”
“하긴…….”
다인도 루미네의 말에 어느 정도 수긍하고 있었다.
아니, 차라리 이렇게 되는 것이 나은 게 아닐까 싶었다.
뒤이어 몇몇 대장들이 소란스런 소리를 듣고 찾아왔다.
“호오, 요쿠스와 샤푸아가 한 판 하려는 건가?”
“그거 재밌겠는데.”
“재미난 구경거리가 되겠어. 술이나 가져와 봐라.”
이클립스의 대장들은 말릴 생각도 없이 오히려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들도 은연중에 샤푸아가 한 건 해주길 바라고 있었다.
샤푸아 또한 이클립스의 대장 중 한 명.
성격이 모나긴 했어도 실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내였다.
반대편에선 폰투랑과 다른 이들이 자리에 앉았다.
그 또한 이 상황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히리에프.”
“예. 폰투랑님.”
“언제까지 거기에 있을 생각이냐.”
“아… 죄송합니다.”
폰투랑의 부름에 히리에프가 자리를 비켜주었다.
샤푸아는 순순히 히리에프가 돌아가도록 놔주었다.
그러나 한마디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크으… 난 또 뭐라도 해볼 줄 알았더니. 그게 다야? 그쪽 기사들은 배알도 없나?”
휘리링―!!
그 순간 날카로운 검이 빠른 속도로 샤푸아의 목을 노렸다.
샤푸아는 가볍게 피하며 검을 들어올렸다.
한 차례 번뜩임과 함께 샤푸아의 검이 히리에프의 팔을 베었다.
빠르고 간결한 움직임.
히리에프도 샤푸아의 검술에 내심 놀라고 말았다.
하지만 그는 일말의 표정 변화도 없이 검을 들어 반격을 가할 준비를 했다.
“재밌네.”
팔 하나쯤 베어버릴 생각이었는데 히리에프는 그 잠깐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반응했다.
이는 샤푸아에게도 예상외의 일이었다.
“히리…에프.”
다시 검을 움직이려던 히리에프가 순간 굳어버렸다.
오랫동안 요쿠스를 모셔왔기에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는 지금 분노하고 있었다.
요쿠스는 마지막까지 움켜쥐기만 했던 술잔을 마침내 들어올렸다.
그가 돌연 술을 마시려 하자 샤푸아가 황당을 금치 못했다.
샤푸아만이 아니었다.
요쿠스를 모르는 다른 이들도 헛웃음을 보이고 말았다.
자신 때문에 수하가 나서서 피를 보았는데 그 상황에서 술이나 마시고 있다니…….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요쿠스를 아는 그의 수하들은 오히려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있었다.
물론 제정신일 때의 요쿠스를 그들은 아주 좋아했지만 이런 때엔 다른 요쿠스가 보고 싶기도 했다.
“그나저나… 칼라반 대장님의 명령이 있었는데 괜찮을는지…….”
그들이 걱정하는 사이 요쿠스가 술잔을 입에 가져갔다.
꿀꺽꿀꺽.
요쿠스는 들고 있는 술잔을 벌컥벌컥 마셔버렸다.
그가 화끈하게 술잔을 들이켜자 샤푸아마저도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다 그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기분이 단단히 상했는지 샤푸아의 입꼬리가 실룩거렸다.
“지금 제정신이냐? 아니면 어디까지 날 무시할 생각인거지? 이 상황에서 술이나 마시다니… 정말 죽고 싶은 거냐!?”
샤푸아의 말에도 요쿠스는 말없이 술을 원샷 해버렸다.
그리곤 소매로 입가를 닦았다.
히리에프가 말없이 뒤로 물러섰다.
이제부터는 함부로 나섰다간 큰일이 날 수 있었다.
“야 히리에프.”
“예… 예 요쿠스님…….”
“내가 나서지 말라고 하지 않았냐?”
“죄… 죄송합니다.”
요쿠스의 분위기가 갑자기 변했다.
샤푸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던 것이다.
그러건 말건 요쿠스의 시선이 뒤에 있는 히리에프에게로 향했다.
“그동안 감이 많이 떨어진 모양이다?”
“제가 실수했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요쿠스님.”
“그 상처.”
히리에프의 팔을 본 요쿠스가 고개를 까딱였다.
그러자 히리에프가 팔을 감추었다.
“이 정도는 별거 아닙니다.”
“별거 아니기는. 예전부터 내가 늘 말했지. 나는 내 수하들이 어디 가서 처맞고 오는 것 질색이라고.”
“예… 예에…….”
“일단은 널 그렇게 만든 놈한테는 내가 두 배로 돌려주마.”
말을 마친 요쿠스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는 자신을 향해 검을 겨누고 있는 샤푸아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뭐냐 너? 개그라도 하는 거냐?”
“그러는 넌 뭐냐? 뭔데 즐겁게 놀고 있는 우리한테 와서 훼방이야?”
“하!? 나는 그저 술을 권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 호의를 무시한 것은 너희가 아닌가?”
“호의를 무시했다라… 말이 안 통하는 녀석이었구만. 뭐 좋아. 그보다 너. 누가 감히 내 수하 건드리래?”
“뭐라?”
“난 말이야. 내가 그러는 건 괜찮지만… 다른 놈이 내 수하를 갈구는 것은 아주아주 싫어하거든?”
“크하하하!!! 그래서?”
“그래서는 무슨 그래서.”
슈라락―!!
카가강!!!
섬전과도 같이 뻗어나간 요쿠스의 검이 샤푸아의 검에 막혔다.
가까스로 막아내긴 했지만 샤푸아도 이번만큼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예상치 못한 일격이기도 했지만 순간적으로 그의 검끝을 놓칠 뻔했다.
“내 수하가 당한 만큼의 딱 두 배. 최소한 그 정도는 돌려줘야 대장 체면이 살지 않겠냐?”
촤라락―!!
샤푸아의 팔에서 핏물이 튀었다.
깊게 베인 상처는 아니었다.
하지만 카푸아는 상대의 검격을 완벽히 막아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새 그의 팔뚝엔 상처가 남아 있었던 것이다.
두 눈을 부릅뜬 샤푸아가 다시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이야, 이거 재밌네. 이제야 본색을 드러내는 건가?”
“웃기고 앉아 있네.”
요쿠스가 다시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샤푸아도 마주 검을 휘둘렀다.
슈콰앙―!
두 사람의 검이 거세게 부딪혔다.
샤푸아와 요쿠스가 빠르게 검을 주고받았다.
이를 지켜보던 라를로스가 턱을 매만졌다.
“마치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군. 조금 전에는 엉성하기 짝이 없는 태도로 일관했는데… 말도 더듬고… 그런데 지금은 뭐지? 움직임부터가 거침이 없어.”
“만인대장 요쿠스는 이중인격이다.”
“아?”
“우습게도 술을 먹으면 저렇게 되더군.”
“크하하하!!! 술을 마시면? 이것 참 별난 사람이로구만!”
“전쟁터에서 유일하게 술이 허락되는 사내라더군.”
“첸슬러 자네도 저 자와 검을 나눠봤나?”
“아니. 썩 내키지 않아서 말이야.”
“하? 그게 무슨 말인가?”
첸슬러의 반응에 라를로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호승심이라면 첸슬러도 뒤지지 않는 자였다.
특히나 가르시아와 첸슬러는 라이벌 관계로도 유명했다.
둘 모두 비슷한 성향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가르시아는?”
“마찬가지다. 가르시아도 굳이 저 자와 검을 나누고 싶어 하지는 않았다.”
“이해가 되지 않는군. 나는 다른 사람들은 그렇다 치고 너희 둘은 벌써부터 싸워봤을 거라 생각했는데…….”
“흐흐 만인대장들을 얕보지 마라. 우리가 그들을 괜히 존중해주는 것이 아니야.”
“무슨 말이야?”
“꼭 칼라반님의 옛 수하들이라 존중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네가 그렇게까지 말한단 말이냐? 이것 참 재밌구만.”
라를로스가 두 눈을 빛내며 요쿠스와 샤푸아 쪽을 바라보았다.
요쿠스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샤푸아와 검을 맞대고 있었다.
그의 태도를 보자 샤푸아는 더욱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날 무시하는 거냐!! 좀 더 진지하게 상대해라!!”
“그럼 그럴 만한 실력을 보여줘 보든지.”
슈카앙!!
촤라라랑―!!
요쿠스의 검이 기이한 방향으로 샤푸아의 빈틈을 파고들었다.
아차 싶었던 샤푸아가 몸을 비틀었다.
억지로 검을 피해내려 하다 보니 자연스레 균형이 무너지고 말았다.
요쿠스의 검이 사선으로 샤푸아를 베었다.
촤락―!
샤푸아의 옷깃이 찢어지고 핏물이 스며들었다.
입술을 질끈 깨문 샤푸아가 검을 고쳐 잡았다.
그리곤 폭주하듯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어지러이 쏟아지는 검격 속에서도 요쿠스는 콧노래를 멈추지 않았다.
그는 기묘한 움직임으로 샤푸아의 검을 피해버리기까지 했다.
곡예에 가까운 그의 움직임에 이클립스조차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샤푸아도 검에 오랜 세월을 바쳐온 실력자였다.
그런 샤푸아의 검이 단 한 번도 요쿠스의 머리카락조차 스치지 못했다.
“크아아―!!”
샤푸아의 검에서 환한 빛이 흘러나왔다.
요쿠스도 이를 확인했다.
“진짜로… 선 넘네 너.”
후우우웅―!!
요쿠스의 전신에서 광활한 마나가 흘러나왔다.
지금까지 장난스러웠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그의 눈빛에서 스산한 살기가 흘러나왔다.
샤푸아도 마찬가지로 분노를 드러내며 마력을 쏟아내었다.
“시건방 떤 것을 후회하게 만들어주마.”
“야. 네 생각이나 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샤푸아와 요쿠스가 동시에 땅을 박찼다.
지금까지는 순수한 검술을 주고받았지만 오러 블레이드를 사용한다는 것은 얘기가 달랐다. 그러니 더는 지켜볼 수 없었던 폰투랑이 끝내 몸을 움직였다.
마찬가지로 반대편에서도 누군가 몸을 날렸다.
휘리링―!!
콰앙!!! 콰라랑!!!!
두 사람의 일격을 막아낸 것은 폰투랑과 아란다르였다.
요쿠스는 폰투랑이 자신을 막아서는 것을 보고 곧바로 검을 거두었다.
자신도 한 성격 하는 인물이었지만 폰투랑의 이성이 뒤집어지면 그건 그것대로 곤란한 일이었다.
“쳇. 나는 잘못 없다. 제정신인 나는 분명 조용히 넘어가려고 했다고.”
“알고 있다.”
“그럼 됐어.”
요쿠스는 흥이 깨졌다는 얼굴로 검을 검집에 집어넣었다.
언제 그랬냐는 듯 사납게 발산하던 마나가 흔적도 없이 모습을 감추었다.
반면 샤푸아는 씩씩거리는 얼굴로 요쿠스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샤푸아. 그만 해라.”
“하지만 아란다르 대장!! 저 자식이!”
“그만. 분을 삭여라.”
“후우… 후우…….”
아란다르의 말에 샤푸아가 거친 호흡을 골랐다.
뒤이어 하데르가 모습을 보였다.
“샤푸아. 무례한 행동을 보이지 말라고 했을 텐데.”
“하데르 대장! 우리 이클립스가 줄곧 이런 대접을 받아왔던 겁니까?”
“무슨?”
“저 녀석들이 우리 이클립스를 무시하고 있단 말입니다!! 그것이 분하지 않습니까!?”
“우리는 단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은 없다. 반대로 우리 또한 저들을 존중해주었다.”
“아니 지금 그 말이 아니…!!! 크윽…….”
발끈하던 샤푸아가 말을 삼켰다.
“마침 잘 되었군. 그럼 이참에 제대로 된 정리를 하는 것이 어떻겠나?”
낮은 목소리가 다른 쪽에서 들려왔다.
그의 등장에 모두가 고개를 숙였다.
“칼라반님.”